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7/06/08 21:37:20
Name 토니토니쵸파
Link #1 http://vitaminjun.tistory.com/94
Subject 병원은 왜 그곳에 있을까?
건물을 [왜] 지었는 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을려고 하는 건물의 목표는 대부분 명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물을 [왜 그곳에] 지었는가 하는 부분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입지를 하기 위한 조건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거나
같은 조건이라도 그 중요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병원의 입지조건은 일반적으로 보다 많은 환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습니다.
의학도 자본주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동인구수, 예상환자수, 교통, 자본등을 중요시여깁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땠을까요? 


spain-medieval-hospital-granger.jpg


환자를 단체로 수용하는, 그러니깐 병원이라고 불릴 만한 곳은 종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중세 교회는 순례자, 여행자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였는데
이 장소에서 자선사업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병원을 뜻하는 ["hospital"]은 손님을 뜻하는 라틴어인 ["hospe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런 장소는 당연히 교회거나, 교회 근처 건물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orig-Foto1.jpg


이런 병원입지조건은 흑사병에 의해 바뀌게 됩니다.
흑사병은 종교인들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신앙으로는 전염병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으면서 교회는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게다가 [성내의 교회]에 환자를 수용했더니 전염병관리도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환자를 수용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성밖의 건물]로 바뀌게 됩니다.


stthomashospital.jpg

[ St. Thomas`s Hospital ]


18세기 무렵 유럽의 계몽군주에 의해 대형병원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강력한 왕권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화려한 외관을 가진 병원이 시내에 자랑스럽게 지어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은 어디다가 만들어졌을까요?
제중원은 홍영식의 집에 만들어집니다.
집주인었던 홍영식은 갑신정변을 주도 했는데 실패 후 처형당했고 집은 압수당합니다.
이후 이 집이 고종의 명에 의해 제중원이 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병원의 입지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종교건물에 생기거나,
왕권강화를 위해 잘보이는 곳에 지어졌거나,
그냥 빈 건물을 사용하거나 하는 사회적 요소에 의해 지정되었습니다.
물론 흑사병의 경우처럼 의학적인 이유로 성밖에 입지한 경우도 있었죠.



마지막으로 굉장히 특이한 경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2-muhammad-ibn-zakariya-al-razi-persian-science-source.jpg

800년대 말 중세 페르시아 의학을 대표하는 인물인 [알-라지(Muhammad ibn Zakariya al-Razi)]
바그다드 중앙병원을 설립하는 책임자가 됩니다.
중책을 맡은 알-라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병원 입지지역을 찾습니다.
도시 곳곳에 고기를 걸어놓은 것이죠.
그는 걸어놓은 고기가 썩는 과정을 관찰하였고,
[가장 고기가 늦게 썩은 장소]에다가 병원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고기를 빠르게 썩게 하는 환경은 당연히 환자에게도 좋지 않을거라는 가설을 세웠고, 실험을 통하여 병원입지를 결정한 것이죠.


단순한 조건이나 직감이 아닌 실험을 통해 병원입지지역을 선정한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9-07 15:1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쩌글링
17/06/08 21:40
수정 아이콘
병원을 어디다 지을지 고민되는 상황에 이 글이 똭...!!
토니토니쵸파
17/06/08 22:14
수정 아이콘
개원 성공을 기원합니다!
17/06/09 05:17
수정 아이콘
심시티 게임 중이신 것 같습니다.
서동북남
17/06/08 21:41
수정 아이콘
고기... 고기를 걸자..
토니토니쵸파
17/06/08 22:17
수정 아이콘
고기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sen vastaan
17/06/08 21:43
수정 아이콘
역시 건강엔 고기...
토니토니쵸파
17/06/08 22:18
수정 아이콘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고기...
Agnus Dei
17/06/08 21:56
수정 아이콘
좋은글에는 추천!
토니토니쵸파
17/06/08 22: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칼리오스트로
17/06/08 22:06
수정 아이콘
하긴 고기..
토니토니쵸파
17/06/08 22:19
수정 아이콘
역시 고기..
유스티스
17/06/08 22:19
수정 아이콘
닉값... 추천!
토니토니쵸파
17/06/08 22: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우주여행
17/06/08 22:24
수정 아이콘
마지막 고기실험은 기발하군요.
마스터충달
17/06/08 22:33
수정 아이콘
와... 마지막은 시절을 생각하면 지혜+지식의 가장 완벽한 조화....
토니토니쵸파
17/06/08 22:47
수정 아이콘
정말 혁신적인 발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블빠
17/06/08 22:36
수정 아이콘
근데 고종입장에서 역적의 집을 병원으로 개조한 사유가 있나요??? 잘지어놔서??
토니토니쵸파
17/06/08 22:45
수정 아이콘
빈건물이라 새롭게 건물 지을 돈이 들지 않았다는게 컸습니다.
당시 대한제국의 재정사황은 좋지 않았을 테니깐요.
게다가 집이 병원으로 쓰기에 적당히 넓었다고 합니다.
보통블빠
17/06/08 23:13
수정 아이콘
결국은 돈이 문제였군요...
아지다하카
17/06/08 23:51
수정 아이콘
와 마지막은 진짜 '와' 소리 나왔네요.
미나가 최고다!
17/06/09 00:31
수정 아이콘
고기가 썩는 시간과 환자가 낫는 시간을 비교했다면 현대의학적인 접근일텐데 발상은 괜찮네요~
abyssgem
17/06/09 09:37
수정 아이콘
'알-라지'라는 이름을 본 순간 '알러지'의 어원이 등장하는구나 싶었는데!

예지력이 하락했습니다. 흑흑
17/06/09 09:46
수정 아이콘
그래서 hospital과 hostel이 스펠링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였군요. 배우고 갑니다.
신의와배신
17/06/09 11:0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보고 고기가 땡깁니다
17/06/09 17:14
수정 아이콘
마지막은 정말 대단하네요

잘 모르는 분야라서 각잡고 읽었는데 감탄이 절로나왔습니다
17/09/08 05:12
수정 아이콘
우와 이런 좋은 글을 지금에서야 보네요. 감사합니다!
17/09/08 13:37
수정 아이콘
병원은 그럼 온도가 낮고 습도가 낮은곳에 지어졌겠군요? 오오
17/09/09 16:0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17/09/11 21:11
수정 아이콘
국립한방병원이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아아가린
17/09/13 00:0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blacksmith01
17/09/13 16:0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라고 해야 오해가 없을거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토니토니쵸파
17/09/13 16:25
수정 아이콘
조언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864 원말명초 이야기 (5) 대의멸친(大義滅親) [21] 신불해8977 17/08/23 8977
2863 원말명초 이야기 (4) 다모클레스의 칼 下 [25] 신불해8752 17/08/22 8752
2862 원말명초 이야기 (3) 다모클레스의 칼 上 [14] 신불해8730 17/08/21 8730
2861 원말명초 이야기 (2) 황제 시해범 [22] 신불해9927 17/08/20 9927
2860 원말명초 이야기 (1) 시대의 끝, 시대의 시작 [26] 신불해12029 17/08/19 12029
2859 웃기는 놈이네 [22] CoMbI COLa14915 17/08/19 14915
2858 피부과 전문의가 풀어보는 탈모 이야기 [122] Pathetique35406 17/08/10 35406
2857 한글 마춤뻡 쉽개 왜우는 법 [82] 파츠29001 17/08/04 29001
2856 세계를 정복한 최강의 제국, 여기에 맞서던 지상 최대의 장벽 [168] 신불해53317 17/07/26 53317
2855 흡연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93] 타네시마 포푸라20211 17/07/24 20211
2854 필통의 죽음 [27] 새님14520 17/07/18 14520
2853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163] Pathetique28129 17/07/04 28129
2852 "백만이 죽건, 천만이 죽건, 오천만이 죽건 오늘도 계속 굴러간다." [59] 신불해26114 17/06/29 26114
2851 염색체XY여성의 비밀(닥터하우스: 가장 완벽한 여성은 실은 남자였다) [41] 카랑카24194 17/06/25 24194
2850 [공포] 군대에서의 제 경험담을 풀어봅니다 [65] 윌모어24273 17/06/19 24273
2849 삼국통일전쟁 - 1. 일백일십삼만 대군 [51] 눈시H15513 17/06/18 15513
2848 고기의 모든 것, 구이학 개론 #1 [62] BibGourmand18155 17/06/13 18155
2847 병원은 왜 그곳에 있을까? [32] 토니토니쵸파16507 17/06/08 16507
2846 알파고가 울린 여자 [64] 마스터충달29803 17/06/03 29803
2845 정몽주 "피눈물을 흘리며, 신이 하늘에 묻겠습니다." [37] 신불해20994 17/05/23 20994
2844 항생제의 역사 [73] 솔빈50911 17/05/02 50911
2843 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 (2017.05) [104] 이슬먹고살죠30613 17/04/28 30613
2842 제가 돌아다닌 한국 (사진 64장) [288] 파츠23912 17/04/10 239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