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2/13 10:51:44
Name 윤여광
Subject [yoRR의 토막수필.#17]내 옆에 서 있는 한 사람.

-BGM-
-1000마디의 말 Instrumental <Final Fantasy X-2 Main Theme>-

“수고하셨습니다!”

  작업장에 반장의 목소리가 울리자 인부들은 지친 몸을 숙소로 옮기며 저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2시간동안 계속된 고된 작업에 지친 몸과 조금은 막막하게 다가오는 다음날의 작업을 두려워하며. 코에 가득 찬 먼지를 손으로 쥐어짜 바닥에 거칠게 내던지며 나와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몇 명의 사내를 바라봤다. H택배 대형 물류 센터. 몇 달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나는 그 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라는 존재들을 처음으로 눈앞에 두고 봤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고 이기적인 것이 TV에서 이따금 방영해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뇌 따위의 프로를 보자면 그들이 한없이 불쌍해지고 한편으론 그들에게 푸대접을 일삼는 고용주들이 참으로 인간 같지 않아 보였으며 심지어 그 외국인들에게 값싼 동정마저 느꼈었는데, 결국에 같이 일하면서 슬슬 그들을 피하며 조금은 강압적인 억양으로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저렇게는 살지 말자던 내 하찮은 맹세마저 무색해진 것 같아 또 다시 스스로를 자학하는 나였다. 그 이후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그들을 슬슬 피해 다니던 나에게 안타깝게도 그들 중 한명과 12시간을 함께 작업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부산 지역으로 분류된 택배 화물들을 18톤 트럭에 상차하는 작업. 이게 말로는 쉽지만 끝도 없이 밀려오는 화물들을 그 공간 안에 잘 배치해서 쌓다 보면 18톤이나 되는 트럭안의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면서 마치 최고 난이도의 테트리스를 하는 착각에 빠져든다. 아무 생각 없이 화물이 상하지만 않게 운송장을 위로 보이게 하여 내리기만 하면 되는 하차작업과는 달리 상차작업은 두 사람간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런 일을 안 그래도 서먹하게 지내는 내국인 인부들과 해도 욕을 먹을 판에 외국인과 함께 하라는 작업  반장의 명령은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짬이 얼마 되지도 않는 나였기에 뭐라 불만의 말도 할 수 없었던 나로선 그저 불만은 속으로 채워놓으며 묵묵히 작업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그는 WWE에서나 봐왔던 레슬러와 같은 키와 덩치의 거구였다. 외소한 몸집의 그들에게 그나마 큰소리 칠 수 있던 그것마저 할 수 없을 만큼 위압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체격 그리고 인상.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내 일이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스캐너를 들었다. 그 역시 나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트럭 위로 올라섰다. 피차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는 우리 작업 조는 그 날 다행히 욕 한 번 먹지 않고 12시간 작업을 마쳤다. 나는 그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짐을 쌓아 올릴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짐을 정리해서 올려 보냈고 그는 그것을 빠른 동작으로 올려 두고 내가 올려 보낼 다음 짐을 기다렸다. 특정 지역으로 보내지는 다수-20개 이상 일련번호를 지어 발송되는 의류 혹은 의약품-의 짐은 스캐너를 맡기고 나 역시 트럭으로 올라가 그를 도왔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는 철저하게 나를 배려했다. 나 역시 외소하다고 볼 수 없는 그렇다고 균형 잡힌 근육질의 몸은 아니었지만 힘 꽤나 쓰겠구나 하는 체격이었지만 그 앞에서는 그저 어린 아이로 보일 뿐이었으니 힘자랑과 비슷한 일종의 무시를 동반한 배려였다. 그렇다고 나도 할 수 있다며 그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기가 힘든 일을 맡아서 하겠다는데 그걸 만류하고 나 역시 몸을 던질 만큼 착한 심성 따위 버린 지 오래였다. 작업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천천히 걸어가는 식당 문 앞에 그가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하루라도 같이 작업을 한 동료사이인데 아무 말 없이 지나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의 옆에 멈춰서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가 한국어를 알아들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한국에 와서 하루 이틀 일하는 것 같지 않은 그의 모습을 봤을 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하나 줄까?”
  그는 아주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나에게 담배 하나를 꺼내 건넸다. 얼떨결에 받아든 양담배에 그가 불을 붙여 주며 다시 말을 건넸다.

“여기 온지 얼마나 됐어?”

  이것은 마치 고참이 힘들어하는 신참을 챙기는 듯 한 위로의 한 마디였다. 우선은 그가 구사하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에 놀랐고 내국인도 아닌 외국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랬다.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어요.”

  그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비웃음은 아닌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허공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매우 썼다.

“너 지금 나이가 몇 살이니.”
“올 해 21살입니다.”
“여기 오는 네 나이 대 사람들은 거진 하루도 못 버티고 도망가더라고. 난 네가 와서 꽤 버티길래 30살은 되는 줄 알았지.”

  그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내 나이를 10년이나 넘겨 집은 이야기를 듣자 나 역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제서야 그가 사람으로 보였다. 나와 피부색이 다른 먼 나라의 사람이 아닌 똑같이 심장과 뇌를 갖고 생각하며 먹고 사는 하나의 인간. 농담 하나로 내가 갖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란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 벽의 반은 이미 허물어져 있었다.

“제가 좀 늙어 보이긴 해요.”
“넌 내가 몇 살로 보이냐.”
“글쎄요. 적어도 3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데.”
“너보다 한 살 많아.”
“켁켁.”

  기분 좋게 빨아들이던 담배 연기에 보기 좋게 호흡이 끊기며 나는 어이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완전히 얼이 빠진 내 얼굴을 그는 또 다시 피식 짧게 웃는 얼굴로 바라봤다.

“아저씨 아니야. 그냥 형이라고 불러.”

  외국인이고 내국인이고 나는 그를 그저 체격과 외모로만 판단했기에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당신 생긴 게 그런 걸 어쩌라는 말인가. 당신 역시 날 20대로 생각하지 않았잖은가. 나는 그런 마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밥 먹으러 들어가야 하지 않아? 줄 많이 서있는 것 같은데.”

  그는 일방적으로 나와의 짧은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길게 늘어진 줄 뒤에 서서 잠시 그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서로 착각한 실제 나이와 그리고 작게나마 허물어진 벽. 그것이 내내 식사를 방해했다. 다행히 잠을 막을 만큼 거세진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그와 거진 2주를 같이 작업했다. 처음과는 달리 말문이 트였기에 그와 나눈 짧은 대화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온지 3년이 지났고 이 곳으로 온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보수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면 왠지 적어 보이는 액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돌아갈 예정은 언제냐 묻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했다. 놀랍게도 그는 이미 한 여인과 교제 중 이었고 적당히 돈이 모이면 귀화 신청을 하여 한국인으로서 살 것이라는 꿈을 말해줬다. 왜 돌아가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가 떠나온 고향에는 이미 늙은 아버지만이 남아있고 다른 친인척은 없다했다. 처음에는 적당히 돈을 벌어 돌아가려는 생각을 했으나 그의 아버지가 나 한 사람을 챙기기 위해 희망도 없는 땅으로 돌아오기보다는 한국에 적응할 수 있다면 자신을 잊으라 하셨단다. 그의 이기적인 마음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이치에 맞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고되긴 하지만 그래도 직업을 갖고 있으며 수입도 있는 그가 다시 척박한 고향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를 버렸다는 자책감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 곳에서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일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매달 월급의 반이 조금 안 되는 돈을 고향으로 보낸다는 그의 이야기에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는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주제 넘는 책망은 하지 않았다. 나로선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가 나를 집으로 초대한 것은 일을 갑작스레 그만두고 떠난 뒤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당으로 향하는 내 앞에 그가 불쑥 나타나 건넨 말은 목욕탕에 가자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고 싶었던 지라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형 왜 갑자기 그만두고 나간거야. 벌써 돈이 다 모였어?”
“그냥. 이제 다른 일을 찾아볼까하고. 수입이 좀 더 커야겠다고 생각했어.”

  오랜만에 만난 그의 얼굴은 조금은 굳어있었다. 이곳에서 나간 뒤 어떤 세상을 맞이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입을 간지럽혔지만 묻지 않았다. 아마도 조금만 기다리면 그가 나에게 먼저 말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다리기로 했다.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끝까지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은 그의 몸을 보니 여기 저기 상처로 가득했다. 아마도 막일을 많이 하다 보니 얻은 상처라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에게서 얻은 것이라면 그는 진작에 한국을 떠났으리라. 세상에 상처 입을지라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긴 했으나 사람이 주는 상처를 견디지 못할 여린 심성의 사람이었다. 탕 안에 들어가서도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탕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샤워기의 공간을 어지럽히는 소리도 없이 조용한 가운데 우리는 서로 마주앉아 등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남자끼리라도 알몸을 그것도 보기 싫게 튀어나온 배를 보여주기 적잖히 부끄러웠지만 아무 말 없이 그리고 그 역시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침묵이 깨진 것은 내가 그의 등에 손을 데어 슬슬 밀어내리기 시작할 때 즘.

“나는 한국에 살거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별로 놀라지는 않았지만 왠지 비장함이 담긴 그의 말에 살짝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사람이 무언가 다짐을 세우는 이유는 분명 내면 어딘가가 약해지는 것이 불안하여 그것을 감추려 하는 마음에 앞서는 행동이기 때문에. 굳건하게 내 앞에 서있는 그의 모습이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근데....많이 힘들다. 여기 와서 지낸지 벌써 3년인데 말 붙인 사람이라곤 우리 OO랑 너밖에 없어. OO이 부모는 나랑 그 녀석이랑 교제한지 벌써 2년째인데 본 적도 없고. 아무래도 꺼려지겠지. 아무리 앞에서 사랑한다고 해도 뒤돌아서면 불안하겠지 그녀도. 그걸 내가 붙잡아 세우고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다. 아직 나한테는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어.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적이 한국인것도 아니고.”

  그는 진지하게 자신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털어놓고 있었다. 한 사람의 아픈 현실을 털어놓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건만 그것을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는 것에 잠시 감사했다. 그러나 나 역시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어떤 대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또 다시 값싼 동정이 될까, 혹여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고백하는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입이 무거웠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

“그래도 귀화 시험을 앞당겨서 보기로 했어. 돈보다는 일단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명분이나마 내세울 수 있는 국적이야. 그리고 내 사랑을 지키려면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녀석이랑 부모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의 모습. 그게 우선인 것 같다. 그래서 그만 둔거야. 그래도 일단은 공부하기에 부족하지 않게 모아둔 돈이 있으니까.”

  그가 말을 마쳤을 때 나 역시 그의 등에서 손을 땠다. 그는 돌아 앉아 어찌하질 못해 난처해하는 나를 보며 처음 나에게 보여줬던 가벼운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난감해할 필요 없다. 너한테 무슨 말을 듣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털어놓고 싶었다. 속이 좀 답답했거든. 혼자 서 있는 땅은 누구에게든 외로운 법이니까.”

  내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을 것이란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허공에 대고 미친 사람 마냥 소리 지르면 끝날 일을 그는 그래도 사람 앞에 털어두고 싶어 했던 것이다. 단지 그 대상이 내가 되었을 뿐. 짓궂지만 그래도 감사하며 그리고 미안해하며 나도 웃었다.

“잘해.”

  그 한 마디. 너무도 쉬운 그 한 마디. 어렵게 털어놓은 한 사내의 고백을 마무리 짓는 짧기만 한 하나의 말. 그래서 여운이 남는 힘든 세상. 그가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 앞에 내가 해준 말 한 마디가 어떻게 작용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잘하길 바랄 뿐. 잘된다는 그 기준은 오직 그가 갖고 있는 행복의 최소한에 따르겠지만.

  다시 옷을 갈아입고 헤어져야 할 때 우리는 잠시 목욕탕 입구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물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도로위의 차를 보며 그것이 그의 인생에 펼쳐진 길 위에 잠시 지나가는 나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했다. 이 길로 서로 등을 돌리면 다시 보기 힘들 것이란 걸 서로 알고 있었다. 내가 갖고 싶은 인연 하나를 놓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서로에게 최선의 헤어짐인 것을 알기에 어떤 미련도 잡생각도 없었다. 머릿속에는 잘하라는 내 말만 맴돌고 있었다.

“이제 다시 보긴 힘들 거다. 너도 곧 여길 떠난다고 했고 나도 시험 준비를 하려면 다시 찾아오기는 힘드니까. 그래도 인연이 닿으면 보겠지. 다시 만날 때는 똑같은 한국인으로서 봤으면 좋겠다.”

  국적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

“국적. 중요하지. 근데 그거 알아?”
“?”
“형이랑 나. 지금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난 형이 국적을 따낸다고 그게 형을 당당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피부색이 다르면 색안경 끼고 쳐다봐. 형이 얼굴에다가 나 한국인이오하고 써 붙이고 다녀도 피부색이 다르면 경계하고 거리 두는게 세상이야.”
“.....그러냐....”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형 한 사람.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 여기 사람들이랑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술을 먹으면서. 그렇게 어울려서 사는게 어쩌면 한국인이라는 명분을 따내는 것보다 중요할 수도 있어. 너무 매달리지는 마. 하지만 그게 형 어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줄수 있다면 따내. 죽을힘을 다해서.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인사.

“형 한 사람...다른 것보다 더 우선해서 죽을힘을 다해서 지켜. 사랑 하나 지키자고 형 자신을 깍아 내릴 필요 없고 명분 하나 지켜내자고 존재감 없앨 필요 없어. 형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어. 사람도, 사랑도, 세상도.”

  그는 조금은 격하게 튀어나오는 내 말을 잠자코 듣다가 웃으며 등을 돌렸다. 언덕 아래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없어지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렸다. 내가 서있던 자리 바로 옆에 그가 서있던 발자국이 보였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한 사람의 자취가 남아있었다. 나와는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는,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안쓰러운 한 존재가 남긴 자취. 그 자취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그 하찮은 명분을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존재를 잃지 않으려 아직도 숨을 멈추지 않은 집착.


  내 옆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공백이 조금 길었습니다. 2주. 음. 글이 올라오지 않았던 연유를 물으신다면 그저 게으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글쟁이에게 글감의 부족 혹은 기타의 이유는 그저 게으름의 연장일 뿐입니다. 죄송합니다...그래도 약속은 깨지 않겠습니다. 토막은 계속됩니다. 쭈욱~~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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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롱투유
06/02/13 11:07
수정 아이콘
윤여광님의 글을 읽으면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교차합니다.
요 근래에 write 버튼을 몇번을 눌렀다 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글이 안써지는지...
키보드에 무거운 추를 단 것처럼 한타 한타 치기가 나에겐 힘든 노동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글로는 쓰기 힘든 아니 써지지 않는 이야기를 댓글로 통해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기를...
윤여광님의 멋진 글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메딕아빠
06/02/13 11:09
수정 아이콘
그들로 하여금 ... 당당하게 살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면 ...
그건 바로 우리의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
그들도 이 사회를 지탱하는 한 부분임을 ... 인정해 줄 수 있는 그 날이 ...
언제쯤 올까요 ...?

언제나 따뜻한 글 ... 감사 합니다^^
하얀그림자
06/02/13 11:2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확실히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그리 곱지는 않죠...
06/02/13 12:58
수정 아이콘
이번 글도 정말 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06/02/13 13: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ㅠㅠ
youreinme
06/02/13 13: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슬픈청춘의꿈
06/02/13 14: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06/02/13 16:29
수정 아이콘
조금 반성이 되네요.
항상 윤여광님의 글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그러면서 조금씩 제 자신이 바뀌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글 감사하니다.
구김이
06/02/13 16:37
수정 아이콘
글을 읽으면서 반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면 바로 편하게 대할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내팽겨친다면 그 명분 또한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겠죠?
윤여광님 글은 항상 무언가 생각하게 해줘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케미
06/02/13 17:3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읽으니 더욱더 멋지게 느껴지는군요. 고맙습니다.
나는 나!!
06/02/13 17:43
수정 아이콘
오늘도 여전히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윤여광님의 글....
따뜻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렵니다^^
자리양보
06/02/13 18:14
수정 아이콘
그저 좋은 글 고맙습니다라는 말 밖에는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군요. ^^

덕분에 오늘 하루도 마음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나도가끔은...
06/02/13 22:06
수정 아이콘
pgr을 사람사는 곳으로 만들어주시는 윤여광님 건필하십시오.
흐르는물
06/02/13 23:4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천재를넘어
06/02/15 17:46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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