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40일도 채 남지 않은 설날 연휴가 낯설다.
불과 1년 전, 아니 반년 전 추석까지만 해도 명절 연휴는 용돈도 받고, 오랜만에 친척들과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며,
추억을 만들던 그런 날로만 여태껏 나는 생각했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도 그랬을것이라 어림짐작해본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명절에 수업과 독서실에서 예습과 복습과 숙제로 힘들어해하는 내 모습이 낯설다.
누구나 그렇듯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이 좋고 공부랑 담을 쌓게 마련이다.(일반적인 가정하에서 말이지만)
'나' 또한 그렇듯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학문이 존재는 하지만 시험과는
별개이기에 무용지물이다.

시험준비를 위해 학원 다니면서, 나는 처음인지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서 모방하고 내 것으로 자기화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들은 그들만의 짜여진 일상과 규칙 속에서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자기를 목표하는 지점으로 가고 있다.
물론, 초보자였던 나로서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여 쫓아간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처음엔 조바심이 생겨서,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부단히 노력도 해보고 잠도 줄여보고 했지만,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쳐지는 결과가 생겼고, 슬럼프와 의욕상실만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던 무렵 문득 나는 그 사람들과 똑같은 환경도 아닌데 똑같은 것을 추구하고 또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 같은 결과를 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이기심과 욕심을 느끼고 말았다.

물론 내가 누군가와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 인식에서는 나쁜 의미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똑같은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삶을 거부한다는 것은 다수의 원칙에 있어서는 혼자만 튀는 삶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보편적이고 대부분 비슷하고 똑같은 삶을 지향하는 것이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분명히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부인할 수 없다.
이게 사랑이고 연애라는 감정이라면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공부와 목표라는 것은 남들과 완벽히 똑같은 것이고 싶지 않다.
물론 시험의 결과로 얻는 목표라는 것은 합격이라는 사실로서 같은 것이겠지만,
그래서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것에 있어서 모순적인 말이 될테지만,
그래도 나는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않다. 조금이라도 덜 똑같아지고 싶다.

모든 욕심과 불안감을 내려놓고 나의 길을 가고, 가능한 목표를 정하여, 차근히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