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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26 21:02:32
Name 학교빡세
Subject [일반] 한국 국적 재취득 이야기
오늘 법무부에서 국적 재취득이 수리됐다는 등기가 왔네요.
올해 초는 국적때문에 정신없었습니다만,   이제 주민등록 신고만 하면 다시 한국 국적을 찾게 되네요.



전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입니다.  뭐, 당연히 원정출산 이런거는 아니고요, 아버지가 학위때문에 유학갔을 때 태어나서 미국 시민권을 가지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1년반정도 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더이상 미국땅을 밟아본 적도 없지만 어쨋든 미국 시민이더군요.  영어도 못하는데요.....







얼마 전까지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서 성인이 된 후 (병역의무가 있는 남자의 경우는 군대전역 후) 2년 사이에 한국 국적이든 다른나라 국적이든 어느 한쪽 국적을 포기해야 합니다.  아무런 절차도 밟지않으면 그대로 한국국적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법에 대해 저같은 이중국적자에게는 어떠한 통보도 없습니다.  알아서 해야됩니다.  모르면 그냥 맞아야....가 아니라 그냥 한국국적이 사라지죠.  저도 외국 여행을 위해 출국할때 공항 출국심사하는 곳에서 설명을 듣게 되었네요.)

전 08년 4월에 전역해 국적 선택 기간이 올해 4월까지였습니다.  





그 기간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군대도 갔다 왔겠다, 미국에서 살 계획도 전혀 없겠다,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주위 어른들은 '왜 미국국적을 포기하느냐, 한국국적 포기하고 외국인으로 사는게 더 유리하다'라는 조언을 많이 하셔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죠.  

그러는 차에 작년  말쯤에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법안이 생길것이다 라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솔깃했습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했는데 둘다 선택할 수 있다는 소식이니까요.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법안이라는게 꽤나 통과가 안되더군요.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3월말이 됐고 전역 2주년까지 열흘 남짓 남았을때 그냥 미국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만  그게 안되더군요.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가 간단한게 아니였습니다.  

미국 여권도 만들어야하고, 이런 저런 절차때문에 빨라도 3달 이상 걸리는 작업이더군요.  만약 한국 국적을 선택하려면 기간 내에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증명서를 들고 절차를 밟아야 되는데 시간상 불가능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안하고 2년이 지나가버리면 그대로 한국국적이 사라지게 되니까요.   당시에 제가 한국국적을 유지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일단 국적 상실을 하고 다시 회복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한국 국적이 사라졌습니다.  외국인 거소신고를 하고 외국인으로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2주정도 지났을까, 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복수국적이 허용됐습니다.  원정출산이 아닌사람에 한해서 (남자라면 군대를 갔다온 사람에 한해서)   한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겠다는 서약을 하면 복수국적을 허용해준다는 내용입니다.


.....
.....

아놔.......타이밍 참.......





알아보니 다행히도 저처럼 원치않게 국적을 상실한 사람들 중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은 국적 재취득 절차를 통해 한국 국적을 다시 받을수 있더군요.  잽싸게 신청했습니다.  그게 5월초였고 2달 반 정도 흐른 지금 국적취득이 수리됐다는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아마 제가 거의 가장 빨리 재취득을 받은 케이스일겁니다.

올해 초반에 마음고생을 포함해서 너무 고생을 많이해서(미국여권만들러 미국대사관도 가고, 국적포기때문에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별관에 갔다가 외국인 거소 신고를 위해서 세종로 출입국 관리 사무소 출장소에도 가야되고....정신없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국적을 재취득하게 되니 기쁘네요.  

저보다 조금 늦게 전역하는 복수국적자들은 저처럼 복잡하지 않고 외국국적불행사서약만 하면 됩니다.  참, 법안 통과 타이밍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고생했습니다.  군대 1달만 늦게 다녀올껄 이라는 생각이 자꾸........

가끔 복수국적 허용 법안이 안좋은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봅니다.  저는 이 법안이 잘 한건지 잘못한건지 판단할만한 지식은 없지만 저에게 혜택이 돌아오니 좋네요.  국적법개정이 고위층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저같은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아이고 이제야 맘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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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듣보
10/07/26 21:11
수정 아이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저 같으면 군대 절대 안갔을텐데요....
GloomySunday
10/07/26 21:12
수정 아이콘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었나 봅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하니 축하드립니다. ^^
몽달곰팅
10/07/26 21:20
수정 아이콘
기간경과로 국적이 자동 상실되면 나중에 재취득 신고인가를 통해서 국적회복이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적법 공부한지가 꽤 지나서 정확한 기간은 잘 모르겠군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대구청년
10/07/26 21:21
수정 아이콘
어려운선택인데 대단하십니다!!^^
맥주귀신
10/07/26 21:26
수정 아이콘
멋지시네요!
BoSs_YiRuMa
10/07/26 21:29
수정 아이콘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도 학교빡세님의 마음을 아셧나 봅니다. 타이밍이 딱떨어지게 되다니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2)
10/07/26 21:44
수정 아이콘
저도 학교빡세님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라 글을 남겨 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군대도 다녀왔지만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지금 이 문제 때문에 부모님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저도 아버지 학위 때문에 미국에서 출생했고, 이제까지 거의 한국에서 살아왔지만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06년3월에 시작해서 08년 5월 23일에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국적 선택기간이 군제대 후 2년까지 이므로 저는 10년 5월 23일까지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거였죠.
빡세님과 마찬가지로 국적법이 바뀐다는 소리를 듣고 4월 쯤에 국적과에 찾아갔을 땐 일단 한국 국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외국인 거소신고를 하고 외국인으로 살다가 11년 1월에 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니 그 때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여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10년 6월에 한국국적이 없어졌을 줄 알고 국적과에 다시 갔을 땐 상황이 달라져있더군요. 11년 1월에 통과되는 국적법 중 일부만 5월4일? 부로 미리 시행되었는데, 그 미리 시행된 내용이 군제대후 2년 내로 한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복수국적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5월 4일 이전에 2년이 지난 사람은 학교빡세님 처럼 재취득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저같이 5월4일 이후에 2년 만료가 되는 사람은 그 전까지 서약을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5월4일에 갑자기 시행되서 23일까지 서약해야 된다니-_-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20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 건데 만약 5월 5일 2년이 지난 사람은 어케 하라고?-_- 전혀 그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4월에 찾아갔을 떄도 거기있는 사람 아무도 5월4일 이런 법이 시행된다는 걸 몰랐던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탄원서도 내보고 했는데 별 소용은 없었던거 같고.. 내년쯤 국적 선택하라는 공문이 내려온다는데 전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소원을말해봐
10/07/26 21:50
수정 아이콘
지인중에 미국 시민권자가 한분 계시는데, 한국에서 초중고 졸업 - 4년제 대학교 진학 - 한국국적 포기후 주한미군 입대 - 졸업후 미국가서 석박사 학위 취득 테크를 타셨습니다.
초중고 다 한국에서 나와서 평범한 한국사람으로 살다가 대학가서 동기들 군대갈때 자기도 그냥 군대간거죠.
미군이 한국군에 비해 급여가 쎄고, 미군 입장에서 한국은 전쟁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 위험 수당도 많이 받았답니다.
무엇보다 같은 시기에 군대간 대학 동기들보다 군생활이 편했답니다.
국적 포기 후 의무도 없고 인정받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속의 나라를 지켰다는데 만족을 하십니다.
전역하고 대학교 졸업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미군은 제대후 미국 대학 진학시 학비를 국가에서 대줘서 여기서 또 돈이 굳었다네요.
지금은 평택 L모 전자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솔직히 배 아프더라구요.
복수국적이 허용이 되었다니, 그분도 한국국적 재취득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진지한겜블러
10/07/26 21:52
수정 아이콘
힘든 선택이였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다른나라 국적을 부러워해야하는 현실이 좀 가슴아프네요;;엉엉
밀가리
10/07/26 23:11
수정 아이콘
FM하시는 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유럽과 같은 경우는 거주일수만 넘겨도 국적취득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저 법률대로라면 군복무를 마친 박지성선수도 잉글랜드로 이중국적이 될 수도 있겠네요.
국토순례자
10/07/26 23:20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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