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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5 15:57:10
Name 낭만토토로
Subject [일반] [경제학] 한국에서의 정책 불확실성
안녕하세요. 경제학 공부하며 먹고사는 낭만토토로입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딴짓을 하게되는데, 겸사겸사 쓴 글을 공유해봅니다.

거시경제학 분야에서도 세부 연구 분야는 매우 많은데, 그중 불확실성 충격 (uncertainty shocks)가 거시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제일 유명한 연구자 중 한 명이 Nick Bloom이라는 스탠포드 교수인데, 이 사람이 Scott Baker (이 분은 잘 모르겠음), Steve Davis, 두 연구자와 함께 몇 년째 쓰고 있는 "Measuring Economic Policy Uncertainty"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흔히 말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실제로 계측할 수 있는 지수를 만들자!인데, 간단하게 말해서 이 사람들의 작업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신문사 (wall street journal, LA times, US today 같은..)의 기사 중에 'uncertainty', 'economy', 'policy' 혹은 유사한 단어가 한꺼번에 들어가는 기사가 얼마나 되는지 - 불확실한 정책이 많아지면 기사가 많아지겠죠 -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narrative approach"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이들이 미국은 1985년 이후의 자료를 활용해 지수를 만든 것 같네요. 즉 지난 30년 동안 신문 열 가지를 다 점검해서 지수를 만든 것이죠..

경제학 연구자 중에 데이터의 연구자간 공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분들도 그랬는지 주요 국가별로 이런 지수를 만들어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http://www.policyuncertainty.com/index.html

흥미롭게도, 이 사람들이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만들었습니다. 아마 한국인 (혹은 재미교포) 조교가 고생했었겠지만 동아, 경향, 매경, 한겨례 등 총 6개 신문을 갖고 지수를 만들었는데 (나름 공정해 보이네요..), 다음 그림이 웹페이지에서 제가 직접 데이터를 다운받아서 엑셀로 그려본 것입니다:



특이점을 본다면 (이 지수가 잘 만들어졌다는 가정하에):

1. 2000년 이전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변하기는 하되 아주 크게 변하지는 않는데 2000년 이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 (2002, 2012)에 보통 크게 튀네요. 2007년은 좀 다른데, 아마 이때는 이미 결과가 뻔히 보이는 선거여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2. 아마도 치열했던/ 혹은 불확실성이 정말 컸던 (선거 하루 전에 단일화 깨지고 난리 나고 그랬으니) 2002년에 불확실성 지수가 제일 높아졌네요.
3. 노무현 정부 시기 (02-07)에 제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정부가 불확실하게 정책을 펼쳐서 투자를 안 하느니 난리가 나느니 그랬던 것 같은데 (특히 설화도 많았고 등등) 오히려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수는 꾸준히 낮아집니다.
4. 반면에 이명박 정부 (07-12) 시기는 경기가 꾸준히 안 좋았어서 그런지 재임동안 꾸준히 지수가 상승, 2012년쯤에 정점을 찍고 다시 박근혜 정부 (12-) 이후로 떨어지는 중이네요. 개인적인 견해는 있지만 여러 이유로 생략합니다..

 이 글은 지수의 흐름만 본 거라, 경제신문들이 주장하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키워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되지 않지만, 이 지수를 갖고 분석해보면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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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토로
16/02/15 16:00
수정 아이콘
그림을 처음 첨부해보는데, 원래 그림의 일부만 보이네요. 클릭을 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잘 안되네요. 신기술은 이렇게 어려운...
신동엽
16/02/15 16:12
수정 아이콘
경제학을 얕게 배워서 궁금한점만 많네요.
혹시 정책 불확실성과 정책 신뢰성은 상관관계가 있나요? 즉,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 저감정책을 펼칠 때의 희생비율과 연관이 있을지요.

학부 때는 적응적 기대 하에서 정책 신뢰도가 높아야 고통없는 인플레이션 저감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게 실증모델과는 상충하더라구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저물가, 높은 실업률 상태이고, 정책신뢰도가 바닥이니 경기 부양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정책 방향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력가설에서 얘기한 것 처럼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이 되어 인플레이션만 유발할까요.
낭만토토로
16/02/15 16:19
수정 아이콘
정책의 불확실성 자체가 최근에야 계측 (measure)되기 시작한거라 실제로 데이터에서 정책 신뢰성 (사실 이것도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지 명확하게 해야겠지만)과의 관계가 어떨지 모르겠네요. 왠지 불확실성의 반대가 신뢰성이 될 것 같긴 한데..

이론적으로야 일반적으로 정책의 신뢰도가 높아야 정부 정책을 펼쳤을 때의 안좋은 효과를 낮출 수 있긴 한데, 사실 현대 거시에서는 적응적 기대를 안쓰고 합리적기대를 쓰는 것+ 신동엽님께서 말씀하신 실증모델이 어떤 모델인지 잘 모르겠네요.

마지막 질문은 실제로 정책신뢰도가 어떤지 계측해야하는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 (도로 건설 등..)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두꺼비
16/02/15 16:28
수정 아이콘
미국 언론의 경우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 언론의 경우 노무현 정권 후반기에는 "경제 외 이슈"에 대한 파장이 워낙에 커서, 경제 이슈를 잠식해버린 부분도 있을 듯 합니다.
결국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지표일텐데, 외부효과 배제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낭만토토로
16/02/15 16:31
수정 아이콘
네, 저 방법이 당연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계측 및 정의내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현재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16/02/15 16:42
수정 아이콘
국가간, 혹은 권역간 불확실성 상관관계 시계열 분석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겠네요. 물론 저런 narrative approach 기반 지수 생성이, 실제 거시경제정책의 불확실성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따로 빡세게 검증 해봐야 겠지만서도요.
낭만토토로
16/02/15 16:59
수정 아이콘
네, 이분들의 자료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 같아요. 데이터 노가다였겠지만... 훌륭하죠.
유스티스
16/02/15 16:53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시도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2/15 17:38
수정 아이콘
1. 노무현 정부 시기의 거시경제 환경을 조망해보면
초반에 신용카드 대란, 몇몇 대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다소의 성장 부진을 겪는 가운데
또 2003년, 2005년 중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하였으며
후반기에는 전반적인 거시지표가 상당히 개선되면서 끝났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전반에 걸쳐 물가는 안정적이었으며, 수출은 호성적인 가운데 환율은 하락일변도였는바
결국은 성장지표 부진과 부동산가격 안정, 이 두가지가 정책결정권자의 머리를 썩히는 양대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문제 모두 노무현 정부 말이 되면 적어도 초반보다는 훨씬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한편 같은 시기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며 경기부진에 대응하다가
2006년~2007년 중 한동안 금리변경을 시도하지 않다가
마지막 즈음에 주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건 가령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가 감소하여 총생산이 감소한다는 식으로
정책 불확실성->거시지표로의 인과관계를 탐구하는 분야로 이해되는데
사실은 당연하게도 거시지표->정책 불확실성으로의 인과관계도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노무현 정부 초기~후기로 가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정책불확실성이 감소한 것으로 설명될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사실 이렇게 두 변수가 서로 인과관계를 주고받는 일은 아주 흔하게 발견되기 때문에(단적으로 화폐-생산 관계)
경제학계에서 이런 문제를 모를리는 없는 것 같고 추후 연구과제가 되겠지요.


2. 그런가 하면 사실은 본문의 연구가 묘사하는 바와 같은 정책불확실성의 변동이 있었는가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가령 2006년 이래 한국은행이 금리동결을 지속한 건 사실 금리 인상도, 금리 인하도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한국의 여론은 성장지표에 불만이 컸고 또 북핵 쇼크 등 마이너스 요소가 커서 인하 압력이 존재하였으나
부동산 버블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센 가운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개시하여 인상 압력이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오히려 이 상태가 가령 2009년 초처럼 누가 봐도 불황인 것이 명백한(=확장정책이 필요한) 시기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의 그래프를 보면 2006년 대 2009년은 뭐 게임이 안될 정도로 후자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본문의 기초자료가 '언론기사'라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2009년 초엔 경제뉴스가 모든 뉴스를 압도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었으나, 2006년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뉴스가 빅뉴스가 되는 모든 순간이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순간인 건 아닙니다.
말하자면 narrative approach를 통해 건전한 결론을 끌어내려면 불필요한 narrative를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한 셈입니다.
(여기 댓글창엔 주로 이 이슈와 관련된 지적들이 보입니다. 최근엔 점차 경제학계에서 언론기사나 설문조사를 이용한 학술연구방법이 많이 쓰이는 추세니 이와 관련된 방법론적 발전도 뒤따르겠지요.)


3. 제 댓글에선 암묵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란 용어를 주로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사실 본문의 연구에서 말하는 정책 불확실성은 민간주체 입장에서 본 정책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양자 간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양자의 차이에 주목하면 정책당국과 민간주체의 인식차이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시정책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거나 정책당국의 의사소통노력이 필요하다는 접근이 가능해지죠.
이런 점도 최근엔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한국어 문헌으론 한국은행 출입기자가 쓴 "중앙은행의 결정적 한마디"란 책이 보입니다.(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06375)
낭만토토로
16/02/15 17:49
수정 아이콘
먼저 1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네, 당연히 인과관계가 어느쪽이냐는 중요한 이슈지요. 실제로 이쪽 리터레쳐에서 꾸준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 역시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불확실성을 나타내주는 데이터를 쓰고 있느냐와 과연 인과관계냐 아니면 반대의 인과관계 (reversal causality)냐 -특히 Bachmann의 논문들과 Bloom의 반대쪽 페이퍼들 -가 계속 논쟁이 되니까 앞으로도 계속 연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번은 저도 공감하는게, narrative approach가 완벽한 방법이 아니니까 문제가 생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보완해나가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이겠죠. 일단 정책의 불확실성을 연구를 위해 만들어낸 첫번째 스텝을 보고 이후에는 (저는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보완해내기를.. 흐흐
카우카우파이넌스
16/02/15 18:00
수정 아이콘
암튼 피지알 자게는 대체로 경제학의 불모지(?)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관련 글을 자주 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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