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장르는 사극, 정확하게는 '팩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픽션 한 스푼을 덜어 넣었다고 표현 가능한 팩션으로써, <올빼미>는 선을 잘 탔다고 생각이 드네요. 보통 이러한 장르들이 지나치게 소심하게 픽션을 집어넣거나, 혹은 너무 많이 넣어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는 걸 생각해보면 적당한 수준에서 잘 배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헌트> 내지 (톤은 매우 다르지만) <관상>이 떠오르는데요. 개인적으로 대체 역사물에 가까운 흐름이었던 <헌트> 보다는 <관상>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올빼미>의 주된 소재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음모입니다. 유명한 음모론에 여기서 <올빼미>는 시각의 한계를 덧붙였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이게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아니긴 해요. 그러니까 감각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등 뒤, 혹은 의심이 자리잡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보기보다는 꽤 정적인 스릴러에요.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이 점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 혹은 인상에 남았을 장면은 등 뒤에서 침을 놓는 장면일 겁니다. 누군가에게 등을 내주고 침을 놓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어쩌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행동은 등 뒤에서, 혹은 가려진 채로 등장하니까요. 그 점에서 '내가 볼 수 있지만 남은 볼 수 없는 것', 혹은 '남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그려내는 방식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넣은 것이지만, 결말부는 조금 더 담백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했지만, 약간의 사이다 엔딩을 위해 조금 선을 넘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차근 차근 잘 쌓아올렸고 잘 터뜨렸지만 좀 과한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류준열 배우의 재발견이네요. 영화의 중반까지 독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후반부에도 힘을 잃지 않는 존재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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