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17 11:53:33
Name Withinae
Subject 30대 임빠가 게임을 보며....

난 처음부터 타고난 임빠였다.

방송경기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부터 무조건 임요환이 최고의 게이머였고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이에도 항상 저녁이면 게임방송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와이프는 구박도 하고 사정도 하다 이제는 그냥 같이 본다.~ 몇 년전에는 생일선물로
임요환CD를 선물해 주기도 했으니까.(근데 티셔츠는 처조카에게 뺐겼다. 왜 30이 넘으면
그런 옷은 싫어한다고 미리 선입견을 가질까?)

원래부터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이 전략성+올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임요환스타일을
좋아했었다. 이윤열이나 최연성의 스타일은 잘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앞마당먹은 이윤열의 탱크러쉬나 최연성의 토나오는 레이쓰의 숫자에
감탄을 하기는 하지만 글쎄 뭐랄까? 나에겐 이윤열, 최연성의 게임은 감탄을 하게 하고
임요환의 게임은 감동을 준다고나 할까? 하나의 전략에 승부를 걸고 (만약 실패하면
다른 방법이 없는 외통수이기에 더욱 더), 온 몸을 던지다니 얼마나 감동적인가...
물론 그렇기 때문에 많이 실패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임요환을 좋아하다보니 당연히 T1도 열혈팬이 되어 버렸다. 다른 선수들도.....
누가 말했듯이 본진은 임요환에 멀티는 T1이랄까?

그런데 어느 날 그 분이 군대에 가버렸다. 음......
약간, 아주 약간 게임에 소홀해졌다. 중국에 출장갈 일이 있기도 했지만, 엠겜 결승전,
슈퍼파이트등을 놓쳐 버렸다. 어차피 그 분이 나오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평소였다면
VOD를 통해서라도 봤을 큰 경기였는데...

그리고, T1이 사고를 쳐버렸다.
순간 느낀 감정은 짜증이랄까? 왜, 도대체 왜? 어쩌니 저쩌니 해도 개인리그가 그
완성도며 재미며 좀 더 수준 높은 질의 경기를 제공하고, 이야기 거리도 많으며
선수들에게는 스타탄생의 확실한 기회와 동기를 부여한다. 만약 하나의 개인전에서
선수가 떨어지면 그 선수를 몇 개월간 프로리그에서 밖에 보지 못한다.
정확히 내가 난 짜증은 왜 나에게서 그 선수들을 볼 기회를 뺏어가는냐 하는 것이었다.
말들이 많다. 개인전을 축소하고 프로리그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느니.....
몇 일간 피지알도 안오고, 예선전에서 T1떨어져버려라~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제 박용욱의 경기를 봤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더라. 하나 밖에 없는
개인전인데...선수가 무슨 죄니...그리고, 이야! 변형태 너무 잘하더라. )


그러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 나는 임빠이기는 해도 T1빠는 아니었는가 하는 거다.
내가 지금까지 좋아해서 봐온 게임을 T1이 개인전에 많이 없다고 해서 안볼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생각해 보니, 이번 결정으로 이스포츠 산업이 더 커질수도
있고(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했으니까), 개인전 불참으로 선수들 경기력이 떨어지면
다음 리그에 다시 go-back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내가 할일은 기다리는 것이라는 건데......

당분간 T1팬은 살포시 접기로 했다. 대신 다른 선수들과 팀에게도 눈을 한 번 돌려 보기로 했다.
강한 전략성으로 임요환과 비슷한 강민, 저그전 스타일리쉬 한동욱, 그리고 꼭 정상에 서야 하는 홍진호.
초기부터 이스포츠에 가장 많은 투자를 꾸준히 해온 KTF가(이건 게임팬이라면 팬에 상관없이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정상에 서는 모습도 꼭 보고 싶고 한빛이 전통의 강호로 부활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물론 T1에 전상욱이나 고인규의 활약도 보고 싶긴하지만, T1은 그동안 많이 해먹었다.
프로리그를 한 팀이 몇 년씩 1위 하는 것도 좀 그렇다.

이렇게 여러 팀과 여러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2년을 보내 볼까 한다. 꼭 다시 돌아올거지.(무슨
군대간 애인 기다리는 것 같다. 오해하지마라.)

편하게 쓰다보니 존대도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17 12:18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한 팀이 너무 많이 해 먹긴 했죠. 그 팀 선수들의 개인리그 활약도 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잘못 된 것은...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제부턴가...그제부턴가...아무튼 오늘까지 핏발이 서게 되네요. ㅡㅜ
저 장농 잘 고
06/11/17 12:21
수정 아이콘
편하게 쓰다보니 존대도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요.

이 말씀을 빼먹지 않고 해주셨기에 이해합니다. 간혹 보면 이런 표현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반말로 적으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이해못하죠. 불특정다수가 보는 글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생략한 거니까요.
SKY_LOVE
06/11/17 12:26
수정 아이콘
그리 길거라 생각안합니다.
조형근선수가 듀얼 예선에서 8전전승으로 진출. (전승이라 더!)
최인규선수도 손목부상으로 기대는 크게 안했는데 그래도 선전해주셔서
앞으로 다가올 임요환선수의 예선이 기다려집니다^^

요환선수팬 티원팬으로 이번 티원이 벌인 사건에 실망한지라,
(혼자서 다 떨어져버려라로 저주를 퍼부었던;;)
과연 요환선수가 있었다면 티원'프런트'가 이런일을 했을까..생각도하고
또 이래 생각나는 요환선수 ㅠㅠ
루크레티아
06/11/17 12:58
수정 아이콘
확실히 만약 임요환 선수가 군대 안간 시점에서 프런트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때 임요환 선수가 반대했다면 프런트가 접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봅니다. T1의 모든 비중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임요환 선수가 안된다고 했다면 아마 프런트에서도 재고했을 텐데 말이죠.
darksniper
06/11/17 13:11
수정 아이콘
저도 임빠이긴 하지만 T1은 그리 정이 안가네요^^
06/11/17 13:12
수정 아이콘
그것보다 저는 프로리그 올인 및 협회의 프로리그 확대방안 자체가 포스트
임요환을 대비하기 위한 설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요환이 있을때 부터
SK와 협회는 포스트 임요환 시대를 대비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진단은 정확히 했는데 처방이 영.....
Grateful Days~
06/11/17 13:15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심정이시네요. 저도 T1팬이기전에 그분편이죠. 나이도 30대.. 쿨럭..
Jay, Yang
06/11/17 13:48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동감가는 부분이 많아 로그인하게 되네요.. 흐흐.. 저도 비슷한 고난과 역경을 헤친 후, 와이프랑 스타도 볼 뿐만아니라, 같이 게임도 합니다.. 어제는 와이프한테 드디어 첫패배를 당하기도 했지요..
나두미키
06/11/17 13:58
수정 아이콘
와이프 부분을 제외하고는 동감입니다.. 제 여친은 스타 채널 틀면 화냅니다 ㅡ.ㅡ;;;;; 암튼;;; 다 같네요
햇살같은미소
06/11/17 19:53
수정 아이콘
어쩜 제 생각과 그렇게 비슷한지..
저도 벌써 8년째 임요환 선수 열렬팬을 자처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의 사태는 정말 안타갑네요...
다주거써
06/11/18 00:59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동감인 부분이 있군요.
저역시 이 결정은 임요환 선수의 군입대와 연계되여져 나온 결정이라고자꾸만 추측이들더군요.

사실 만약 임요환 선수에게 한 리그를 선택하도록 한다면, 임요환 선수가
선택안한 그 리그는..........참.............
그리고 그 후 임요환 선수에게 쏟아질 비난만 해도....참.
임요환 선수가 군에 가지 않았다면 이미 엠비시 서바이버등 메이저 진출전이든 진출한 상태인데, 설마 임요환 선수가 온게임넷을 선택하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겠습니까?

몇 안되는 3회 우승 도전자인데 말이죠..
안타깝지만, 역시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심정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203 함께 쓰는 E-Sports사(9) - 징크스 지. [4] The Siria4533 06/11/17 4533 0
27201 오영종의 신한은행시즌2 OSL 우승을 확신합니다. [28] 김호철4140 06/11/17 4140 0
27200 천재의 계절. '겨울'이 돌아왔다! [17] 이즈미르4430 06/11/17 4430 0
27199 'skt t1팀 에 대한 글'이 계속 쓰여져야 하는 이유 [12] 제로벨은내ideal4257 06/11/17 4257 0
27198 [정보]2007 수험생 할인 & 이벤트 총정리 [11] 헤어지지 말자!5274 06/11/17 5274 0
27196 T1의 방침에 대한 비판, 그 선. [20] 레지엔3948 06/11/17 3948 0
27194 사실과 추측에 근거한 자신만의 사실은 다릅니다. [75] 어린완자 ♪4253 06/11/17 4253 0
27193 이제 stop! 지금부터는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2] PilgRim4146 06/11/17 4146 0
27192 OSL 테란은 결승에서 프로토스를 이길 수 없다... [15] Nerion4282 06/11/17 4282 0
27191 계속적 여론조성과 실질적인 행동으로 T1과 협회를 압박해야 합니다. [26] 메카닉저그 혼3803 06/11/17 3803 0
27190 선수들의 기본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212] 모짜르트5728 06/11/17 5728 0
27189 플토팬으로서, 내일 결승전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 [10] 히로하루4593 06/11/17 4593 0
27187 스타크 열전. 저그편. -10년이 지나 다시 읽은 매뉴얼- [6] 삭제됨3634 06/11/17 3634 0
27184 프라이드의 효도르, MSL의 마재윤... [5] 저 장농 잘 고4363 06/11/17 4363 0
27183 함께 쓰는 E-Sports사(8) - EX 세가. [3] The Siria4624 06/11/17 4624 0
27180 30대 임빠가 게임을 보며.... [11] Withinae4226 06/11/17 4226 0
27179 카운터스트라이크 피씨방 아르바이트의 추억 [12] Lunatic Love5632 06/11/17 5632 0
27178 [픽션]raDIO StaR ⑦ [2] [NC]...TesTER4033 06/11/17 4033 0
27177 돌아와라 변길섭 [13] 그를믿습니다4314 06/11/17 4314 0
27176 두번째 수능... [15] 그녀를 기억하3658 06/11/17 3658 0
27175 [축구] 이번주 금~월요일까지의 경기 [4] 초스피드리버4232 06/11/17 4232 0
27174 오영종 승리의 공식. [29] 파이어볼4330 06/11/17 4330 0
27173 이것도 나라망신이가요..ㅠㅠ;; [19] 노게잇더블넥4876 06/11/17 487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