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6/21 02:58:30
Name Port
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

  외전 소개 - 25회 이후.

  외전은, 본 스토리에서 누락된 것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형식은 외전이오나 어린질럿의 스토리엔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꼭 읽어주세요^^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 - 바람의 계곡 -

   - 다크템플러와 의회의 갈등. 그 가운데 서있는 아둔의 고민을 중점으로 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의 슬픔을 묘사해갈 외전입니다.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I] - 사라와 리치아 -

    - 테란 스토리가 레이너의 일기로만 진행이 되었는지라 다른사람의 스토리가 부실. 그것을 채워넣고자 계획된 외전입니다. 절대악역 멩스크의 다른면과 사라와 리치아 사이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꾸며갈 예정입니다.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II] - 킹덤의 실수 -

   - 역시 본 스토리에서 간략히 넘어간 리치마을 5년전의 그 일을 서술해나갈 외전입니다. 본 프로토스 스토리에서 많이 누락된 점들을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Reconquista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 - 바람의 계곡(Valley Of Wind) -



   - 序 -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 그 엄청난 비극의 결말을 알고 있는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 대지와 하늘을 가득히 채우는 충천한 노기. 그 모든 것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웠노라.’ 는 신들의 대지를 순식간에 불태워 한줌의 재로 돌아갔느니.
   아아,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얼룩덜룩한 대지의 새까만 그을음. 과연 이 저주받은 땅에 새 생명의 씨앗은 돋아나는가.
   대지에 깊게 새겨진 비극의 잔흔. 그 처참한 광경 속에서 파릇파릇한, 보잘것없는 약해빠진 새싹 하나가 돋는다.

   위대한 전사가 있었다. 그 전사는 그 비극의 대지에 홀로 우두커니 섰다. 앞을 바라보아도, 뒤를 바라보아도, 옆을 바라보아도, 이글이글 거리는 분노의 표출. 작은 눈물 한 방울.
   눈물이 땅 위에 떨어졌다. 바싹바싹 메마른 대지는 그 눈물 한 방울을 아무 생각 없이 날름 들이마신다. 흔적조차 사라진 눈물자국을 바라보는 그 전사의 눈은 촉촉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조각조차 없는 텅 빈 하늘. 태양만이 얼굴을 내민 채 작렬하여 대지의 모든 것들을 불태워버리고 있다. 뜨겁다. 대지는 달아오른다. 뜨겁다. 대지는 불타오른다. 뜨겁다. 태양이 작열하는 것이 아니다. 뜨겁다. 그것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의 표출이자 충천한 노기가 구현되는 것이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내 살을 불태운다. 뜨겁다. 뜨겁다. 뜨겁다. 내 마음속까지 태워버리는 것인가.

   왼쪽 발을 들었다. 그 발밑엔 처참하게 짓눌린 새싹 하나가 있다. 알 수 없는 불가항력이 어깨를 짓누른다. 머리도 짓누른다. 결국 그 힘에 저항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였다. 눈을 뜨니 처참하게 짓밟힌 새싹 하나가 죽어가고 있다. 노랗게 말라비틀어지고 있다. 노랗게.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부르르 떨리는 두 주먹이 대지를 때린다. 대지를 때리니 그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눈물 한 방울.

   그 눈물 한 방울이 새싹 위로 떨어졌다. 새싹 위로 떨어졌다. 새싹 위로······.


   바람의 계곡(Valley Of Wind)······. 미친 노기의 광풍과 분노의 폭풍이 휘몰아쳤던 신들에게 축복받았던 대지. 부디 이 땅에 생명이 다시 피어나기를······.

  



   - 章 1 -


   씨가 뿌려지면 싹이 트고, 싹이 터서 따사한 햇볕과 시원한 물, 그리고 상쾌한 공기가 있다면 무럭무럭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는다. 이 모든 게 일련의 인과율(因果律)인즉, 그 인(因)이라 하면 씨앗이고 그 과(果)라 하면 열매인데, 그 씨앗의 이름이 의심이면, 열매도 자연스럽게 의심이 되는 것이다. 그 열매는 다시 땅으로 떨어짐에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또다시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되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으니 이 역시 의심이다.

   프로토스를 키운 위대한 어머니 젤-나가(Xel' Naga). 그들은 의심의 씨앗을 아이어 곳곳에 뿌려놓았다. 헌데 인과율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으니, 그것은 그 열매를 프로토스가 아작아작 잘도 먹었다는 것임에.
  


   - 章 2 -

  「프로토스 연대기(Protoss Annales) - 작가 미상」라는 책이 있다.


   프롤로그 - 프로토스의 기원

   신화인지 전설인지 역사인지 분간할 수는 없으나, 그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다면, 프로토스는 우주의 섭리에 의해 탄생한 아이어에서 위대한 크리스탈의 빛에 강인한 체력을 가진 종족이 태어났다고 전해져…….
  

   에피소드1 위대한 어머니(Great Mother)

   우주 저편으로부터 젤-나가(Xel' Naga)가 아이어에 당도하였다. 그들은 평화롭고 품위 있는 종족이었으며, 우주에 지성을 심고 발전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었다. 그들은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는데, 수백 번의 실험과 수백 번의 실패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실험을······.
  

   에피소드2- 정신의 혁명(ROS - Revolution Of Soul)

   ……젤-나가는 프로토스의 느린 진화에 만족하지 않고 그 진화속도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 후, 젤-나가는 자신들의 존재를 프로토스의 눈에 각인시켜 주었으니······.  


   에피소드3- 어머니에 대한 의심

   ……열등한 종족은 우월한 종족에게 열등감을 지닐 수밖에 없는가. 프로토스는 자신들보다 뛰어난 젤-나가의 존재를 두려워하기 시작하여·······.


   에피소드4- 아이어에 내리는 슬픈 빗방울

   ……우리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우리 손으로 내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머니를 의심하였으니,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겠는가.


    에피소드5- 의심의 싹

   ·······씨가 뿌려지면 싹이 트고, 싹이 터서 따사한 햇볕과 시원한 물, 그리고 상쾌한 공기가 있다면 무럭무럭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는다. 이 모든 게 일련의 인과율(因果律)인즉, 그 인(因)이라 하면 씨앗이고 그 과(果)라 하면 열매인데, 그 씨앗의 이름이 의심이면, 열매도 자연스럽게 의심이 되는 것이다. 그 열매는 다시 땅으로 떨어짐에,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또다시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되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으니 이 역시 의심이다.


   프로토스를 키운 위대한 어머니 젤-나가(Xel' Naga). 그들은 의심의 씨앗을 아이어 곳곳에 뿌려놓았다. 헌데 인과율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으니, 그것은 그 열매를 프로토스가 아작아작 잘도 먹었다는 것임에······.


   에피소드6- 영원한 투쟁 (1)

   ……의심은 무럭무럭 자라나 아이어의 땅을 뒤엎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아이어의 하늘을 뒤엎고······. 왜 이지경이 됐는지 아무도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극토록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프로토스들은 서로가 서로를 무참히 살육하니······.
  

   에피소드7- 영원한 투쟁 (2)

   ……언제 시작하였는지, 언제 끝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의미 없는 살육.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고 물어보아도, 아무도 대답할 자 없으니,

   “없다. 어떠한 생각도 없다. 보이질 않으니 들을 수가 없다. 들리질 않으니 만져볼 수가 없다. 만질 수 없으니 말을 할 수가 없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글을 쓸 수가 없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아이어엔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이 시대를 암흑이라 부른다. 영원한 투쟁.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추악한 꽃이 온 세상을 뒤덮어, 꽃피는 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절규요, 그 향기는 정신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추악한 악취요, 그 꽃이 낙화하여 꽃잎이 땅에 닿으면 대지가 썩어 들어가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정신적 혼돈과 절규의 시대.”


   에피소드8- 위대한 지도자 카스

   ……어딘가에서 잔잔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그 소리 나는 곳을 따라가 보면 최고의 낙원이라. 그 곳에 위대한 현자가 살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카스(Cas). 프로토스 중에 유일하게 눈코입귀 등 오감이 열려있고, 그로인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현자. 그 현자는 깊은 밤중에 다크-샤이닝(Dark Shining, 아이어 두 번째 달)의 불길한 달빛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젖어있었다······.


   에필로그 -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동녘에서 해가 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이어의 아침노을이 동녘 하늘을 노랗게 수놓고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서쪽에서 무언가 반짝하기 시작했다. 그 노을빛에 반짝하는 서쪽의······. 카스는 순간적으로 노을을 바라보다 그 반짝임에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카스의 얼굴엔 무언가 경이감이 감돌았다. 암흑천지에 수백 년 만에 뜬 찬란한 태양. 그 태양빛에 빛나는 서녘의 찬란한 아름다움.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도래하는 순간이 그 곳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어 세 개의 달에게, 우리의 어두운 역사와 밝은 미래를 진혼하노니 - 작가미상」이라는 책이 있다. 내용을 봐서는 프로토스 연대기와 동일한 작가이거나, 그것을 참고하여 쓴 카스시대의 프로토스일 것이다.


   왜 어머니를 의심했는가. 왜 어머니를 우리 손으로 쫓아냈는가. 왜 어머니는 아무 말조차 하지 않았던가. 왜 어머니는 우리를 버리고 떠났는가. 그로인한 엄청난 파국은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 손으로 어머니를 쫓아낸 것에 대한 우리의 책임인가. 우리를 버리고 간 어머니의 책임인가.
   우리 프로토스(Protoss)의 모든 비극은 우리의 헛된 의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의심으로부터······.

   젤-나가(Xel' Naga)를 의심하였다. 우리가 그토록 신으로 추앙하고 어머니로 존경하던 젤-나가를 우리가 의심하였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로인해 우리의 의심은 덩굴이 절벽을 뒤엎듯 번지기 시작하여 우리 손으로 우리의 어머니를 쫓아냈다.

   어머니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 먼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렸다. 영원히. 우주의 처참한 암흑 속으로 떠나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를 잃은 우리는 이 암담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시켰다. 면죄부를 받고자 서로에게 전가시켰다. 모두의 잘못을 단지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쫓아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에게 전가시켰다.

   아니, 그것도 모자랐다. 단지 면죄부를 받기위해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결국 어머니를 원망하였다. 어머니가 스스로 떠났다고 믿음으로써 이 모든 사태를 원점으로 돌리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아무리 달콤한 말이라도, 구차한 변명이라도, 어딘가에 숨으려고 하여도 돌이킬 수 없었다. 그로인한 심리적 혼란은 극에 달하여 아이어(Aiur)의 공기는 독으로 변하였다. 그 독연 속에서 모든 프로토스들은 마비되었다. 모든 것이 마비되어 이성적인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눈이 닫쳤다. 코가 막혔다. 입은 무거워져 열수조차 없었다. 귀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달콤한 아이어의 태양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아이어 세 번째 달, 포가튼-라이트(Forgotten-Light)역시 보이지 않았다. 콧등을 스쳐지나가 온 몸을 상쾌하게 해주던 아이어의 산들바람은 더 이상 불지 않았다. 아니, 느끼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아름드리나무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상큼한 녹음의 향기를 잊었다. 이젠 새의 지저귐조차 들리지 않았다.

   없다. 어떠한 생각도 없다. 보이질 않으니 들을 수가 없다. 들리질 않으니 만져볼 수가 없다. 만질 수 없으니 말을 할 수가 없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글을 쓸 수가 없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아이어엔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이 시대를 암흑이라 부른다. 영원한 투쟁.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추악한 꽃이 온 세상을 뒤덮어, 꽃피는 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절규요, 그 향기는 정신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추악한 악취요, 그 꽃이 낙화하여 꽃잎이 땅에 닿으면 대지가 썩어 들어가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정신적 혼돈과 절규의 시대.


   어딘가에서 잔잔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그 소리 나는 곳을 따라가 보면 최고의 낙원이라. 그 곳에 위대한 현자가 살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카스(Cas). 프로토스 중에 유일하게 눈코입귀 등 오감이 열려있고, 그로인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현자. 그 현자는 깊은 밤중에 다크-샤이닝(Dark Shining, 아이어 두 번째 달)의 불길한 달빛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젖어있었다.

   “깊은 시름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 법이라오. 서쪽으로 가시오. 서쪽으로 가시면 그대가 마음깊이 갈망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오.”

   신의 계시였을까, 어머니의 계시였을까. 잠깐 스쳐지나간, 가벼운 꿈이었으나, 눈앞에서 직접 들은 것처럼 생생했다.
   그 정체불명의 자상한 목소리에 카스는 서쪽으로 나아갔다. 서쪽으로 나아가다 보니 깊은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하늘을 높게 찌르는 그 절벽을 보며 카스는 한숨을 쉰다. 절벽은 저 북쪽으로 남쪽으로 계속계속 이어져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게 된다. 위대한 현자는 깊은 시름에 젖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따라 길을 찾기 시작한다. 이윽고 석양이 지고 그는 잠시 절벽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멋들어진 호수가 두 개 있는 곳에서 절벽의 높이가 낮아진다네. 그대, 진정으로 갈망한다면 포기하지 마라.”

   또다시 들려온 자상하고 포근한 목소리에 잠이 깬 그는 곧바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북쪽으로 올라가니 꿈대로 아름다운 호수가 루나(Luna, 아이어의 첫 번째 달)의 달빛을 받아 한없이 아름다웠는데, 그 모습이 꼭 물위에 뜬 은그릇 같았다. 그 두 호수 사이에 난 길을 건너 옆쪽 절벽을 바라보니 말 그대로 걸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완만해졌다. 위대한 현자는 마음 속 깊이 그 자애로운 목소리에 감사드리며 그 절벽의 완만한 경사를 찾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올라가니 절벽 위는 무척 평탄했다. 그는 계속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갔다.

   동녘에서 해가 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이어의 아침노을이 동녘 하늘을 노랗게 수놓고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서쪽에서 무언가 반짝하기 시작했다. 그 노을빛에 반짝하는 서쪽의······. 카스는 순간적으로 노을을 바라보다 그 반짝임에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카스의 얼굴엔 무언가 경이감이 감돌았다. 암흑천지에 수백 년 만에 뜬 찬란한 태양. 그 태양빛에 빛나는 서녘의 찬란한 아름다움.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도래하는 순간이 그 곳에서 시작되었다.



   - 章 3 -

   씨앗의 이름은 자유. 그 자유의 씨앗이 싹이 피고, 그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으니, 그 열매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 씨앗이 되고······.

   어머니가 사라진 땅, 아이어는 의심의 숲이 가득한 땅이었지만, 또한 자유의 숲도 가득한 땅이었다. 어머니가 없으니, 규제할 자 누가 있는가. 이미 어머니의 보살핌을 잘 받아 무럭무럭 잘 커서 서로의 정체성고민마저 하는 프로토스에게 어머니조차 없으니 갑작스레 찾아온 자유의 씨앗은 갑작스럽게 싹을 터 갑작스럽게 숲을 이룸에.

   위대한 현인 카스는 모든 프로토스의 큰형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자유가 넘쳐나 방종 맞은 프로토스를 규제하고, 의심의 기운이 충천하여 대지를 뒤엎는 암울한 상황에서 의심을 걷어낸 위대한 큰형이었다.  

   하지만 달콤한 자유의 맛을 알게 된 일부 프로토스는 카스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여태껏 내 하고 싶은 데로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규제를 한다 하니 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혼세(昏世)의 도(道)를 깨우친 이들은 카스를 매도했으며, 카스를 따르는 프로토스들은 이들을 어둠의 전사라고 불렀다.

   이들에 대해 카스는 조용했다. 카스는 침묵했다. 그저 말 한마디만 남겼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 그 엄청난 비극의 결말을 알고 있는가?”




   - 章 4 -


   위대한 큰형 카스가 칼라이의 세계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고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카스가 의심의 싹을 제거하기 위하여 만든 규제와 제도의 대명사, 콘클레이브(Conclave, 의회)에서는 계속해서 어둠의 전사들에 대한 규탄이 끊이질 않았다.


   아이어기원(紀元) 15364년. 카스曆 1000년. 제 2시대. 카시니온 서부, 콘클레이브. 제 121회 정기의회.

   대법관 아포칼리푸스(Apocalypus) 3세의 냉랭한 목소리. 의회의 벽을 타고 천장의 커다란 돔으로 흘러가 수직하강하면서 냉랭하게 울리는 목소리. 구석구석까지 또렷또렷하게.

   “아이어의 맑은 공기와 찬란한 태양. 그리고 루나, 다크-샤이닝, 포가튼-라이트 세 달빛의 은은한 자태에 맘껏 취할 수 있는 평화로운 시대. 이 모든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헌신한 카스를 추모합시다. 엔 타로 카스(En Taro Cas). 아이어를 위하여(For Aiur)."

   아포칼리푸스의 간단한 미사여구에, 모든 의원이 이구동성으로.

   “엔 타로 카스. 아이어를 위하여.”

   “지금 창밖엔 루나의 아름다운 빛이 온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아무 걱정 없이, 더 이상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 없이, 그저 아름다운 이 관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카스를 다시 한 번 추도합시다. 엔 타로 카스. 아이어를 위하여.”

   “엔 타로 카스. 아이어를 위하여.”

   냉랭한 아포칼리푸스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더 싸늘해진다. 갑작스럽게 싸늘해진 그의 목소리는 온 의회의 분위기를 쌀쌀맞게 만들었다.

   “헌데 위대한 카스를 비난하며 아이어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자들이 있소. 우리는 결단코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칼이 되어 의원들의 귀를 찌른다. 그 불의의 공격에 불쾌한 의원들이 몇몇 있었으나 대법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간다.

   “아둔(Adun)은 당장 암흑의 대지로 달려가 빛으로써 구원하라!”



   - 章 5 -


   아둔은 혼란스러웠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저들은 같은 땅에서 몇 천 년을 같이 살아온 동지들이 아니한가. 의회는 어떤 권한으로 저들을 ‘처결하라, 하지 마라’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어떠한 권한으로?

   카스는 어둠의 전사들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으로 대답해왔다. 아니, 딱 한마디만 빼고 시종일관 침묵으로 대답해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생기는 그 엄청난 비극의 결말을 알고 있는가?”


   카스의 대울(위대한 의무)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처결할 권한이 의회에겐 있는가? 없는가? 그 카스조차도 싸우지 말기를 암시하지 아니했던가.
  


   “우리는 싸우지 않겠다.”

   아둔의 단호한 결의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그를 따라 어둠의 전사들과 싸우기 위해 따라온 수많은 질럿들과 드라군들 역시 그의 결의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 이 싸움은 미친 짓이다. 같은 고향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이 살아온 동지를 죽이는 권한은 우리에겐 없다······.”

  
   아둔은 혈혈단신으로 어둠의 전사들이 은거하여 살아가고 있는 곳에 갔다. 이건 명백히 의회에 대한 도전행위였지만 아둔에겐 이제 의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어떤 것이 대의라는 말인가? 카스는 의심의 숲이 만연한 아이어에서, 영원한 투쟁질을 일삼는 프로토스들을 구해냈다. 이건 무척 뛰어난 업적이다. 하지만 카스를 반대하는 것이 대의에 어긋나는 일인가? 카스는 자신을 반대하는 존재들에게 싫은 소리 하나 안했으며, 어둠의 전사들 역시 아무런 혼란을 일으키지 아니했거늘.



   - 章 6 -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모든 게 빛이 될 수도, 어둠이 될 수도 없는 법이다. 빛과 어둠이 존재하기 전에는 하나였다. 혼돈이라는 것이 갈라져 빛과 어둠이 되고, 그 두 개 모두 서로 혼돈이라는 뱃속에서 태어난, 서로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프로토스는 아이어에서 태어나 젤 나가를 만나고, 그들 손에서 키워지면서부터 비로소 혼돈에서 빛과 어둠이 갈려 새로 탄생한 것이다.
  

   빛이 되어라.

   어둠이 되어라.


   우리는 빛이 되겠다. 어둠의 전사들이여 그대가 어둠이 되어라. 우리는 빛의 극한까지 도달하겠다. 그대들은 어둠의 극한까지 도달하여라. 비록 우리 사이의 경계선은 명명백백 암암흑흑, 매우 또렷한 경계선이 그어지겠지만 무엇을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지 그 하나만을 잊지 말도록 하자. 우리가 태어난 아이어를 위한다는 마음. 그게 빛이건 어둠이건 아이어를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우리는 태어난 것이다.


   - 章 7 -

   어둠의 전사들과의 첫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무척 열정적이었다. 아이어에 대한 애정은 우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 이들은 혼세(昏世)의 도(道)를 깨우쳐 자유분방하면서도 그 자유가 방종에까지 이르지 않은, 절제된 자유였다. 우리 카스체제의 자유의 절제와는 또 다른, 깊은 맛이 있었다.

   어둠의 전사들에겐 세 수장이 있는데 이름은 각각 임바툴(Imbatul), 와타툴(Watatul), 그림바툴(Grimbatul). 그림바툴이 이들의 최고장로였다.


   와타툴이 묻기를.  

   - 전사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 나는 아둔이오.

   임바툴이 묻기를.

   - 아둔, 그대의 눈동자를 보아하니, 용기와 능력이 아이어 제일이라 할 수 있겠는데 왜 우리와 싸우려들지 않는 것이오?

   - 싸울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오. 싸웠다가는 아이어는 파멸에 이르게 되오.

   대장로 그림바툴이 묻기를.

   - 그대 카스를 추종하는 자들, 충분히 우리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파멸이라 함은 그 무슨 뜻인가?  

   - 그대는 무한한 힘을 몸속에 잠재하고 있소. 그것이 싸울 때 분노로 표출해버리면 아이어는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오.

   - 그대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혼자 온 이유는 무엇인가?

   - 그 힘을 부디 잘 다스려 아이어를 위해 썼으면 하는 바램이오.

   - ……아이어를 위해서라······.

  


   - 章 8 -


   아둔은 자신이 알고 있는 힘의 운용에 대해 어둠의 전사들에게 가르쳐주었다. 혼세의 도를 깨우쳐 그 잠재능력이 뛰어난 존재들에게 말이다.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아둔은 굳게 믿고 있었다. 아이어를 위하는 마음은 빛과 어둠 모두 같다는 것을.

   - 하나의 씨앗이 어떤 열매를 아물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열매가 아이어를 위할지, 위하지 않을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그 씨앗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하지만 이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예감이 드는군요.

   - 미래를 예언하는 것인가?

   -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오.



   - 章 9 -


   빛과 어둠의 절묘한 조화를 본 적 있는가. 테란의 오묘한 어떤 종교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음양(陰陽)이 조화(造化)를 이루어 태극(太極)이 된다.”

   아둔은 어둠의 전사와 카스의 전사들이 절묘하게 조화하여 아이어를 지탱하는 두개의 버팀돌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아둔의 판단미스는 아둔이 그 어둠의 전사들의 땅에서 떠난 다음에야 발생하게 되었다.


   임바툴, 와타툴, 그림바툴을 위시한 어둠의 전사들의 수장들은 그렇지 않았으나, 그 밑의 무수히 많은 어둠의 전사들은 힘의 운용을 통해 자신의 잠재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으나, 그 부작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이건 아둔이 간과한 실수였다.


   힘을 끌어내서 강력해질수록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것이다. 어둠의 전사들의 마음 속 깊은 연못에 숨겨져 있던 온갖 분노심들이 외부로 표출되어 아이어의 대기를 뒤흔들고 있었다.

   중부 아이어(Middle Aiur). 바람의 계곡(Valley Of Wind). 아이어의 모든 조화가 담겨있는,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웠노라’는 신들의 대지.

   어둠의 전사들의 엄청난 분노의 기운은 바람의 계곡으로 모였다. 그 분노의 기운은 응축되어 엄청난 물리적 힘으로 발휘하게 되었다. 이 파동에 의회는 깜짝 놀랐다. 때마침 아둔은 의회에게 어둠의 전사들에게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다고 설득을 하고 있었고, 의회 역시 그 설득에 마음이 기울어가고 있었으나, 이 무슨 사상누각과 같은 일인가.


   - 아둔. 그대의 생각은 잘못되었다. 할 말 있는가?

   - ······.

   - 마케리우스(Makerius)는 당장 저들을 처결하라.

  
   마케리우스는 즉각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전사들을 이끌고 바람의 계곡으로 갔다. 어둠의전사들 역시 자신들이 내뿜은 분노의 힘에 이끌려 바람의 계곡으로 왔다. 그 후 벌어진 처참한 싸움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 대지와 하늘을 가득히 채우는 충천한 노기. 그 모든 것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웠노라.’ 는 신들의 대지를 순식간에 불태워 한줌의 재로 돌아갔느니.
   아아,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얼룩덜룩한 대지의 새까만 그을음. 과연 이 저주받은 땅에 새 생명의 씨앗은 돋아나는가.
   대지에 깊게 새겨진 비극의 잔흔. 그 처참한 광경 속에서 파릇파릇한, 보잘것없는 약해빠진 새싹 하나가 돋는다.


  

   - 章 10 -


   - 하나의 씨앗이 어떤 열매를 아물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열매가 아이어를 위할지, 위하지 않을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그 씨앗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하지만 이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예감이 드는군요.

   - 미래를 예언하는 것인가?

   -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오.


  
   아둔이 그토록 바라지 않았던 것. ‘누가 누구를 처결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외쳤던 것. 결국 의회는 단호하게 어둠의 전사들을 쫓아냈다. 아둔의 간곡한 설득에 힘입어 그들이 전멸되지는 않았으니, 아둔이 말했던 가능성이란 아예 사라지지 않은 샘이다. 아이어를 위하여 빛과 어둠이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던 아둔. 그 급했던 그의 마음으로 인하여 초토화가 되어 생명의 씨앗조차 하나 없는 바람의 계곡. 그 잔흔이 치료되어 예전의 생명력이 넘쳐난 최고로 아름다운 대지 바람의 계곡으로 되돌아온다면, 그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 終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케미
05/06/21 07:26
수정 아이콘
비타넷에서 이미 읽었습니다만… 역시 예전의 프로토스는 초 암울-_-;; Port님, 정말 매번 감사드립니다.
묵향지기
05/08/16 13:34
수정 아이콘
무플방지회
수고하세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912 메가패스 사용하시는 분들에게....(악독하지만 쓸만한) [9] 바알키리4623 05/06/22 4623 0
13911 거듭되는 불행의 끝에서, [9] minyuhee4543 05/06/22 4543 0
13910 [잡담]pgr여러분들의 음주량은? [46] EndLEss_MAy4709 05/06/22 4709 0
13909 PGR 게시판 돌다 이런 경험 한신 분들 여럿 봤는데... [9] Weekend4129 05/06/22 4129 0
13908 [잡담] 도우미아줌마는 아무나 쓴다(?) [33] 심장마비5068 05/06/21 5068 0
13907 바이러스 공포증... [17] 마음속의빛4480 05/06/21 4480 0
13906 PGR21 배 프로리그를 저희끼리도 개최하는건 어떨까요?? [32] 러브포보아4445 05/06/21 4445 0
13904 KTF의 팀플레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네요. [27] 지나가던6130 05/06/21 6130 0
13903 김민구 무언가 조금 아쉽다. [19] 광룡4616 05/06/21 4616 0
13902 이런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17] 후추가루4555 05/06/21 4555 0
13901 제 친구중 한놈이... [8] CopyLeft4455 05/06/21 4455 0
13900 어젯밤 KIN사건에 대한 글입니다 .... [39] 56785678458645688134 05/06/21 8134 0
13899 Sweet... [8] lovehis6665 05/06/21 6665 0
13896 [잡담 겸 질문]집에 여동생이 있는데...&+알파 [45] [必 勝]무한초7289 05/06/21 7289 0
13895 [잡담] 착취가 당연시되는 한국사회... [21] 형광등™4316 05/06/21 4316 0
13894 박서의 아스트랄함이 묻어나는 SK T1 [20] 제갈량군6406 05/06/21 6406 0
13893 사랑이 과연 하나일까? [24] SuoooO4421 05/06/21 4421 0
13892 스타리그 주간 MVP (6월 셋째주) [32] DuomoFirenze4736 05/06/21 4736 0
13891 잡설 [8] 총알이 모자라.3715 05/06/21 3715 0
13890 The War 설정집 및 연재예고 [5] 단하루만5697 05/06/21 5697 0
13888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외전 Part I] [2] Port5379 05/06/21 5379 0
13887 3년여 만에 pgr21을 방문하지만 변하지 않았군요. [18] kai4685 05/06/21 4685 0
13886 [잡담]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보고 싶습니다. [25] Altair~★4549 05/06/21 454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