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3/20 23:59:16
Name 티타늄
Subject [일반] 자살 유서들을 읽고 (수정됨)
1. 얼마전 피지알에서 본 덧글중 "우연히 자살한 사람의 유서를 본 적이 있는데, 생각외로 매우 합리적이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는 내용의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유게였던 것 같은데 어딨는지를 모르겠네요) 내용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https://etoland.co.kr/bbs/board.php?bo_table=etohumor01&wr_id=1559387&cwin=1 (실제 자살 유서 모음)
이를 읽고 도대체 이런 자료가 어디서 누가 이걸 정리를 한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 서칭을 하다가 박사학위 논문에서 원출처를 찾았습니다.


일단 읽으면서 했던 생각은, 제가 앞에 보았던 피지알 덧글처럼, 자살자들의 생각이 예상외로 정말 합리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제가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점에 만약 정말 죽겠다고 유서를 썼다면 이것과 비슷한 유서가 나왔겠다 싶은 이야기들이 쓰여있었습니다. 또한, 심각한 고민상담을 해주었던 몇몇 친구들이 진짜로 죽겠다고 결심하고 유서를 썼다면 이렇게 썻겠다 싶은 유서들도 몇가지 보였고요.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임이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음" 인 것 같습니다.



2.
죽고싶다는 생각은 100번도 넘게 해봤습니다
죽으면 끝날까
죽으면 편해질까..
이대로 죽기엔 15년밖에 못 산 내 인생이 너무 아깝지만
계속 이렇게 사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이대로라면.... 남은 8년이 정말 자신이 없다
만약에 이 죽음에 성공하면 뭐라고 하실거예요
반항심에 저지른 충동적 자살?
아니요..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일입니다.
죽음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삶에 아무런 낙이 없다면서요
...지금 저도 그렇습니다
살아갈 가치를 못느끼고 있습니다

[2-05-009, 14세, 녀, 중학생, 2005년 1월 6일 추락]

이 글을 보고 가장 먼저 제 고등학교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의 사람의 심리를 읽는 기술은 정말 날카로웠으나, 친구는 그런 스스로의 능력을 싫어했습니다. 그런 눈치빠름으로 들여다 본 사람의 마음에 악한 모습이 너무 진절머리가 난다고 이야기했었죠. 그 친구는 저와 매우 다른 사고관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저를 흥미롭게 생각했으나 한편으로는 제가 갖고있는 특유의 인본주의적 시선에 거부감을 갖고있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어린마음에 저는 저와 너무 다른 사고관을 가진채로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그 친구가 제 삶에 나타난 데미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으나 그 친구는 꽤 확고한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갖고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본인은 하고싶은 일을 다 하고 자살로 자기 삶을 끝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원래 50대정도로 생각했는데, 몇가지 변수가 생겨서 20대로 당기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때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20대는 몇년 안남은 시점이었죠.

여러 복잡한 마음에 저는 피지알 자게에 이러한 친구의 속마음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피지알에 글을 쓴 이유는 간단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왜냐면 누가봐도 사춘기때 일탈같잖아요. 진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괜히 멋부리는 그냥 살짝 허세용 멘트같은.. 암만 생각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괜한 비웃음만 받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옆에서 직접 지켜본 바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는 진심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우울의 향이 어떤 생각에 대해 죽은듯 깊이 빠져들어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짙은 것으로 느껴졌어요.

피지알에 달린 덧글중 절반은 이 친구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나, 관련된 비슷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 글쓴이가 3년뒤에 이 글을 보고 이불킥한다는 것에 500원을 건다는 내용과, 아무리 사춘기 고딩의 귀여운 고민이라도 당사자들은 나름 진지할텐데 그런식으로 말하는건 옳지 못하다는 덧글이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대체로 많은 나이는 많은 경험을 뜻하고, 경험과 통찰은 늘 비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양의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니까, 아마 나도 어느 순간 이 순간들이 유치한 사춘기때의 고민이라고 느껴지는 시점이 올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 우울의 향을 맡을 때마다 속으로 어휴 이런 유치한 고민을 하다니, 나중에 이불킥 실컷 하겠네 라고 생각하려고 노력도 해보았구요. 그러나 쉽게 되지 않았고, 도저히 이 친구의 고민과 생각이 한때의 치기로 끝날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 글은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되어 지웠지만 이불킥을 해서는 아니에요. (500원 거신분들 많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쯤 흑역사를 추억하며 술한잔 하게될거라고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지만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물론 술을 먹기는 했는데, 계획이 50대쯤이었을 뿐, 여전히 그 친구는 스스로 삶을 끝내겠다고 이야기했고, 저는 그 계획을 듣기만 했어요. 말릴 생각도 없었지만, 말려도 들을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작은 한켠에는 "얘가 진짜 죽을까?, 그냥 하는 소리아닐까?" 라는 생각이 있긴 했어요. 왜냐하면 아직 내 눈앞에 친구는 살아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위에 옮긴 유서와 몇몇 유서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만약 그 친구가 언젠가 스스로의 손으로 삶을 마감한다면, 딱 이렇게 쓰고 죽겠다는 생각이 든 글이 몇가지 있었거든요. 이 유서 모음 글에 대한 의견들중 sns허세충들이 쓰는 우울에 관한 글과,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쓴 우울에 대한 글은 확실히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과연 허세충(으로 여겨지는)들이 쓰는 우울에 관한 글과 이 유서들을 섞어놓고 자기네들한테 구분해보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유서들이 진정성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실제로 죽었기 때문에]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3. 글을 쓰면서, 그래서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았어요. 처음에는 다른사람의 무거운 고민을 함부로 우울증 코스프레나, 허세같은걸로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은 줄 알았는데요. 그러나 세상에는 우울함을 갖는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된 사람이 실제로 많기도 하고, 저도 도취된 사람으로 느껴지는 이들의 고민을 낮추어 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제가 진짜 하고싶은 말은 [자살할 사람과 하지 않을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이면 대체로 사람들은 스스로 자살할 사람과 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건 구분을 할 수 있는게 아니고 어떤 사람이 죽고나서 사후적으로 자살할만한 사람으로 해석할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구분 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사람 (=즉 진짜 자살할 사람이랑 괜히 그냥 한마디 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거든요. 왜냐하면 애초에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아마 2번 내용의 학생도 주변에 스스로 생각을 내비치기만 해도 무슨 초딩이 그런 소리를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을거고, 갖고있는 생각과 고민을 인간대 인간으로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죽은 후에야, 죽음이 그 학생의 고민이 진실된 것이고 진지한 것임을 증명하는 인증서가 됐을 뿐이고요. 제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자살할 사람과 하지 않을 사람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관점이 보편화되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 관점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절한 타인의 경험을 듣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이 관점이 보편화되어도 진심어린 공감까지 모두가 주고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4. 3번말고 한가지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위에서 언급한 친구를 보며 든 생각이에요.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만약 그 친구가 정말 자살을 한다면 저는 무슨 생각이 들지를 고민해봤어요.

아마 장례식에 가겠죠. 그리고 스스로 해야할 일을 선택하고 모두 마친 뒤 죽는 시점과 날짜까지 스스로 선택해 죽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고, 슬프고 기쁘고가 아니고, 그냥 끝까지 스스로가 선택한대로 살다가 죽었다는 중립적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오랫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오랜 시간 끝에 그 계획의 맞침표를 찍은거니까요.

저는 자살이 언제나 비극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게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인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지 않은가해요. 제가 간절히 원하던 어떤 시험에 떨어져서 그 시험을 포기한다고 했을때, 저는 이게 비극적인 것이라든가, 운명에 대한 굴복으로 해석되지 않고 그저 제 선택으로만 여겨지기를 바라거든요. 저는 자살을 선택하고 실행할 계획이 없지만, 만약 계획이 생긴다고 해도 이것과 비슷한 원리로 제 선택을 비극으로 보지 않기를 원할 것 같아요.


죽음이 인간적 성취까지는 아니라도 인간이 스스로의 서사를 써감에 있어서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선택정도로는 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본 연구에서 자살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성찰하고 주어진 조건을 해석하며, 그 속에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위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원논문의 서론 부분에 있는 내용인데 아마 자살자들의 유서를 가지고 논문을 쓴 이유도 이러한 시선이 바탕되어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연구에서 자살자들을 대하는 관점이 매우 인상깊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62320d408eb94fceffe0bdc3ef48d419 (원출처, 서울대학교 대학원 논문)
(회원가입없이 완전 무료로 공개해두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다운 받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뱀발) 사실 아까 상단의 실제 유서 모음집을 유게에 올렸다가 많은 분들이 유머로서 부적절하다고 말씀해주셔서 바로 지웠어요. 논문을 쭉 정독하고 죽음을 너무 비극적인 재해나 사고로만 바라보는 것을 좀 지양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빠지면서 유게에 올려도 문제 없겠다는 결론을 냈었거든요. 타인의 죽음을 가볍게 여겨 비웃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건 아니었어요. 많은 분들이 보는 공간인 만큼 관련된 상처가 있는 분들도 계실텐데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불편하게 느껴지셨던 분들께 죄송해요.

제 생각으로는 자게에 첨부해서 글을 쓰다보면 자기 생각을 쓰다가 이야기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올 것 같은데 그러면 정작 실제 유서모음 자체에 대한 피지알러분들의 생각을 듣지 못하는게 아쉬워서 복붙만 가능한 유게에 그냥 올려서 깊이있는 통찰들을 좀 듣고 그때서야 자게에 제 생각을 정리해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유머가 아니긴 하지만 퍼온 글만 딱 복붙할 수 있는 이런 사각지대를 위한 게시판이 없다는게 아쉽게 느껴지긴 하네요 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3/21 00:11
수정 아이콘
유게에서 잠깐 봤는데, 고독사 관련 다큐영상이나 짤도 꽤 올라오기도 하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나 싶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뭐 반발이 심했던 이유도 나름대로 납득은 가긴 합니다만은. 유머게시판이 유머만 올리는 곳은 아니지만(뭐 이것도 유머만 올리는게 FM이라고 착각하는분들이 종종 있지만)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건 좀 예민해질수 있겠죠.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살이란 실제가 아닌 컨텐츠에서 표현하는걸로 접하게 되니까 막연히 생각하는 이미지랑 다른 부분이 있겠죠. 저도 자살자의 마지막을 서커스 바라보듯이 보는게 아니라, 평소 자살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던 이미지와 좀 다른부분을 느꼈고 한번쯤 보는게 나빠보이지는 않아서 자게에 다시 올려주신거도 반갑네요.
바부야마
21/03/21 00: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해당행위 능동적인 선택은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감받기는 힘든 주제 같네요.
샤카르카
21/03/21 00:30
수정 아이콘
저는 완전히 합리적인 주체가 있다면 삶에 아예 태어나지 않는 쪽을 택할거라 생각합니다. 삶은 어쨌든 근본적으론 비극이에요. 계속 살아가려면 그걸 망각하게하는 환상/착각들이 필수. 속는걸 알면서도 빠져들어야만 하는게 삶의 근본조건.
21/03/21 11:44
수정 아이콘
결국 부처의 길로 가야 되나요 흐흐흐
AaronJudge99
21/03/21 17:49
수정 아이콘
[아 해탈하고싶다]
Your Star
21/03/21 00:41
수정 아이콘
자살 징후가 없어도 자살하는 사람이 있고 정말로 심각한 사안이 아님에도 자살하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그건 ‘남’ 기준이구요.
내가 다른 사람 볼 때 그 사람 마음을 읽지 못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똑같죠. 자살을 이해한다느니 자살은 하면 안 된다느니 자살이라는 답안지를 뇌 안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나오는 것처럼 저는 자살도 자신 스스로의 답안을 낸 것이라 생각하구요.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저장된 웹사이트가서 글쓴 분이 쓴 것처럼 자살 관련 글 읽기도 하는데 사실 대중적으로 공감이 안 되어지는 주제라 민감하죠.
느타리버섯
21/03/21 01:00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이 너무 사실과 달라서 지적합니다. 일단 자살하는 사람 중에 유서를 쓰는 사람보다 안 쓰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까 유서 내용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죠. 대부분 자살에는 자살에 선행하는 자살 징후가 있습니다. 그 징후라는 것이 복잡하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살하고 싶다”, “살기 싫다” 등등 자살에 대한 암시를 하는 말을 하거나 우울해하는 등 알아차리기 비교적 쉬운 것들입니다. 나도 알아차리고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티타늄
21/03/21 12: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굳이 적지는 않았지만 본문을 쓸때 스스로 전제하고 있던 생각은 "대다수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살하고싶다던가 살기싫다, 우울하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산다" 라는 내용입니다. 제가 피지알 나이평균에 비하면 아주 어린편이라 주변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말이 험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자살 징후 목록을 보면서 "이게 자살 징후라면 나포함 내 주변에 자살위험자가 아닌사람이 없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본문이 의도한 바는 자살 위험자랑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두어 자살 위험자가 아닌것으로 분류된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함부로 가벼운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름대로의 자기딴의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관심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자살에 선행하는 징후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너무 흔해지다보니 선행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사람은 자살할거야 or 그렇지 않을거야" 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심해졌는데, 그냥 선행하는 징후를 보여주는 모든 이들을 잠재적인 자살 가능자로 봐야한다는 생각에 있었습니다. (제 주변미터에만 의하면 대부분이 선행징후를 가지고 있으므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자살 가능자이기에 애초에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온거구요.)

유서에 관해서는 말씀하신 바가 맞습니다. 저도 유서내용만을 보고 모든걸 일반화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논설문보다는 수필적인 성격을 더 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잘 아시는 분같아서 하나만 여쭙니다. 관련된 내용에 흥미가 생겨서 자살에 관한 검증된 사실들을 더 찾아보고 싶은데 어떤 소스로 검색해야하는건가요? 통계적 팩트만 찾는게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네요. ㅠ
Euthanasia
21/03/21 13:3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어릴 나이일수록 주변에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사람들이 많죠.
대박났네
21/03/21 01:08
수정 아이콘
합리적이고 사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해도
가벼운 마실 느낌으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수라
굳이 모두가 아는, 언젠가 죽게 될거라는 명제 자체에 대해 그닥 되짚고 싶어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일단 저도 호기심에 이끌려 클릭하긴 했지만 유서 내용 자체는 읽게되질 않네요
아닌밤
21/03/21 01: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일하시는 박형민 박사의 박사논문이고, 이를 수정 보완한 것이 "자살, 차악의 선택 - 자살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이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단행본이 나왔을 때, 여러 신문들에서 인터뷰하셨던 기사들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자살, 차악의 선택 - 자살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042144

인터뷰 기사 - 자살은 ‘소통’을 위한 마지막 몸짓?
http://www.hani.co.kr/arti/PRINT/421902.html / 2010-05-21

"지은이는 자살을 실패한 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나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행위로 보는 통념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언론도 자살을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고, 학계조차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에 근거하기보다는 철학적이고 사변적으로 논의하면서 자살을 선험적 사회문제로, 자연스럽지 않은 비정상으로, 그저 예방하고 관리하고 처리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소통적 자살 개념에 따르면, 자살은 단순한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성찰적으로 구성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요 전략이요 기획일 수 있다. 자살자들은 자살을 결코 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현실의 고달픈 삶이 최악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몸짓으로 자살을 선택할 뿐이다. 말하자면 ‘차악의 선택’이다."
티타늄
21/03/21 13:44
수정 아이콘
좋은 소스 감사합니다.
용감한유부남
21/03/21 03:49
수정 아이콘
"자유로운 사람들에겐 어쩐지 무거운 향기가 날 것만 같아"
이 대목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박세웅
21/03/21 06:04
수정 아이콘
주제를 벗어난 글이지만 안락사 도입좀.. 우울증도 병이에요..
재즈드러머
21/03/21 06:48
수정 아이콘
링크속 유서들을 읽었는데 말씀하신 합리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고 오히려 폭풍처럼 몰아치는 슬픔, 분노, 원망, 체념들이 글속에 진하게 묻어나는데요? 굉장히 감정적인 글들이 태반인데 어디를 보고 합리적이라고 느끼신건지 궁금합니다.
티타늄
21/03/21 12:13
수정 아이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써서 결국 합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된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임이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음" 인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즈드러머
21/03/21 13:01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합리적이란, 무엇을 실행이나 선택함에 있어서 얻는 이득이 그렇지 않을 시의 기회비용이나 손해에 비해 클 때를 말합니다. 그 관점에서 유서들을 읽다보니 ? 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아무튼 써주신 글은 잘읽었고 잠시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할만한 기회가되었던것 같습니다. 저의 10대 시절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되었고요. 감사합니다.
티타늄
21/03/21 13:48
수정 아이콘
사실 그냥 말씀하신 정의가 맞고 제가 적확한 단어를 못찾은겁니다 크크.. 이공계라 국어에 약하다는 변명을 해보며..
고민을 해봤는데 제가 의도한 내용에 더 근접하려면 "인간적이다"가 좀 더 적확했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이 생각의 화두가 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21/03/21 07:37
수정 아이콘
철저하게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합리적인 것이겠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자살을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만들 순 없어요.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고 자살은 '감정적'인 것이죠.
21/03/21 10:57
수정 아이콘
통계의 함정도 있을것 같은게 유서를 쓰는 사람들은 이유를 정리해서 썼을것 같고요.
모든 자살이 유서가 있는것은 아니니까 이런분들의 심정은 포함이 되지 않을것 같아요.
-안군-
21/03/21 13:02
수정 아이콘
합리적이라기 보다는 설득력있다 라던지, 보편적이다... 정도가 맞으려나요?
일반적으로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스스로가 그렇게 행동해야 하죠. 예를들어서 청빈한 생활을 주장하는 사람이 부정축재를 하고 주지육림에 빠져 산다면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유서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죽지 않는다면 설득력이 없는거겠죠. 실제 자살한 사람들의 유서는 자살로 그 설득력을 획득하게 되는거고요.
21/03/21 17:09
수정 아이콘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서, 본인 일과 관련이 없다면 너무 깊게 고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갈 사람은 굳이 그런 것에 대한 고찰 없이 그냥 살아갈테죠.
내가 천하의 쌍놈이라 한 인간을 자살로 몰고간게 아니라면,
그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자체가 무의미 합니다.
자살자는 8-90프로가 주변에 단 한사람에게라도 전조를 보인다고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 그것을 알아챌 확률은 20프로에 불과하다더군요.
결국 내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이상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무의미 합니다.
하지만 주변인의 자살은 생전 가까운 정도 만큼의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그때는 자살이라는 것의 무거움을 느낄겁니다. 굳이 느껴본 적이 없다면,
본인 삶을 축복하시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얼마전 지인을 그렇게 보내고, 꽤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죠.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저는 계속 그와 가깝게 지냈어야 합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저는 더 고통받았겠죠.
그는 안타깝지만, 저는 덕분에 트라우마가 덜했을지 모르겠어요.
이기적이지만 그는 떠났고, 주변사람들은 남았습니다.
저도 제 삶을 살아가려면 빨리 잊고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ArcanumToss
21/03/21 2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삶이라는 것이 허무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삶의 허무함이야 성경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삶을 가치있게 느껴지게 하는 방법은 '주관적인 가치 부여' 외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관적인 가치 부여'라는 것은 삶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더 클 때 성립하는 것인데 삶에서의 고통이 더 크면 삶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그저 고문을 견뎌내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되죠.
이럴 때는 당연히 자살이 더 나은 선택이 되죠.
그렇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자신과 주변을 모두 힘들게 할 때에 환자 본인의 선택으로 소위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에 근거한 것이고요.
질병 이외에도 이러한 상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분의 자살에 대한 계획은 제가 볼 때 시야의 확장으로 해결될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시야가 확장되면 주관적인 가치를 부여할 무언가(사랑, 예술, 신념, 종교 등)를 찾아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무얼 해도 가치를 부여할 대상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면 자살을 막긴 힘들 겁니다.
그저 소소하고 사소한 재미(게임, 돈 버는/쓰는 재미, 여행, 취미 등)에 순간순간 빠져들 수라도 있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죠.
아니면 단순하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거나, 자신은 끝없이 고통을 받거나 한없는 허무함에 시달리더라도 그것을 넘어설 정도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라도 강해야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1019 [일반] 그럼에도 사랑하는 너에게. [12] 쉬군7581 21/03/22 7581 15
91018 [일반] [칼럼] 대만에서의 위기가 미국패권을 종식시킬 것인가? [34] aurelius14152 21/03/22 14152 12
91015 [일반] [팝송] 시아 새 앨범 "Music - Songs From and Inspired By the Motion Picture" [7] 김치찌개7002 21/03/22 7002 2
91014 [일반] [스포] 영화 미나리 보고 왔습니다. [14] 똥꾼7595 21/03/21 7595 5
91013 [일반] [13] 시간여행도 여행맞죠? [3] 나주꿀8876 21/03/21 8876 14
91012 [일반] [13] 전전전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길에 인연을 주웠네. [9] onDemand9140 21/03/21 9140 22
91011 [일반] 대학원생으로서의 나, 현대판 사제로서의 나 [34] 데브레첸9346 21/03/21 9346 13
91009 [일반] [외교] 미일, 대만 긴급사태 시 협력 검토 중 [39] aurelius11865 21/03/21 11865 9
91008 [일반]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테러를 당했네요. [36] Lovesick Girls20099 21/03/21 20099 13
91007 [일반] 생지옥이 벌어지는 또 하나의 나라. [26] kien18035 21/03/21 18035 1
91006 [일반] 예술취향, 예술(작품)의 가치, 예술비평에 관한 단상들 [9] 아난9230 21/03/21 9230 3
91005 [일반] 조던 피터슨의 후속작 '질서 너머' 가 출간됩니다. [20] 바쿠닌9815 21/03/21 9815 4
91003 [일반] 밤은 깊어 새벽이 오는데 잠은 오지 않고 [6] 한국화약주식회사6958 21/03/21 6958 0
91001 [일반] [팝송] 푸 파이터스 새 앨범 "Medicine At Midnight" [14] 김치찌개7711 21/03/21 7711 6
91000 [일반] 자살 유서들을 읽고 [23] 티타늄16389 21/03/20 16389 26
90999 [일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감상기 [61] 주먹쥐고휘둘러12379 21/03/20 12379 2
90998 [일반] 자유의지주의-아인 랜드와 이영도 [8] kien10463 21/03/20 10463 1
90996 [일반] 1969년 이후로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 [12] 우주전쟁9005 21/03/20 9005 4
90995 [일반] 봄비 속에 매화를 바라보며 [14] 及時雨6050 21/03/20 6050 13
90992 [일반] 서양철학은 나르시시즘인가? [24] 아난10590 21/03/20 10590 4
90991 [일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매우 드문 혈전 관련 질환 최신정보_2021. 03.20. [13] 여왕의심복12783 21/03/20 12783 30
90989 [일반] 에고와 욘두, 그리고 배트맨이 함께 싸우다 [6] 올라이크11018 21/03/20 11018 4
90988 [일반] 기초/기본 [12] toheaven8018 21/03/20 80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