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11 00:54:41
Name Neptune
Subject 친구야, 고맙다.
일단 말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께 말씀 드리자면 전 취했습니다.

타자를 치는데도 자꾸 오타가 나고, 전에 하지 못했던 말들이 술술 나옵니다. 눈물도 나오고, 감정도 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고맙다고, 나의 친구에게.



중학교 졸업식 날, 전 사진을 함께 찍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땅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은따'랄까요? 친구따위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친구따위 볼 일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중학교 3년 내내 그런 생활을 했었습니다.

결국 전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은 제게 한 장인가 두 장인가 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없었기에 감히 남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기가 두려웠고, 친구가 없었기에 감히 사진을 찍자고 말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결국 전 집에 와 버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사진 좀 찍지 그러니, 한번 밖에 없는 중학교 졸업식인데'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제 부끄러운 마음을 어머니께 전할 수가 없어 '그런걸 왜 찍어요. 괜한 짓 좀 하지 마세요.'라며 어머님께 짜증을 냈습니다.

그리고서 그 날 밤, 전 울었습니다. 저를 사랑하시는 어머니께 짜증밖에 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어머님께 따듯한 말 한마디 못하는 제 자신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3년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졸업식을 했습니다. 그 날, 전 정말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게 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쉽게도 친구와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생각에, 전 스스럼 없이 그 누구와도 '사진찍자~'며 다가갈 수 있었고, 덕분에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사진을 찍으시며 행복해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제 고등학교 생활 3년에게 정말 감사다하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3년 동안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만 부모님께 웃음을 드릴 수 있었던 3년이라서 정말 감사하다고, 내가 부모님께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자신감을 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괴로운 일이 있어서, 술을 마셨습니다. 저는 친구를 불러서 그 괴로운 일들을 모두 말해버렸습니다. 친구였기에 그 말들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일 친구가 없었다면, 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일 친구가 없었다면 부모님께는 걱정시켜드리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을 거고,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에게는 지기 싫은 마음에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가 있었기에 전 제 마음을 속 시원히 터뜨려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고맙다고, 네 덕분에 내 인생이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네 덕분에 부모님이 웃었고, 덕분에 내가 정말로,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네가 있기에 앞으로 나아간다고, 네 덕분에 힘이 생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취했다고는 해도 부끄러워서 이 말은 하지 못했지만, 오늘 이곳에서만이라도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너는 내 인생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다. 고맙다.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12 13:1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예아나무
06/03/11 00:57
수정 아이콘
친구가 이 글을 꼭 보았으면 좋겠네요. 우정 변치 마세요.
06/03/11 01:06
수정 아이콘
진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라는게 있을까 한적도 있었는데 있더라고요.
난이겨낼수있
06/03/11 04:49
수정 아이콘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죠.
서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갈수있다면 참 좋겠죠
친구..언제 들어도 편안한 말입니다
보고싶다 친구야..저도 21년만에 친구 만났어요 초ding친구 크크
잠자는숲속의
06/03/11 05:26
수정 아이콘
짠하게 감동이 밀려오네요. 감히 말해봅니다. 추게로!
후추상사
06/03/11 11:25
수정 아이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업무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을 제외하고 사회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옛 친구와의 우정을 변치않게 지속시키 것이라 생각되네요.
님도 옛 친구를 소중히 여기시고 앞으로 그 우정 변치 않길 바랍니다.
Love.of.Tears.
06/03/11 12:57
수정 아이콘
추게로~ 우정 영원하세요^^
06/03/12 16:47
수정 아이콘
추게에 러쉬가야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77 갈데까지 가 보자. [6] Sickal6305 06/03/20 6305
676 안녕하세요 PgR21 후로리그입니다. [32] 터져라스캐럽6837 06/03/18 6837
675 아, 끝났다. [11] Sickal5857 06/03/18 5857
674 <잡담> 이공계를 졸업하고... [38] 도미닉화이팅9349 06/03/16 9349
673 [D4 Replay](7)전무후무, 그랜드슬램 [20] Davi4ever6074 06/03/16 6074
672 [감상] 도니 다코의 미친 세계, 미친 영화, 미친 녀석 [10] 럭키잭5405 06/03/15 5405
671 슬램덩크로 보는 WBC 미국전... [40] 칼잡이발도제10292 06/03/14 10292
670 [리뷰] 무한도전 - 퀴즈의 달인에 대한 잡설 [39] 막군8258 06/03/14 8258
669 끝이 아니라 느려졌을 뿐이다. [7] legend5204 06/03/13 5204
668 전략가와 전술가 [18] Mlian_Sheva6951 06/03/12 6951
667 섬맵에 '후방'을 강조할 수 없을까? [22] 김연우6914 06/03/13 6914
666 차기 시즌을 준비하며 [12] lost myself5448 06/03/12 5448
665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59편(BGM) [29] unipolar6047 06/03/11 6047
664 연애심리학 수 678 [6] Lunatic Love7109 06/03/09 7109
663 호스피스, 평안한 미소가 함께하는 죽음 [15] Timeless5868 06/03/11 5868
662 스타크래프트 병법 전(前)편 제1장~제5장.게임 전 자세부터 병력운용의 묘까지. [9] legend5601 06/03/11 5601
661 친구야, 고맙다. [7] Neptune5194 06/03/11 5194
660 e스포츠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부탁 [35] 임태주7736 06/03/10 7736
659 [호미질] 인정받는 언론이 되라 esFORCE [14] homy5666 06/03/10 5666
658 스타리그 24강의 득과실... [39] 칼잡이발도제7968 06/03/10 7968
657 2006 강민선수 월페이퍼.. [22] estrolls7860 06/03/10 7860
656 Kespa..힘을 가져야만 하는 존재. [16] 루크레티아5275 06/03/09 5275
655 신한은행 결승전 신815에서 박성준 선수가 선택한 전략! [21] 체념토스8008 06/03/09 800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