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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23 13:48:22
Name 사도세자
Subject [일반] (살인의추억) 그에게 살인은 추억이었다.
요즘 곡성에 대한 해석이 많고 관련글이 많네요.
저는 곡성보다 더 재밌었던, 살인의 추억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살인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살인을 '추억'으로 규정하고 있다.

#1 범인은 비가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사람만 골라 범행을 저지른다. 그리고 두만은 범인이 체모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보아 털이없는 무모증환자로 수사망을 좁힌다.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을 심문하다가, "너 육사 간다 하지 않았냐?" 라고 묻는다.
무모증(대머리)에 육사출신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2 점쟁이에게 부적을 받아 잠복수사를 하던 중 현장에서 용의자를 만나고, 이 인근 공장에서 빨간 팬티를 입은 사람을 붙잡지만 사실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자비한 고문으로 "없는 범인"을 "진짜 범인" 으로 만들어 버린다.
노동자. 빨간 옷을 입은 사람.

영화의 배경이 되는 80년대 말,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그들은 생존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빨갱이'라는 명목하에 철저히 억압당했다.

#3. 시골 형사 두만이 수사를 엉망으로 하자, 서울에서 새로운 형사 태윤이 파견된다. 태윤은 두만과 다르게 폭력과 억압으로 수사를 하지 않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를 하는것 처럼 보이나
영화 말미에는 그저, "저  새끼가 그냥 범인이야" 같은 두만보다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두환이 떠나고 태우가 왔다.

#4. 학생운동을 하던 여학생이 경찰에 성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뉴스를 보던 여성이 "저 경찰은 거시기를 잘라버려야 돼" 라고 말한다.
그말에 흥분한 용구가 난동을 피다 파상풍을 얻어 다리를 자른다.
용구는 항상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
범인을 만드는 방법은 군화를 신고 짓밟는다.
그 '군화'신은 발이 거시기 처럼 잘려나갔다.

#5.어쩌면 그때 잡지못한 범인은, 그 시절 대머리에 육사출신인, 군화를 신은 빨갱이를 싫어 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살인의 추억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그도 결국 잡히지 않았다.

#6. 살인은 비극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이 사람을 죽여댄 그 시절 대한민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그는 그 시절을 자신의 리즈시절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그날의 죽음들은 비극이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추억일수도 있다.


Ps.5월입니다. 민주화운동의 주인공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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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넝숴
16/05/23 14:02
수정 아이콘
5.18추모 주간이 끝나고 새로운 한주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닭장군
16/05/23 14:03
수정 아이콘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 다른 걱정없다

'일해'라 일~
Neanderthal
16/05/23 14:18
수정 아이콘
봉감독이 정말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16/05/23 14:28
수정 아이콘
좋은 해석입니다.
16/05/23 14:32
수정 아이콘
지난달이었나 채널 돌리다가 ocn에서 해주길래 또 봤습니다.

족히 열번은 넘게 본 것 같은데도 지겹지 않더군요.
16/05/23 14:32
수정 아이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이전에 읽었던 유사한 해석본이 떠올라 그것도 찾아서 읽어봤네요.

시간 있으시면 밑의 해석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melt21/140038982804
공허진
16/05/23 14:33
수정 아이콘
영화 살인의 추억 이야기만 나오면 생각나는 제 경험담입니다.
의경으로 서울청에서 복무할때 인쇄담당이었는데 하루는 형사과에서 표지제본만 해달라고 책 시리즈 몇권을 가져왔습니다.
청장님 갖다드려야 한다나...
제목이 '살인사건 백과사전' 대충 이런 이름이었는데...

보통 책 만들어 달라고 가져오면 오탈자 검사하느라(오타 있는거 그냥 인쇄했다가 갈아엎은적이..) 한번씩 다 읽어보는데 100분 1도 못 읽어 본 유일한 책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중간을 폈더니 잘린 손 사진이 덩그러니...(우웨엑)
목차가 사건유형별 분류 토막살인...
몇페이지 보다 덮고 몇페이지 보다 덮고... 사람인지 고깃덩어리인지.... 치정살인 사건은 정말 참혹합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호기심에 화성연쇄살인 부분은 찾아서 그나마 많이 읽어봤는데 얼마뒤 살인의 추억 티비로 보면서 간탄했습니다. 현장사진이랑 영화의 싱크로율이 엄청나더라고요.
음해갈근쉽기
16/05/23 14:39
수정 아이콘
이거랑 비슷한게 예전에 그 봉감독도 읽어봤다는 리뷰도 있었죠

살인의추억 네이버 리뷰1위 글

그 분 생각이 참 기발하더군요

소품하나 대사하나가 개연성있는게 봉감독도 딱히 부정도 긍정도 안했던걸로 크크
16/05/23 14:49
수정 아이콘
이런 해석에 봉감독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생각엔 진짜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거기서
'완벽한 해석이네요. 제가 의도를 모두 찾으셨어요!' 하는게 더 웃긴 그림이니
지금은 너무 철저한 복선에 완벽한 해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크크
마스터충달
16/05/23 18:37
수정 아이콘
그 때 그 시절의 무능과 폭력. 그 놈도 이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이젠 옛날일, 속편하게 추억이라 불러야 마땅한, 풍화되어 먼지가 되었어야 마땅한 일들이 망령처럼 아직도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니... 말 그대로 그 놈이 살아 숨쉬고 있으니...
16/05/23 20:46
수정 아이콘
개구리 소년들이랑 이사건은 범인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긴 올까요? 가족들은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지만요. 범인이라도 알면 좋겠어요.
영원한우방
16/05/24 00:30
수정 아이콘
전 경찰서에서 성폭행범이랑 피해자 오빠 구별하는 퀴즈가 아직도 미스테리...생각난 김에 찾아봐야겠네요.
앓아누워
16/05/24 13:26
수정 아이콘
그거 맥거핀 아닌가요?
영원한우방
16/05/25 01:30
수정 아이콘
맥거핀이란 걸 처음 알았네요. 왠지 허무한데...이런 게 맥거핀 효과가 제대로 난 거겠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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