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7연패를 기록 중. 이번 경기 이전 6경기 중에서는 5경기에서 3실점 이상을 허용하며 패배했다고 하네요. 이번엔 0-1이니 그나마 좀 발전했다고 해야하나.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B 시절을 포함하면 모든 대회에서 감독으로서 500승째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172승을 기록 중.
과르디올라가 명장병인가 아닌가, 결과적으로 강한 팀을 정말 높은 곳에 올려놓을 깜냥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이 많은 편이지만, 이 양반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전술적인 움직임들은 상대팀으로 하여금 머리를 참 아프게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스날은 평소처럼 부카요 사카를 시프트로 활용하며 3-4-3과 4-3-3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톱 자리에 라카제트나 은케티아가 아닌 윌리안을 위치시키면서 제로톱 형식을 취했고, 오른쪽에는 니콜라 페페를 출전시켰다는 점.
이것에 대응해 맨체스터 시티가 들고나온 진형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여러 매체들에서는 3-1-4-2로 표기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경기를 보면서 느끼기에는 3-3-3-1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 같습니다.
아케 - 디아스 - 워커가 쓰리백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중원에는 베실바 - 로드리 - 칸셀루가 위치, 그리고 나머지 공격수 4명은 전방에서 서로 스위칭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을 전개하던 느낌. 후방 수비 라인이 전방압박에 고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로드리가 피보테 자리에서 최후방 라인을 부지런하게 오고갔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맨시티의 선수들 포지셔닝이 정말정말 넓었습니다. 쓰리백은 양쪽 스토퍼가 터치라인에 가까울 정도로 넓게넓게 포지셔닝했고, 공격수들도 4명 중 2명이 양쪽 터치라인을 거의 밟다시피 할 정도로 좌우로 크게크게 벌려서 서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전방과 후방 라인 자체도 컴팩트하게 좁히기보다 넓게넓게 벌려서 선수들을 배치했습니다. 다른 팀들이 이랬다가는 빌드업 도중 한 선수가 볼을 탈취당하면서 순식간에 실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맨시티 선수들은 굉장히 능숙하게 좌우로 볼을 돌리면서 아스날의 압박을 풀어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들 발 밑이 좋으니까 자신감있게 이런 대형을 취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보통 아르테타 아래에서 아스날이 수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는 전방 압박을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디펜시브 서드에 빠르게 복귀해 수비 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집중력있게 볼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렇게 경기장을 널찍널찍하게 쓰다보니 아스날 선수들의 대형도 크게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전 선수들 사이가 이렇게 벌어지면서 만들어진 틈을 전방 맨시티 4명의 선수들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점 상황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은데, 아스날이 자카까지 전진시키며 전방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맨시티가 빠르게 최전방으로 공을 연결시켰고, 자카와 세바요스가 잠시 비워놓은 중앙 공간을 아구에로가 돌파하면서 순간스피드를 높인 것이 결국 실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가브리엘과 세바요스가 스위칭하던 그 순간을 아구에로가 정말 잘 공략하지 않았나...
동시에 맨시티는 수비 시에도 전방 4명이 아스날의 수비진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함으로써 아스날의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아스날은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센터백 루이스와 가브리엘이 전방으로 길게 롱패스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맨시티 선수들에게 모조리 차단당하면서 아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건 루이스와 가브리엘의 전반전 패스맵. 전진패스 시도 자체가 별로 없고, 그나마 그걸 위한 롱패스는 대부분 차단당했다는게 쉽게 구별됩니다. 특히 루이스는 아주 뚜렷하게 보이죠.
이건 왼쪽에서 빌드업에 힘쓰던 티어니도 마찬가지. 오른쪽에 위치하던 워커와 칸셀루는 아스날의 주 공격루트인 왼쪽 공격루트을 아주 효과적으로 틀어막았습니다. 사카가 고군분투했지만 에데르송의 세이브를 뚫어내진 못했네요.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는 아스날이 좀 더 수월하게 공격을 시도하기 시작했지만 맨시티가 큰 어려움 없이 잘 막아낼 수 있었고, 70분이 지나자 맨시티 선수들은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채 여유롭게 공을 돌리며 공을 지키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몇몇 날카로운 역습이 시작될 수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맨시티 선수들은 카드를 감수하면서 사전에 반칙으로 차단하는 것을 택했고 아스날은 그런 과정에서 얻어낸 몇몇 프리킥 상황에서도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결국 1-0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스날은 리그 2패째를 기록했는데, 하나는 리버풀 원정, 하나는 맨시티 원정이니까 현재 성적 자체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승점을 따냈으면 좋았겠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어려운 일정 2개였으니... 하지만 결과를 떠나 최근 경기들에서 이번 시즌 주공격루트로 삼고 있는 왼쪽 측면에서의 공격작업이 꽤 수월하지 않은 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팀 전체의 공격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은 아르테타가 빠르게 개선을 해야하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