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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08 02:29:59
Name Sarada
Subject [일반] 한비자의 고사들(삼인성호 외)
아래에 한비자의 망국론 글을 보고 나니 예전에 한비자에서 읽었던 재미있는 고사들이 생각나서 한번 글 써봅니다. 출처는 한비자이고 저도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을 기억을 떠올려서 다시 쓴 거라 세부적인 내용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별도의 해설이나 감상은 쓰지 않았습니다. 각자 알아서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합니다.


한 왕이 있었다. 주변에 간신들의 말에 항상 혹해서 죄없는 충신들을 잡아 죽이기를 반복하니,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도 전쟁터로 나가려는 장수가 없었다. 왕이 한 장수를 불러 전쟁터에 나가주기를 청했다. 장수가 말했다.
“제가 전쟁터에 나가고 나면 또 간신들이 저를 모함하여 죽이려 할 것이니 제가 어찌 나갈 수가 있겠습니까?”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내 약속한다.”
그러자 장수가 물었다.
“저하, 만약 이 자리에 한 사람이 와서 도성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겠다.”
“또 한사람이 와서 도성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겠다.”
“세번째 사람이 와서 시내에 정말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믿겠다.”
“저하, 도성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세명이 와서 이야기를 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냅니다. 제가 전쟁터로 떠나고 나면 세명이 아니라 30명, 300명이 와서 저를 죽이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를 믿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꼭 믿겠다. 그대를 반드시 믿겠다.”
장수는 전쟁터로 떠났고, 이후에 왕은 아니나 다를까 간신들의 모함을 듣고 장수를 죽이고야 말았다.

위의 이야기에는 다른 버전도 있다. 다른 버전에서는 장수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

“하루는 제가 집을 비운 사이, 한사람이 저희 어머니에게 와서 당신 아들이 살인을 했으니 어서 도망치라고 말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우리 아들이 그럴리가 없다라고 하시며 태연히 집에서 바느질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당신 아들이 살인을 했으니 어서 도망치라고 말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우리 아들이 그럴리가 없다라고 하시며 바느질을 계속 하셨습니다. 세번째 사람이 와서 당신 아들이 살인을 했다고 말하자, 저희 어머니께서는 하던 바느질을 집어던지고 창문으로 달아나셨습니다. 저하께서 저를 아끼신다 한들 저희 어머니가 저를 아끼는 것만큼은 아닐 것이고, 저하께 저를 모함하는 간신들은 3명이 아니라, 30명, 300명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를 믿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왕은 장수를 믿겠다고 거듭 다짐을 하였으나, 장수가 전쟁터로 떠나고 난 뒤에는 간신들의 모함에 넘어가 장수를 죽이고야 말았다.


감옥에 갇혀 있던 두 남자가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하여 옆 나라로 도망치기로 하였다. 한명은 부유한 집안의 잘생긴 귀공자였고, 다른 한명은 천한 신분의 못생긴 천민이었다. 공자가 말했다.
“내가 마침 좋은 비단옷을 입고 있으니, 내가 귀족 집안의 도련님이고 당신의 나의 하인인 것처럼 위장해서 도망칩시다.”
천민이 말했다.
“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날 가뭄이 들어 큰 뱀과 작은 뱀이 말라버린 호수를 버리고 옆의 호수로 이동하려고 하였습니다. 작은 뱀이 말하기를 우리가 그냥 기어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돌로 쳐죽일 것이다. 그러니 당신 위에 내가 올라타고 기어가면 사람들은 우리를 본 적이 없던 진귀한 영물로 여기고 우리를 무사히 보내줄 것이다. 라고 하여 무사히 옆의 호수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평범한 것보다는 기이하고 흔히 볼 수 없는 것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당신은 딱 보기에도 귀공자처럼 생겼고, 나는 천한 하인처럼 생겼으니 당신이 귀공자 행세를 하고 내가 하인 행세를 하면 사람들은 평범한 백석의 귀공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귀공자 행세를 하고 당신이 내 하인 행세를 한다면 사람들은 저런 하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흔히 볼 수 없는 만석, 십만석의 귀공자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천민이 제안한 방법으로 둘을 무사히 국경을 통과해서 이웃나라로 도망칠 수 있었다.


하루는 어느 왕이 수행원들을 이끌고 사슴사냥을 나갔다. 어미 사슴을 활로 쏘아 잡고, 어린 새끼 사슴은 산채로 사로잡아 궁궐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궁궐로 돌아와보니 수행무사 중 한명이 어린 새끼 사슴을 불쌍히 여겨 왕의 명령도 없이 새끼 사슴을 풀어주고 난 뒤였다. 당연히 그 수행무사는 해고되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왕의 어린 아들이 자라서 최근거리에서 경호할 무사가 필요해졌다. 왕은 예전에 해고되었던 무사를 찾아내어 아들의 경호원을 맡겼다. 옆에 있던 신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자는 왕명을 거역하고 함부로 행동했던 자입니다. 어찌 이런 중요한 직책을 맡기십니까?”
왕이 대답했다.
“새끼사슴조차도 불쌍히 여겼던 자이다. 내 아들에게도 차마 악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졸렬한 진심이 교묘한 술책보다 낫다고 하였다.


한 왕이 도성 건축공사를 크게 벌이느라 온 나라의 백성들이 고통스러워 했다. 많은 신하들이 만류하려 하였으나 왕은 간언하는 신하를 족족 죽여버리고 건축공사에 대해서 간언하는 자는 모두 죽이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신하가 알현을 청했다. 왕이 말했다.
“또 건축공사에 대해서 간언한다면 죽일 것이다.”
“저는 딱 한마디만 드리려고 하옵니다.”
간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마디만 한다고 하니 왕이 호기심이 일어 말을 할 것을 허락했다. 그러자 신하는 큰 소리로 ‘해설어(바다의 큰 고기)’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왕이 다시 신하를 불러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기를 청하자 신하는 간언을 하면 죽이겠다는 명이 있었으니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왕은 사과하며 부디 말의 뜻을 알려주기를 청했다. 신하가 말했다.
“바다 속을 노니는 큰 물고기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가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지내며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그때에는 작은 낚시칼 하나로도 요리감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저하께서는 안전을 위하여 도성 공사를 하나 진정으로 저하를 지키는 것은 이 나라의 백성들입니다. 백성들이 저하를 따른다면 저하는 물속에 있는 물고기처럼 안전할 것이고, 백성들의 마음이 저하를 떠난다면 그때는 물밖에 나온 물고기 같은 신세가 될 터이니 저런 성벽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왕은 크게 깨닫고 성벽을 모두 허물어 버리게 하였다.


한 고위 관료가 있었다. 그는 생선을 몹시 좋아했다. 하루는 그가 생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한 상인이 그에게 생선을 선물로 보냈다. 그러자 그는 화를 내며 그 생선을 바로 돌려보내게 했다. 그의 동생이 형에게 물었다.
“형님께서는 생선을 좋아하시면서 왜 선물을 받지 않으십니까?”
형이 대답했다.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다. 저런 뇌물을 받았다가 이 자리에서 파직당하면 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사 먹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저자가 나를 위해주는 것보다 내가 나를 위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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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8 02:40
수정 아이콘
[저런 뇌물을 받았다가 이 자리에서 파직당하면 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사 먹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현명한 자가 있었다니! 그렇죠 오랫동안 맛있는 생선을 먹으려면 청렴해야 하는 겁니다.
엘케인82
16/11/08 07:42
수정 아이콘
이 세상 모든 오덕군자가 금과옥조로 여겨야할 문구입니다
담배피는씨
16/11/08 07:59
수정 아이콘
역시 가장 싸게 먹는 방법은 내 돈 내고 사먹는거죠
-안군-
16/11/08 11:16
수정 아이콘
역시 생선보다는 육고기죠.
16/11/08 12:01
수정 아이콘
물론 음식의 제왕은 발 달린 짐승이죠!!
제랄드
16/11/08 09:3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마지막 문단은 '생선'을 '치킨'으로 치환하니 확 와닿는군요.
8년째도피중
16/11/08 15:58
수정 아이콘
그냥 좋은 고사에서 두고두고 귀감이 될 명언으로 재탄생(?)하네요.
포도씨
16/11/08 10:35
수정 아이콘
성벽을 허무는 과정에 수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하루에도 수 십구의 시체들이 즐비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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