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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1/22 00:25:03
Name PokerFace
Subject [일반] [펌] 노름꾼 김용환
파락호 김용환

조선 3대 파락호로 유명한 양반이다. 온 집안 재산 팔아 도박에 날리셨단다. 이 양반의 할아버지는 김흥락으로

율곡 학풍의 정수를 그대로 이어받으신 분으로 안동 일대에서의 권위는 참으로 대단했다고 한다. 부패한 관리에

항거에 민중이 난을 일으켜 관아에 쳐들어갔는데 이 분이 대청마루에 앉아 "무릇 민정은 순하면 따르고 역하면

뿌리치는 법이다. 모든 폐정을 고치게 할 터이니 그대들은 물러가서 기다리라" 라는 한 마디에 모든 민중들이

그 분을 믿고 스스로 물러날 정도로 민중과 유생들의 신망이 두터운 분이셨다. 이 분의 사촌이 김회락으로

안동지방 의병장으로 의병을 일으켜 일제와 맞서다 학봉 종택 다락방에 숨어계셨는데 일제에 잡히고 집안

어른들도 종택 마당에 무릅꿇리며 모욕을 당하셨다. 끝내 김회락 어른은 일제에 체포되어 복수해달라는 말을

남기시고 총살당하셨다. 이 모든 일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 양반이 어찌 파락호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온 집안 문답이며, 살림 심지어 종택도 도박을 날리셨고, 종택이 팔릴때 마다 종가 어른들이 십시일반해서 다시

종택을 사들이면 다시 팔아 도박을 하셨다. 심지어 무남독녀 외동딸 시집 보낼때, 사돈댁에서 혼수로 농하나 사오라고

돈을 보냈다고 한다(얼마나 궁핍했으면 사돈댁에서 혼수 비용을... 이게 원래 영남 양반들 전통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이렇게 사돈댁에서 보낸 돈 조차 도박에 날름 써버리셨단다. 무남독녀 외동딸이 얼마나 가슴에 한이 되었을까. 어쩔수 없이

농은 사가야 하고 돈은 없고, 큰어매(할머니: 안동 지방에선 할머니를 큰어매라 표현한다는 군요)가 쓰던 헌 오동나무 3층장을

혼수로 가져갔다고 한다. 시댁으로써는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을 것이다. 이름난 명문 양반가 그것도 종가댁 딸을 며느리로

삼아 데려왔더니 아비가 파락호라 농사오라 보낸 돈으로 도박하고 헌농 들고 왔으니 말이다. 이에 화가난 시댁에서 귀신씌인

농이라며 마을 강변 모래사장에 내놓고 불을 싸질러 버렸다고 한다. 아주 잘마른 오동나무 3층 장이니 얼마나 잘 탓을까. 불 높

이가 어찌나 크던지 그걸 태우는 동안 파락호 김용환의 무남독녀 딸은 속으로 애간장을 녹였다고 한다.

이렇게 파락호로 이름을 날리니 ‘양반동네 소동기’라는 책의 저자인 윤학준이 근대 한국의 3대 파락호로 흥선대원군 이하응,

1930년대 형평사(衡平社) 운동의 투사였던 김남수 그리고 학봉 종손인 김용환을 꼽았을까. 하지만 1945년 광복이 되고 조금

씩 나타난 자료에 따르면 김용환의 파락호 인생은 철저한 위장이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1946년 임종을 눈앞에 두고도 독립

운동을 한 사실을 숨기고 돌아가셨단다. 1946년 임종 무렵에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가 "이제는 만주에 돈 보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도 되지않나" 라고 하자 "선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데, 이야기할 필요없다" 하고 눈을 감았다.

21세에 독립운동에 투신할 것을 다짐하지만 종손으로 집안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다해야 했기에 철저히 파락호 도박꾼으로 위장하여 전 재산을 팔아 만주 독립군의 독립자금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한 참 후인 1995년에 정부로 부터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셨고 이 훈장 수여식 날 파락호 김용환의 무남독녀

딸이 그동안의 소회를 4.4조 서간문으로 글을 써 읽으니 장내가 숙연했다고 한다. ("우리아배 참봉나으리" 참조)



그럭저럭 나이 차서 십육세에 시집가니

청송 마평 서씨 문에 혼인은 하였으나

신행 날 받았어도 갈 수 없는 딱한 사정

신행 때 농 사오라 시댁에서 맡긴 돈

그 돈마저 가져가서 어디에서 쓰셨는지?

우리 아배 기다리며 신행 날 늦추다가

큰 어매 쓰던 헌 농 신행 발에 싣고 가니 주위에서 쑥덕쑥덕

그로부터 시집살이 주눅 들어 안절부절

끝내는 귀신 붙어왔다 하여 강변 모래밭에 꺼내다가 부수어 불태우니

오동나무 삼층장이 불길은 왜 그리도 높던지

새색시 오만간장 그 광경 어떠할고

이 모든 것 우리 아배 원망하며

별난 시집 사느라고 오만간장 녹였더니

오늘에야 알고 보니 이 모든 것 저 모든 것

독립군 자금 위해 그 많던 천석 재산 다 바쳐도 모자라서

하나 뿐인 외동딸 시댁에서 보낸 농값, 그것마저 바쳤구나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내 생각한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 아닐진데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출처 : http://kalsman.tistory.com/18




반전쩌네요 ...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01-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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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22 00:54
수정 아이콘
자게로 가야 될거같습니다.
머 이런 인간이 다있지하고 읽다가... 숙연해지네요..
12/01/22 01:08
수정 아이콘
울컥하네요.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
yonghwans
12/01/22 02:01
수정 아이콘
저랑 이름이........ㅠㅠ
po불곰wer
12/01/22 11:34
수정 아이콘
헐........... 저런분들은 정말 국가에서 재산 다 보전 해드리고 명문가로 널리 알려야 하는데...
뱃살토스
12/01/22 13:39
수정 아이콘
정말 반전 쩌네요.. 철저한 비밀주의.
12/01/25 09:35
수정 아이콘
그럼 그 도박의 상대가.... -_-
朋友君
12/01/25 10:49
수정 아이콘
이런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할텐데요... 감사합니다.
12/01/25 11:45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그저께 본 주먹이 운다 부산 편에서 이분 아들이 출연한걸 우연히 보았네요..
12/01/25 12:54
수정 아이콘
절로 눈물이 고이네요. 가슴 한구석이 짠한게...
이노리노
12/01/25 23:33
수정 아이콘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밖에 전해지지 않는 게 아쉽네요.
널리 널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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