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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29 03:50:47
Name 화이트데이
Subject [일반] 방금 벌레와의 사투를 끝내고 왔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집 안에 사각을 만들지 마라" 입니다. 제가 오늘 뼈저리게 느낀 교훈입니다.

야식의 꽃인 족발을 시켜먹고 냉장고 안에 넣은 뒤, 쌓아둔 햇반이 다 떨어짐을 느끼자 "오랜만에 밥이나 지어먹어볼까?" 하고 쌀통으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쌀통에서 정말 심각한 수준의 구린내가 나더군요. 제 원룸을 지나 멀지 않은 곳에 잇는 정화조보다도 더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였습니다. 설마, 설마하는 심정으로 쌀통을 채로 꺼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찐뜩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 순간 설마는 제발로 바뀌었고 제발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수 십마리, 수 백마리의 구더기 시체가 있더군요. (정말 이게 살아 움직였으면 즉석으로 토하고 세스코를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죽기 직전 마냥 수 초간 마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저런거랑 같이 자고 있었다니하는 자괴감마저 느껴지더군요. 우선 간단하게 원인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1) 몇 주 전에 실수로 쌀통 근처에서 계란을 깨뜨린 적이 있다. 하지만 청소를 대충한 탓에 향기로운 계란 냄새를 맡고 날벌레들이 몰래 침투하여 알을 깠다.
2) 책상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음식을 먹다가 방치해둘 경우(이런 말하기 X팔리지만 치킨같은 경우는 3일 정도 방치해둔 적도), 바로 앞에서 음식을 서브받고 어두운 구역인 쌀통 안으로 들어가서 알을 까는 테이크 아웃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걸레를 빨아서 닦으니까 떨어지는 수 십 구의 벌레시체들.. 도저히 원 타임으로는 불가능하다 생각해서 걸레를 빠는데 손에 벌레 시체가 묻더군요. 한 숨을 푸욱 쉬며,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구역질나는 냄새더군요. 마치 구더기가 저를 비웃으며 "이게 시체썩는 냄새란거다. 그지깽깽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똥을 3일간 참은 다음 배설하고 몇 달간 삭히면 그 냄새가 날 것 같았습니다. 걸레를 한 3타임 돌리니까 생각 외로 깨끗하더군요.


그리고 쌀통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쌀통에는 소수의 벌레 시체가 붙어있었으며, 쌀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안의 내용물이었습니다. 만약에 쌀통안에서 벌레가 꿈틀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저의 비위상 그 쌀을 다 버려야할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국내 최고의 기업 락앤X 답게 완벽한 밀폐구조를 자랑한지라 내용물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선 쌀통의 뚜껑만 떼어내어 뚜껑만 씻어내었습니다. 계란의 흔적이 아~주 약간 있더군요. 깨끗하게 씻어내고 마른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은 후, 쌀통을 닦았습니다. 다행히 비위가 상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닥을 닦았습니다. 정말 드럽게(?) 안닦이더군요. 걸레질 수십번을 하니까 살살 닦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매우 깨끗합니다. 하지만 냄새는 도저히 빠지지 않아서 페브리즈를 거의 붓다시피 뿌렸습니다. (그래도 안빠지네요. 흑흑) 청소 끝!


이제부터는 정말 청소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아직도 냄새가 나네요. 특수청소업체에 비결을 물어봐야 할까요?
후배 오면 꼭 말해줘야겠습니다. 청소 안해도 좋으니까 벌레 생기게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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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Villa
11/08/29 04:15
수정 아이콘
하하.. 얼마 전 제 경험과 비슷하군요.

몇 개월 전이었죠. 집에 쌀이 있음에도 시골에서 주는 쌀을 받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쌀들을 방치해둘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냉장고는 이미 Full 상태였고..), 그러면 쌀벌레가 생긴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쌀들을 이렇게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제법 두꺼운 비닐팩에 담아 보관하자!' 두꺼운 비닐팩은 지퍼팩이었고, 공기도 빼놓은 상태로 잠가서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약 한 달 전부터 집안에 날파리가 한두 마리씩 보이더니, 점점 늘어나는 겁니다.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지퍼팩들.. 뭐 이미 초토화되어 있더군요. 애벌레가 아주 가볍게 지퍼팩을 뚫고 나와서 번식 중이었고, 베란다에는 수십 마리의 날파리들이 벽에 붙어 있었으며(이 중에는 서로 교미하는 날파리들도 상당수;), 천장에는 애벌레들이 계속해서 번식 중. 그리고 벽과 사각 지역에는 성충이 되어 뚫고 나온 껍데기들도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그때 느꼈습니다. '아.. 이건 전쟁이구나.'

결국 저는 이틀 동안 총공세를 펼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보이는 족족 날파리들을 잡아 죽였고, 틈 날 때마다 베란다에 가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의 날파리들에게는 개미잡는 약을 뿌려 모조리 기절(=사망)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쌀 속의 쌀벌레들을 직접 솎아서 완전소탕한 후, 쌀들을 냉장고에 넣음으로써 그들과의 전쟁을 끝냈습니다.(이 쌀벌레는 쌀을 썩게 만들지는 않아요~ 먹어도 이상없어요.)

아~ 이번 일로 정말 많은 걸 느꼈습니다. '시골에서 가져온 쌀은 절대적으로 냉장 보관하자.'라는 것과 '지퍼팩 따위로는 애벌레와 상대가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아마 인생의 철칙이 될 듯합니다.

아무튼, 화이트데이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사각 지역 살펴 보면서 정말 토하는 줄 알았어요. 아흑..
11/08/29 20:00
수정 아이콘
저도 아침만 해먹다 보니 쌀포대안에 쌀벌레가 생기더군요. 마늘넣어놓으면 괜찮다고 해서 마늘을 넣어놔도 소용이 없네요.
아침마다 쌀 씻는데만 한참을 소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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