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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2/17 00:13:09
Name 영혼
Subject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 (수정됨)
그 후의 소소한 이야기들입니다.






#1
간호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군요.
다들 아시다시피 학업의 강도가 높은 편이며, 최근 발표된 법안에 학과 내에서도 아주 시끌벅적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학과가 그렇겠지만 간호학과 특유의 무시무시한 학업량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고, 롤을 하는 저로서는 정말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그 아이와 저의 교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업에 지친 그 아이는 제가 감싸주기에 너무 적합한 환경이였기 때문이죠.

저는 대학생활을 짧게 했지만, 모든 과와 마찬가지로 CC의 끝이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과내 CC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였느냐면 그런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로또를 산다고 해서 모두가 1등에 당첨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CC의 장단점은 아주 오랜시간동안 사람들이 체득해왔으니
더 이상의 긴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와 글 중 은선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 그 아이는 CC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이 서로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지요.

이제 그 아이도 저도 학교의 주류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고학번이 되었고, 동기들은 모두 졸업하고 학교에 없으며 저는 늙은이로 복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그 아이가 돌아오고, 마지막 한 학기를 수료합니다. 그러고나서 취직을 위해 서울로 떠나겠지요.
그 아이가 한국에 돌아온 후 제가 접하게 될 간호대학 생활, 그 짧고도 긴 육개월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2
여러분이 원하셨던 놀이터씬은 에필로그에도 적지 않을 생각입니다. 흐흐. 가끔 그때 생각이 나고, 그러면 미소지을 수 있습니다.
활자라는 편협한 수단으로 표현하기에는 그 때의 저와 그 아이, 그리고 흩날리던 많은 것들을 도저히 표현해낼 자신이 없네요.



#3
아주 짧게 언급되었지만 그 아이는 키가 작은 편입니다.
키 작고 똘망똘망하고, 마음은 여리여리하고, 자기 하고싶은 말 똑바로 못해서 마음고생하고, 괜한 고민을 안고사는 여대생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쁩니다. 아주 많이요. 저 개인적으로 생애 태어나 이쁜 여자의 리스트를 간직하고 있는데(저의 소소한 악취미입니다 흐흐)
그 중 제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TOP 3안에 들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뭇 남정네들의 대시를 심심찮게 받곤 하지요.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저는 건전한 남대생으로서 우수한 학업성적과 롤 레이팅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속에 사는 남정네입니다.
사실 내세울게 성적이랑 금장밖에 없습니다 흐흐. 성격도 모난 편이고 담배도 줄줄이 피워대는데다가,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사람에게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어떠한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우치며 살아가는 나름 매력남입니다.

p.s 친구들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몇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 정도면 너랑 참 잘 맞겠다, 라는 말.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만 그 아이 또한 그러했다고 합니다.


#4
오늘로 그 아이에게 초콜릿을 건내받은 지 딱 1년이 되었군요. 정확하게 따지자면 그 아이가 지금 있는 시카고 시간으로 했을 때
15일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리가 고백을 나눴으니, 정확히 일년만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의도치 않았으나 묘한 기분이 드는군요.
글 중 잠깐 언급되었듯이 그 아이에게 받은 초콜릿은 여전히 저에게 있습니다. 아니 사실 냉장고에 있습니다 -_-; 일년이 조금 넘었으니
이제 이걸 먹었다간 온 몸에 휘몰아치는 묘한 맛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달에 한번 대청소를 하며 냉장고를 뒤집어엎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듭니다.
짧은 시간이 흘렀으나 저는 매우 기억력이 나쁜 편이고, 현재에 충실하며 모든 일에 목숨을 걸고자하는 성격이라 지난 일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글로서 표현할 수 있는 이 기억들도 빛이 바래서 가슴 속에서조차 사라져버릴 것이고
당연한 수순이며 그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들 중 하나겠지만, 기억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후회를 겪었기에
여러분들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드리기도 할 겸 이렇게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던 겁니다.

#5
댓글을 통해 밝힌 바 있지만 글은 어느정도 각색된 내용입니다.
대화 내용을 하나하나 기억해낼 수 없어 그 당시의 정취나 서로의 성격에 최대한 빗대어 단어 하나까지 그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을 다 쓰고서 수십번이나 넘게 다시금 읽은 제가 생각하기에 약 90%정도의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확히 기억을 해내기 위해서 예전의 추억들을 꺼내어보곤 했는데, 사실 그게 그렇게까지 유쾌한 일은 아니였습니다.
군대에서 받은 편지를 언젠가는 소중히 여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 집에 가져왔지만 2년이 되어가는 지금조차 편지를 보면 손끝이 아립니다.
글 중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나 저의 또다른 시리즈 연재물인 after diary와 여타의 게시글로 종종 모습을 비췄던 처자에 대한 이야긴데,
여전히 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용서할 용기를 찾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아이와의 관계에 흠뻑 빠지신 분들께선 모종의 배신감을 느끼시겠지만 사실 간호학과란게 이렇습니다 넵 (...)

#6
당초에는 글 중에서 언급되었던 많은 곳들의 사진을 찍고, 이 곳에 올릴 생각이였고 실제로 현장답사(?)를 통해 많은 사진을 찍어두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에게 이러한 사진을 보여주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과, 저의 프라이버시가 걱정되어 그러지 않을 작정입니다.
글을 좋게 읽어주시며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P.S 제가 지은 제목이지만 띄어쓰기가 너무 헷갈려 글을 쓰는 매번 틀렸다가 수정했습니다. 심지어 에필로그도 그랬네요 -_-;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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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hus Findlay
13/02/17 00:25
수정 아이콘
조금 있으면 꽃이 다시 필 계절이네요
GL
13/02/17 03:00
수정 아이콘
어느새 그렇게 되었군요. 작년 이맘때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가만 생각하면 번뜻하고 생각나는게 있는데, 올해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수대통령
13/02/17 01:07
수정 아이콘
오오~ 안올리신다고 하신것 같아서 기대를 안했는데...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3/02/17 03:01
수정 아이콘
글이 이동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주변 분들에게 글이 이동되면 에필로그를 쓰겠다고 발뺌을 해뒀거든요.
많은 분들이 좋게 읽어주셨던 덕분인지 글이 이동되어서 어쩔 수 없이(?) 에필로그를 작성했습니다. 흐흐.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시BBbr
13/02/17 01:11
수정 아이콘
행운을, 행복을 빕니다.
그리고 제 얘기는 ^^; 뭔가에 못 이겨 은근히 썼던 것들은 있지만 이 이야기처럼 풀어쓸 순 없을 것 같네요.
13/02/17 03:01
수정 아이콘
그래도 기대하고 있을겁니다. 후후
Pavlyuchenko
13/02/17 02:34
수정 아이콘
간호학과. 듣기만 해도 현실의 벽을 처절하게 느껴야했던 스물 일곱의 기나긴 겨울 끝의 늦봄, 초여름이 생각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터라 마음이 아릿아릿 합니다. 물론 전 이제 완전히 끝.

페퍼톤스의 노래로 응원합니다.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13/02/17 03:0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누구나 늦은 밤 손끝이 갈라지는듯한 기분이 들곤 하고, 나만 혼자 남았다는걸 깨닫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의 슬픔도 치유받은 적 없지요. 그게 참 힘든 일입니다. 응원해주신만큼의 행운이 깃들었으면 싶네요.
Revolver
13/02/17 04:16
수정 아이콘
방금 몰아서 다봤습니다. 이별통보씬에서는 제가 다 철렁하며 감정이입이 되던;;
제가 글쓴 분과 거의 같은 나이대에 겪었던 일도 생각나는데, 멋들어지게 이런 곳에 쓰거나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 끝이 엉망이었던지라 아쉬울 따름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3/02/17 04:29
수정 아이콘
저 또한 아무런 망설임없이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면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글으로 각색하기 위해서 떼어낸 부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많습니다. 그리 아름답지 않았어요.
허무한 이별이라 부르고 싶었지만, 사실 허무한 이별 같은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남겨진 사람만 허무할뿐
13/02/17 19:19
수정 아이콘
대구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써 야당 등의 장소는 눈에 익은지라...
그리고 뭔가 이런 글은 사진이 있으면 외려 느낌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더 많은지라 첨부하지 않으신 게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피지얄 유머인가 자게의 어떤글에서인가 달렸던 댓글 한 줄이 참 와닿았는데 여기에도 적으면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이걸로 댓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고로 싸이의 노래 가사입니다.

Never Say Goodbye 영원한 건 없기에 영원한 이별도 없는거야 Never Say Goodbye 다시 만날걸 알기에 웃으며 떠나는거야
13/02/17 20:23
수정 아이콘
네. 그렇더라구요. 사진을 추가하고 싶은 욕심이 들긴 했는데 보통 이런 글은 되려 아무런 부연 설명이 없는게 나아보일 때가 많더라구요.
마지막 게시글에 그 아이에게 받은 초콜릿을 찍어 올렸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엑박입니다 -_-; 아무리 수정해도 달라지질 않아요..
마지막 문구 감사합니다. 느껴지는게 많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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