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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15 04:05:54
Name 마제스티
Subject [일반] 타인을 위해 배려한 적이 있습니까?

은행인지 어디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자소서를 쓰다가 본 항목이다.

"타인을 위해 배려한 적이 있습니까?"

음... 생각해보니 잘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써야하는데 거짓말을 할 수도없고... 그래도 설마 배려한 적이 한번도 없을까??

계속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행히도 남을 위해 배려한 적이 그럭저럭 있었다.

동아리 연합 행사를 할 때 집부로서 행사 후 뒷풀이를 위해 음식과 술을 미리 준비해 놓고 서빙한 적도 있었고,

같이 살던 기숙사 룸메이트를 위해서 옷을 빌려준 적도 있고, 아는 사람이 돈 빌려주라고 했을 때 소액이라 빌려준 적도 있고,

대학교 동생을 위해 수강신청 시즌에 학점 잘 주는 과목을 추천해주고 책도 빌려준 적이 있었다.

또 친한 동생에게 노트북도 하나 빌려줬었다(당시 노트북이 2개 였다,)

생각해보니 위에 적혀 있는 것들은 불특정 다수 이거나, 남자를 배려해준 것이였다.

여자를 배려해준 적은 없었나?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무뚝뚝하고 재미 없는 사람이라 여자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하나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게 배려일까? 정말 사소한 일인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날은 비가 왔다. 아니 비라기도 애매한 물방울 조금 떨어지는 정도?? 나보다 4살 어린 여자 후배와 같이 기숙사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 여자 후배는  물방울 조금 떨어지는 것을 맞기 싫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게시판 앞에 숨어서 비를 피하려고 했다.

'여자는 남자랑 다르구나 나같으면 태풍이 쳐도 그냥 맞고 뛰어 갔을텐데,,,'  그 여자애는 비를 맞기가 싫어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아니 ... 기숙사가 바로 앞인데 택시를 잡나... '  나는 개인적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기숙사 방에 우산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빨리 뛰어가서 우산을 가져와서 여자후배에게 건네 줬다. 여자애는 내가 준 우산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우산을 건네 줬을때 여자애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나는 도움을 줘서 기뻤고,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면 배려심이 맞겠지??   게다가 우산이 5천원이나 했으니까..

그러다가  그 여자후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여자후배랑 나랑은 처음에는 그냥 무난한 사이였다. 웃으면서 인사하고 지나가고, 서로 아는 오빠동생정도...

나는 그 정도 사이면 만족했다.

하지만 어떤 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고 나랑 그 친구는 서로 아는 척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떄 내가 한번 참았으면  안 좋은 소리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무난했을텐데.. 라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 친구가 싫어서 뭐라한 것은 아니였다 섭섭하고 서운해서 그랬던 것이다.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보면 엄청 미워히고 있을 것 같다. 한번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자기 친구들 하고

모른 척하고 지나간 적이 있으니까... 나도 마주쳤을 때 아는 척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가 미웠던 것이지 싫은 것은 아니였다.

아마도 그 친구하고 나하고 만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솔직히 그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그 친구가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가 너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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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Joe
16/06/15 05:19
수정 아이콘
전 개강파티때 1차 마치고 2차 하러 다들 옆건물로 이동할 때, 우산이 없어서 곤란해하는 여학생에게 우산을 빌려준 적 있습니다.
전 그 학생이 2차 가는 줄 알고 '옆 건물 도착하면 돌려주세요' 라는 의미로 빌려준거였는데, 그 학생은 그냥 1차 끝나고 사라졌더군요-_-
결국 원래라면 집까지 걸어가는 걸 택시타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T.T
상자하나
16/06/15 05:28
수정 아이콘
배려를 해줬는데 권리인 줄 아는 경우가 생긱다 보니 배려심이 없어졌습니다. 제 인내심이 배려심보다 작은게 첫번째 이유고, 배려하고 살만큼 여유롭지 못한 삶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대학교 2003년 늦여름 관악산 입구 밤 11시반 경 여자가 남자한테 당하는 경우를 목격하고 말렸습니다. 법을 전혀 모를때라 제 행동이 용감한 시민상 받을 줄 알았는데, 쌍방으로 처리되고 합의 봤습니다. 그 여성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밴드부에 있으면서 키보드를 자주 들어줬습니다. 사실 보컬이 아니고 서서서브 보컬이여서 할 일도 없었고, 키보드에 비해 연주자는 너무 갸날펐습니다. 하지만 서서서브 보컬답게 할 일이 없을 뿐더러 허리를 좀 다쳐서 안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키보드 운반을 안해줬다고 혼나고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스피커운반을 안도와줬다고 혼나면 이해나 하지, 키보드를 안들어줬다고 혼나야 하다니... 그 뒤로는 딱 남들 만큼만 도와줬습니다.

왕따가 있던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자주 안나가던 저는 은따(?) 였습니다. 그래도 공부는 잘했기에 학교에서 크게 터치는 없었고, 적어도 저는 리니지를 했으니깐 학교에 같은 혈 친구들은 있었습니다. 왕따당하던 애를 잘 몰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애와도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일련의 사고들이 터졌고, 그 애 부모님이 괴롭히던 애들보다 저한테 뭐라고 하는 거에 짜증났습니다. 나도 같은 학생인데 내가 뭘 어떻게 말려;; 좀 같이 지냈다고 해도 한학기인데 똥오줌까지 다 가려줄 수는 없잖아요 아줌마.
마음속의빛
16/06/15 05:52
수정 아이콘
자주 있습니다. 특히 운전할 때, 상대가 차선 이동을 하려고 하면 기다려준다는 식으로(하지만 내가 차선 이동하려고 깜빡이를 켜면 다른 차들은 얄짤없이 속도를 올려 제 차선이동을 못하게 막더군요. 엉엉...)

엘레베이터를 탈 때, 누군가 타려는 사람이 보이면, 엘레베이터 문을 잡아둔다거나... 배려가 일상화되어 손해 많이 보는 타입이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습관화된 배려...
Around30
16/06/15 07:36
수정 아이콘
대학교 에피소드로 적어주신 부분들이 은근히 재밌네요.

배려는 습관이라 봅니다.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저도 어느새 사소한 것들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하철 탈때 모든 이가 다 내린후 타기, 엘리베이터 문잡아주기, 누군가 잡아준다면 감사인사하기, 깜빡이킨 차가 있으면 양보해주기, 등등
일본인 대다수가 습관이 베어있는 것들인데 이건 그들의 본성이 착하다기보다는 그냥 사회의 암묵적룰이 되어 아무런 의식없이 하게되는 행동들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러한 룰에 찬성합니다. 문잡아주고 양보해주고 이런걸로 내 하루의 정말 짧은 몇분이 지연될 수는 있습니다만, 이러한 배려를 안함으로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들(깜빡이 켜도 안비켜줌, 지하철 내리기전에 탐으로 어깨끼리 부딪히는 등등) 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기에 사회적 다수가 동의하는 배려의 득은 실보다 훨씬크다고 봅니다.
마음속의빛
16/06/15 10:01
수정 아이콘
음.. 습관화된 배려라고 적었는데, 바로 밑에 배려는 습관이라는 글이 보이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드네요.

한국에서는 제 주변에 상당수가 이런 배려를 안 하고 살다보니, 왠지 저만 손해보는 느낌이라 습관적으로 배려하면서도
'좀 불편해도 이게 나아. 잘 했어.' 라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는데....(특히 운전할 때, 차선 이동하는 걸 못하게 끼어드는 차를 보면)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하는 건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차라리 일본처럼 대다수가 행하면 미덕이라 생각할텐데....
페스티
16/06/15 09:57
수정 아이콘
하루에도 몇번씩 숨쉬는 것처럼 이뤄지는게 배려해주고 배려받는거라.. 기억에 남는 배려나 시비라면 그 행위보다 행위 당사자가 인상에 남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16/06/15 17:32
수정 아이콘
공감되네요.
패스파인더
16/06/15 19:34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서 가끔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사연을 구구절절 써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익명의 게시판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댓글에는 전부 보냈다는 내용의 낚시글만 가득하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돈을 보내준 적이 몇번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연만큼 바뻐서 그랬을까요, 핸드폰 번호를 써놓아도 감사의 전화 한 통 없고
심지어 대댓글조차 안 다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제가 순수(?)했던걸까요?

몇번 겪은 뒤로는 이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이!경운기
16/06/15 20:14
수정 아이콘
착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급전이 필요한 일도 거의 없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경우도 드물죠.
제 주변에서 보면, 계획성없고 한탕주의 노리는 사람들이 내가 여기서 끝이 아닌데
한 번만 도와주면 안되나.. 이번 급한 불만 꺼주면 안되겠니..
식으로 말하더군요.

인터넷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는 이런게 더 심하겠죠.
세상에 이상한 사람 많습니다.

좋은 일하고 마음 상하셨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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