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1/04 14:41:40
Name 시드마이어
Link #1 https://brunch.co.kr/@skykamja24/189
Subject [일반]  레이달리오의 '원칙'
참고: 브런치에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어제 영화를 보러갔다. 재밌을 것을 기대했지만, 재미는 없었고 아침드라마 같은 전개를 보며 괴로움마저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한 생각은 한가지였다.

"내 브런치 독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집에 오는 길에도 영화의 모순된 시퀀스와 필요없는 감정선, 논리의 부족함 등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제대로 깔 준비를 했다. 또한 나만 이상한 소리를 하면 안되기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찾아봤다. 아뿔사. 대부분의 평가는 못해도 70점은 되는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15점인데... 이걸 어쩐다.

아침에 교회로 뚜벅뚜벅 걸어가며 고민해보았다. 그러던 중 레이 달리오의 책 '원칙'이 기억났다.

V8yiR0irDoSe15mQosKcC2QpOT4.jpg

그는 책에서 "모든 일에 2차, 3차 결과를 생각하라."고 했다.

생각해보았다. 영화에 대한 비판을 쓰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아마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의 댓글을 받겠지. 또한 반대하는 사람의 댓글도 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또 댓글을 단다. 댓글을 달기 위해선 영화를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한다. 그럼 다시 나는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결국 아무런 득이 없다.

설령 내 주장이 제갈량의 출사표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동하게 할찌라도 내가 얻을건 무엇일까? 관심. 그리고 영화보려던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는 점. 그 뿐이겠지.

생각은 조금 더 나아가 내 삶을 돌아보게했다. 내가 하는 일의 2차, 3차 결과 중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게 뭐가 있을까? 누워서 트위치를 보는건 나를 어떻게 바꿨지? 할 일 없이 유명 연예인 근황이나 찾아보는 건 내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2차, 3차, 4차, 5차, 6차 결과를 보아도 덕이 되는 부분은... 답할 수 없었다.

여전히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히는 롤에는 자주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스노우볼이다. 초반에 양팀은 거의 균등한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균형은 곧 깨진다. 1킬은 2킬이 되고, 2킬은 3킬,4킬로 이어진다. 결국 스노우볼이 굴러굴러 승패를 가르는 것이다.

레이달리오의 '원칙'에서 말한 2차, 3차 결과를 생각하라는 뜻은 모든 일의 스노우볼을 생각하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작은 행동들이 원인이 되서, 작은 결과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꾸기 힘든 인생의 현실을 만들곤 한다.

한 사람을 루리웹에서 검색할 일이 있었다. 누구인지 말할 순 없지만 그는 2300일동안 루리웹에 출석했다. 하루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1시간 간격으로 글을 올린다. 정치, 사회, 게임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소견을 매일같이 쏟아낸다. 그는 그것을 통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그가 꿈꾸는 2차, 3차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그러고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서 글을 쓴걸까.

왜 책을 소개한걸까.

왜 유저를 비판한걸까.

왜 영화를 비판한걸까.


2차, 3차 결과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 와중에도 나는 결과를 생각하지 못한다. 어쩌면 바보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이런 뻘글말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글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자. 그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나는 아직까지 뻘글을 쓴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짓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11/04 15:35
수정 아이콘
투자의 원칙이 궁금해서 샀다가 인생의 원칙까지 읽고 지쳐서 정작 투자의 원칙은 못 읽은 책이군요크크
시드마이어
18/11/05 20:40
수정 아이콘
저는 소개 영상을 다보고 나서 산거라 속진 않았습니다. 투자에도 적용할 부분이 있기도 한것 같구요. :)
절름발이이리
18/11/04 16:17
수정 아이콘
압도적인 책이죠.
세오유즈키
18/11/04 16:31
수정 아이콘
닉땜에 문명 생각밖에 안 나네요.크크
난이도8깨기 너무어렵습니다
시드마이어
18/11/05 20:39
수정 아이콘
저도 문명 신난이도 잘 못깹니다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759 [일반] 산업위생공학 이야기.. [14] rectum aqua5459 18/11/04 5459 12
78758 [일반] 짧은 썸이 끝났네요. [169] 제발조용히하세요20443 18/11/04 20443 10
78757 [일반] 교통공학 이야기 - 4. 교통사고 연구의 어려움 [21] 루트에리노6215 18/11/04 6215 11
78756 [일반] 이번 강제징용 배상 판결문의 한일기본조약 관련 부분. [20] 불똥6528 18/11/04 6528 1
78755 [일반]  레이달리오의 '원칙' [5] 시드마이어6320 18/11/04 6320 1
78754 [일반]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120] Danial11303 18/11/04 11303 20
78752 [일반] 오래 좋아했던 사람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86] 루카쿠12944 18/11/04 12944 42
78751 [일반] 병원일기 2일차 [13] 글곰6063 18/11/04 6063 2
78750 [일반] 고대사서에 '근화'는 과연 오늘날의 무궁화일까요? [25] 물속에잠긴용5757 18/11/04 5757 0
78749 [일반] 편지 [9] 삭제됨4074 18/11/04 4074 12
78748 [일반] [토요일 밤, 좋은 음악 하나]Travis scott-SICKO MODE [7] Roger3280 18/11/03 3280 2
78747 [일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72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고 합니다. [174] 홍승식18860 18/11/03 18860 37
78746 [일반] <완벽한 타인> - 많이 잘했으나, 딱 하나 아쉽다 [35] 마스터충달9891 18/11/03 9891 12
78745 [일반] 성평등 지수가 높을수록 이공계에 여성 비율은 줄어든다?(추가) [104] BurnRubber15239 18/11/03 15239 14
78744 [일반] 병원일기 1일차 [15] 글곰8328 18/11/03 8328 9
78743 [일반] 고대 중국 문화와 사상의 중심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수도 임치 [13] 신불해11290 18/11/03 11290 27
78742 [일반] [뉴스 모음] No.208. 신뢰도 1위는 대통령, 2위는 모름/무응답, 꼴찌는 국회 외 [24] The xian10880 18/11/03 10880 34
78740 [일반] 만취 주민 다짜고짜 '무자비 폭행'…70대 경비원 뇌사 [124] 보라도리15815 18/11/02 15815 6
78739 [일반] 장기하와 얼굴들이 마지막 앨범을 냈네요. [16] 네오바람12010 18/11/02 12010 0
78738 [일반] 자취하면서 유용했던 물건들 공유하는 글 [53] CoMbI COLa13016 18/11/02 13016 2
78737 [일반] 사립유치원을 사업체로 생각한다면? [403] 코지코지19196 18/11/02 19196 8
78736 [일반] 몇 년간의 연합사 관련 뉴스를 보며 느끼는 것 [7] Danial8146 18/11/02 8146 3
78735 [일반] 평화롭게 길을 가던 누군가가 차에 치인 이야기 [37] 글곰9121 18/11/02 9121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