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9/14 00:36:12
Name Its_all_light
Subject [일반] [역사] 나폴레옹 전쟁이 만든 통조림 / 통조림의 역사
1. 나폴레옹 전투식량을 위해 만들어진 통조림

프랑스 정부가 나폴레옹 군의 전투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새로운 식품보존법 개발에 1만2천 프랑의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이 공모에 당선된 사람은 니콜라 프랑수아 아페르였죠.

그의 아이디어는 헐겁게 봉한 음식이 든 병을 고압증기멸균기의 물에 담그는 것이었는데요. 끓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로 가열되면서 음식을 멸균시키고, 공기는 헐거운 마개를 통해 빠져나갔죠. 처리 과정이 끝나면 마개를 단단히 박고 주둥이 부분을 철사로 묶은 뒤 밀랍으로 봉했어요.

당시는 파스퇴르의 <자연발생설 비판(1861)>이 출간되기 100여 년 전이었기 때문에 아페르도 본인의 방법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어요. 다만 1811년 아페르는 자신의 연구 결과물을 <모든 동물성, 식물성 물질을 몇 년간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책으로 엮고, 상금으로 세계 최초의 병조림 공장인 메종 아페르를 세웠어요. 이 공장은 1933년까지 운영되었죠.



2. 병 가고 캔 왔다

초기 통조림
[초기 통조림  ©Science Museum]

유리병을 쓰는 아페르의 방법은 널리 퍼졌지만, 유리병은 무겁고 깨지기 쉬웠죠. 이러한 유리병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주석으로 도금한 철제 용기였어요.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프랑스 발명가 필리프 드 지라르이나 특허를 처음으로 낸 것은 영국의 피터 듀런드라고 하네요. 이어 미국의 식료품 제조업자 윌리엄 언더우드가 '캔'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1839년 즈음부터 '캔'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어요.

1895년 언더우드사는 대합이 담긴 통조림 캔이 부풀어 오르는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어요. MIT에 문의해 그 이유를 찾아냈는데요. 캔의 내용물 중에서 안전한 온도에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그 때문에 열에 강한 박테리아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죠. 그리고 이는 캔을 121도에서 10분 정도 가열하면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3. 식인까지 하게 만든 초기 통조림

프랭클린 탐험대 침몰 당시 상상도
[프랭클린 탐험대 침몰 당시 상상도 ©위키피디아]

초기의 캔은 음식이 철과 반응해 부식하지 않도록 캔 안쪽을 주석으로 도금하고, 땜납으로 뚜껑을 밀봉했죠. 하지만 뚜껑의 납이 음식물로 흘러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가장 유명한 사례로 1845년 아시아로 향하는 북서쪽 항로를 찾기 위해 떠났던 영국의 프랭클린 탐험대의 이야기가 있어요.

프랭클린 탐험대는 출항 첫해에 실종되었고, 빙하 속에 조난 당해 마지막엔 식인까지 했지만 결국 모두 사망했어요. 훗날 탐험대원의 시신을 확인한 결과 정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납 함량이 측정되었죠. 이는 탐험대가 가져간 통조림에 납땜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납 중독을 일으켰던 것이었어요.



4. 캔맥주 시대의 개막
최초의 캔맥주 Krueger's Beer
[최초의 캔맥주 Krueger's Beer]

초기의 통조림 캔은 강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망치와 끌을 써서 열어야 했어요. 미국 남북전쟁에서 좀 더 가벼운 캔이 발명되었고, 캔 따개도 실용적으로 바뀌었죠. 10여 년 뒤에는 최초로 자체 따개가 달린 캔이 발명되고, 금주령이 끝난 직후인 1935년에는 캔 맥주가 시판되었어요.

초기 맥주 캔은 뚜껑을 돌려 따도록 되어있었지만, 이후 캔의 가장자리를 지렛대 삼아서 따는 캔따개가 발명되었어요. 1959년에는 미국에서 고리에 손가락을 걸어 딸 수 있는 캔이 발명되었는데, 떼어낸 고리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발생했죠. 이에 1975년 캔에 붙어 있는 고리형 따개가 도입되었어요.



5. 전쟁통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김치
군납 김치 통조림
[군에 납품한 김치 통조림  ©이코노미 톡]

국내 최초의 통조림은 전복 통조림입니다. 1892년 일본이 전남 완도에서 전복 통조림을 제조해 일본에 수출했어요. 이후 조선의 수산물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에 사용하면서 전국 각지에 통조림 공장을 세웠죠.

1960년대 중반에는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국군에게 김치통조림을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김치통조림은 베트남 파병이 끝난 이후에도 중동근로자 파견에 사용되면서 1980년대 초반까지도 사용되었죠.

1960년대에는 군납에서 점차 일반소비물품으로 활성화시키는 노력을 해, 복숭아, 꽁치 등의 통조림이 나타났어요. 1970년에는 양송이 통조림이 주요 수출품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죠. 1982년에는 참치캔이 출시되었고, 이듬해 사각캔햄이 출시되었어요. 이들은 가정의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늘었죠.



6. 그 많던 연어캔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연어캔
[연어 통조림  ©CJ제일제당]

2013년 CJ제일제당에서 연어캔을 출시했어요. '스팸' 외에 명절 선물세트를 구성할 마땅한 상품이 없자 '참치캔'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낸 것이었죠. 이에 동원·사조 등도 연어캔을 연이어 출시했어요.

연어캔 시장은 2년 만에 4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지만 거기까지였죠. 값 비싸고 식사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이에 2020년 CJ제일제당이 사업을 접는 것을 끝으로 연어캔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7. 이외의 사실들

-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정부는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집에서 보존 식품을 만들도록 독려했어요. 그 결과 1943년 한 해 동안 미국의 주부들은 텃밭 채소로 40억 병이 넘는 병조림을 만들었죠.

- 생 파인애플은 비싼 식품이었는데요. 1901년 제임스 돌이 하와이에서 파인애플을 재배하고 통조림으로 만들면서 일반인들도 먹을 수 있게 되었죠.

- 토마토는 통조림 및 병조림에 담기는 제품이 신선한 상태로 먹는 토마토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된답니다.



<참고문헌>
게리앨런. (2017). 통조림의 탄생. 재승출판
허원영. (2019). 시간을 붙잡아두다, 통조림. 월간산업보건.
장유미. (2020). CJ 주도 연어캔 시장, 참치캔에 무릎…역사속으로. URL: http://www.inews24.com/view/1270471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9/14 01:01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파스퇴르의 실험 100년 전이라 병조림의 원리를 몰랐다고 하셨는데 이미 1765년에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스팔란차니가 실험을 통해 음식물을 가열하고 밀봉해두면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다만 스팔란차니는 공기가 안 통해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생기지 못한거 아니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고 이걸 보완한게 파스퇴르의 실험이었습니다.
21/09/14 01:29
수정 아이콘
파르퇴르 실험도 공기 안통한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21/09/14 01:44
수정 아이콘
더 정확히 얘기하면 내부에 산소가 공급되냐 안되냐의문제이고 파스퇴르의 실험에서 산소는 백조목 플라스크 중간에 위치한 물방울을 통해서 플라스크 내부로 공급이 됩니다.
21/09/14 06:28
수정 아이콘
그럼 단순히 구부러진거 만으로 미생물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거에요? 공기가 흐르면 거기로 미생물이 접근할 수 있는거 아니에요?
21/09/14 07:00
수정 아이콘
구부러진 관에 (가열해서 살균한) 물방울이 고여 있어서 미생물은 물방울에 걸려서 못 들어갑니다.
반대로 산소는 물에 녹았다가 다시 물에서 방출되는 식으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요.
21/09/14 10:33
수정 아이콘
가열할 때만 살균되는거지 미생물 들어가면 그 물방울은 시간 지나면 다시 배지처럼 되는거 아닌가요? 계속 부리 부분을 가열하는거 아닌 다음에야...
21/09/14 22:04
수정 아이콘
물방울이야 밖에서 들어온 세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물방울에서 안 쪽에 내용물까지 세균이 넘어가지 못하니꺄요.
21/09/15 00:41
수정 아이콘
플라스크를 따라서 세균이 퍼져나가는 일은 없나요?

그리고 시간 지나면 물방울은 증발하지 않을까요?
21/09/15 01:58
수정 아이콘
파스퇴르가 1861년 실험했던 플라스크가 아직도 박물관에 내용물을 유지한 채 보관되어 있습니다(...)
21/09/15 10:55
수정 아이콘
ESBL 님//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왜 그런지를 묻는건데요;;;;

님 말대로 그냥 물로 걸러지는거면 힘들게 미생물을 필터링하는 방법들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물이 필터 역할을 해도 증발하면 문제고요.
초록물고기
21/09/15 14:15
수정 아이콘
norrell 님// 미생물이 날개가 있는 건 아니라서 물이 증발한 이후에도 길다랗고 휘어있는 좁은 관을 통해 미생물이 이동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네요. 그 예로 백조목이 아니더라도 그냥 길다란 관을 아래쪽으로 늘어뜨려놓아도 플라스크 전체를 살균해 두면 더이상 미생물이 유입되지 않는다고요 https://sciencelove.com/2287
21/09/16 01:29
수정 아이콘
초록물고기 님// 신기하네요. 관 따라 퍼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왜인지 못 퍼지나 보네요.
21/09/14 01:10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종종 먹었던 연어캔이 사라졌군요
건전한닉네임3
21/09/14 01:16
수정 아이콘
연어캔의 느낌은 참치캔의 식감이 나면서 연어의 느낌은 부족한 무언가 였습니다
맛이 없다기보다 연어에서 기대한 그런게 아니었어요
Hudson.15
21/09/14 02:02
수정 아이콘
스팸, 위대한 공화국의 군수품
21/09/14 07:12
수정 아이콘
연어캔에 이런 사정이있었군요.. 딱한번 먹어봤습니다 흐흐
그나저나 여기 나오는 제임스 돌이 혹시 돌바나나의 그분이신가요 혹시?
21/09/14 07:34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하와이 왕국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선 집안이죠.
바나나맛우유
21/09/14 08:15
수정 아이콘
어쩐지 연어캔이 어느순간 안보이더라니... 모두 사업을 접었군요
설탕가루인형형
21/09/14 10:10
수정 아이콘
근데 다른 분들 어떤 통조림까지 써봤나요??크크
어릴적에 정말로 톱니모양으로 동글동글 움직이면서 열어 쓰는 따개 써봤고.
참치는 전용 칼날이 들어있었어요. 열심히 쑤시고 눌러서 따야 했고...
봉봉은 한참 나중까지도 캔따개를 따로 버려야 했습니다.
뭐에 있었더라...캔 절단면을 동글동글 말아서 따지는 통조림도 있었던거 같고...
21/09/14 12:05
수정 아이콘
베트남전 김치통조림의 일화는 참 눈물나더라고요..
국내생산분은 기술력이 없어서 녹물이 나오는데, 그래도 그렇게라도 외화벌어야한다고 일제가 아닌 국내생산을 고집하고 다들 그걸 먹었다는게..
양말발효학석사
21/09/14 14:52
수정 아이콘
좀비세상이 오면 통조림을 많이 가진 자가 가장 큰 권력을 가질 수 있고 또 공격 1순위라 제일 불안하겠지요.
틀림과 다름
21/09/14 21:57
수정 아이콘
몇십년 전에 연어 가지고 참치찌게처럼 끊여봤는데요....
....
그냥 버렸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855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689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643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969 3
102740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7] meson1621 24/11/24 1621 29
102739 [일반] <아케인 시즌 2> - 기대보단 아래, 걱정보단 위. (약스포) [3] aDayInTheLife1794 24/11/24 1794 1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14] Kaestro3693 24/11/24 3693 6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2484 24/11/24 2484 0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4] a-ha4378 24/11/23 4378 18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32] Kaestro4156 24/11/23 4156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19] 메존일각3444 24/11/23 3444 12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4] a-ha4631 24/11/23 4631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3472 24/11/23 3472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73] 어강됴리9843 24/11/23 9843 6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8] 식별3771 24/11/22 3771 16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279 24/11/22 2279 3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90] a-ha17577 24/11/22 17577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4117 24/11/22 4117 30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3215 24/11/22 3215 4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30] 겨울삼각형3729 24/11/22 3729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45] 디에아스타5718 24/11/22 5718 40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1654 24/11/22 1654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9] 밥과글2214 24/11/22 2214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