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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19 10:31:27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에 끝난 것일까?

1914년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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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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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동맹국과 연맹 서유럽은 4년간의 살육전을 멈추고 정전에 합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교과서는 세계대전의 종전일 이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프랑스 영국 독일 그리고 미국은 싸움을 멈추고,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됩니다. 그런데 과연 전쟁은 그때 끝난 것일까요?




승전국들은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을 종식시키고 위대한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며 자화자찬하면서 자기들의 구상에 따라 세계질서를 재편했고, 윌슨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한 곳(A world safe for democracy)"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저서들에 따르면 오히려 바로 그때 진정한 폭력의 시대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베르사유 조약의 졸속처리 과정, 그리고 그동안 동유럽과 중동에 일종의 "질서"를 제공했었던 합스부르크 제국, 호헨촐레른 제국, 로마노프 제국,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해당 지역은 모두 "권력의 공백" 상태가 되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그런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1918년부터 1938년까지 전간기라고 배우는데,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의 상황을 보면 끊임없는 전쟁과 내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 엄청난 규모의 내전을 치렀으며, 이 내전은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개입하면서 거의 국제전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혹자는 냉전의 씨앗은 바로 이떄 잉태되었다고 합니다. 미영프가 소련의 탄생을 무력으로 진압하고자 하자, 신생국가 소련은 당연 서방세계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죠. 




다른 한편 오스만제국의 시체를 약탈하고자 했던 발칸국가들이 있었고, 특히 그리스는 과대망상적인 이데아(Megali Idea)로 오스만제국의 후신이 될 훗날 터키와 전쟁을 벌이고 심지어 아나톨리아까지 진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인들은 무슬림을 학살하고 반대로 터키인들은 그리스인(+정교회 기독교도)들을 학살합니다. 특히 스미르나라는 도시는 원래 수백년동안 무슬림과 기독교가 공존하던 도시였지만, 그리스-터키 전쟁을 계기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도살장으로 변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시체에서 탄생한 신생국가들은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학살극을 벌였으며, 루마니아는 제국의 지배계급이었던 헝가리가 더 이상 "제국"이 아니게 되자, 전쟁을 선포하고 헝가리 영토인 트란실바니아를 정복하고자 했습니다.




다른 한편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무한테나 아무 약속을 남발한 영국은 오늘날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동의 갈등을 만들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 국가의 탄생을 약속하고, 아랍인들에게는 아랍인들의 국가를 약속하였고, 이집트에게는 독립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도 실제로 이루어진 건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공허한 메아리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자기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 약속을 쟁취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중동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는 학살이 반복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인들도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식민지배자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고 독립국을 수립하나 스페인-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철저히 진압당하고 이들에게도 민족자결주의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서방세계 제국의 핵심부 대영제국에서도 폭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아일랜드도 독립전쟁을 선포하고 수년간 무장투쟁을 벌였습니다. 




민족자결주의라는 위대한 이상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었던 위선적 말이었던 것입니다. 민족자결주의에 따라 세계를 재편한다면서 중부유럽의 국경을 마음대로 그어버리고, 중동의 국경을 마음대로 그어버립니다. 




하지만 승전국들은 그렇게 그어버린 국경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자기들이 초래한 혼란을 그저 방관하였고, 또 새로 생긴 국가들의 우려를 덜어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족적 갈등만 있던 게 아닙니다. 




자기들을 무의미한 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몰면서 개죽음 당하게 했던 기득권층, 정치인들, 산업가들에 대한 분노가 유럽전역에 커졌고, 유럽은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각국에 백색테러 적색테러가 빈번해진 것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좌익과 우익은 서로에 대한 테러를 벌이면서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특히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던 나라들에 심했었는데, 이탈리아, 독일, 발칸국가들, 그리스 등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결국 유럽은 1919년 이후에도 계속 폭력에 시달리다가 1924년부터 1929년까지 잠깐 안정기를 거치고 1929년 세계대공황으로 인해 다시 갈등이 증폭되었습니다. 




유럽이 진정 "민족국가(Nation-State)"를 만들고 민족문제와 좌우문제를 해결한 것은 1945년 서로 다시 죽고 죽인 다음에입니다. 




모든 독일인들은 비독일 땅에서 추방되었고, 유럽의 다민족국가들은 2차대전의 학살극 끝에 각자의 국가로 서로 재이주, 또는 추방되었고, 우익은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에 확고한 헤게모니를 잡고, 좌익은 소련을 위시한 공산진영에 확고한 권력을 잡게 됩니다.  




하지만 중동의 경우 여전히 1차세계대전의 유산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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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9 10: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뉴요커 최신호를 봤는데 독일 민중들은 휴전 조약과 베르사유 조약 내용보고 납득을 할 수 없었으며, 휴전 직전까지, 아니 휴전 이후에도 절대 자신들이 패전국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동부전선은 어쨌든 러시아가 패퇴했고, 서부전선에서도 (프로파간다든 뭐든) 승전 소식이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기존 집권세력과 휴전 찬성파들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와 반감이 엄청났고, 지지도 않은 전쟁 끝내려고 배상금까지 엄청나게 낸다는 사실에 많이 분노했으며 그 여파로 공산당과 파시즘이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하더라구요.
미친고양이
18/11/19 10:55
수정 아이콘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땅이 전쟁터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18/11/19 10:57
수정 아이콘
네 그것도 한 원인이라고 하더라구요. 대체 우리 땅까지 침략군이 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굴욕적인 조약을 맺어서 땅 뺏기고 배상금내고 외국군이 갑자기 국내 영토에 주둔하고 그 주둔비용까지 우리가 내냐는 반발이 심했다고 하더라구요.
신의와배신
18/11/19 10:57
수정 아이콘
저는 독일 내분 상당부분의 원인을 빌헬름2세에게서 찾습니다. 그가 치욕스럽더라도 패전까지 자기의 몫으로 삼아 자기 손으로 전쟁을 마무리지었다면 전후 독일이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을거라고 봅니다.

지도자인 황제가 빤스런하고 신정부가 전쟁을 패전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감정적으로 치욕적인 조약에 싸인을 한 신정부와 그 후속정부에게 불만이 없을 수가 없지요.

이성적으로 비둘기파가 좋은 선택이라도 감성적으로는 매파가 좋은 선택입니다. 비둘기파는 언제나 성과를 거두고 위신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비둘기파는 위신을 잃는 순간 매파의 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8/11/19 10:58
수정 아이콘
근데 해상봉쇄에 기근까지 겹쳐서 언제 민중들이 빵달라고 궁궐로 죽창들고 달려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빤스런 안하기도 어려웠을거 같습니다.
18/11/19 11: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런데 굳이 풀러의 'Plan 1919'라고 불리는 신년대공세가 안 열린것에는 독일군의 붕괴 못지않게 연합국측의 정치적 입장이 있었지요. 이미 젊은이들이 다 갈렸는데 미국원정군이 왔으니 미국젊은이로 갈아보자 이번에는 잘되겠지.. 라는 수준이라.

그러나 모두 보불전쟁이나 나폴레옹 전쟁시기 정도의 협상만 생각했으나 전비가 상상할 수 없이 커서, 배상금도 너무 커지어버렸고, 오스트리아나 오스만 같은 제국들은 영원히 복구 안될 정도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박살나버렸지요. 틸지트보다 베르사유가 더 굴욕적이고 불가약적인 조약이었다고 전간기에 평가받았으니 원... 베르사유 조약은 모두가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특히 전후 경제체제
붕괴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지라.. 애초에 독일의 지불능력을 초과해버렸으니 돈 가치라도 올릴려고, 도스 안, 영 안 같은 협상으로 마르크 액수를 깎아줬으나... 결국은 총력전에 있어서 힘으로 강제하는게 짱이다라는 파시즘으로 수렴해버리고...
18/11/19 11:06
수정 아이콘
네 관련해서 뉴요커에서 얘기한 것 중에 하나는 휴전조약이 발효되는 1918년 11월 11일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연합군이 미친듯이 독일군에게 공세를 퍼부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휴전조약이 체결된 시점에서 발효 전까지 어떤 공세도 무의미한데 이미 극단적 민족주의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 끝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정말 "쳐죽이겠다"는 마인드가 강했다고 하더라구요.
22raptor
18/11/19 10:58
수정 아이콘
우연이겠지만

과대망상적 이데아가 MEGALI IDEA 군요.
18/11/19 16:32
수정 아이콘
메갈리아 이디엇.!!
Zoya Yaschenko
18/11/19 10:58
수정 아이콘
누구 말대로 잠깐 휴전한 것에 불과했죠.
전쟁을 떠나서 특정한 사건은 이후의 역사에도 끊임없는 영향을 주기에,
중동건 등을 1차 대전 영향의 연장선상에서만 바라봐야 하는지는 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18/11/19 10:59
수정 아이콘
질소고정법에 뒤이은 인구폭발, 대량생산체제와 자본주의의 확립에 따른 생산력 폭발, 근대 관료제 정착으로 인한 국가운영 효율성 폭발 등의 부정한 삼위일체에 민족주의라는 불씨가 옮겨붙어 유럽 전체와 세계 일부지역 까지 몽땅 폭발시켰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이 부정한 삼위일체 폭탄이 현재의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 엄청난 폭발력을 응축해가고 있습니다...
홍승식
18/11/19 11:00
수정 아이콘
20세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서유럽이 만악의 근원입니다.
특히 영국요.
Zoya Yaschenko
18/11/19 11:12
수정 아이콘
영국의 똥은 전 세계에 걸쳐 흐릅니다.
업그레이드 피지알이죠.
오'쇼바
18/11/19 11:09
수정 아이콘
다 됐고 히틀러 나쁜놈이야. 우리는 히틀러랑 싸웠지. 그리고 이겼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 서유럽은 히틀러 없었으면 어쩔뻔 했는지....
Zoya Yaschenko
18/11/19 11:12
수정 아이콘
다른 나쁜 놈을 찾아냈겠죠. 소련과 대대적으로 붙었을지도요.
18/11/19 12:33
수정 아이콘
차라리 갈 때까지 가서 독일을 아예 작살내버리는 게 더 나았을텐데.. 물론 연합군도 전쟁을 지속할 상황은 아니었지만요.
아예 작살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대한 것도 아니고, 오스트리아 해체 과정은 너무 어설펐고
여러모로 추후에 일어날 비극이 예견되는 조약입니다. 심지어 당대에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는 거 (...)
18/11/19 13:14
수정 아이콘
멀리 안가도 케인즈가 대놓고 깠죠.
그 이후부터 2차대전까지 제정신이 박힌 영국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정돕니다..

대놓고 쪽쪽 착취하는 사람 좋아할리도 없는데
미국지원으로 어찌저찌 버티다가 대공황...
앙겔루스 노부스
18/11/19 15: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허했다고 하는건 좀 한시적인 이야기인게, 결국 저 국경을 기반으로 지금의 안정된 유럽이 생겨났는데요. 작금에 이민자 문제로 시끄럽다고 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이민자문제란건 "저 국경을 더 지키겠다" 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긴 하지만, 저 국경들은 오히려 더 확고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독폴소국경과 유고를 제외하면 저 국경 자체는 지금도 대동소이한거야 다들 아시는 걸테고. 단지, 수백년간의 제국들을 정리하고 새 국경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안 걸릴 수가 없었던건데, 공허했다고 할 수는 없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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