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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25 02:35:48
Name 통큰루미
File #1 루벤스(Peter_Paul_Rubens.jpg (0 Byte), Download : 55
Subject [일반]  HERO




어떤 책이 있었습니다.
기억은 안나지만 주인공이 '미쉘' 이라는 책이었죠
내용은 추운 곳에 사는 미쉘의 일상이었는데 정말 너덜너덜하게
이 책을 보다가 어느날 잃어버렸죠

공감대가 많이 가는 내용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가령 추운 겨울 고구마를 먹는 법이라던지 추운 지역에서
자신만의 선물을 보관하고 숨기는 방법이라던지, 아니면
추운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각종 즐거움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작가가 너무 솜씨가 좋으셔서 이 책만 잡으면 하루를 보내고는 했었습니다.
몇 십번을 반복해서 봐도 재미가 있었죠

지금까지도 '그 제목이 뭐였더라?' 라며 회상하고 어떻게든
찾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는 분 계실런지?
아는 분 있으면 리플이나 쪽지를 좀 주세요(개인적으로 무한 HUG 권을 드.. 드리겠습니다)

전 나주의 작은 시골출신이었던지라 그 당시만 해도 읽을꺼리가 마땅치 않으니
천자문에 수록된 한자 좀 있고, 뒤에 제사방법, 축문쓰는법 등이 수록된 작은 책 아실껍니다
(이 책도 제목을 잘 모르겠네요, 요새도 아주 간혹 볼 수 있는 작지만 두툼한 단행본입니다.)
천재 뭐시기 인데 이런 책이라도 보며 시간을 때워야 할 정도로 시골 생활은
문화적인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죠

부모님이 돈벌러 서울로 올라간지도 3년이 넘고 할머니 혼자서
저희 3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셨는데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셔서
매일 미사를 다니셨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런데 어느날은 눈이 너무나 심하게 쏟아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습니다.

시골은 참 눈이 많이 오죠, 한 번 쏟아지면 무릎까지 쌓이는건 기본이고
쉽게 나돌아다니기 무서울 만큼 시골의 눈보라 치는 겨울밤은 뭔가
'서바이벌' 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불을 둘러 쓰고 그 눈보라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그런게 많이 짜릿했다고 해야 하나요? 지구가 망해도
혼자 살아남은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이게 절대로 나쁜 기분은 아닌데
뭐라 딱 정리해서 말하기가 좀 그렇네요

아무튼 밤 11시가 넘도록 할머니가 돌아오질 않아서 모두가 냉기서린
온돌방에 두꺼운 이불을 몇 장이나 깔아놓고 그 사이로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밤 12시 가까운 시간이 되어 돌아온 할머니의 손에는 백설기 2개와 '삶은계란' 10개가 들려 있더군요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손주들을 위해서 성당 사람들에게 계란을 받아서 직접
그 곳에서 늦은밤까지 가스불로 삶아오셨던 것입니다.

종교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가끔 그것이 주는 교육적인 효과는 지금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탐욕하지 마라, 거짓말 하지 말라, 형제와 다투지 말라
남의 것에 손을 대지 말라 등등, 어찌 보면 예수님 이전에 돌판에 새겨진
10계명 스러운 것들을 할머니에게 오래도록 교육받았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은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우리들에겐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훌륭한 교육자이자 선배였던 셈입니다.
학교 교육도 안받은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항상 할머니의 충고가 생각이 나더군요 "화내지 마라", "정직하게 얘기해라" 등등

사람들은 가르치기를 좋아하죠,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도 찾고, 가르치기 위해 나름대로의 이론도 정립해 놓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제자가 따른다는 것은 꼭 어린 학생과 나이 지긋한 스승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교감대는 아닙니다. 군대에서도 가능하고 나이를 떠나
배울 것이 있는 사람에게 배우고자 하면 그것도 가능하겠죠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세상살이의 매너나 룰을 알려주신
할머니가 성탄의 새벽인 이 시간에 너무 생각이 나는군효 흠흠

*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도 좋지만
크리스마스 마다 징크스처럼 듣는 곡이 바로 'Hero' 이 곡이지요
그런데 이 곡은 온갖 오디션이나 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많이 불려지는 곡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참 좋죠~~ 전혀 올드스러운 때가 묻지도 않은 듯한 그런...깨끗하고 짜릿한 감동이~

인류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땅으로 내려오신 그 분을 위해 오직 그 분에게 경배드리기 위해
멀고 먼 동방에서 찾아와 잠든 아기예수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 선물을 바친 뒤
쏘쿨~~ 하게 헤롯의 명령을 쌩~~ 하시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신 고대 박사님들의 날이기도 하죠

아무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새벽송' 으로 Hero 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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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루미
11/12/25 02:47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의 새벽은 원래 깨어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자면 반칙입니다.
다들 일어나서 새벽송을 공유해 봅시다 -_-)
알킬칼켈콜
11/12/25 05:11
수정 아이콘
명곡이지요
LionBlues
11/12/25 05:16
수정 아이콘
새벽송하나 공유하고 갑니다. 크리스마스 시즌다운 곡으로 선곡해봤습니다.
파이브- 메리크리스마스(가사까지 남기고 갑니다.^^ 커플분들 이곡 들으시고 메리크리스마스 되세요^^)

우린 지금 헤어지지만
다신 못 본다고 말을 하지만
언제나 이맘 때 쯤이면 오늘 같지 않기를
우리 오늘은 잊어버려요

I wish you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떠나지 말기를
오늘은 그댈 바라보면서
예전처럼 웃고 싶었는데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내맘을 알기를
이렇게 나를 남겨 두고서
뒷모습 보이지 말아 주길-

Merry christmas

왠지 오늘 일 것 같아서
그대 온다는 게 나 두려워서 음~
그래도 웃으며 그대를 축복하고 싶어서
우리 오늘은 헤어지지 말아요

I wish you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떠나지 말기를
오늘은 그댈 바라 보면서
예전처럼 웃고 싶었는데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내 맘을 알기를
이렇게 나를 남겨 두고서
뒷모습 보이지 말아 주길
오늘이 될것만 같아서(오늘이 될것만 같아서)
우리의 마지막 추억인거야 우~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우 ~ 워 ~ 아~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우 ~ 워 ~
I wish you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떠나지 말기를(떠나지 말기를)
오늘은 그댈 바라 보면서
예전처럼 웃고 싶었는데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내 맘을 알기를(내 맘을 알기를)
이렇게 나를 남겨 두고서
뒷모습 보이지 말아 주길-

시간이 흘러 우리의 기억들이
아무 감정없이 담담해져도 허~
누구와 함께 있건
매년 오늘이 오면
Every christmas a merry christmas
알킬칼켈콜
11/12/25 05:17
수정 아이콘
근데 HERO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등짝이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R U Happy ?
11/12/25 05:27
수정 아이콘
하하 ~ 자고 일어나면 눈썹이 하얗게 변하기라도 하나요 ?
어떤책인지 궁금합니다. 일년에 책 한 권 제대로 읽을까 말까한 저도 땡기게 만들다니 ~~
할머님께서 참 멋진 분이셨군요. 말씀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시는 분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큰 가르침을 준 사람
Hero 노랫말처럼..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 (제 입맛에 맞게만 해석한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그 분이 오신 이 기쁜 날, 이른 새벽임에도 이렇게 깨어 있는 이유는 ~ 단순히 불면증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_@;;
김치찌개
11/12/25 13:35
수정 아이콘
Hero..

역시 명곡이죠..

역시 머라이어 캐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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