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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5/29 02:01:43
Name nexist
Subject 지나간 몇번의 인생의 선택기로들....
20대가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얼마전부터 잡생각이 많이 납니다.
뭐 오래 산건 아니지만 최근 왠지 모르게도 현재의 내 위치와 과거의 몇가지 중요한 선택기들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왔습니다. 1남 1녀의 첫째였고 부모님들은 일로 바쁘셨기에 집에 오면 거의 혼자였으며 부자집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고민같은 거 없이 자랐습니다. 학교 생활에서는 평소 운동신경이 둔해서 그리 친구들이랑 잘 뛰어놀지는 못했지만 왕따같은 존재는 아니었고 그럭저럭 성적은 잘 나왔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특목고를 한번 쳐보았다가 떨어졌죠..(솔직히 공부안했으니 붙으면 이상했던거죠.)

집이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고등학교도 전에 살던 동네와는 뚝 떨어져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역시 별 문제없이 다녔고 고 2겨울방학때인가 한번 feel이 오더라구요. 공부해야겠구나.... 1년간 전과는 다르게 열심히 했습니다. 성적이 급상승하더군요. 그러다 수능을 봤습니다(95년이군요). 당시는 본고사,수능,내신 다 있던 때입니다. 수능성적은 평소대로 다행히 나와주었습니다.

당시 사실상 인생에서 처음으로 중대한 선택기를 앞에 두게 되었지요. 우리나라의 폐단이라고 할 수 도 있지만 대학과 과를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들 아실 겁니다. 원서 넣기 전까지는 공대지원예정이었습니다. 20년간 난 공대생 할거라고 생각했고 그리 공부했으니까요.(고등학교 문/이과 지원시에 고민 1g도 안했지요.) 특차 지원시기가 되고 아버님이 의대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혀 머리속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고민을 합니다. 공대가서 졸업하고 취직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과연 50되어서도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공대분들께 왠지 죄송하네요.) 제 결론은 아닐 거 같았습니다. 결국 원서 넣기 1주일전에 처음으로 의대를 생각해보다가 특차로 의대지원했고 붙었습니다.

요즘 가끔 생각합니다. 내가 그때 공대를 갔으면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근데 사실 상상자체가  잘 안됩니다. 이미 이바닥에 들어온지가 10년이 되었더니만 과거 수학, 물리등에 자신있던 머리지만 이제는 외우는거 빼면 머리가 안굴러갑니다. 한 바닥에서 10년을 굴러먹었더니 몸도 머리도 변하나 봅니다.

일단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또 세월은 잘 흘러가고 고생이 될지는 몰라도 그다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꿀 일은 거의 없더군요. 6년간 헥헥거리고 졸업한 후에 인턴으로 취직하는 방법과 군대가는 일이 있었지만 별 고민없이 취직을 했습니다. 1년후에 레지던트 지원을 할 때 지원과를 정하는 일이 또한번 중요한 기로였네요. 나름대로 고민도 했지만 결론을 내렸고 지금까지 잘 수련받고 있습니다. 연관된 상황등은 여기 적을 필요는 없을 거 같고요. 이것도 역시 다른과를 선택한 자신은 그다지 상상이 안됩니다. 현재 선택한 길의 미래도 잘 모르겠는데 과거의 선택을 거슬러 올라가서 상상한다는게 힘든가 봅니다.

뭐랄까 30년가까이 인생을 살아왔지만 실제로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꿀만한 전환점이라고 할만한 계기들은 별로 없었던 듯 싶습니다. 몇번의 방향이 잡히고 나면 그대로 고속도로 달리듯이 가게 되네요. 그 틀을 깨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여간해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고요. 어찌보면 결정을 내리는 건 순식간인데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것을 배우고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인생이라는게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슬슬 흘러가는 건지 참 무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몇살 먹지도 않은 인간이 왠지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는거 같습니다.)

앞으로 수련까지 마치고 나면 군대를 가게 될 것이고,  그후에는 정말로 몇번의 중요한 기로가 다시 저에게 닥치 겠지요. 학과를 정하고 직장을 정하는 등만이 큰 선택기는 아닐 것이고 이외에도 여러가지 중요한 기로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인생에서 그리 큰 후회는 없으니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는 생각합니다. 후회되는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 선택기에서의 선택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무난하게 주위 흐름에만 맡기고 살아온 것 같은 반성도 들지만요. 요즘은 그나마 약간씩 일탈을 꿈꾸기도 한답니다.

새벽에 괜히 횡설수설하는 듯 싶습니다. 말그대로 잡담이 되어 버렸네요. 여기 오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각자에게 중요한 선택의 기로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모두들 후회없는 선택을 내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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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the Way
05/05/29 02:21
수정 아이콘
딱히 글의 주제가.. 의대생이시라는 염장을 지르러 오신건 +_+? ㅋ
^^; 저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가 찾아올 때.. 뭐랄까요, 항상 선택을 위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게 아쉽더군요..
허졉유져^^
05/05/29 02:44
수정 아이콘
이글의 요지,,"인생의 기로에 선택은 순신간, 영향력은 반평생.."
정도인듯,,^^;,,,저는 아직 20대초반이지만,,순간 순간의 한번이,,
가끔은 남은 인생을 결정해 버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나름대로 조심히,,살고 있습니다,,
피지알 분들도 다들 한순간의 생각에 휩싸이지 마시고 나무 아닌 숲을 보고 사는 쎈쓰~ ,,^^;;
좀 헛소리 인가요,,알콜 좀 마시고 왔더니,,횡설수설,,ㅠㅠ
아 그리고,, 저는 여기에 나오는 그 대표적인 공돌이 입니다. ㅠㅠㅠㅋ
마음의손잡이
05/05/29 05:00
수정 아이콘
선택의 기로라고 쓰기에는 가신길이 평탄해보입니다...(의대를 특차로 한 번에 붙으셨으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재수,군대 등으로 한 번 더 돌아가거나 심각하게 주저 앉을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couple]-bada
05/05/29 05:07
수정 아이콘
95년도 의대는 지금처럼 광풍은 아니지 않았나요...?
콩즐이
05/05/29 05:40
수정 아이콘
흠.. 그당시 공대 암울론 이건런 없었는데... 아버님이 상당히 약삭빠르신 분이었네요...
05/05/29 06:44
수정 아이콘
콩즐이//남의 아버님을 약삭빠르다고 표현하는건.....;
마음의손잡이
05/05/29 07:25
수정 아이콘
공대 암울론이 imf터지고 나서 얘기인가요? 음 그래봐야 의대쪽 특차지원 하실성적이면 어디서든 뭘 못하겠습니까?...
이고르
05/05/29 10:17
수정 아이콘
반전이군요~ 다들 위로해 주러 클릭했다가.. 오히려 자기 신세타령하며 나갈 듯^^
구슬마을
05/05/29 10:48
수정 아이콘
자기가 의대를 가든 어디를 가든 간에
자기에게 맞는 길이 있고 맞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자기에게 맞지 않다고 느꼈을 때
과연 그 길을 포기하고 딴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길을 계속 갈 것인지 그것 참으로 고민거리입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거든요. 사실 새로운 길을 개척할 용기가 없어서..
의대 졸업하고 의사가 되셨다지만 그 길이 진정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힘은 더 많이 들겠지만요
안철수님도 원래 의사이셨고..
마술사
05/05/29 11:36
수정 아이콘
아버님이 참 10년앞을 내다볼 줄 아시는 분이이셨네요
95년도엔 의대가 지금같진 않았죠...
10년전만해도 서울대의대부터 쭈욱 지방의대까지 > 서울대 공대 > 쭈욱 지방대 공대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었으니, 참...
피터팬
05/05/29 13:10
수정 아이콘
공대가 암울이면 인문대는 초울트라 암울입니다..
인문대는 아예 그런 말조차 하지도 않죠..
눈시울
05/05/29 14:00
수정 아이콘
공대 암울론은 이과생들끼리나 먹히는 얘기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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