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선물 6
아내는 사귀고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 날에 집에서 놀자고 제안했다.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고 치킨을 시켜서 영화를 보고 잤는데
다음날 일어났더니 머리 옆에 갤럭시 워치4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아내는 산타가 준 것 같다고 능청을 떨었지만 보나 마나 아내가 준 것이었다.
냉장고 때문에 가전을 둘러보다가 워치를 탐냈었는데 그걸 기억하다가 사준거라 더욱 고마웠다.
- 아내는 사려 깊다 14
아내가 안방 화장실 매립등이 고장 났다고 해서 매립등을 구매하고 교체에 들어갔다.
매립등을 꺼내다가 고정 스프링에 손가락이 집혀서 피가 났는데 아내가 그걸 봤다.
아내가 몰랐다면 그냥 연고만 쓱 바르고 끝냈을 텐데 상처를 본 아내는 반창고를 들고 와서 감아줬다.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기 전에 날 불러 세우더니 새 반창고를 가져와서는
방수밴드여도 여보 손 씻었으니까 새 걸로 바꾸는 게 낫다며 반창고를 갈아줬다.
그리 큰 상처도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게 민망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훈훈했다.
- 아내는 사려 깊다 15
아내는 말을 이쁘게 한다.
행동도 이쁜 편인데 말도 잘해서 부모님은 아내를 좋아하신다.
아내와 만나기 4개월 전에 어머니가 제수씨에게 잘해주시는 걸 보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https://pgr21.com./freedom/90557
어머니의 어진 마음에 대한 글이었는데 다행히도 어머니는 자신의 인덕에 맞는 좋은 며느리들을 만났다.
남편 운이 가장 없었고 아들 운은 그럭저럭이셨는데 며느리 운은 좋으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내가 부모님과 전화하는 걸 보면 싹싹하게 잘도 말해서 보는 내가 흐뭇하다.
- 아내는 귀엽다 17
아내는 내가 뭘 하고 있을 때(ex 설거지) 옆을 지나가다가 엉덩이를 주무르고 간다.
그렇게 몇 번을 주무르더니 회사에서 하체 운동을 하고 온 날과 아닌 날을 구분하는 둔근 파악의 프로가 돼버렸다.
하찮은 남정네 엉덩이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탄탄한 엉덩이가 좋다고 하니 하체 운동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되었다. 흐압.
- 아내는 멋지다 9
정수기에 필터를 교체해달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검색해 보니 거의 다 1년 쓰니 이 메시지가 떴다는데.... 이거 설마 사용량은 체크 안 하고 기한만 체크하나?? 싶었지만
어쨌든 오래 쓰기도 했고 아내가 필터를 주문해서 교체를 시작했다.
대충 패트병 같은 필터 4개를 뚜껑을 따서 정해진 위치에 박아주면 되는데 실수로 하나의 뚜껑을 따지 않고 넣어버렸고
뚜껑이 그대로 안에 껴서 나오게 않았다. 0_0
나올 것 같기도 해서 핀셋 가져와서 꺼내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영 나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내가 끙끙대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긴 아내가 다가왔고
나는 '뚜껑도 안 빼고 왜 넣었냐, AS올때까지 물은 어떻게 할거냐'라며 혼낼 것 같아서 잔뜩 쫄아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잔소리 없이 나와보라고 하더니 낑낑대다가 결국 뚜껑을 빼내고는
'자 이제 됐지?'하고 홀연히 자신의 할 일을 하러 가는데 그 모습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
쫓아가서 안아주며 '너무 멋져, 반했어'라고 하니 쑥스러워했지만, 그날의 아내는 완전 상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