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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09 14:26:17
Name 마술사얀
Subject 나는 왜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가.(SK T1 VS SOUL)
외전 포함 14권의 분량의 은하영웅전설의 대서사시는 아스테이트 전투로 시작한다.

라인하르트 백작을 총사령관으로 제국군은 2만여척의 전함을 이끌고 자유행성동맹으로 원정 공격을 나선다.

이에 동맹군은 4만여척의 전함으로 병력을 세부대의 함대로 편성하여 삼면에서 포위하는 방법으로

대항을 하게 된다. 포위 공격은 전력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상황에서의 가장 전형적인 전술이다.

제국군은 100년전 똑같은 양상으로 동맹군 총사령관 림파오에게 패퇴한 다곤 섬멸전이란 기록이 남아있다.


라인하르트는 그때까지 변변한 전과가 없었음에도 어린나이에 이러한  대규모 제국군 원정대의 총지휘를 할수

있었던건. 그의 누이가 황제의 후궁이라는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결국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전투경력없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풋내기 애송이는 원정대의 휘하

상급대장들에게 전혀 신뢰를 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가 두배의 병력으로 삼면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하자 5명의 상급대장들은

라인하르트에게 아주 당연하게도 후퇴를 권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우 뜻밖이었다.

'아군의 병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어째서 후퇴를 고려 합니까?'


이쯤에서 다시한번 제국군과 동맹군의 전투직전의 병력현황을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동맹군 제 4함대 : 사령관 파스트레이 중장 , 보유전력 함대 1만 2천 척
동맹군 제 6함대 : 사령관 무어중장, 보유전력 함대 1만 6천척
동맹군 제 2함대 : 사령관 파에터 중장, 보유전력 함대 1만 5천척

제국군 : 총사령관, 라인하트르 로엔그람 백작, 보유 전력 함대 2만척


동맹군 3개 함대가 삼면에서 제국군을 향해 압박전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인하르트의 발언은

제국군 상급대장들에게 경악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의 논리는 단순명료했다. 아직 상대의 포위망이 형성된 상태가 아닌 이 시점에서

아군의 2만여척의 병력을 상대 할수 있는 함대가 없다. 상대가 모이기 전에 압도적 병력으로

각각의 함대를 격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것을 어찌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백전노장. 말 그대로 수백번의 전투에 참가하여 지옥의 문턱을 수도 없이 밟아온 제국군

상급대장들은 이러한 작전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한번도 이뤄진적이 없는 현실성없는 이론일뿐이라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직접 입안한 작전을 그대로 강행한다.

제국군은 먼저 가장 병력이 취약한 제 4함대를 공략한다. 사령관 파스트레이는 당연히 수비형

태세를 갖출것이라 확신했던 제국군이 오히려 자신의 함대를 마중나와 선제공격을 단행하고

있다는 현실에 허둥대다가 기선을 제압당하고 압도적 병력차이로 완패를 당한다.

동맹군 제 6함대와 제 2함대는 제 4함대가 격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병력을 합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각 방향에서 제 4함대를 구원하러 달려간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제 4함대의 조직적인 마지막 저항을 분쇄하고 나서 잔존병력 소탕전을 생략한채

재빨리 방향을 회전하여 달려드는 제 6함대의 배후를 찌른다. 라인하르트에게 주어진 단

두가지의 승리의 요건. 병력집중과 기동성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한것이다.

제 6합대 사령관 무어중장은 4시 30분 방향에서 공격해오는 제국군의 포화를 맞기 직전까지 그들의

역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병력도 제국군에 비해 부족한 상태에서 배후에서

찔어오는 기습적인 타격으로 회복불능의 손실을 입고 무너지고 만다.

남은것은 파에터 중장이 이끄는 제 2함대이다. 함께 출정했던 다른 두 함대를 압도적으로 궤멸시키고도

제국군은 병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은 이제 오히려 제국군이 압선 상태이며

사기또한 하늘을 찌르는 상태이다. 겁에 질린 제 2함대는 제국군을 어떻게 상대할것인가....



어제 프로리그 SK T1 과 Soul 의 2차전 철의 장막에서의 전투는 은하영웅전설의 첫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소울의 김승인, 김윤환은 무리하게 공중전을 대비하고 있는 최연성의

취약한 지상방어를 집요하게 추궁하여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뜨리는데 성공한다.

이때 성학승은 크게 두가지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최연성의 잔존 세력을 보호하며 버티기로 다시 2:2 구도로 경기양상을 회복시키는 방법과

최연성 공략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상태를 각개격파로 분쇄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때 성학승은 히드라리스크 테크를 탄 상태이었고 결국 후자를 선택한것은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비록 히드라리스크 테크를 탔다고는 하나 정작 히드라 생산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바로

뮤탈 테크로 전환하더라도 상대 저그 김윤환의 병력을 압도할 수 있는 자원 상황이었다. 김윤환은

최연성 공략을 위해 생산한 다수의 저글링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팀의 김승인의 골리앗 테크은 완성되어 있고 그의 팩토리에서는 쉬지 않고

골리앗을 토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이 싸우기만 하면 질래야 질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승인과 김윤환은 동맹군의 사령관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편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성학승은 틀림없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것이고 우리는 양면에서 공격하면

승리는 보장되는것이라고.

이때  성학승의 각개격파 작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끝임없이 김승인의 자원줄을 타격하면서

김승인의 병력을 그의 본진에 묶어 놓는데 성공한것이다. 미처 공격이 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김승인은 변변한 터렛도 없이 생산되는 골리앗으로 자신의 SCV 를 보호하기 급급했다.

그러나 성학승의 뮤탈리스크는 기동성을 이용하여 집요하게 김승인의 자원을 타격했고 그렇게

김승인의 병력을 그의 본진에 묶어 놓은 상태에서 방향을 회전하여 김윤환의 본진을 공략한다.

제국군 라인하르트와 같은 생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배후를 찌르는 탁월한 선택이었던것이다.

성학승에게 주어진 단 두가지 승리의 요건은 기동성과 병력집중이었고

그 잇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이 역시 김윤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고, 당황한 나머지 김승인의 병력을 배제한채

홀로 성학승의 뮤탈을 상대하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준비없이 치룬 김윤환의 전투는 컨트롤도,

병력집중도도, 대형도, 물량도 어느 하나 앞서는것 없이 진행되어버렸고 압도적 패배를 당하기에

이르른다. 이 전투를 지켜보며 몹시 당황한 김승인은 본진의 병력을 모두 끌고 성학승의 중앙

멀티를 공략하러 나선다. 그러나 성학승은 김윤환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후 잔존병력(드론) 소탕전은

포기하고 곧바로 병력을 자신 멀티의 수비로 돌린다. 이는 라인하르트가 동맹군 제 4함대를

격퇴하고 취한 전략과 매우 동일하다.

김윤환도, 김승인도 각각의 병력으로 봤을때는 성학승을 압도할 수 없었다. 성학승은

김윤환과의 전투이후 거의 손실없이 보전한 병력으로 김승인의 공격도 마저 분쇄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이 두번의 전투로 이미 프로게임사상 최초로 저그의 2:1 승리가 구체화 된것이다.



어제 경기를 지켜보면서 병법의 원리를 그대로 물화시킨 성학승의 뮤탈에서 라인하르트의 전술이

겹쳐보이는 순간 소름이 끼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중앙 대전투에서 승리하고 대역전을 확신한 최연성의 기뻐 어쩔줄 몰라하는 웃음을 보면서 나도

같이 웃고 있었다. 어릴적 은하영웅전설의 첫번째 전투 아스테이트 전투를 읽으면서도 백전노장

제국군 상급대장처럼 이것이 과연 실제 전투에 적용될 수 있는 발상인가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성학승은 라인하르트를 대신하여 각개격파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나고 광고가 나오고 있는 동안에도 TV를 우투커니 쳐다보면서 눈만 깜빡거리면서

이제서야 그동안 물고 있었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것 같았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이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좋아하는지라는 그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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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군
05/11/09 14:31
수정 아이콘
성부장 오랜만에 포스를 느낀경기였습니다.
양대리거로 부활해서 성CEO가 되길 바래요 ^^;
05/11/09 14:42
수정 아이콘
요즘 성ceo님 넘 잘해주고 있습니다.. 티원선수들 모두 시너지효과를 받았나.. 다들 넘 잘해줘서. 좋네요.^^
먹고살기힘들
05/11/09 14:46
수정 아이콘
성학승 선수가 정말로 이 글처럼 생각하고 플레이한건 아니겠지만 왠지 멋있네요.
너무 적절한 비유에 감탄했습니다.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05/11/09 15:11
수정 아이콘
성학승선수의 팬으로서 괜히 감사하네요 하하;;;
이글 보면서 그때 웃고 있던 제모습떠올리며 다시한번 웃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lilkim80
05/11/09 15:12
수정 아이콘
어제 성학승선수의 포스는 진짜 ㅡ.ㅡb
2:1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주도권을 가져오고 그 주도권을 유지하는지 확실히 보여준 플레이였죠 최고였습니다.
밀리언셀러
05/11/09 15:45
수정 아이콘
깔끔하게 정리된 글 잘 읽었습니다.
체념토스
05/11/09 15:57
수정 아이콘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전 소설은 안보았지만..(애니)
아스테이트 첫 전투를 감명깊게 봤습니다.
깊은 공감합니다.
야크모
05/11/09 17:38
수정 아이콘
이젠 성CEO 인가요;;;;;
경영부진으로 퇴진압력을 받지 않도록 지금만큼만 꾸준히 해주시길 ^^
Judas Pain
05/11/09 18:42
수정 아이콘
포위공격을 각개격파로 파해한건 동서고금에 없던 사건은 아니죠^^;;

나폴레옹이 기동운용에서 실패해 완벽히 포위된, 장기로 치면 장군을 받게 된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전쟁의 관례상 포위가 되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것이 당연시 되었는데

나폴레옹은 '전략의 승리는 전술의 승리를 통해 확인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전술의 승리를 통해 전략을 뒤집을 수 있다'면서

직접 말을 타고 총검을 휘두르며 돌격해 포위부대를 각개격파 해버려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은영전의 위 사건도 아마 나폴레옹의 역사적 일화에서 모티브를 받은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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