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Kespa라는 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 대한민국 e스포츠의 발전과 권위, 그리고 세계 속으로의 진출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달고 말이죠.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Kespa의 활동은 심하게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팬들에게 지독히도 미움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된 Kespa.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첫번째로 팬들이 Kespa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됩니다.

Kespa는 2000년 2월에 공식으로 출범하여 지금의 활동에 이르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2000년이 대체 어느적 시절입니까? 바로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가 있던 시절입니다. 방송도 지금의 온게임넷이 아닌 투니버스에서 하던 시절이죠. 이렇게 e스포츠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단체가 팬들에게는 몹시도 생소합니다.

pgr에 들어오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리그 팬 분들에게 여쭈었을때, Kespa의 창립 연도와 본격적인 활동 연도를 아시는 분이 몇이나 될까요?(본인도 99pko부터 스타리그를 봐왔지만 하나로시절부터 협회가 있었다는건 Kespa 홈페이지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이건 그만큼 Kespa의 초기 활동이 미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본 활동부터 부실했던 단체가 팬들에게 권위를 인정받기란 당연히 힘든 상황이죠.




두번째로 Kespa 자체도 본인들의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습니다.

Kespa는 게이머 협의회와 등록위원회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Kespa 홈페이지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게이머 협의회 임원중에서 공개된 사람은 회장인 김은동 감독 한분 뿐입니다. 게다가 등록위원회는 왠지 이름만 걸어놓으신듯한, 양복입은 근엄하신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다른 협회도 다 그렇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e스포츠는 아직 출범한지 몇년도 채 되지 않은 허약한 기반의 스포츠입니다. 따라서 이를 든든히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선 그 현장을 잘 알고 잘 키워줄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합니다.(대표적으로 정일훈님이 계시죠.)

그런데 지금의 Kespa는 그런 인재들이 있는지 없는지 공개조차 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단체보다 투명성이 우선시되야 하는 e스포츠 단체가 이렇다는 현실에 통탄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세번째로 Kespa의 가장 큰 실책인 지키기에 급급한 정책의 집행입니다.

'e스포츠는 '타크래프트라는 전대미문의 걸출한 명작 덕택에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Kespa는 팬들에게 '스타크래프트 협회 아니냐.'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너무나도 과도하게 스타 한쪽에만 정책을 편중하여 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워크와 카스의 팬들이면 누구나 다 알고 계실 WEG 사태에서 보여지듯, Kespa의 편중 정책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Kespa의 정책 집행에 가장 큰 힘을 가진 게이머 협의회에 등록된 인원들 거의 모두가 스타 종사자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명색이 e스포츠 협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책을 편다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Kespa는 그간의 행각을 보면 욕을 먹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만약 Kespa가 없다면 어찌 될까요?

제가 제목에서 왜 Kespa가 힘을 가져야만 한다고 했느냐 하면 지금 스토브 기간 동안에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리그에 대한 양 방송사의 이견 때문입니다. '원조'인 온게임넷과 '후발'인 엠겜의 중계권 다툼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를 중재할 단체는 Kespa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금 팬들로부터 받는 원성이 도를 넘어선 Kespa를 양 방송사가 중히 여기기나 할까요? 뭐라 하던 코웃음치면서 자기네 싸움에 바쁠겁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팬들과 관계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여 키워온 e스포츠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 또한 배제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저는 Kespa에 팬들이 직접 나서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e스포츠야말로 역사상 팬들의 힘이 가장 강력한 프로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팬들이 직접 Kespa의 권위를 인정해 준다면 양 방송사의 중계권 다툼 따위는 가볍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팬들이 인정해 준 권위인 만큼, Kespa 역시 뇌없는 탁상행정으로 스스로의 무덤을 파지 말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욱 기울여야겠지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뉴스에 뜬 중계권 다툼을 보면서 Kespa의 위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고 써 본 글이었습니다.
쓰고보니 역시 글을 쓰는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pgr에 훌륭한 글을 남기시는 분들의 필력이 역시나 대단하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군요.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10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