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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01/07 04:30:17
Name 信主NISSI
Subject Text Force
전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인간관계가 돈독하지 못해서 그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질 땐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취향이 전혀 다르다면 그만큼 괴로운 일도 없겠지만, 취향이 잘 어울린다면 누구나 그렇듯이 네버엔딩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상대방의 흥미진진해 하는 표정과 반응입니다.

전화통화라면 난이도는 조금 더 올라갑니다. 상대의 얼굴표정과 태도를 알 수 없기에 적절한 반응이 어렵습니다. 그 덕분에 눈 앞에 있을 때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말을 풀어갈 수는 있지만, 그만큼 얼굴을 마주했을 때보다 상대의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합니다. 목소리만으로 상대에게 반응을 보여줘야하니까요.

채팅이라면 난이도는 더 급격히 올라갑니다. 상대의 반응은 텍스트에만 의존해야하며, 전화통화시에 느낄 수 있는 말의 어조와 빠르기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사실은 속이 타면서도 태연하게 ^^~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입니다. 특히 대화의 와중에 손이 느리다면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은? 네, 가장 어려운 것이 글입니다. 채팅처럼 그나마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텍스트도 없습니다. 그 덕에 가장 차분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불안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글은 쓰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좋은 글을 쓰기위해선 결국 글도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글솜씨라는 것은 어떠한 리액션을 이끌어내느냐라고 판단합니다. 글을 쓰고나서, 코맨트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코맨트를 보면 매우 즐겁습니다. 또는 제 의견을 듣고, 진지한 태도로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은 제가 또 그문제를 보다 잘 생각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저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결국은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리타분한가요? 읽을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해서 단어하나를 선택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에 들만한 단어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선택하는 것. 그러한 정성은 결국 읽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줄거라 기대합니다.

우리는 코에이사의 삼국지 이후로 어떤 것을 수치화 하는 것을 좋아라합니다. ^^; 그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필력이 좋다라고 표현합니다. 피지알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오시면서 어느 틈인가 그런 분들만 글을 써야하는 듯한 분위기가 되고, 어떤 분들은 자신이 글솜씨가 없다면서 글을 쓰는 것을 주저하십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서 상대방을 잘 배려할 수 있는 단어를 고심하면서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매우 뛰어나고 정성스런 글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력이 좋으신 분들은 그러한 단어를 좀 더 빠르게 고를 수 있겠지만, 충분한 시간을 드린다면 결국 같은 필력의 글을 만날 수 있을겁니다.

저는 제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제 글에 코맨트하신 것들을 보면서 자주 한탄합니다. 직접 대면하고 말로 이야기한다면 훨씬 더 잘 할 자신이 있는데, 글로 표현하는 것에 미숙해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글이 갖고 있는 장점인 시간을 이용해서 충분히 검토하는 것으로 그 격차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합니다. 글을 쓰고 난뒤에도 이틀정도는 꾸준히 읽으면서 글을 수정하고는 합니다. 부족한 글솜씨를 메꿀 수 있는 것은 정성이라 생각하기 때문에요.

간결하면서도 돌려말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글투를 갖기를 전 굉장히 희망합니다. 이따금씩 그런 글을 만날 때면 가슴이 벅찹니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어 많이 노력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읽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생각이 글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그들의 얼굴이 가벼운 미소를 띄울 수 있게 노력한다면 정말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역할은 할 수 있는 글이 될거라 자신합니다.

저는 이 곳 피지알이 세련된 글투를 가진 사람들만의 공간이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세련된 글투로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뽐내며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은 저는 결코 좋은 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글은 감동이 없고, 전투적이며, 기분이 상하기 때문이죠. 좋은 글의 두가지 요건인 자신의 생각의 표현부분에선 훌륭할지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의 배려에 대해선 정말 낮은 점수에 불과한 세련되기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세련된 글투에 빠져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아 정말 좋은 글이 넘치게 되고, 또 많은 분들의 투박하지만 정성스런 글들이 올라오길 정말 많이 기대합니다. 저는 피지알이 갖고 있는 힘은 세련된 글투가 아니라 읽는 사람들을 배려했던 그 정성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중에 다시 읽게 되어도 부끄럽지 않은, 언제나 같은 닉네임으로 사람들을 대하면서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결국 내 자신에게 떳떳한 글을 읽고 싶습니다. 또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 글이 그러한 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1-10 11:10)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8-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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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DVD
08/01/07 04:42
수정 아이콘
말은 발 없이 천리를 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제 경우는 말하기가 가장 어려운데, 대단하십니다.
좋은 생각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뿐'인 것이 왜 문제인지 뭐가 문제인지 아시는, 그런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08/01/07 04:48
수정 아이콘
이런 꼭두새벽부터 안 주무시고 뭐하시는겁니까!!
어서 추게로 사라지세요!!!!
08/01/07 13:30
수정 아이콘
무척이나 공감가는 글이네요. 저도 글보다는 말인 체질이거든요^^
저는 성격이 급한편이라 하고자 하는 말은 많은데 급하게 막 써내려가다보면 결국 뒤죽박죽 이상한 글이 되어버립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좋은글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信主NISSI님의 필력은 굉장히 좋으십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08/01/07 16:18
수정 아이콘
제가 최근에 본 글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글인거 같습니다.
'정성이 좋은 글을 만든다'. 다음부터 글을 쓸때 꼭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겠습니다. ^^
영웅의물량
08/01/07 18:12
수정 아이콘
JPstyle님// 님의 댓글을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넣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信主NISSI님// 뭐랄까,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내 댓글도 따뜻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살짝, 하게 하는 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력형저그
08/01/08 01:23
수정 아이콘
신주님 멋진 글 감사합니다....^^

참고로 저 후로릭 BoA_LoveHolic이에요 :)
08/01/08 03:07
수정 아이콘
신주님 멋진 글 감사해요 +_+
어느 순간부터 귀찮음에 시달려 뻘글들만 올린 저로서는 부끄럽기만 하네요..
덕분에 반성하고 다시금 제대로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전 후로리그 세실 입니다 ;)
08/01/10 11:41
수정 아이콘
저도 글보다는 말로 하는 체질에 가까워서 글을 잘 못쓰는데 이 글을 보니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메딕의사랑
08/01/10 13:49
수정 아이콘
멋진글 감사합니다 !

참고로 전 후로리그 촐 입니다 :)
마음의손잡이
08/01/10 15:42
수정 아이콘
그럼요 공감이 우선이지요. 그깟 글솜씨요 공감이란 2음절 단어에 아무것도 아닌게 되지요
08/01/10 18:14
수정 아이콘
스위티도 멋진 글에 대한 경례를 하고 갑니다~
08/01/10 18:25
수정 아이콘
글도, 결국 자기자신이 쓰는것이고, 남을 위하는 것 마져도... 자기자신이 하는 감상적인 일..
내가 주체가 되서 하는 일.. 자기자신을 잘 모르고 자기제어를 할줄 모르면, 결국 남을 위하는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제어될리는 없는 일.. 먼져 남보다는 자신.. 자신의 주체를 갖고,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
라는 말을 요즘 부쩍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남을 위하라.. 남위하는 위인들을 본받아라.. 하면서, 자기자신의 타인화를..
자신도 모르게 되뇌이며.. 결국 자기자신을 잃어버리며 삽니다..

내가 남을 위하는 방법. 나 자신만의 방법과 색.. 결국 자기자신을 알아야 한다는것..
그래야 남도 알수 있는 법.. 나를위하는게 남을 위하는 법.. 그러나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것..
KaKaRuYo
08/01/10 19:51
수정 아이콘
필력 굉장히 좋으시네요 ^^... 멋진 글 읽고 갑니다.

참고로 전 후로리그 어쎄신입니다 ^^ :)
08/01/12 12:10
수정 아이콘
최고...
쓰고 싶은글은 많은데 잘 쓰진 못하겠고
이미 써놓은글들도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고
그런일이 많아요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1/08/18 15:20
수정 아이콘
글에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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