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9/09/24 14:55:44 |
Name |
Love.of.Tears. |
Subject |
[L.O.T.의 쉬어가기] 대통령께 '보낼' 글 全文 |
존경하는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대한민국 국민 안지수라고 합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겠죠. 부디 주님이 주시는 지혜로 이 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변화시키시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계셔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것은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바로 장애인 복지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뇌성마비 1급의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은 제 삶에 직면하고 있는 문제기도 합니다. 제가 그동안 느껴오고 겪어왔던 문제들을 몇 가지 말씀드릴까 합니다.
1.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 문제
사실 이 문제가 우리나라의 지금 현 상황에서 안고 있는 제일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이야 ‘장애인’이나 ‘장애우’같은 표현을 씁니다만 일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애자’나 혹은 ‘병신(病身)’등 다소 조금은 저급한 단어들로 지칭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호칭의 변화는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호칭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거리를 다니는 장애인들을 보는 비장애인들의 모습은 마치 ‘신기한 생명체’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일제히 시선이 고정되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다른 분들은 생각이 다르십니다. 그런 이질감 어린 눈빛은 장애인 분들에게는 자신감 결여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에 관해 매스컴을 이용한 지속적인 캠페인 방영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사료됩니다.
2. 장애인에 대한 관심 부족
요즘 뉴스를 지켜보다 보면 하나 되지 못하는 당파간의 싸움, 또는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에 대한 뉴스가 주를 이룹니다. 장애인 복지 시설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보고 조명하는 뉴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듭니다. 나라가 어렵고 경제가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체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비롯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은 더 어렵지 않을까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주위를 둘러보면 이 나라의 도울 자는 많습니다.
3.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저는 외출을 너무나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닙니다. 아니, 자주 못 나간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 외부에 있으려 애를 씁니다. 저의 환경이나 여건이 제 마음을 지배할 수 없다는 그런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외부에 나가 있다 보면 너무나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다니는 곳곳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임을 증명하는 흔적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지하철역에는 필수적으로 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모든 역에 구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리프트를 이용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반쯤은 고장 난 리프트가 저를 반깁니다. 그 리프트에 휠체어와 함께 몸을 실어야 하는 저로서는 그 리프트가 도중에 멈출지 아니면 오작동으로 인해 대리석 계단으로 쏟아낼지 여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요? 리프트를 믿는 수밖엔 없는 것이지요.
또 하나 화장실을 예로 들어보면 공중화장실은 찾기도 힘들뿐더러 상당히 공간이 협소해 들어가기 힘듭니다.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 보다는 넓지만 혼자 용변을 보고 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닙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고려해 설치한 Push용 비누는 너무 높게 설치되어 있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보면 앞서 제일 처음 말씀드린 자신감 결여에 대한 이유가 나옵니다.
장애인 분들은 나가면 불편하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자연스레 접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자주 장애인들을 접하지 못하신 비장애인 분들은 당연히 그들에게 ‘신기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죠. 하루 속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풍토는 국가적인 조치로 인해 뿌리 뽑혀야 할 것입니다.
4. 허울뿐인 장애인 제도들
현재의 많은 장애인 복지제도를 생각하면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기는 합니다.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활동보조 바우처 카드제도 등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감사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허점이 있습니다. 콜택시의 경우 일반택시에 비해 30-50%가 싸지만 이것 역시 제한적으로 운행 중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장애인 택시는 출발 30분 전에 불러야 하며 시(市) 단위로 운영하는 터라 이용자가 거주한 시에서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만약 지역이 바뀐다면 이용자는 갈아타야 합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장애인 콜택시의 수(數)입니다. 시마다 다르지만 많아야 2-3대 있을까말까 합니다. 이는 철저히 제한적이며 더 나아가서는 장애인에겐 불리한 조항입니다.
저상버스에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상버스의 수는 너무나도 적습니다. 활동보조인제도는 현재 성남시 기준 장애 경중에 따라 40시간, 60시간, 80시간, 100시간으로 나뉩니다. 저의 경우 월 80시간을 할당 받았고 80시간을 그 달에 다 사용하지 못할 경우 잔여시간에 대한 이월(移越)이 이뤄져 내달에는 합산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허나 대통령께서도 짐작하실 수 있듯 장애인의 이동은 비장애인의 이동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가량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말 그대로 ‘활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 제도를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여유를 두고 사용치 못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허울뿐인 제도로 끝날 것입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장애인들에게 월 300여 시간 이상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비정규직 직업군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 직업군으로 승격 후 보조금을 정부에서 더 서포트 해준다면 장애인 이용자는 1인당 2보조인을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조인은 역할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것이고, 임금 인상 또한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용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한 말씀 더 드리고 이만 줄이려 합니다. 지금 시국이 어려운 마당에 이런 과제를 대통령님께 드려 유감스럽습니다. 하지만 오래토록 숨기다가 좋지 않은 필력으로나마 짧게 남긴 것은 정말 이루어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그저 살던 대로, 그런 관습대로 살다 가긴 싫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오늘을 바꾸고 변화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저로 인한 것이었으면 좋겠고 하나씩 바뀌어 가는 변화의 시작이 이명박 대통령님의 손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바라기는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님과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 앞이면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제 소신을 말씀드릴 자신은 있습니다.
제 인생 모토는 ‘1%의 희망은 99%의 절망을 부순다’입니다. 오늘 저의 목소리가 99%의 절망을 가진 장애인(長愛人)들에게 1%의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大韓民國 國民 安智秀 올림
Written by Love.of.Tears.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9-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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