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에 가입한 지는 오래됐지만, 글은 처음 쓰네요.
일단 제가 척추 관련 신경외과 의사라는 걸 밝히고 글을 쓰지만, 내용은 정확한 의학적인 내용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내용임을 우선 밝힙니다. 의료 관련 타과 선생님들의 의견들과는 많이 다를 수 있을 수 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디스크 관련 카페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간혹가다 올라오는 PGR 질문 게시판 내용도 그렇고 일반인들이 굉장히 디스크란 질병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밑에 내용은 제가 그때 타 카페에 작성했던 글을 그대로 옮겨온 글이라서 표현이 약간 거칠 수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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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환자들을 보면서 많이 대화를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환자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다 보니 정리되는 설명이 있어서 카페 분들도 같이 아셨으면 해서 글을 남깁니다. 제가 하는 말은 교과서에 나와 있거나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치료에 대한 개념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셨으면 합니다.

디스크는 물리적인 병입니다. 질병으로 분류되지만 제 개인적인 소견은 외상으로 구분되는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 아니라 딱 1초 만에 흔히들 허리 숙였다가 피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한순간에 밀려 나오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디스크가 발생했을 때 통증은 크게 두 가지가 원인입니다. 섬유륜이 파열되면서 발생한 급성 염증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한 통증과 밀려 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서 발생하는 통증. 그 두 가지 중 염증반응으로 인한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 됩니다. 제가 극단적으로 환자분들께 드리는 말씀 중에 하나가 물리적으로 심하게 눌리지만 않은 디스크면 환자분께서 매일 술만 드신 경우랑 열심히 약을 드신 경우랑 비싼 시술을 한경우랑 상관없이 1년 뒤에는 똑같을 거라는 것입니다. 다만 전제가 물리적으로 눌리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물리적으로 눌린 게 심할 경우 염증반응은 사라져도 통증은 지속하게 되고 이 통증은 대부분 방사통입니다. 자동차 도로로 비유하면 4차선 도로가 3차선 2차선으로 좁아지면 그냥 둬도 되지만 갑자기 1차선 혹은 아예 막혀버리면 그걸 다시 뚫어주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팔에 무거운 둘이 날라와서 팔을 치고 돌은 사라졌으면 당장은 매우 아파서 죽을 것 같겠지만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 지나면 좋아집니다. 물론 가만히 있는 것 본단 약을 먹고 물리치료도 하면 그냥 기다리시는 것보단 덜 아프게 기다리실수 있겠죠.근데 그 무거운 돌이 날라와서 팔을 누르고 있으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계속 아픕니다. 물론 처음 눌렸을 때가 제일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되겠지만 아픈 건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 아프려면? 돌 치우시면 됩니다. 그게 수술입니다. 의사가 판단하는 건 MRI를 찍었을 때 이 사람이 매일 술만 먹어도 좋아질 경우인지 아니면 수술을 제외한 그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계속 아플 사람인지 판단해주는 겁니다. 여기에 의사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합니다.

그럼 수술을 안 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됩니다. 근데 아무것도 안 하시면 자연적으로 좋아질 때까지 아프니까 덜 아프게 해드리는 겁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약물치료+물리치료, 신경주사, 시술(시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는 신경성형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술은 결국 더 비싸게 만든 신경성형술이라고 판단해서 신경성형술만 시행합니다.) 이 세 가지는 동등합니다. 그 어떤 걸 하셔도 좋고 그 어떤 걸 안 하셔도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셔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똑같이 좋아지니까요. 세 가지 치료를 설명할 때 63빌딩의 비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환자분이 63빌딩에서 내려오는 방법엔 3가지가 있습니다.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느낌이 오시겠지만 계단이 약물치료+물리치료, 에스컬레이터가 신경주사, 시술이 엘리베이터 입니다. 앞에서부터 뒤로 갈수록 효과는 더 좋지만, 비용이 비싸집니다. 본인이 느껴지는 통증이 63층인지 2층인지 20층인지에 따라 치료 결정하시면 됩니다. 의사가 결정해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결정하시는 겁니다. 몇 층에 있는지는 본인이 아는 거니까요. 63층인데 무식하게 계단으로 내려오실 필요 없고 2층인데 도를 넘어서 엘리베이터 타실 필요 없습니다. 수술은 건물에 불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가지 방법 다 못 쓰고 옥상에서 헬기로 구조해야 합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1. 디스크는 크게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뉩니다.

2.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MRI 사진에서 얼마나 심하게 신경이 눌렸는지를 보고 의사가 판단합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이 심할 경우 수술이 필요합니다

3.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면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중 어떤 걸 할지는 본인 아픈 정도에 따라 본인이 결정하면 됩니다.

아 그리고 환자분들이 119로 실려 와도 단순히 요통만 있으면 백이면 백 다 수술할 환자 없습니다. 멀쩡하게 걸어들어오더라도 엉덩이를 포함 다리 쪽 증상이면 많은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운동치료라고 표현되는 도수 운동치료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치료입니다. 자꾸 전 도수 치료받으러 왔다고 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돈 주고 그거 받으실 바엔 차라리 진통제 드시고 맛있는 밥 사드시는 게 더 몸에 도움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운동치료의 경우 급성기 통증이 있을 때 통증을 줄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통증은 위에 설명해 드린 수술 혹은 비수술 3가지 방법을 통해 치료하시는 거고, 그 후 병의 진행을 막고 만성 요통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하는 게 운동치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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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디스크 환자분들이 가장 오해하시는 게 디스크란 병이 조기에 발견하면 막을 수 있고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 좋아진다고 오해들 하시는데 전혀 그런 병 아닙니다. 디스크란 병원 1초 전까지 없다가 딱 1초 만에 터지면서 발생하는 병이라서 예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간단히 인사하거나 심지어 화장실에서 힘주다가도 터져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해지는 게 디스크란 병이기 때문입니다. 척추병원에 일하는 의사들도 다 디스크 걸리고 그들 중에 디스크로 수술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디스크란 병은 완치란 개념이 없습니다. 한번 발생하면 평생 MRI 찍을 때 마다 디스크는 나옵니다. 그래서 주로 치료가 증상을 완화 시키는 대증요법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있을 때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시고 증상이 다행히 없으면 그냥 잘 사시면 됩니다. 증상 없을 때 병원 다니면서 괜히 의사들한테 돈 안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수술하고 치료해도 재발하냐고들 많이 말씀들 하시는데 디스크는 맹장수술처럼 그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라서 당연히 재발이 있습니다. 손가락이 골절돼서 수술해도 또 골절돼도 이상하지 않듯이, 디스크 수술도 디스크 자체를 다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터져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환자분들 중에 자기가 시술 혹은 주사 맞고 5년 동안 안 아팠다고 그치료 효과 좋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그냥 운이 좋았던 거에요 어떤 치료든지 그때 아픈 증상을 호전 시키는 거지 치료 후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아프지 말라고 치료하는 게 아닙니다. 감기 걸려서 서울대학병원에서 교수님이 주신 약으시고 5년 동안 감기 안 걸렸다고 '역시 서울대학 교수님은 다르네! 약효과가 오래가' 이런 식으로 생각 안 하시잖아요 그냥 본인이 관리 잘하거나 운이 좋아서 5년 동안 감기 안 걸리신 것과 마찬가지로 디스크도 똑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겠지만 다른 곳으로 퍼가는 것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추가내용

거북목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  거북목 측만증 틀어진 골반. .  이세가지중에 거북목 말고는 성인은 치료하지 마세요. 급성 요통발생한 사람이 간혹가다 동네 의원에서 x-ray찍고 측만증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 듣고 교정치료해서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경우는 교정치료해서 좋아진게 아니라 그냥 시간이 흘러 좋아지는 중간에 교정치료 했을뿐이에요.  측만증이라는 병은 성장기 초등학생이나 중고생에 한해서 진행을 막기 위해 진단 및 치료 하는 거지 성인은 치료 되지도 않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급성 두통의 원인을 x-ray찍고나서 짱구머리 때문에 아프다고 진단하는 거랑 비슷한거에요. . .  
다만 거북목의 경우 성인이 되서도 진행하고 추후 목디스크가 잘생기는 원인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교정권합니다.  단 거북목도 절대 급성통증의 원인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