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피지알에 비슷한 내용을 썼다가 지웠는데 홍차넷에 더 보충해서 작성했던 글을 더욱 보충해보았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
아메리카대륙은 아시아, 아프리카와 달리 유럽인들에게 쉽게 점령됩니다. (당시 아메리카의 인구밀도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아메리카인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이 도달하기 전에 아메리카 곳곳에 널리 퍼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는 면역이 없는 병원균 (간염, 유행성 감기, 발진티푸스,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홍역, 볼거리, 천연두) 을 유럽인들이 가지고 와서 (유럽인들이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생물학적 공격을 한거죠.) 신대륙원주민에게 퍼트려져 거의 두 세대만에 대다수 아메리카 원주민이 ( 90%이상 인구가 감소) 죽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병에 대한 강점을 가진 유럽인들은 인구가 줄어버린 아메리카를 쉽게 점령하고 불과 두세기만에 유럽문화를 아메리카대륙에 이식하게 됩니다.
사실 아메리카대륙에 이주한 원주민들은 시베리안에 살던 사람들의 후손으로 베링해협과 알래스카 등의 추운 지역을 넘어오면서 많은 질병을 잃어버렸고 가축을 많이 기르지 않아서 유행성 질병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청정한 지역에 살았던 아메리카원주민들은 수많은 질병에 오염되고 단련된 유럽인들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던거죠.
그와 달리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똑같이 유럽인들의 침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질병에 적응되어 있었고 심지어 자신들의 질병을 유럽인들에게 전파시키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유럽인들에게 정복되지 않고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유럽과 연결되어 있어 평소에도 교류 뿐만 아니라 질병 또한 상시적으로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물학적 공격은 잘 안먹혔습니다. 역으로 몽골초원에서 시작된 걸로 예상되는 페스트가 흑해와 이탈리아를 거쳐 전 유럽에 퍼져 유럽인구의 1/3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퍼트린 질병 중 가장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게 천연두입니다. 지난 번 글에서도 나와 있는 것 처럼 "흑인 최초 근대 독립국 아이티
https://pgr21.com./?b=8&n=65470" 유럽인들이 천연두를 유행시키며 아메리카를 정복하던 시기에 유럽인과 아메리카원주민 모두 신이 유럽인 편이라 생각했고 많은 원주민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바램과 달리 개종한 원주민들 또한 천연두로 죽어가게 됩니다.
천연두는 베리올라바이러스 (Variola virus) 라는 것에 의해서 전염됩니다. 역시 항생제가 이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항생제가 직접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하니 바이러스질환은 치료보다는 백신으로 예방을 해야합니다.
천연두는 인간 이외에 다른 것을 숙주로 삼지 않는 바이러스입니다. 특히 갓난아이들을 먼저 감염시켜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일으킵니다. 천연두의 고향은 아프리카 동쪽으로 예상되고 이집트를 통해 전세계에 퍼졌으며 스파르타와 전쟁 중 역병으로 파멸되는 아테네 또한 그 역병이 천연두로 여겨집니다. 이때 그 유명한 아테네의 페리클레스가 이병으로 사망합니다. 그 후 유럽과 아시아에는 천연두가 풍토병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천연두에 걸리면 열, 두통, 발질 그리고 농포가 생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죽지만 ( 치사율 30~90% ) 살아남는 사람들은 농포자국이 딱지를 만들고 떨어져 자국이 남고 일명 곰보가 되죠. 세종대왕의 초상화 중에 곰보자국이 있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세종대왕도 천연두에 걸렸으나 다행스럽게 살아남으셔서 한글도 만들고 당시 관료들도 괴롭히면서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천연두에 대해서 전통적으로 효과적인 예방책이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천연두 딱지를 가루로 빻아 인간 콧속에 주입하여 면역을 얻게 했고 (50명중 1명은 사망한다고 합니다.) 인도, 아프리카, 터키 등에서는 피부의 상처 속에 천연두 딱지가루나 고름을 직접 주입하여 면역을 얻게 했습니다. 좀 살벌하죠. 질병자체의 치사율이 아닌 예방접종으로만도 치사율이 2%인 무시무시한 방법입니다.
이런 위험한 백신을 대신해 1796년 제너가 천연두바이러스와 비슷하지만 인간에게 무해한 우두바이러스를 접종하면 천연두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방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죠. 그 후 꾸준히 예방접종을 늘렸고 1977년도에 완전 박멸하게 됩니다 우두와 천연두는 유사한 바이러스로 바이러스 표면단백질 중 일부, 즉 항원들 중 일부가 유사합니다. 인간에게 무해한 우두를 접종하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우두에 대한 항체를 얻게되고 그 후 우두에 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우두에 대한 항체로 인해 천연두도 막을 수 있게 되는 이치입니다. 예상과 달리 우두 바이러스는 인간 천연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설치류에서 기원한 rodent-borne variola-like virus 로부터 인간 천연두 바이러스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두바이러스와 천연두 바이러스는 더 먼 조상이 같지 않을까 합니다. 우두바이러스가 좀 특별한 경우이고 실제 요즘 만드는 백신들은 대상 바이러스의 항원이 되는 DNA나 RNA 또는 표면단백질들만 쪼개서 바이러스로서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항원으로써만 기능하도록 설계해서 만든 것들입니다.
원래 천연두 자체 바이러스도 치명적인 증상을 견딜 수 있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항체가 생길 수 있으나 그 전에 그 숙주가 사망해서 위험한 겁니다. 많은 전염질환 등이 과거에 비해 치사율이 내려갈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가 의료시스템의 향상도 있지만 개인 영양수준이 높아져서 어느정도 질병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항체가 생기는 사람들이 많아 치사율이 내려갔습니다.
아무튼 현재 새로 태어난 애들은 거의 천연두백신을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연두가 다시 퍼지면 파멸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 무서운 천연두바이러스를 여전히 대량으로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나라가 있죠. 미국과 러시아입니다. 생물학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수많은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이를 비난하고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이고 쉽게 백신으로 박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메르스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라서 바이러스 증식이나 복제시 변이할 확률이 DNA 바이러스에 비해 1,000~10,000 배 이상 높아 항원으로 인식하는 표면 단백질이 너무나도 쉽게 변이 됩니다. 그래서 RNA 바이러스 계열은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고 할 만큼 변이가 심해 백신 만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RNA 보다 DNA가 더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RNA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질환은 한번 걸려서 완쾌되어 면역을 얻더라도 다른 시기에 유행하는 경우 거의 변이된 바이러스라서 다시 감염되면 증상이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다른 감기바이러스에 의해 감기를 앓게 되고 독감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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