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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5 11:19:55
Name The Siria
Subject 개인적으로 꼽은 2005 E-Sports 10대 사건(6)
6. 새로운 사람, 정상에 서다.

2005년 2월 6일 부산. 박태민은 6판을 펼치는 대 혈전 끝에, 이윤열을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테란을 누르고, MSL이 리그전의 형태로 열린 이후, 최초로 등극한 저그 유저가 되었다. 그의 운영은 대단히 탁월했고, 최고의 테란을 제압하는 그의 실력을 보면서, 세상은 그에게 운영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붙여 그를 높였다.
그 해 1월, 박성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박태민을 누르고 정상에 섰다. 그리고 여름, EVER OSL에서 그는 이병민을 누르고, 온게임넷에서 저그로 정규리그 결승에서 테란을 이긴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최연성이 처음 그러했듯이, 그도 3종족을 모두 결승에서 이긴 선수가 되었다.
오영종에게 올 한해는 잊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오영종은 2004년 프로리그 잔류 결정전에서 브라이언에게 다소 아쉽게 진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임팩트가 약했던, 가능성이 있는 프로토스였던 그가 성장하여, 3회 우승을 노리던 임요환을 제압하고 정상에 섰다. 프로토스의 가을의 전설의 맥을 다시 이으며, 그는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박성준이 투신이라는 존칭을 얻으며, 정상에 올랐던 것처럼, 그도 이제 사신이라는 존칭을 얻으며, 정상에서 그 자신의 위치를 방어하는 시점에 있다.
또 하나의 운영의 마술사가 등장했다. 마재윤은 우주배 MSL 첫 경기에서 이윤열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충격을 던져주더니, 기어이 쾌속 질주하며 마침내 정상에 섰다. 부산에서 벌어진 결승에서 박정석을 제압하며, 그는 저그로 우승을 거뭐진 또 하나의 선수가 되었다. 가능성 있는 선수였던 그는, 기어이 이 번에 우승을 얻는데 성공했다. 오영종이 아직 MSL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처럼, 그도 아직 OSL에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다.(단, 그것이 그의 우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유가 되서는 곤란하다. 최고의 게이머들이 참가한 리그이고, 엄연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리그이기에, 이 리그의 우승은 마땅히 메이저대회의 우승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혹자가 말하는 OSL준우승>MSL우승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이다.)

천정희는 눈물을 흘렸다. WEG 3차 시즌 결승에서 그는 기적같은 대 역전승을 일구며, 생애 처음으로 큰 무대의 우승을 맛보았다. 2003년의 PL2가 그가 밟은 처음의 결승이었고, 2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그는 비로소 자신의 경력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악마의 눈물은 그렇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눈물이 되었다.
비록 두 번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김동문도 올 한해를 잊기 어려운, 충분히 정상에 도달한 선수라고 평할 수 있다. 그는 그간의 워3리그에서 항상 8강이나, 그 문턱에서 좌절했었다. 하지만, 올 해의 성적은 두 차례 결승에 오르며, 그간의 다소 정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강력한 언데드의 반열에 이제 그의 이름을 올려도 충분하리라.

KeSPA 컵의 권위가 완전히 잡힌 것은 아니다. 적어도 축구의 FA컵만한 권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11개의 프로팀이 모두 나와 자신의 기량을 펼친 순간에서 삼성 칸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들에게는 큰 감격이었으리라. 생애 처음으로 우승이 이렇게 기쁜 것이라는 것을 느낀 선수들이 많았을 것이다. 변은종도, 최수범도, 이현승도, 박성훈도, 박성준도, 송병구도, 임채성도, 이재황도, 미처 언급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도, 그리고 김가을 감독도....

선수들의 부침은 많았다. 강민도, 이윤열도, 홍진호도, 그들은 모두 다소 슬럼프의 늪에 빠진 것 같다. 나도현도 그렇고, 박경락도 그렇고, 어느새 강도경이 예선을 통과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정말 이변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새롭게 뜬 선수들이 자리를 메우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크에서는 조정현, 베르트랑, 김갑용, 박신영, 장진수 등, 워3에서는 이재박, 임효진, 김성연 등 같이 은퇴하는 선수들도 보이게 되었다. 떠남이 있으면,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는 법일까.
박태민, 박성준, 오영종, 마재윤, 천정희, 김동문.... 그리고 길게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신 3대토스의 하나로 이름을 올린 송병구, 박지호. 프로리그를 통해 주목을 받은 김성곤, 이학주, 고인규, 윤종민, 박종수 처럼 부각이 된 선수들, WEG 시즌3의 3위로 역시 자신의 경력에 화려한 일면을 추가한 노재욱이나, MWL1의 결승에서 자신을 알린 박준, 그리고 4위를 차지한 홍원의, ACON5의 준우승자 김성식 같은 선수들은 잊어서는 안되는 훌륭한 자산들이다.

새로운 스타의 발굴. 비록 그 벽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기존의 스타들도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PC방을 전전해야 할 정도로 상향평준화가 된 지금. 새로운 별이 뜨고, 그 별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인상을 안겨주는 하나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진 별의 아쉬움은 있지만, 새로운 별들이 있기에... 새로운 사람은 이렇게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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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5 11:31
수정 아이콘
뜨는별도 있으면 지는 별도 있기 마련이죠
초록나무그늘
05/12/25 11:36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정말 덜덜덜입니다. 예전 전성기 포스의 박태민선수를 보는 듯 해요..

햐..예전 박태민선수가 루나에서 테란들을 히럴로 뚫어버리는거 보면 정말 감동이었는데;;
Sulla-Felix
05/12/25 12:07
수정 아이콘
천정희 선수... PL2 시절부터 응원했었는데
우승이라니 정말 감동이었죠.
아케미
05/12/25 13:30
수정 아이콘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죠. 하지만 지는 별들의 모습 역시 많이 안타깝습니다. 아무도 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겠죠?
05/12/25 19:56
수정 아이콘
그건 수순이기도 하겠지요. 지는 해가 있기에 다시 떠오르는 해가 있듯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찬란하게 빛나다가 다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사라진다고 해서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가 기억을 못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Nada-inPQ
05/12/26 00:11
수정 아이콘
기억만 남기 때문에 슬픈게 아닐까요?
옛 사랑도 기억을 못하면 슬프지 않잖아요..기억을 하기에 슬픈 거겠죠..
05/12/26 01:48
수정 아이콘
세대교체의 시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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