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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31 11:55:41
Name The xian
Subject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2
어떻게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대담'형식을 차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그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S모님의 칼럼과 유사한 형식이 되어 버렸는데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그 분의 칼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쓴 이번 독후감은 "자아와 자아와의 대담"이라는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저기에 나오는 X군도 P군도 모두 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치 "천문 대화"에서 갈릴레이가 대담 형식을 빌어
지동설의 옳음을 주장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1편 바로 가기"(☜ 클릭)


P군 : 자. 친구, 어제 하던 이야기 계속 해야지?

X군 : 네가 내 친구였냐??

P군 : : ......까칠하기는.


게임에 대한 진실 혹은 편견

X군 : 이번에 할 이야기는 어제 말했듯이 저자가 미국(또는 그 외의 지역)의 게이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주재료가 되고 대한민국의 시각 차이가 부재료가 될 것 같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할 이야기가 길어지겠더라고.

P군 : 지난 글보다 조회수 / 리플수 안 나온다는 것에 올인!!

X군 : ......됐거든. 자. 이 책의 저자는 게임의 특징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 키워드들은 이래.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은 왕이다", "게임에서는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 "게임은 강력한 흡입력이 있다", "게임은 근사하게 단순하다" 등등.

P군 : 당연한 이야기잖아?

X군 : 거기까지는 그렇지. 그러나 그 이전 장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나와. '게임에 대한 세 가지 편견'이라는 제목 아래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게임은 폭력적이다?", "게임은 현실 도피 수단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 '세상에, 이게 '편견'이라니?'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쇼킹한 일이었어. 나도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P군 : 어? 그거 실제로 맞는 현상 아냐? 내 주위에도 게임 하는 사람들 죄다 남자들 뿐이고, 네가 지금까지 거쳐 온 회사에서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압도적이었잖아. 그리고 실제로 게임이 폭력적이기도 하고, 뭔가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맞아.

X군 : 물론 그 말들이 전부 '가치가 없다'라고 하면 말이 안 되겠지. 저자도 '그러한 측면이 있다'라는 것을 아예 부정하는 건 아니고, 실제로 미국과 대한민국의 경우 대한민국 쪽이 게이머들 중 남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도 사실이야. 그러나 일단 - 굳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것을 들지 않더라도 - 게임의 본질을 놓고 본다면 게임은 확실히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변경'이 얼마든지 가능하거나, 어렵다 해도 이전의 다른 컨텐츠보다는 훨씬 자유로워.

게임이 없던 시절에 사람들의 눈을 잡아 놓은 TV 시리즈나 프로그램에서는 같은 성별의 배우 또는 연기자를 자신이 동경하는 역할 모델로 삼았다면 - 단 이성 가수에게 몰리는 팬은 다소 제외하고, 이성에 끌려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 내가 말하는 역할 모델의 의미는 다르니까 - 게임에서는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가 없고, 또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지.

P군 :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X군 : 더불어 '게임이 폭력적이다'라는 것에 있어서도, 우리를 포함한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예시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폭력성이 강한 게임을 평소에 즐기던 어떤 청소년이 총기를 난사했다' 라는 단편적 사실만을 보고 '게임이 폭력을 심어주는구나'하는 생각을 지레 가지게 되지.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이슈가 아니라 실제 사회 현상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에 게임이 과연 그렇게 유해하냐 하면 그게 또 명확히 결론이 난 문제도 아냐. 실제로는, 게임의 유해성과 무해성은 여러 반론과 사례가 맞물려 논란 중이긴 해도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고 '설'만 무성하지. 게다가 그런 논란이 있는 외국에서는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된 "게임의 유해성" 관련 기사만큼이나 "게임이 범죄의 증가와 큰 관련이 없다"라는 식의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다만 사람들이 보기 쉬운 것은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이슈'일 뿐이라 그런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이 책에는 - 비록 반 페이지 정도이지만 - 외국의 범죄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비디오 게임이 자신의 주에서 널리 보급된 시기와 맞물려 강력범죄가 1/3 정도 줄었고, 그 이후로 다시 범죄가 늘지 않았다는 역사례도 실려 있어.

P군 :음, 미국의 예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대한민국의 "현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해?

X군 : 그건 다음 이야기로.

P군 : 뭘 넘어가!! 지금 설명해 주면 안 되냐?

X군 : 내 맘이다. 자. 이제 게임의 현실 도피 문제인데. 실제로 게임을 때에 따라서는 현실 도피처로 이용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건 나도 너도 마찬가지야.

P군 : 그래.

X군 :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해서 "현실 도피" 자체가 나쁘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거야.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이지.
괜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하냐?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나 그 이전의 세대 역시 "현실 도피"의 충동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것이 히피족 등등의 여러 부분을 통해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었어. 미국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도 장발족이다 뭐다 하는 식으로 사회 현상이나 문제가 나타났었지. 지금 게임 세대더러 게임을 하는 것이 '현실 도피'다 '과도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 윗 세대 역시 그 나름의 방식으로 "과도한 행동"을 이미 한 전력이 있다는 거야.

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정리하자면 "현실 도피"의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다만 게임 세대에서는 그 이전 세대와는 달리 게임이 주된 수단이 될 뿐이라는 것이며, "현실 도피"의 충동이나 사회 현상 자체는 아주 크게 나쁘거나, 죄악시되어야 할 것만은 아니라는 거야. 그 이전 세대와 '다를'뿐, '잘못된'게 아니라는 거지...

P군 : 그런데도 "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게임만 가지고 그러는지"에 대해 너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X군 : 빙고!!

P군 : ......생각해 보니 주위에서 게임을 하는 자녀를 훈계하기 위해 부모가 "내가 너 때엔 안 그랬다"라고 하는데 귀담아 듣고 보면 어떤 측면에선 이것만큼 자기 중심적인 말도 없어. "할 수 있었는데도 안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때에는 게임이 있지도 않았고, 그 세대에서는 현실 도피 충동을 "다른 것"으로 풀었으니까.


게임을 즐긴 이들은 그 이전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X군 : 좌우지간 게임이라는 컨텐츠는 그 이전 세대가 누린 컨텐츠와 다른 여러 특징들을 지니고 있어. 그게 앞서서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은 왕이다", "게임에서는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 "게임은 강력한 흡입력이 있다" 등등의 말이지.

P군 : 잠깐, 다른 건 그렇다고 쳐도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은 왕이다"라는 것은 솔직히 게임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잖아. 예를 들어 레스토랑엘 간다거나, 쇼핑을 할 때에도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지 않아?

X군 : 그렇지. 과거의 세대들에게는 그게 더 익숙하지. 이 키워드는 저자가 말했듯이 "과거의 베이비붐 세대도 쇼핑 등의 컨텐츠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게임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지금의 게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야.

P군 : 그럼 "게임에서는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라는 건 뭐지?

X군 : 그게 아마도 이전 세대의 다른 놀이감에 비교할 때의 게임의 결정적 차이점 중 하나일 거야. 지금도 하는 사람이 있는 놀이이지만 - 고무줄 놀이든, 줄넘기든, 야구, 축구, 농구든 간에 그러한 오프라인상의 놀이들은 기구와 공간과 시간 등의 여러 조건이 허락되어야 하지. 게다가 비가 오면 이런 것들의 대부분은 못 하게 되기도 하고... 하지만 게임은 그렇지가 않아. 게임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갈 수가 있고,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되거나 싫증나면 심지어는 "다른 게임"을 하는 것도 충분히 허용되지.

P군 :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X군 : 그러나 의외로 망각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 "다른 건 안 하고 게임에만 빠져 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비해, "왜 게임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저런 결론을 끄집어내는 건 쉬운 일만은 아냐. "게임은 강력한 흡입력이 있다"라는 것도 게임에 있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 도피'나 '폐인'과 같은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저 게임은 '악의 축'일 뿐이지만,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같은 복잡한 세상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집중력을 기르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데에 '게임'만한 존재가 없다는 뜻도 된다는 것이지.

P군 : 딴은 그렇군.

X군 : 그런 요인에 의해 게임의 경험이 있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야. 더군다나 대한민국처럼 일반 게임과 '바다이야기'같은 도박이 같은 류로 도맷금 취급되고, 게임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일이 빈번한 나라에서는 이런 패러다임이 더 절실히 요구되지.

P군 : 어? 너 '바다이야기'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면서?

X군 : ......억울하잖아.

내가 일하고 있는 게임업계와 '바다이야기'는 큰 상관관계도 없는데, 게임을 경험하지 않거나 게임을 배척하는 세대에게는 '바다이야기'도 게임이고, 슬롯머쉰이나 길거리에서 돈넣고 돈먹기 하는 것도 게임이고, 에버퀘스트나 스타크래프트도 게임이지. 그러니 뭔 문제만 터졌다 하면 게임이 전체적으로 모욕을 당한다는 거야. 물론 그들에게 게임을 '구분'해 달라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은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극단적인 이야기 하나만 해 보자. PGR이나 E-Sport계에서 회자되는 프로게이머하고, 사행성 게임장에 틀어박혀 돈 쏟아붓는 사람들하고 똑같은 '게임으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소개된다면 너는 가만 있을 것 같냐?

P군 : 그런 미친 짐승들 짖어대는 소리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 너는 너무 예민해서 탈이야.


다음 이야기 예고 - 과연 대한민국은?

X군 : 그리고 이렇게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소개를 한 뒤, 저자는 이 다음 장에서 게임 세대의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극대화시며서 말하지. 대표적인 예로 "게임 세대는 전문가를 지향한다", "게임 세대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게임 세대는 멀티태스킹에 능하다", "게임 세대는 영웅이 되기를 원한다" 등등.

P군 : 와. 누가 들으면 게임 하는 사람이 가장 능력 좋은 사람인 줄 알겠다.

X군 : 그래. 정말 희망적인 말들이고 나도 마음 속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이야기야.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게임, 그리고 게이머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제 나의 비판도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거지. '현피'이야기를 다음 이야기에 하겠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 때문이야.

P군 : 역시 길어지니까 두려운 게로군.

X군 : 두려운 건 아냐. 단지 내 글을 읽다가 사람들이 졸게 될까봐 그러는 거지. 지금 이것도 '그냥 내릴' 사람들 많을걸.

P군 : 그런데, 책에 대한 감상을 전제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필요성이 있어? 네가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이 책에 대한 서평 뿐만이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여러 내용이나 너의 경험들까지 섞여 있는 거잖아.

X군 : 내가 그냥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실제로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써야 할 의무'를 갑자기 느꼈다고나 할까.

P군 : 되게 거창하군. 다음 이야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네 이야기를 읽다가 졸음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 같다.

X군 : 그러든지 말든지.


To Be Continue......


- The xian -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9-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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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미키
06/08/31 13:27
수정 아이콘
다음편 기다리고 있습니다 ^^;;
06/08/31 15:44
수정 아이콘
링크 수정 하였습니다. ^^
The xian
06/08/31 16:22
수정 아이콘
homy 님// 링크 수정 감사드립니다.^_^
06/08/31 21:52
수정 아이콘
컴퓨터 게임학 강의 내용이 생각나는군요.. 컴퓨터 게임의 발생 이유와 흡입력이 강한 이유...

자아의 결여된 부분을 채워줄수 있는 수단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게임이다. 라는 것..

다음편 기대기대^^
루크레티아
06/09/01 01:20
수정 아이콘
사실 게임의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비폭력적인 게임보단 폭력적인 게임이 많죠. 대부분의 게임이 일단 뭘 패고, 죽이고 하는 게임이니까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안미치고를 떠나서 이건 따지고 보면 그다지 반론의 여지가 많아보이진 않는군요.

그리고 P군의 대사 중에서 미친 소리에 신경 끄라는 소리가 있는데 전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미친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가치관 자체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서라도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
parallelline
06/09/01 22:51
수정 아이콘
투비 컨티뉴....
06/09/02 00:45
수정 아이콘
... 나오자마자 추게!....
일어나자마자 열심히 잘 보고 왔습니다. 몇번 되새겨보고 생각해야 할 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화이팅! 커밍 순!
카이레스
06/09/02 11:18
수정 아이콘
안 졸았고 그냥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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