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 만난 이후로 주말 내내 문자 안 보내다가 어제 저녁에 간단히 안부 물을 겸 누나가 아니라 '~씨, 잘 지냈어요?'
이렇게 보냈는데 갑자기 누나에게 씨가 뭐냐고 하면서 너랑 나랑 누나 동생 사이라고 선 그었다네요. 그러면서 영화도 보지 말고 그냥 내가 과외비 줄테니까 선생님만 해달라고 얘기하네요.

저는 그래서 몇십분 있다가 전에 누나가 저보고 편하게 생각하면 말 놔도 된다고 그래서 그랬는데 ~씨라고 부른 게 그렇게 기분 나빴냐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은 나에게 너는 아는 누나에게 ~씨라고 부르냐고 그러네요. 그래서 저는 친한 누나에게는 말 놓기도 한다고 그런다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자기는 친한 남동생들 많은데 다 누나라고 불러서 이상하게 생각했다네요.

그래서 내가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는데 그랬더니 자기도 작업 거는 줄 알았다면서 미안하다고 그러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시간 끌어봤자 결국 하게 될 거라서 솔직히 말했어요. '저 솔직히 누나 좋아하는 마음 있어요. 어차피 누나도 이미 눈치 챘을 거 같아서' 이렇게 말했더니 그 누나는 나에게 '누나로 좋아해 그럼.~~ 나는 솔직히 내가 좀 특이해서 상대방도 특이하면 안되ㅠ' 이렇게 저에게 그러더니 제가 '그럼 지금은 아니더라도 기회를 천천히 줄 수 있어요? 제가 남자다운 모습 보여주고 리드할게요~~' 이렇게 말했고 그 분은 '안돼. 나는 특이한 사람은 컨트라인디케이션이야. 내가 특이해서 안 된단다ㅠㅠ. 둘 다 특이하면 큰일나' 이렇게 저에게 받아치내요. 전 안 특이하고 평범하다고 그랬더니 그 누나는 자꾸 제가 특이하다고 그래서 도대체 뭐가 특이하냐고 제가 그랬죠. 배려심이 부족하냐, 웃는 게 어색하냐, 이기적이냐, 아니면 눈치가 없어서 특이한 거냐고 그랬더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나길 특이한 거라고 그러네요. 눈치는 너 빠르다고. 그냥 그 분은 나에게 '나는 마음 비웠는데 너는 너 자체를 좋아해줄 사람 만나' 이렇게 그러네요. 그분이 나에게 너 나쁜 애 아니고 착하고 똑똑하고 눈치 빠른데 그래도 특이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했네요.

저는 솔직하게 그럼 제가 누나에게 마음 있는 거 언제 눈치챘냐고 물어봤더니 첫번째 만나서 밥 먹기 전에 이미 눈치 챘다고 그러네요. 처음 학회에서 알게 됬을 때 말 걸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고 그렇게 했을 때 다 느꼈다고. 주위 사람 한 두명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래서 내가 누나에게 그럼 그 주위 사람들이 누나에게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 하거나 그래서 싫은 거냐고 했더니 그건 절대 아니고 그냥 자기가 느낄 때 특이하니까 안 된다고 그러네요. 내가 그 동안 실수하거나 집착하거나 민망하게 한 거 있었냐고 말했더니 없었다고 그러네요

저는 특이하다고 말 들은 게 엄청 기분이 나빠서 뭐라고 그 사람에게 말했더니 누나에게 가르쳐 주기로 한 거 가르쳐 줄거냐 말 거냐 결정하라네요. 자기는 친한 누나는 되줄 수 있으니 여자친구는 따로 만들고 심심할 때나 고민 있을 때 상담해 줄 수 있다고 그건 약속 가능하다고 굉장히 발뺌을 했어요. 그 누나는 이미 학회때 알게 되었을 때부터 다 눈치 챘는데 지금까지 주욱 지켜봤다고 나에게 그러고 내가 그분한테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나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봤더니 만나는 사람은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고 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그 분은 나에게 자꾸 누나동생 하자고 그러는데

저는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하루이틀 생각하고 답장 준다고 그분한테 말했고 아직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그냥 무조건 접는 것 밖에 없을지, 아니면 못 접겠다면 여기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결국 며칠 전에 물어본 1,2,3 중에 2번이었네요.

그리고 어차피 시간 끌어봤자 결국 마음 드러내야 했을 텐데 여기서 일단 마음 표현한 거에 대해서는 후회 없네요. 그 사람이 이미 눈치 오래전부터 챘는데 성급한 것도 전혀 아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