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1/22 20:02:16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즐거운 설날 보내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자게에 글을 게시하는건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대학생인 저는 방학이고 아르바이트도 아직 안구했고 해서 '설날은 멀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마냥 놀고 있었고 다음주부터 아르바이트 시작하는데,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늦게 구한덕분에 이번 설을 집에서 보내야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문제야?' 싶지만 제 꼬인 성격과 저희집의 특이한 사정 때문에 설날, 추석등이 매우 싫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릴때 돌아가셨고, 그 후 어머니는 원래 알던 오빠와 재혼은 아니고 반동거 형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어릴때 저 아저씨랑 같이 살아도 괜찮겠냐고 저희 형제에게 물었고 모두 싫다 했으나
결국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뭐 이건 어머니의 인생이니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부인분도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두 명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집에서 살다가 이러저러한 트러블이 있었고 결국 윗집, 아랫집 형태로 살게 되었습니다.(주택 입니다.)
그리고 이 아저씨만 어머니집에서 잘때도 있고 본인의 집에서 잘때도 있고 뭐 이러합니다.

이 아저씨랑 저희 형제랑 사이는 그냥 그렇습니다. 뭐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반 같이 사는것과
이웃으로 대할때는 다르지요. 그냥 인사만 합니다. 친하게 지내기엔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저랑 잘 맞지도 않고
해서 그냥 인사만 하면서 지냅니다.

이 아저씨네집은 제사를 지냅니다. 그런데 제사를 어머니집에서 지냅니다. 이 아저씨 집이 지하이고 열악하고
여차저차해서 어머니집에서 지냅니다. 어머니도 제사 음식을 준비합니다. '어머니 고생하셔서 싫다.' 이런건 아닙니다.
누가 강요해서 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하는데 제가 끼어들 부분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아저씨 친척들이 옵니다. 거실을 차지합니다. 좀 껄끄럽습니다.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뭐 제 집도 아닌데 '좋다, 싫다' 애기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그냥 조용히 방안에서만 지내지요.
이 아저씨도 그렇고 이 아저씨 친척들도 그렇고 집안에서 담배를 핍니다. 방안에서도 피고
거실에서도 피고 화장실에서도 핍니다. 굉장히 싫지만 내색 안하고 참습니다.

그런데 배는 고픕니다. 저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밥은 먹어야겠거든요.
그런데 거실은 점령당했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나 떼울까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어머니가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잠시 바람좀 쐬러 간다고 하니 꼬치 꼬치 캐 묻습니다. 그냥 얼버무리려해도
계속 묻습니다. 그래서 잠시 밥먹으러 간다니, 왜 밖에서 먹냐고 못나가게 하려합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불편해서 밖에 나가려는건데요...

친구들도 대부분 설을 보내고 있어 만나기도 힘듭니다. 역시 알바를 구했어야 했는데 제 불찰입니다. 큭
전 불효자라서 결국 나가서 먹고 집에 와서 지금도 방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1 작년 중순쯤 있었던 일입니다.

그 아저씨 아들중 둘째가 약간 불량한(?)아이입니다.
대안학교도 짤렸었고 여기저기 삥뜯고 다니고 도벽도 있고 그런 아이입니다.
지금 아마 21살일텐데, 집도 잘 안들어오고 뭐 그런 아이입니다.
저도 제 물건 여러번 털렸었는데, 그래서 귀중품 꽁꽁 숨겨둡니다.

그 아이가 오토바이 타던중 다쳤나 봅니다. 수술 받기전 병원 다니던 시절인데 그 애 아버지가 일 나가셨고
저도 그날 학교 공강날이라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전화하시더군요.
그 아이네 집에가서 깨워서 병원 보내랍니다.

그 날 아주 기분 좋게 시작 했습니다.

#2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직 그 아저씨랑 같이 살던 때 일입니다.
뭐 5만원이 없어졌다더군요. '그래서 그 아저씨는 긴 막대기를 가지고 오시더니 저와 그 아저씨 아들 둘을 체벌했습니다.'
제가 훔친게 아니었기 때문에 억울했으나 저희 어머니도 체벌에 동의하시더군요.

이 일이 문득 생각나서 작년에 물으니 웃으며 5만원은 없어진게 아니라 그냥 떨어진거라더군요.
그 일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 그렇게 웃으며 말하니 저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하나 생긴것 같네요.

#3 외가는 어머니도 안내려가시는데, 혼자 내려가서 무얼할것이며 친가는 목사님이신 작은 아버지를 필두로 모두 기독교이며
내려가면 그 기간 내내 설교를 듣고 강제 예배 참가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안가게 되었단 이야기

ps. 설날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연휴인데 하나도 안 즐겁고 오히려 괴로워요. + 프로리그도 미니 스토브라서 슬픕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1/22 20:15
수정 아이콘
사정은 완전 다르지만, 명절에 드는 느낌은 저와 비슷하네요... 아, 명절 진짜 싫네요... [아이패드]
12/01/22 20:27
수정 아이콘
저는 저희집 자체는 굉장히 양호한 상태인데도 다른 친척들과의 관계나 쓸데없이 제사나 성묘에 집착하는것 때문에 명절이 정말 싫습니다. 친가쪽이 명절때마다 저한테 심어준 트라우마가 몇갠지 정말 증오스럽네요. 외가쪽 친척들은 다 착한데
국카스텐
12/01/22 20:47
수정 아이콘
저도 설날,추석때 이 명절의 본질적인 의미인 가족, 친척과 함께하는
그 분위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부모님이 쉬는 날 없이
장사하시는데 명절때는 쉬시는거와 모일 시간안되는 친구들 보는
재미 아니였으면 ... ;;
ミルク
12/01/22 20:59
수정 아이콘
저도 가정상황이 약간 꼬여있어서 10여년간 흔히 말하는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지 못한 입장이라 공감가는 글이네요. 올해는 뭘 해야할런지.
만수르
12/01/22 21:02
수정 아이콘
저는 초등학교때까지 큰할아버지 제사 지내러 천안에 갔었는데 그쪽 집 사정과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에서 지내고 아버지 형제들은 미국에 이민 가 있어서 저희집만 지내는데 그닥 명절분위기도 안나고 설날당일날 일찍 일어나는것 빼고는 다 똑같아요
서린언니
12/01/22 21:32
수정 아이콘
나이들어서 본가 내려가기 싫어지는건 다 똑같은가봐요
초록추억
12/01/22 21:39
수정 아이콘
좋은 분 맞습니까-_-;;;;
그래도 학교도서관에 박혀있는 저보단 낫다고 위로하십쇼
12/01/22 21:39
수정 아이콘
저는 친가 외가끼리 사이가 안좋아서 친가갈때는 어머니가 안가시고 외가 갈때는 아버지가 안가시는 상황이에요... 그렇게 분위기가 별로다보니 명절이 즐겁지도 않고 특히나 어릴때는 어머니가 안가시는 친가에 가면 괜히 기가죽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 큰 지금은 기죽고하는부분은 덜한데 그래도 명절이 즐겁지는 않아요.. [m]
실버벨
12/01/22 21:49
수정 아이콘
저도 꼬인게 많아서 어릴적부터 명절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그냥 그렇네요..
매콤한맛
12/01/22 21:54
수정 아이콘
실질적으로 명절좋아하는사람 별로 없을거에요
똑같은 3일연휴 주고 그냥 휴일할래 명절할래 물으면 후자를 택할사람 백에 하나나 될까요
12/01/22 22:07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프리템포
12/01/22 22:18
수정 아이콘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저도 최근에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져서 올해는 친척들 안 볼 생각입니다
명절이 진짜 즐거운 날이 되려면 어찌하는 게 좋을까요..
릴리러쉬.
12/01/22 22:23
수정 아이콘
전 친척들의 남 걱정이 너무 싫어서 친척들 웬만하면 잘 안 봅니다.
하드코어
12/01/22 23:27
수정 아이콘
저희집은 그냥 부모님은 연휴를 맞이해서 해외로 가버리셨고.. 친가쪽 모임은 그냥 없던일로 되고 외가댁이나 내일 점심에 가볼까 했는데
야간알바가 연락도 없이 지각인지 안오는건지 모르지만 암튼 덕분에 지금 야간에 카운터를 보고 있네요.
그나마 저희 집안은 기독교라서 제사 라던가 이런게 아예 없어서 좋긴하네요. 외가는 제사 지내지만 강요하지 않아서 편하고요..
_ωφη_
12/01/23 00:00
수정 아이콘
저도 명절 싫어요.. 친척들 모여서 북적대는거 정말 싫어요.. 그냥 우리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고싶은데..
자이체프
12/01/23 00:13
수정 아이콘
어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척들과 왕래가 거의 끊겼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자체적으로 제사를 지냈는데 심할때는 누나가 외국에서 일하고 제가 군대에 가 있을 때는 어머니와 동생 둘 만 제사를 지낸적도 있었죠. 그래도 제가 제대하고 동생이 군대가면서 다시 둘이 단촐하게 제사를 지냈죠. 어린 나이인데도 굉장히 서러웠지만 장남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어머니를 위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저와 동생이 모두 결혼하고 외국에 살던 누나도 때 맞춰 귀국하면서 사상 최대의 인원이 제사를 지낼 것 같습니다. (어머니 + 우리 부부 + 동생 부부 + 누나와 매형 그리고 조카 둘) 어머닌 아니라고 하시지만 아마 제사때 우실 것 같아요. 우리집한테 명절은 '아직 살아있다'라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기다려집니다. 올해는 드디어 조카들한테 세배돈도 줄 수 있게되었죠. 버티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기운내세요.
아키아빠윌셔
12/01/23 00:34
수정 아이콘
시험도 떨어진 백수고 향후 이어질 재산분쟁 등에 관한 예후들 덕분에 명절이 싫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상속보다도 관리나 제사 관련해서 한바탕 일이 일어날것도 같고... [m]
시나브로
12/01/23 01:00
수정 아이콘
누워서 침뱉기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돈이야 수십만원 두둑히 챙겨오겠지만 가서 유쾌한 건 별로 없어요.
Tristana
12/01/23 01:22
수정 아이콘
대체로 친척들 간의 사이가 안 좋으면 명절을 안 좋아하더군요.
Bequette
12/01/23 02:25
수정 아이콘
혼자 서울서 지내며 명절, 방학 때만 고향에 옵니다만, 그냥 놀러올 땐 편한데 명절 핑계로 안친한 친척들 보는 건 불편하네요. 그런데 친척들과 있는 건 잠시고, 언제부턴가 아버지가 미치도록 부담스럽고 싫게 행동하시며 내가 명절때가 유독 싫었던 첫째 이유는 아버지라는 걸 깨닫고 말았습니다. 안그래도 종일 아버지가 하시던 이야기,엄마에 대한 태도 때문에 힘들어서 나처럼 가족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글을 보니 이상하게 위안이 되네요. 힘내라, 그래도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그냥, 앞으로라도 이렇게 답답할 때 글로 푸세요. 글쓰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졌을 거라고 믿어요...
12/01/23 02:31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희 집은 친가는 아예 안가고....외가는 뭐랄까. 명절이라고 다 모여봤자 서로 피곤하니 딱히 모이지 말자-의 분위기?! 매우 자유롭죠......덕분에 십년 넘게 명절 분위기란 집에서 가족끼리 뒹굴다가 맛있는거 좀 먹는거로 끝이네요. 한 편으로는 엄청 편하고......뭐 그러네요. 친척을 굳이 명절에 만나야 하나요. 그냥 서로 맘 편하면 그게 명절이지........ [m]
pollinator
12/01/23 14:55
수정 아이콘
밝은분위기의 가족은 없는건가요? 저는 친가나 외가나 모이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촌들과도 놀고 다같이 윳놏이,화투치면 너무 재밌기만 합니다. 몇일하면 지겹겠지만 일년에 한두번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하기에 설레기도 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4870 [일반] 우리는 왜 게임에 빠지는가 - 게임의 요소와 게임 변천의 역사 [10] 플토만세5270 12/01/24 5270 4
34869 [일반] KPOP MASTESRS에 나온 동방신기를 보며.. [24] 홍Yellow5418 12/01/24 5418 0
34868 [일반] tv조선의 "아버지가 미안하다" 보고있는데 방송사고네요 [15] 강량8242 12/01/23 8242 0
34867 [일반] 양준혁 vs 강병규 [49] PokerFace7967 12/01/23 7967 0
34865 [일반] K-Pop 스타 3라운드 소감 및 무대 영상들 [42] Leeka10124 12/01/23 10124 0
34864 [일반] [스포] 나는가수다 새롭게 합류할 2번째 가수가 밝혀졌습니다. [50] meon8160 12/01/23 8160 0
34863 [일반] 28살의 신년을 맞아서 하는 구정푸념 [10] Ciara.4255 12/01/23 4255 0
34862 [일반] 가슴에 내려앉는 시 모음 5 [4] 김치찌개3671 12/01/23 3671 1
34861 [일반] [스포츠] 설날맞이 주간 <스포츠 뉴스> 올립니다.. [34] k`6940 12/01/23 6940 1
34859 [일반] 전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유명 맥주들 [40] 김치찌개7490 12/01/23 7490 0
34858 [일반] PGR 여러분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21] k`2945 12/01/23 2945 0
34857 [일반] 드라마 허준을 보고 하게 된 애같은 생각들 [41] 시나브로9374 12/01/23 9374 3
34855 [일반] 소설 좋아하시나요? [18] Earth-2004295 12/01/23 4295 0
34853 [일반]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 올리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 [13] 은하관제7095 12/01/23 7095 0
34852 [일반] 즐거운 설날 보내고 계신가요? [22] 로렌스4862 12/01/22 4862 0
34851 [일반] 오늘의 나는 가수다, 어떻게 보셨나요? [80] 데미캣10393 12/01/22 10393 0
34850 [일반] 이따가 군대가실 미필자 분들께~~! [51] 스나이퍼nz8415 12/01/22 8415 0
34849 [일반] 돌발영상 [8] kurt5478 12/01/22 5478 0
34848 [일반] 부러진 화살과 형사소송 이야기. [28] 슬라이더5817 12/01/22 5817 1
34847 [일반] 평등주의의 딜레마: 지능과 부 [5] TimeLord5916 12/01/22 5916 0
34846 [일반] 주식공부가 너무 재밌습니다....ㅜㅜ [41] 스나이퍼nz6676 12/01/22 6676 0
34845 [일반] 영재교육은 현대판 우생학인가? [62] TimeLord7674 12/01/21 7674 0
34844 [일반] 무한도전에서의 하하의 중요성 [73] PokerFace11762 12/01/21 1176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