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예정된 결말이게 머선일이고....
난감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을 거다.
돌아가는 게임을 보면서 모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하고 있는데
개발 총괄 실장이 입을 열었다.
대략 이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대표는 무능하다. 퍼블리셔가 언제 떨어져 나갈 지 모른다. 대표의 개인 자금은 벌써 바닥이 났다.
한 마디로 회사는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월급이 언제 끊길 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살 길을 마련해야 한다.
당시에 중국 최대 퍼블리셔가 있었는데 (샨다 였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그 쪽에서도 돈을 좀 넣었다가
발을 뺐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국내 투자도 지지부진했었고.
개발 총괄 실장은 당시에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던 중국 퍼블리셔와 가 계약을 맺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곳은 바로 현재 짱을 먹고 있는 '10X트'
당시만 해도 신흥 강자로 부상하기 전이나 직후 정도 였을 것이다. 아무튼 중국이니 돈은 많았을 테지.
게다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시기였는데, 들리는 말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자금을 뿌리고 다닌다는 카더라가 있었다.
벤처 캐피탈 식 투자랄까? 100억 200억을 5억 10억 단위로 쪼개서 뿌려서 1차 투자하고, 거기에서 될 성 싶은 것들을 건져서
2차 투자하고. 나중에 성공하면 그 수익은 적어도 몇 배, 크게는 수십 배로 돌아오니까.
아무튼 게임은 당시 개발하던 분량의 1/5 수준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제 나머지를 채우는 일만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온 말이 가관인데
업무 시간이 끝나면 이곳으로 와서 작업을 해 달라. 퇴근 시간은 정해놓지는 않겠다.
또, 회사 업무 시간에도 가능한 작업은 진행을 해서 이 쪽 데이터에 머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 혹은 어른이라고 할 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할까?
이건 범죄잖아?
이 생각 아닐까?
나도 당연했다.
"이거 괜찮나요? 문제 안 생기나요?"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이 물었을 때,
개발 총괄은 '대비가 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것이다. 물어보면 모르는 일이라고 해라'
같은 허술한 답변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충격적인 건,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한 기획팀장을 비롯한 다른 팀장들도 여기에 가담했던 것이었다.
아니, 이후로 보면 그들이 더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을 했던 걸로 들었다.
하긴, 그랬으니 이 정도의 버전까지 만들어졌겠지.
그리고 파파괴라고, 더더욱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 총괄 실장 자리가 회사에서 빠진 것이었다.
갑자기, 한 순간에. 프로젝트를 이끄는 피디 자리가 빠지는 모습을 처음 본 지라 어안이 벙벙했는데
돌아돌아 듣게 된 사유가 더 가관이었다.
개발 총괄이 그 유명한 'Sea story'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업무 시간 외에 그 쪽 개발을 진행해줬다는 말
개발자들을 소개 시켜 주고 백머니를 받다가 걸렸다는 말
게임장을 운영했다는 말, 혹은 게임장에 투자했다는 말 등등
이야기는 몇 개 있었지만 확인되는 이야기는 물론 없었다.
그럼에도 한결 같았던 것은, 그리고 핵심을 관통했던 것은
정말 어떤 식으로든 실제 'Sea story'에 연루되었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중에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얼핏 들은 바로 사실로 믿게 되었다.
어찌 됐든 그 날, 오피스텔에 다녀온 이후 얼마 간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포풍전야 였을 뿐, 문제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대표가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보는 눈 듣는 귀가 있으니
문제가 생긴 건 바로 알았을 테고, 결국 조치를 취했겠지.
그렇게 해서 난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간 것이었다.
물론 일의 경과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어느 날, 대표가 모두를 전체 회의실로 모아 놓고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신경쓰지 말고 업무에 집중해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하는 말미에 말을 덧붙이긴 했다.
회사 내부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따로 절차를 진행해야 할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 분들한테는 잘 부탁드린다, 정도의
이야기만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듣기로는 대표가 고발을 했고, 투자 약속을 했던 '10X트'가 그 때문인지 빠르게 손절했던 것 같다.
당연히 돈이 없으니 백도 없을 테고, 빠르게 GG를 친 것 아닐까 싶다.
이 얘기를 들으니 너무나도 허무했었다. 이렇게 할 거면서 시작은 왜 한 거지?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 시작된 경찰서 참고인 진술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었다. 한 3~40분 정도 이야기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난생 처음 경찰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니 긴장도 되고 또
나는 물론 가담하지 않았지만, 괜히 쫄리긴 했어도 말이다. 크크
아, 저 오피스텔 방문 이후, 나는 그 쪽 일은 하지 않았다. 딱히 이야기가 들어온 것도 없었고.
왜냐하면, 그 다음 날부터 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난 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들어오는 불이익 같은 건 없었다. 다들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는 상황.
솔직히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발을 들일 생각도 없었기에 그냥 생각을 끊어 버렸다.
경찰서 들어서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크크
아무튼 조사 내용을 기억하자면
"그 쪽에서 업무 강요를 받았나요?"
"아뇨. 강요는 없었구요. 도와달라는 정도의 말이었는데 하진 않았습니다."
"게임을 베껴 만들었다는 것에 동의 하시나요?"
"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베낀 것인지, 간단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 음...우선 게임 진행 방식이 똑같아요. 던전 구성도 그렇고. 보상 주는 방식하고 아이템 습득하고 강화하는 방식도 그렇고."
"그러니까, 게임이 완전히 똑같다?"
"아, 완전히 똑같다는 게 어떤 의미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이 구성되고, 또 진행하는 방법은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네. 그리고 다른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어...그러니까, 캐릭터 모션이나 구동 방식이 똑같아요. 본을 같은 걸 썼기 때문에 평타나 스킬 모션도 똑같고. 판정 방식도 그렇고요.
충돌이나 체크 박스도 똑같이 구현되었으니, 스킬이 다 고만고만하고요.
발사체 궤적이나 스킬 이펙트도 지금 회사에서 개발 중인 것들을 복붙해서 처리하고 있어서..."
"....아, 네. 음...그렇군요."
"그리고 제가 해 놓은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도 섞여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캐릭터나 몬스터 설정도 일부 그렇고...블라블라."
"아, 음...네."
진술한 내용을 기억하자면 대략 이런 정도였던 것 같다.
경찰관들이 일반인에게 수사 관련 용어 이야기하면 못 알아듣는 것과 비슷한 것일테지. 크크
조사를 하는 형사님은 내 얘기를 열심히 들으며 받아 적었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해하고 쓴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나온 말이 '카피한 것들로 만든 게임이 맞다는 말씀이신거죠?' 라고 확인사살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
"그 쪽 사람 몇몇이 아주 비협조적이라 죄질이 안 좋아요. 또 거기 실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은 '바X이야기' 때문에 이미 걸려 들어간 것 같더라구요? 조사중이라고는 하는데."
라고 형사님이 말미에 이야기했다. 난 더 묻고 싶었지만 (소문 들은 게 있으니까)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귀찮은 일은 없을 거다'라고 하고 사무실을 나가는 터에 더 물을 수는 없었다.
경찰서 행 때문에 꽁으로 하루 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눈누난나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일찍 가서 게임하면서 맥주나 까야지 하면서.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더 춥고 혹독한 겨울로 접어들 것이라는,
그렇게 진행될 내 운명은 아무 것도 짐작하지 못한 채 말이다. 크크
*에디터 버튼을 처음 눌러 보네유...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