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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12 23:14:18
Name RookieKid
Subject [일반] 어린 시절, 친구 어머니의 기억.
저는.
얌전한 아이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가 달라진'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고.
개구쟁이 보다도 못한 그냥 활발한 아이.

그냥 활발한 아이 였어요. 저는.


그 날.
유치원을 다녀오고 피아노학원을 다녀와서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피아노학원이 끝나고 할머니와 집에 있던 저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지원아! 나와! 놀자!"

솔직히.. 뭐하고 놀았는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전 친구들과 놀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친구들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다가.


한 명과 시비가 붙었네요.(이제부터 이 녀석을 A군 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유치원생이 뭔 시비...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만 하지만..
A군이 먼저 시비를 거는 걸 어떡합니까.
아무튼 가벼운 말다툼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저를 양손으로 힘껏 미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나서 시작된 육탄전.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말려서 1분도 안되서 정리된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는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온 힘을 다해서 A군의 옷깃을 잡아 당겼는데..
이게 힘이 부족해서 옷깃을 놓치면서 녀석의 목에 손톱으로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따위 없었지요. 놀라긴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끌려 각자에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날, 유치원이 끝나고 A군 어머니가 저희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저희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지라.. 집에 어른이라곤 할머니밖에 안계셨죠.
할머니와 조금 말씀을 나누시더니.

A군 어머니가 "지원아, 이리와서 앉아보렴."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갔더니,
제 손을 잡으시더니 직접 가져오신 손톱깎기로 제 손톱을 잘라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우 바투 잘라놓으셨더군요.)
머리도 한번 쓰다듬어주시면서 '친구끼리 싸우면 안된다' 라는 식의 말씀을 해주시곤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때는 그 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창피함? 그런 것 보다는 억울함. A군의 대한 분함. 등이 있었는데..
이제 크고 나서 생각해보니
A군의 어머니는 매우 신사적(?)인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아... 적당한 표현을 못찾겠네요...ㅠ)
저는 억울했지만. A군의 어머니 되신 입장에서 소리 지르면서 대판 싸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갑자기 그 분 생각이 나네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큰 A군도 지금 잘 살아가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ps. 손톱깎기로 제 손톱을 깎다가 문득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역시 글쓰기는 힘드네요.. 후반가니까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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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잇밀크러버
12/03/12 23:16
수정 아이콘
한가지 배운 기분이네요. 잘봤습니다.
티파니에서아점을
12/03/12 23:40
수정 아이콘
글 잘읽고 저 또한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되네요. 저는 8살때 동네형과 싸우다 그형이 제 이빨(생니)을 부러뜨린 경우인데,
어머니가 제손을 잡고 그집을 찾아갔더랬죠... 어렸을때라 잘 기억은안나지만 그형이 그형네 어머니랑 단둘이 사는 집이었던거 같아요.
제 어머니가 사회복지사라 가끔 찾아가시기도 하셨던...
그쪽 아주머니가 손이 발이되도록 비시는데, 어머니가 아무런 질책없이 괜찮습니다 애들이 그럴수있죠 하고 저를데리고 집에 오셨습니다.
어린마음에 굉장히 억울했던 기억이있는데 막상 집에오니 아버지도 그러셨습니다. 쪽팔리게 애들싸움에 남에 집에 찾아가냐고...
12/03/12 23:42
수정 아이콘
글 참 잘쓰시는데 겸손하기까지 하시네요..(원래는 미소의 의미인 ^^를 달고 싶지만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말로 하다 보니 이렇게 주렁주렁..블라블라..)
저도 위와 같이 현명하신 어머니가 기르시는 아이는 지금쯤 훌륭하게 성장했을 거라 생각해요.
한가지 배운 기분이에요(3)..울 집사람도 저렇게 현명하게 대처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12/03/13 11:21
수정 아이콘
친구 어머님들이 저를 너무 좋아하셨어요. 밥 잘먹는다고
어려서부터 버릇이라 밥그릇 싹싹 비우고 일어나면 자리 치우고 씽크대에 접시 가져다 물로 한번 행궈놓는데
어김없이 친구들이 욕을 먹더군요. 보고 배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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