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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03 03:01:20
Name WhenyouinRome...
Subject 그러게 왜 낳아서 고생을 시켜!! (수정됨)
안녕하세요..

올만에 와이프가 애 데리고 시댁을 가서.. 새벽인데 잠이 안오네요...

오늘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 써보려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니 별로 읽고 싶지 않으시거나

관심 없으시다면 목록 누르셔서 더 유익하고 알찬 글 읽으셔도 됩니다..

반말좀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항상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그 날은 온가족이 다 개박살 나는 날이었으니...

근데 사흘이 멀다하고 술을 먹고 와서 온 집안 뒤집는 건 주간 행사였다..

엄마는 엄마대로 구타당하고 쫒겨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두드려맞고 벌 서고 잠 못자고 다른 집에 도망가고...

말 그대로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져서 생활했다..

그 와중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때문이었다.

그렇게 심한 폭력과 욕설과 괴롭힘에도 우리 어머니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우리가 올바로 자라기를 바라셨다.

남편이란 작자가 삼일이면 벌어올 돈을 벌기위해 한달 내내 일을 하셔야 했다..

그 남편이란 작자는 술쳐먹고 자빠져 자고 있는데 어머니는 아침을 준비하시고 우리를 챙겨서 학교 보내고 출근을 하셨다.

아빠는 용접사였는데 그 당시(90년대 초) 하루 일당으로 1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근데 일을 한달에 정말 삼일정도밖에 안한 거 같다..

너무 너무 게으르고 술 좋아하고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던 쓰레기같은 사람이었다. 그 때는 어린 나이라 잘 몰랐지만 지금 아이를 키워보니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너무 열받아서 꼴도 보기 싫다.. 어머니는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하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온 가족이 화목하고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고작 초등학교 2~3학년이던 내가 그날도 북어마냥 쥐어 터지고 엄마랑 내쫒기듯 도망쳐서 아빠라는 작자가 잠들 때까지 동네 구석에

숨어있던 생각이 난다.. 엄마랑 동네 구석에 앉아서 울면서 "엄마 그냥 우리 두고 도망가"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엄마가 맞는게 너무 너무 싫었고 내가 힘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발 빨리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엄마는 종종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단 한번도 내 소중한 아이들을 놓고 떠나는 걸 생각해보신적이 없다고 했다..

너무 너무 예쁘고 소중한 아이들이 자기 없으면 어떻게 살까 걱정되서 도저히 그냥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정말 우리를 사랑해주셨지만 그만큼 엄하게 키우셨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본인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하셨다..

그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버텼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위해 정말 노력했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밝게 지내기위해 노력하셨고 항상 우리와 시간을 보내주시려 최선을 다 하셨다.

일하랴 살림하랴 애들 돌보랴 남편이라는 작자 챙기랴...

그러다 내가 중2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해준 마지막 선물이 있다면 본인이 일찍 세상을 떠난 거다..

안그랬으면 그런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붕괴되서 편협하고 부족하며 온갖 나쁜짓 저지르며 사는 양아치가 되어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아무튼 아버지가 죽고나니 당장의 생계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독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라진건지 우리 가족은 더 밝아지고 끈끈해졌다.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충분히 헌신적이셨지만 더 사려깊고 헌신적으로 보살펴주셨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로를 고민할 때 괜찮은 조건의 기업으로 취직을 나갔다..

그럭저럭 어린 나이지만 저축도 하고 먹고 살수는 있었으니 좋은 회사였겠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교 가겠다며 그만두고 대학교도 다녔고 군문제때문에 휴학하고 어머니랑 누나랑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 몇년만에

다시 모여 살게되었다..

나름 아르바이트도 좀 하고 누나는 회사 다니고 어머니도 타고난 생활력으로 본인 하실일 하셔서 나쁘지 않게 행복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게 됬다.

아빠 이야기가 나오고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다 내 코가 비뚤어진 이야기가 나왔다..

난 심각한 비염이 있었는데 특히 내 코뼈가 휘어서 비염이 더 심했다.

근데 어머니가 옛날 이야기 하다가 내가 아빠한테 따귀를 맞아서 날아간 게 생각이 나셨나보다..

그때 따귀맞고 날아가면서 코피까지 터졌는데 아무래도 그 때 너무 쎄게 맞아서 코뼈가 흰거 같다면서 속상하다고 울먹이셨다..

그렇게 고생한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난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못 참아서 부들부들거리며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아빠이야기때문에 열받아서 부들거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도 속상하신지 또 울먹이셨다..

"우리 아들 딸 이렇게 이쁘고 소중한데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어렸을 때 안좋은 기억만 많이 나게 해서.. "

그 때 내가 그랬다.  어렸을 때 고생하고 맞고 도망다니던 설움이 생각나서 감정이 조절이 안됬는지..

"그러니까 왜 아빠같은 사람 만났어. 그러게 왜 낳아서 자식들 고생을 시켜!!"

이딴 말을 내뱉었다.. 물론 말 하자마자 아차 실수했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엄마가 능력도 없는데 낳아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우시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누나는 할 소리 안 할소리 따로 있지 그딴 소리를 하냐며 화를 내고...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버렸다...

그 날은 결국 유야무야 지나가버렸지만 참 후회되는 일이다...

벌써 9년은 된 것 같다.. 저 말을 한지...

그리고 9년째 후회가 된다.. 왜 저말을 한지...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하셨고 얼마나 노력을 하셨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자신을 포기하셨다는걸

실제로 보고 느끼고 알면서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최근에 아내와 맥주 한 잔하며 이야기 하다 이 이야기를 해주며 울었다..

그런데 아직도 어머니께 사과하지 못했다고...

어머니의 그 슬프고 미안한 표정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서 후회스럽다고...

아내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여보. 용기내서 어머니네 가면 꼭 이야기 하세요.. 죄송하다고.. 절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꼭 이야기 하세요"

라고 하며 같이 울었다..

하.. 어머니에게 어찌 이야기를 해야할까...

얼마전에 정말 오랜만에 혼자 어머니댁 근처에 일이 있어서 일 끝나고 어머니께 갔었다.

어머니랑 같이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머니를 꼭안고 사랑한다고 말 해드렸다.

그 때 사과도 같이 할걸...

머리가 나쁜지 그 때는 기억이 안났는데...

다음에 혼자 또 어머니네 가게되면 그 때는 꼭 이야기 해야겠다..

내일로 내일로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어머니가 눈 감고 이 세상 떠나시는 날까지 못하면 얼마나 슬프고 후회될지 모르니....

이번에는 정말 꼭 해야겠다.....



이번엔 정말 할겁니다..

어미니께서는 기억 못하실 수도 있지만... 날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고.. 언제나 훌륭한 본으로 생활해주셔서 우리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고.. 그 때 했던 생각없는 말 정말 죄송하다고...  꼭 이야기 할겁니다..

이건 저에 대한 다짐입니다.. 더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참 어렵네요.. 어머니 붙잡고 사과하는게.. 좀 많이 쑥스러워요..

저도 아직 못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셨다면 꼭 용기내셔서 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하고싶어도 못하는 때가 와서 너무 후회되지 않도록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8-24 17:2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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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스
18/06/03 03: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댓글쓰려니 인증 하라네요.
복잡한(?) 이메일 인증과 핸드폰 인증을 거치고 댓글을 씁니다.

내 처남이 글쓴줄 알았습니다.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처남이 5학년때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때 처남이 한말이 "엄마 이제 나 술 심부름 안해도 되는거지!" 였답니다.
워낙 술을 하셔서 술병으로 저 세상에 가신 모양이더군요.
처남은 나에게 그런 이야기는 안해요. 와이프가 가끔 장모님이 가끔 해주시죠.

내 처남은 잘 가정도 잘 꾸리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술도 먹을줄 모르구요. 어떻게 이런 집안에서 저런놈이 나왔나 할정도로요.(물론 내부 사정을 아는 내생각이죠)
글쓴이께서도 행복하게 잘 사세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부모님을 탓하고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 분들도... 그 분들이 잘못햇다는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글쓴이분은 잘 하고 계신것 같네요.
사과하시면 되죠 머~!
누군가가 나를 이해한다고 했을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것을 하는것도 대단한거라고 봅니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내 아버님께 "저는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라고 했을때 우리 부자 갈등은 다 날라갔어요.
말(필력)주변이 없어서 부끄럽지만 머 어째든 글을 안쓸수가 없어서 남깁니다.

"그러게 왜 낳아서 고생을 시켜!!"는 내가 부모님께 어렸을때 한 말이네요. 국민(초등)학교때에 말이죠
나는 사과 드렸어요. 10년 되었나 8년되었나....
WhenyouinRome...
18/06/03 12: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지요.. 얼마나 잘 감싸주고 치료해주느냐가 중요한거 같아요. 저도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좋은 가장이 되길 바라면서요..
18/06/03 04:03
수정 아이콘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 부친과 모친께서도 남들이 보면 안타깝고 자식이 보면 섭섭한 일이 참 많았죠. 그래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갑니다.
사회인으로 우뚝 서시고 가정도 이루셨으니 예전의 홧병(답답하고 부들거리는 증상)은 씻은 듯 없어지셨겠지요? 아직이라면, 곧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사라질 겁니다. 애초에 부모님에 관한 것 외엔 모든 면에서 아무 문제 없는 분이실 테니, 완전히 정상화 되시는 거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가족=행복 이라는 안정 속에서 쭉 사시길 기원합니다.
WhenyouinRome...
18/06/03 12:21
수정 아이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다보니 더더욱 제 아버지란 사람이 이해가 안되고 더 분노만 차오르네요.. 하.. 어머니랑 누나는 이제 그만 용서해주라고 하는데 용서가 안되요.. 가장으로서의 자각없는 무책임한 사람으로만 기억되네요.. 언젠간 좋아지겠죠... 감사합니다.
파랑파랑
18/06/03 06:17
수정 아이콘
어머님이 참 존경스럽고 천사같은 분이시네요. 어렸을 때 고난과 괴로움을 이기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앞으로 많은 행복속에서 사시길 바랍니다.
WhenyouinRome...
18/06/03 12: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어머니께 많이 감사하죠.. 파랑파랑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18/06/03 08:30
수정 아이콘
못 가지고 못 배운자라고 위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그 만한 헌신을 받으신 글쓴이님이 부럽네요. 전 계모 밑에서 자라서 이런 이야기 들으면 질투가 나요. 흐흐
WhenyouinRome...
18/06/03 12:23
수정 아이콘
이런 거엔 질투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만년실버
18/06/03 09:16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네요...어머님도 그렇고...아빠를 닮지않은 글쓴님도 그렇고요. 행복하세요
WhenyouinRome...
18/06/03 12: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만년실버님도 행복하세요
Thursday
18/06/03 09:39
수정 아이콘
울컥했네요...
WhenyouinRome...
18/06/03 12:26
수정 아이콘
이게 뭐라고..;;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8/06/03 10:30
수정 아이콘
행복하세요
WhenyouinRome...
18/06/03 12:26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도 행복하세요
18/06/03 10:55
수정 아이콘
행복하시길..
WhenyouinRome...
18/06/03 12:27
수정 아이콘
Credit님도 행복하세요~
나이스
18/06/03 11:2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은하관제
18/06/03 11:43
수정 아이콘
자식들을 위해서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셨던 이땅의 수많은 어머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봅니다. 글쓴분도, 글쓴분의 가족들도 행복하세요.
건강이제일
18/06/03 11:55
수정 아이콘
저도 아기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더군요. 말로 표현이 힘들만큼 고맙고 대단하시고. 근데 아기엄마가 되고보니 다들 아기가 중심이 되더라구요. 저희 아부지는 손주바보가 되셔서 전화한번 안하시던분이 대뜸 전화하셔서 손주가 보고 싶다 이러시구요. 모두가, 심지어 저조차도, 아기 중심으로 사는데 엄마만 제게 나는 내 새끼가 더 중요하다시며 제 건강과 제 끼니를 걱정하시더라구요. 참.. 엄마가 되어봐도 엄마는 진짜 대단해요.
저도 예전엔 엄마아부지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잘 못했었는데, 한번 하고보니 그 뒤로는 어렵지가 않더군요. 한번씩 덥석 안기도 하구요. 어머님께서 님의 마음을 다 아실지라도 표현 한번 한번에 더 기쁘고 행복하시겠지요.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송파사랑
18/06/03 14:10
수정 아이콘
사과하시든 안하시든 어머니께서는 다 알고 계실겁니다. 힘내세요.
아빠광대
18/06/03 14: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분자
18/06/03 22:24
수정 아이콘
사과하시고 후기 남겨주셔요 마음속 이야기 담긴 글 잘 읽고 갑니다.
티모대위
18/06/04 09:44
수정 아이콘
이렇게 다짐을 남기셨으니 반드시 꼭 하십시오.
힘든 환경에서 정말로 고생많으셨습니다. 어머님의 큰 사랑에 꼭 보답하시고, 이제는 아버지를 잊고 행복하세요. 아버지에 대해 분노하지도 마세요. 용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분 때문에 고통을 당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에 당한 큰 재난이 있었으나 어머님의 사랑으로 극복해냈고, 지금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가정이 늘 평안하고 화목하시길 바랍니다....
18/08/24 18:21
수정 아이콘
PGR 몇년차이지만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글은 처음이네요.
엄마한테 전화 한통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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