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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30 18:33:10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지식] 영어 음절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정말 재미없는 글이지만 OrBef님이 추진하시는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글 한번 올려봅니다.

음절하면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발음 가능한 최소단위"정도로 정리가 될 수 있는데요. 굳이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우리는 영어 음절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꿀벌"이라는 뜻의 단어 bee[비]는 한 음절이고 "행복한" 이란 형용사 happy[해-피]는 2 음절, "아름다운" 이란 뜻의 형용사 beautiful[뷰-티-플]은 3음절, 동물 "아르마딜로"를 뜻하는 영어단어 armadillo는 [아-마-딜-로]처럼 4 음절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어의 음절은 세 가지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구성성분들을 각각 onset, nucleus, 그리고 coda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nucleus와 coda를 합쳐서 rhyme이라고 부릅니다. 힙합 같은 장르에서 가사에 라임을 맞춘다는 것은 이 rhyme 부분을 맞춘다는 뜻일 겁니다(이 부분은 솔직히 100% 확신은 없습니다...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음절 구조를 그려보면 대충 아래와 같은 모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절을 표시할 때 σ(시그마)로 나타냅니다.)





아래에 "괴짜" 또는 "L자형 손잡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crank[kɹæŋk]라고 하는 영어단어의 음절 구성성분들을 위에 나와있는 수형도의 형태로 표시해봤습니다.




보시면 onset 자라에 k와 ɹ이 들어가 있고 nucleus자리에 æ가 있으며 coda자리에 ŋ과 k가 왔습니다. 이렇듯 영어 음절은 nucleus자리에 거의 대부분 모음이 오게 됩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자음이 nucleus자리에 오기도 합니다만 그런 음절은 별로 많지 않고 그 자리에 올 수 있는 자음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 음절에서 nucleus(핵)는 말 그대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앞의 onset이나 뒤의 coda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언어에 따라서 다른데 어떤 언어는 onset과 nucleus까지가 필수인 언어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coda가 필수인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유인원"이라는 뜻의 ape[eɪp]이란 단어를 보면 onset은 없고 nucleus와 coda만 있습니다.




반면에 "벼룩"이라는 뜻의 flea[fli:]라는 단어를 보면 이번에는 onset과 nucleus는 있는데 coda가 없네요.




"눈"이라는 뜻의 eye[aɪ]는 봤더니만 이런! onset이랑 coda는 없고 오직 nucleus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음절의 구성은 무작위일까요 아니면 여기에도 어떤 규칙이 있을까요? 여기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울림도(sonority)]라고 하는 기준이 적용이 됩니다. 울림도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해당 소리가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 지속이 되며, 발음이 될 때 구강 구조가 얼마나 열리는 가에 따라 정해지는 기준입니다. 영어의 소리들을 울림도 순으로 나열해 보면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면 /p/, /t/, /k/ 처럼 자음쪽이 울림도가 낮고(윗 부분) 모음으로 올 수록 (아래쪽) 울림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울림도에 대한 감을 잡고 싶으시면 모음 /ɑ/ (아~~!)와 양순폐쇄음 /p/ (프)를 한 번 발음해 보세요. 어떤 발음이 더 잘 울리고 쉬지 않고 오래 발음할 수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영어의 음절은 일반적으로 onset에서 낮은 울림도로 시작해서 nucleus에서 가장 울림도가 높아져서 피크(peak)를 이루고 다시 coda로 내려가면서 울림도가 낮아지는 형태대로 구성이 됩니다. 맨 처음에 예를 들었던 crank[kɹæŋk]라는 단어를 가지고 울림도를 표시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낮은 울림도로 시작해서 nucleus 자리인 (æ)에서 가장 울림도가 높아지고 coda로 내려가면서 다시 울림도가 낮아졌습니다. 물론 이 규칙이 항상 칼같이 적용이 되는 건 아니고 늘 그렇듯이 예외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정도로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절 경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앵무새"란 뜻의 2음절 단어  parrot[pæɹət]의 단어의 소리들을 울림도 순으로 배열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이 나왔습니다.



두 개의 피크가 보이네요. 그리고 그 두 개의 피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둘 다 모음인 æ와 ə이군요. 따라서 이 둘은 nucleus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æ앞의 p는 onset이로군요. 같은 식으로 ə뒤의 t는 coda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운데 있는 ɹ입니다. 얘는 첫 번째 음절의 coda일까요 아니면 두 번째 음절의 onset일까요? ɹ를 반으로 쪼갤 수도 없고...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이 바로 onset 우선의 원칙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어떤 언어들은 onset까지도 음절의 필수 구성요소이지만 coda가 필수인 언어는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따라서 onset과 coda 중에서 더 중요한 요소는 onset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위의 ɹ은 두 번째 음절의 onset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parrot의 음절은 [pæ][ɹət]이 되겠습니다.




그럼 "제 정신이 아닌"이란 뜻이 단어 frantic[fɹæntɪk]의 음절 경계는 어디일까요? 일단 울림도로 각 segment들을 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을 위의 parrot의 경우에 대입해서 적용해 보면 모음 æ와 ɪ는 nucleus일 테고 앞의 fɹ은 첫 번째 음절의 onset이네요. ɪ의 뒤의 k는 두 번째 음절의 coda. 그리고 가운데 nt는 앞서 parrot의 경우처럼 onset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했으므로 두 번째 음절의 onset. 따라서 frantic의 음절은 [fɹæ][ntɪk]이로군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nt]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영어단어 가운데 발음이 [nt]로 시작하는 단어는 없는 것 같군요. 영어에서 nt는 onset으로 허용하지 않는 자음의 조합입니다. 따라서 이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둘로 쪼개야겠습니다. 그러면 n은 앞 음절의 coda가 되겠고 t는 두 번째 음절의 onset이 되겠네요. 아래와 같이 음절 두 개로 나누어질 것 같습니다.



이상 영어의 음절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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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알기싫다
15/12/30 18:42
수정 아이콘
제가 영문과를 다니면서 제일 후회한 부분이 이거였습니다..
통사론, 음운론 배울때엿죠 ㅠㅠ
Neanderthal
15/12/30 20:03
수정 아이콘
아직 의미론은 시작도 안 했...ㅠㅠ
마스터충달
15/12/30 18:42
수정 아이콘
이벤트 한정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식] 컨텐츠를 꾸준하게 올려주시는 Neanderthal님. 늘 그랬듯이 잘 보고 갑니다!
Deadpool
15/12/30 18:55
수정 아이콘
와우 음성학 ..
명랑손녀
15/12/30 19:15
수정 아이콘
한국어의 초성 중성 종성과 비슷한 개념이려나요?
그런데 maker 같은 단어에선 음절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형태소로 보면 make+(e)r 인데...
Neanderthal
15/12/30 19:20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mak-er 이렇게 두 음절로 구성되는 것 같네요...--;;;
저도 아직 초보라...흐...--;;;
명랑손녀
15/12/30 19:27
수정 아이콘
흐흐 종성보다 초성이 우선인 건 아마 일반론인 듯합니다. 한국어의 경우도 하늘, 바람이라고 쓰지 한을, 발암(?)이라고 쓰진 않으니까요. 형태소가 명확한 경우 그것을 구분하고, 원래는 설겆+이 이지만 설거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Philologist
15/12/31 09:15
수정 아이콘
음절화(syllabification)는 형태와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XVCVX의 시퀀스가 나올 때 C는 범언어적으로(universally) 뒷음절의 초성이 됩니다. 따라서 mei.kr(r을 성절음으로 본다면)로 음절화됩니다.

영어에서 재미있는 음절화 현상 중 하나는 이른바 양음절성(ambisyllabicity)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L과 같은 발음이 코다로 기능함과 동시에 온셋으로도 기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울림도라는 건 음성학적 개념으로 환원하기가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실라블 픽 개념을 이용해서 음절을 설명할 때 울림도 개념을 쓰다보면 자음 파트에 있어 울림도가 언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모음 > 활음 > 공명음 > 폐쇄음이라는 큰 위계는 존재합니다만, 그 안에선 언어마다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울림도는 결국 음운론적인 개념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절은 음운론적인 단위일 뿐이므로 발음가능한 최소 단위가 아닙니다.
Neanderthal
15/12/31 10:20
수정 아이콘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Neanderthal
16/01/01 23:20
수정 아이콘
음...petrol[pɛtɹəl]의 가운데 [t]가 ambisyllable이네요...첫 음절의 코다이기 때문에 성문폐쇄음 [ʔ]으로 바뀌고 두 번째 음절의 onset이어서 뒤에 오는 [ɹ]소리를 devoiced 시키고...음성학의 세계는 재미있군요...--;;;
Philologist
16/01/02 03:04
수정 아이콘
한국어 얘기를 하면, 받침에 오는 이응([ŋ])이 모음과 연결될 때 이 이응은 해당 음절의 말음이 아니라 다음 음절의 초성입니다(ex)잉어, 붕어). 양음절성과는 관련없지만...
ohmylove
15/12/30 19:21
수정 아이콘
한글, 한국어는 그냥 쓰인대로 음절이 나눠지다보니 이런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영어는 음절 나누기도 고역이더군요..
이치죠 호타루
15/12/30 19:2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파인만이 가고 싶어했던 탄누 투바의 키질이 떠오르네요. 가고 싶어한 이유가 도시명에 모음이 없는 케이스라서 그렇다나... 영어로 쓰면 Kyzyl이니까요. 음성학적으로는 K, z가 onset이 되고 y가 핵, l이 coda가 되려나요.
15/12/30 19:33
수정 아이콘
button[bʌtn] 같은 단어의 마지막 음절같은 경우가 nucleus에 모음이 없죠
Neanderthal
15/12/30 20:05
수정 아이콘
bottle 도 생각이 나네요. --;;
16/01/01 00:16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우리의 친구 음절성 자음이 있습니다 헤헤
15/12/30 20:02
수정 아이콘
역시 대교육자 네덜란드님
아살모
15/12/30 20:20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영어음성학 관련글을 보다니... 대학생시절 멘붕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입 다물어 주세요
15/12/30 20:26
수정 아이콘
문과에도 외계어가 가득해...
신의와배신
15/12/30 21:04
수정 아이콘
이과도 망하고 문과도 망하고....
15/12/30 20:34
수정 아이콘
헉 영문과 가면 이런 거 배울 수 있는 건가요.
너무 재밌어요..
Neanderthal
15/12/30 20:43
수정 아이콘
웰컴 투 영어영문학과! 헬 이즈 니어 유!
15/12/30 21:08
수정 아이콘
이해가 쏙쏙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5/12/30 21:28
수정 아이콘
여기서 전공 공부를 다시 하게 될 줄이야.. 덕분에 다시 상기시킬 수 있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15/12/30 23:50
수정 아이콘
글씨 잘 쓰시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네안데르탈님은 그동안 올려주신 지식글의 누적 기여도로 볼 때 그냥 우승자로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윤열이는요
15/12/31 01:24
수정 아이콘
그때였던가요 제가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해가...음성학책의 코와 혀의그림을 보고 난 후였던것 같습니다. 영국소설시간에 배운 버지니아울프의 등대로는 제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영문학이라는 불구덩이에서 견딜 수가 없어 기계과로 도망쳤....흐흐. 시그마는 본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그렇게 이해도 안가고 재미도 없더만 내 일이 아니라 생각 (?) 하고 보니 또 재미지네요. "æ" 이놈이 처음에 만나는 관문이었던걸로 기억나네요. 잘봤습니다.
15/12/31 06:33
수정 아이콘
지식 이벤트는 네덜란드님 헌정 이벤트 아닌가요?
공로상 같은거 드리는걸 추천합니다
Philologist
15/12/31 09:34
수정 아이콘
지난 번에 통사론을 보시더니 이번에는 음운론이군요 흐흐 아마 다음 챕터는 영어의 스트레스 규칙이 아닐까 싶은데, 그 부분도 재미있으니 시간 나면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Neanderthal
15/12/31 09:50
수정 아이콘
혹시 통사론과 음운론 입문서 다음으로 볼 만한 책들 추천해주실수 있으신가요?...흐흐...
Philologist
15/12/31 11:03
수정 아이콘
언어학도 워낙 이론이 많아서 어느 하나를 말씀드리긴 뭐합니다만, 그리고 저 수준을 넘어가면 머리 아픈 진짜 전공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이게 언어학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책 몇 권 소개해 드리면..

1. Adele Goldberg. 2008. Constructions at work: The nature of generalizations in language. OUP.
2. David Adger. 2003. Core Syntax: A Minimalist Approach. OUP.

두 가지 대비되는 통사이론에 대한 비교적 읽기 편한 개론서입니다. 1은 버클리를 중심으로 한 CxG, 2는 촘스키의 최소주의.

3. Rene Kager. 1999. Optimality Theory. CUP.
4. John McCarthy. 2008. Doing Optimality Theory. Blackwell-Wiley.

음운론은 1993년을 기점으로 나누어집니다. 최적성이론 전과 후. 최적성이론도 15년 정도 정체기이긴 합니다만, 기존의 틀을 뒤엎어 버린 매우 흥미있는 이론입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입문 교재로 쓰는 책이 3입니다. 4는 최적성이론 깎는 장인(...)이라 불리는 저자의 책으로 발간 이후 역시 입문용 교재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위의 책들이 대략 석사 1학기의 언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읽는 교재입니다. 지금 네덜란드 님 정도의 지식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비전공서로는 음운, 통시쪽은 아니지만 스티븐 핑커의 The Language Instinct와 Words and Rules (비전공서의 탈을 쓴 전공서...)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Vyvyan Evans의 The Language Myth: Why Language is Not an Instinct도 읽을 만합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핑커의 전대미문의 히트작 The Language Instinct의 반대에 서 있는 책입니다. (저도 읽는 중....)
Neanderthal
15/12/31 11:08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드립니다...^^
꼭두서니색
15/12/31 16:21
수정 아이콘
공돌이는 봐도 오오.. 하면서 반의반도 이해못하고 추천만 하고 갑니다..ㅜㅜ 신기하네요!
갓설현
15/12/31 20:47
수정 아이콘
전공이 영문과인데 왜 하나도 모르겠지...ㅠㅠ
오마이러블리걸즈
16/01/01 19:50
수정 아이콘
오호... 재미있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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