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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2/12 03:15:55
Name 원미동사람들
Subject [일반]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걸 (수정됨)
고등학교 때부터 저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고, 말을 딱히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붙임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모든 것을 만회할 만큼 머리가 딱히 좋지도 않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열광하지도 않고.

하다 못해 근성이라도 평균 수준이면 모르겠지만 힘든 일 하기 싫어하고, 게으르고, 미룰 수 있는 일은 매번 선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다가 어설픈 선택을 하게 되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사회를 나가서 제대로 일을 하고, 어른답게 할 말은 척척 하고, 사랑하는 타인과 가정을 이루고, 제 자식을 낳아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이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생각은 '내가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남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있는가?' 로 연결 되고, 그 생각의 끝은 대부분 다양한 방법으로 비참하게 삶을 사는 제 자신이 그려지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조금이라도 그러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당장 제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방법에 몰두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 이겠지만, 너무나 먼 미래처럼 느껴졌기에 저는 그저 생각을 피하는 것으로 판단을 유보 했습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미래를 계속 생각해나가면서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대부분의 성인들이 가진 '어른스러움' 이라는 자질이 나 한테도 어찌 되었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으면 생기리라는 무책임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거쳐갔던 인생의 과정을 비슷하게 밟아나가면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어른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학창시절을 살았습니다.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괜찮은 서울의 대학에 들어가, 적당히 졸업해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은 아니어도 적당히 괜찮은 중견 기업에 들어갔습니다. 2년 다니면서 차도 사고, 청약 통장도 만들고, 적금도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어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도무지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습니다.

그저 나이를 먹은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입니다.

아는 형들 중에는 슬슬 결혼 얘기조차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저는 아직도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특색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둘째 치고서라도, 저는 그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려울 때 제대로 의지해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떠한 위험에 처했을 때 제대로 나서서 막아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인생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책임질 수 가 없습니다.

타인의 인생의 일부를 책임지는 것조차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데, 평생에 걸쳐 그 사람의 인생의 일부를 책임지는 결혼과 자손을 낳는, 즉,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게는 불가능한 사항입니다.

이렇게 '자아적' 측면에서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느정도 감당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사회적 어른' 이라면, 즉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은 하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 처럼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1~2년 다니는 동안, 적당히 업무를 하면서 그렇게 미래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취업은 했고, 적당히 일 하다 보면 적당히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어느새 어른이 될 줄 알았습니다.

얼마전 입사 동기 한명이 다른 산업 분야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송별회에서 다른 입사 동기들이 본인들의 커리어 플랜들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A가 왜 이 분야를 뜨려는지 이해한다. 이 분야가 국내에서 그렇게 풀이 넓지는 않고 혁신도 일어나기 쉽지 않다. 나도 경력을 지나치게 많이 쌓기 전에 결정하고 이직하려 한다...
나는 타국 지사/본사의 XX 포지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국내의 XX 포지션을 하고 나면 좀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만약 안된다면 OO부서가 아니라 YY부서로 이동할 생각이다...
난 AA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해외 지사쪽 사람들이랑 네트워킹 겸 해서 BB 프로젝트도 한번 진행해보려 한다... 그러면 R&D도 갈 수 있을거다...
다들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목표가 있고, 로드맵이 있는데, 거기서 저만 그냥 '사는 대로 산다' 라는 느낌 이었습니다.

집에 와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내 업무 능력은 평균 이하이고, 특출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10년 후에는 이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저 멀리 한직으로 밀려나 있을텐데, 과연 내가 그때 이 회사를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도저히 괜찮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운 직무와는 상관 없는 일에서 엄청나게 고생만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비참한 시나리오만 생각 났습니다.

10년 뒤의 나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어른'이 아니고, 당연히 남들을 책임질 수 있는 자아적 측면에서도 '어른'이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미래를 상상하다 보면 너무나 무섭습니다.

18살의 나처럼 생각을 피하고 현재만 보면서 적당히 '어른들'을 따라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28살의 내가 어떻게든 바뀌지 않으면 38살의 내가 질 책임은 지금보다 훨씬 무겁고, 그 때는 정말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 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기를 놓친 정신은 쉽사리 성장하지 않으려 합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만이 겪을 수 있던 풍파와 시련, 풋풋한 사랑과 그 아픔은 이미 눈을 피해 머뭇 대던 저를 지나쳐 버렸고, 남은건 오로지 굴곡 없이 추억 없이 인생을 살아온 유효 기간이 지난 고등학생일 뿐입니다.

당장 행동해야 하지만, 내가 원래 이래서, 이런 일이 있어서, 전에도 못했는데 어떻게 지금... 같은 핑계를 대며 스스로 합리화 하기 바쁠 뿐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변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변할 수 없다' 라는 모순 속에서 제가 하는 건 시간이 지나가는 걸 두려워 하며 매일 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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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두통원딜러
22/12/12 03:45
수정 아이콘
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있는 평범한 남성입니다만, 저도 비슷한 고민을 자주하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제가 글에서 느껴지는건 여타 다른 현대인들과 유사하게 글쓴님도 정보 생각 걱정이 너무 많아서 그런거 같아요. 저 또한 그렇고 여전히 하루하루가 힘들고 걱정스럽지만, 결국 일단 저질러야 뭐라도 변화가 생기는것 같습니다. 위험한 답변일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게 나은 방법이라고 할수도 없지만, 적어도 원하는게 변화라면 생각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진심어린 그리고 공감가는글 감사합니다.
Just do it
22/12/12 04:15
수정 아이콘
MBTI 해보셨나요. 느낌상 ISTP 이런 성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말 하는저도 MBTI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는데 저랑 비슷하기도 하고, 성격성향이 좀 특이 할수도 있어보여서 추측해 봤습니다.
MBTI가 자신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도 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긴 하는거 같더라구요.
물론 실천은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글까지 작성하신게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누구보다 나를 표현하는게 꺼려진다고 하신 분이 누구보다 자신의 내적갈등을 글로 잘 표현하고 작성하셨으니까요.
반대로 얼마나 고통?받으셨길래 이렇게 글을 쓰셨나 싶기도 하네요.
본문에 자신을 표현하신 부분을 읽어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인물이 군대 동기가 떠올랐네요.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더군요.
모든 사람이 연예인처럼 특별하지 않습니다. 연예인도 따지고 보면 방송상 이미지와는 다르게 평범한 사람도 많구요.
평범한것은 반대로 어디 모난 곳이 적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해줄 사람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걱정보다는 일단 저질러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사람이 변할려면 주변사람, 장소변화, 시간을 잘 써야 합니다.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아리나 모임에 눈감고 출석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톨이
22/12/12 05:10
수정 아이콘
일주일 중 하루 정도를 정해놓고 그 날만은 미래말고 오늘을 그냥 살아보시면 어떨까요? 뭐 수요일 저녁 퇴근 한 뒤는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오늘의 나를 사랑해주자. 사랑하는 나 자신아 오늘은 뭐하고 싶니?” 이런 식으로요. 자존감의 회복이 필요해보이셔서 이리 댓글 달아봅니다.
소이밀크러버
22/12/12 08:30
수정 아이콘
저도 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결국 이것저것 조금씩이나마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들이 많더군요.

저보다 더 준비되어있는 걸로 보이시니까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성과의 관계도 큰 걱정하지마세요.

다들 비슷한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갑니다.
개좋은빛살구
22/12/12 08:32
수정 아이콘
제가 한때 엄청 싫어했다가
지금은 엄청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평균은 5등급이다.

내가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1등급일지언정 특정 분야에서는 9등급일수 있다.
혹은 모든 분야에서 5등급일수도 있다는 그런 말이 너무나도 좋아졌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중간이면, 나보다 등급이 높은 사람도 있고 나보다 낮은 사람도 있다. 이게 살아가는거다 싶습니다.

회사에서의 스스로 느끼는 본인이 5등급일수도 있습니다. 또 작성자님이 놀라워 하시는 남들이 1등급일수도 있고요.
보편적인 인식은 5등급이 안좋다 생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5등급이면 살만하다 생각합니다 크크
너무 유념치 마시고, 그냥 본인이 끌리는대로 사시면 될거 같습니다 크크
Grateful Days~
22/12/12 08: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40대 후반접어드는 맞벌이 가장인데 아직도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른인척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언젠가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봐야죠.
及時雨
22/12/12 08:51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래요. 고등학교 때의 나와 내면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나이만 먹어가는게 진짜 소름끼칠 때가 가끔 있네요.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12 09:20
수정 아이콘
덕광후 만화가 생각나네요
답이머얌
22/12/12 09:27
수정 아이콘
마치 제가 30대때 하던 고민과 똑같군요.
그때 이미 나는 실패한 인생이다. 라는 자조섞인 생각을 종종 했으니까요. 어떻게 이렇게 몸만 큰 겉어른이 되었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시간이 더 흐르면 도태될것 같다는 생각조차 똑같았죠.

근데...
살다보니 다들 말은 그럴듯하게 합디다. 내실있는 인간 별로 없어요. 오히려 그 시기에 저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딱히 아무 생각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곳에 한눈 안팔고 그 길만 걸을수 밖에 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최고봉이 되겠다고 열심히 한우물만 판 것도 아니었고, 앞에 주어진 일을 쳐내고 닥쳐올 일주일 한달 내의 일을 대비하면서 말이죠.
장기 플랜이 있고, 단기 플랜이 있는데...그런거 생각도 않고 살았죠. 바로 앞 일도 쳐내기 바쁜 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아보면 플랜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고,, 정말 운이란게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조차 들더군요.

결혼과 자식도 동일한 고민이었는데, 단 한가지 확고한 개똥 철학...생명체 중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죄짓지 말고, 생육 ,번식은 꼭 해야지. 라는 개똥 철학
어느샌가 결혼식장에 와 있고 그제서야 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라는 급후회와 함께 결혼.
결혼식 비됴 보면 혼자 겁나 심각합니다. 신부는 엄청 웃고 있는데 말이죠. 마치 억지 결혼이라도 하는 것처럼.
근데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여자들 입장을 잘 모르겠는데, 남편을 맨날 큰아들로 표현하는 걸로 봐선, 남자들 마음 속엔 항상 애가 들어있나봐요.
근데 그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 속 애가 자꾸 튀어나와서 겉만 어른 임을 종종 자가시켜 주는게 아닐까 싶네요.
22/12/12 09: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모두가 비슷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되는거 같습니다. 추가로 저는 회사 바깥의 다양한 배경의 분들을 만다보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회사도 영원하지 않은 세상이다 보니. 비슷한 사람들 있는 곳에서는 되게 컸던 고민이 다른 곳에서는 별거 아니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미디엄
22/12/12 09:52
수정 아이콘
말은 모두가 그럴싸해도 실제로 모든 순간 그럴싸하게 사는 사람은 정말 몇 안되는 거 같아요. 동료들이 진심 모두 그런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매진하고 있는 거라면, 축하합니다, 굉장히 수준 높은 직장에 계시군요! 거기서 좀 못하는 거 같아도 평균 이상은 되실 거에요. 훌륭한 동료들에게 받은 자극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며 살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뭐 괜찮지 않을까요? 지금처럼만 하면 지금처럼은 되겠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거 같아요. 고민은 좀 더 잘 살기 위해 하는 거지 우울해지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NSpire CX II
22/12/12 09: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남들의 편집된 하이라이트와 나만 아는 최저점을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그 멋진 동료 분들도 똑같이 궁상 떨고 찌질한 생각도 하는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이찌미찌
22/12/12 10:09
수정 아이콘
고민도 없이 나이가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아요..고민이 없으니 밤을 지새우지도 않고,,
나이는,,,,어느새....
22/12/12 10:28
수정 아이콘
보통 자신에게 뭔가 그런점들이 보인다 싶으면 자기에 대해 공부를 해나가면서 극복하는것도 방법중 하나죠 심리학이나 이런거 책 좀 읽다보면 나는 무슨 이유로 이런 성격이 되었구나 같은것을 찾아낼수도 있고 왜 그런가를 알게되면 마음이 좀 편해지고 앞으로 한발자국 나갈수 있을겁니다 작년 여름에도 비슷한 글을 적은것 같은데 그이후로 뭔가 극복할 노력을 하시고 계신건지 여튼 한번 주어진 인생은 취업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직접 배의 선장이 되서 운항을 해 나가야 하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22/12/12 10:46
수정 아이콘
나 답다라는 건 뭘까와 함께 2대 난제가 어른스럽다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외부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저는 그냥 단순히 최소한 꼭 해야하는 것은 하면서 앞에 시험, 취직, 결혼, 육아, 이직라는 미션들을 꾸역꾸역했을 뿐인데 학생들한데 소개해주는 나는 나름 성공한 어른이 되어 있더군요.
지금 그렇게 사시는게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거기서 거기에요. 다만 어른스러운척 말하는 법을 일찍 배운 친구들이 있을 뿐... 취직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고... 결혼은 어른이 되는 시작점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얼굴 보며 살고 싶어서 하는 거고 아이를 낳는 것은 사랑하다 보면 생기는 결실이고 육아는 어쨌든 낳았으니 의무를 다하는 것일뿐이죠. 그냥 그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그 발자취가 어른으로 남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22/12/12 10:49
수정 아이콘
어른이 갖는 장점이자 단점이 살아온 긴 시간이죠. 자기가 선택해서 한 가지씩 천천히 해볼 수 있는게 좋고, 어린 나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고 있네요.
일로서 성공을 해서 쌓는 것도 좋지만, 일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그냥 내가 직접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애플프리터
22/12/12 11:12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젋으면 더 좋은것 같습니다. 어쩌면 70대에도 소년같은 감정이 남아있는게 보통이니까요.
어른처럼 보이기는 쉬워요. 주위에는 그냥 쓸데없는 말만 줄이고, 지갑을 열면 어른처럼 보입니다.

진짜 어른이 되는건 매우 어려워요. 일단 사람답게 살기 자체가 힘듭니다. 자식의 도리, 부모의 도리, 배우자의 도리 이 3가지를
잘 해나가는 사람은 극소수인것입니다. 약간 잘 안되는것 같더라도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인생이 대부분입니다.
결혼을 안하고 자식이 없는 경우는 어른이 되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되네요. 다만, 건강한 젋은 남녀로 잘 남길 바랍니다.
그린티미스트
22/12/12 11:32
수정 아이콘
글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잘 읽었고 댓글들도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노둣돌
22/12/12 15:12
수정 아이콘
그렇게 수려한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길 재주를 가지고 계신 분이 엄살이 심하시네요.
매우 폭력적이고 가정의 경제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깊은 자아성찰까지 하시는 글쓴 분은 너무도 훌륭하십니다.
너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힘빼고 적당히만 살아도, 아니 그렇게 적당히 사는게 정답입니다.
그리고 애들은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어느 정도 방치 내지는 방관하시는 게 올바른 교육법입니다.

더 심한 저도 애 둘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스핔스핔
22/12/12 22:28
수정 아이콘
다들 좋은 얘기 해주셨는데, 비슷한 증상 가진(저만의 착각일수도?) 사람으로서 쪼끔은 결이 다른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대한 태도나 불안 등이,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어른의 정의가 뭐던간에, 적어도 나는 아니다. 라는 강력하고 떨쳐낼수없는 체감이 들어버리는거죠..
마치 그 뭐냐 멀쩡하게 생겻는데 자기얼굴은 이상하다고 생각해버리는 정신병처럼요.(물론 이처럼 병이라고 부를정도의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저 나이를 먹은 고등학생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거의 제가 쓴것같다고 느꼇습니다.
저는 체구가 엄청 작은것도 콤플렉스라 그런지,, 어른스럽게 차려입은 커플만 봐도 위화감이 올라올 정도에요..
뭐 질투나 체념 이런게 아니라, 나는 흉내도 못낼 어떤 기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도 이런 제 생각이 너무 답답해서 글을 써볼까도햇는데 글솜씨가 꽝이라 그냥 미뤄뒀었는데 이렇게 글 잘쓰시는 분이 비슷한 얘기를 해줘서 시원한 감이 있습니다. 근데 뭐 위로가 될지 모르겟는데, 저는 객관적으로 훨씬 안좋은 상황이거든요.. 힘 내셧음 좋겟네요..
아마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나는 뭔가, 뭘 이루고싶나, 왜 사는건가 같은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에 다다를거 같은데요,
법륜스님이 자주하는 말처럼 [그냥] 사는거라고 생각하는게 정답같긴한데, 쉽게 안되긴 하죠...

그런데 또 가끔은, 내가 로또가 된다면 이런 걱정 하나도 안날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심오하고 심각한 심리적 문제인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그냥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나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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