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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03 21:26:33
Name happyend
Subject 임요환과 마재윤
우리 동생이 어릴 적 그러더군요.'아,난 발명가가 되고 싶은데 더이상 발명할게 없어.모든 게 다 발명되었어.그래서 난 불행해.'
임요환이 재밌고,마재윤이 재미없다고 말씀하신 분들의 얘길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임요환은 압도적 실력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줬지만 마재윤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는데....그것은 정말 편견 같네요.
'아!저 이레디에잇에 죽어가는 디파일러....ㅠ.ㅠ'
하고 울부짖던 저그유저들에게 오버로드로 안전한 운송을 보여준 마재윤의 새로움이 새롭게 안느껴지는 것은 마재윤탓은 아닐 듯합니다.
단지 임요환은 아직 초창기에 등장한 테란이고,마재윤은 스타의 절정기에 등장한 저그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 아닐까합니다.

마재윤의 경기는 드라마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마재윤이 역전의 드라마를 쓴 경우가 없어서 임팩트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나이도 먹을 만치 먹은 스타팬 입장에서는 두 선수가 보여주는 모습은 임요환은 임요환의 이데올로기가 있고 마재윤은 마재윤의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요환 선수가 보여주는 지독한 악발이 근성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기성세대로 대변되는 '학벌'중심적인 시대에 대한 항변이었습니다.능력위주의 사회에 대한 어린세대의 피눈물어린 열망이었습니다.
사실 기성세대로 불리는 세대는 졸부와 엘리트문화로 표현됩니다.
복부인으로 상징되는 천박한 졸부문화와 강남문화로 상징되는 부의 세습과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강남에 살지 않는 4990만 명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해 무력한 모습을 기성세대는 드러내었습니다.
부의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통로는 단지 일류대학출신에게 아주 좁은 문을 열어두었을 뿐이며,사회 엘리트들은 자신의 특권을 누리기만 할 뿐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임요환과 그에 열광하는 팬들은 그런 사회에 대한 도전을 임요환을 통해 시도했고,카타르시스를 느낄만큼 그는 부와 명예를 반기성세대적인 방식으로 이루었습니다.
어떻게 공부도 안하는 게임 폐인 따위가 ....
그런 면에서 임요환의 게임스타일이 재밌다고 여기는 것은 감정이입된 자신의 열망을 임요환의 드랍십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마재윤은 이미 기득권층이 된 게임계에 등장한 '허슬러'입니다.놀랄만한팬카페회원수와 화려한 팬들의 환호와 연봉과 수많은 수식어가 남발하는 스타계에 대한 도전입니다.실력없이 어떤 꼼수나 어떤 화려한 제스쳐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생존의 냉엄함을 보여줍니다.기성세대에 대한 반란에 취한 나머지 흥청망청거리고 있던 스타계에 냉소를 던지듯 엄청난 승률을 보여줍니다.그가 계속 이긴다면 더군다나 압도적으로 이긴다면 더이상 다른 선수에겐 팬카페수도 어처구니없어보이고,환호나 수식어도 무색해보일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재윤 선수는 '갬블러'로 전향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수학적 계산능력은 발군입니다.그것은 연습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한단계 높은 추상의 세계'입니다.수학적 이미지와 코드를 가진 그의 게임을 보는 '수학매니아'인 저로서는 매우 재밌습니다.

어찌되었든 마재윤의 등장은 게임판을 다시 한번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임요환만 울궈먹으면서 살아갈 것인가 진정으로 변신할 것인가....
사실,기성세대에 한발을 대고 있는 저로서는 임요환 울궈먹기가 안전하게 보이지만 도전하는 신세대의 문화로서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마재윤을 임요환같은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마재윤의 등장은 스타가 롱런할 이스포츠재목이 되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몇몇 혹은 다수의 분들이 임요환에 빗대어 '최연성,이윤열,마재윤'의 플레이가 가지는 의미를 '재미'에 두시는 것 같아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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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6/12/03 21:39
수정 아이콘
오오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글이네요. 많이 곱씹어 볼만한... 그리고 생각해볼만한.... 이런 생각을 할수도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loadingangels
06/12/03 22:39
수정 아이콘
본좌들의 게임은 재미없다는 말을 항상 들어 왔습니다...
이윤열-최연성-마재윤..모두 그렇치요...
제가 보기엔 실제로 재미없는 게임을 한다긴 보단
너무 압도적이니깐 그렇지 않나 생각 합니다..
김주인
06/12/03 23:14
수정 아이콘
글쎄요. 단순히 압도적인 게임을 해서 재미없고,
임요환 선수는 늘 아슬아슬한 경기를 해서 감동이 있다? 고건 아닌것 같네요.

어찌보면 그것도 임요환 선수의 능력치 아닌가 합니다.
모두가 다 포기할 때, 그걸 뒤엎는 능력....
아슬아슬한 순간의 올인 경기들......

암튼, 박서가 이토록 사랑받는 데는 분명 그의 게임이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는 뭔가 다른 임펙트를 남겨서겠지요.
D.TASADAR
06/12/03 23:32
수정 아이콘
단지 스타일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윤열, 최연성식의 물량
(이윤열은 스타일을 조금 바꾸면서 승률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그렇다고 승률 떨어진게 스타일변화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과론적인 말입니다.-, 경기는 재밌어졌다는 평을 들었죠.)

마재윤식의 운영 (다 잘하는 선수지만 하나의 특징을 잡으라면 운영형이라고 보고 싶군요.)

보다는 임요환의 전략이 아무래도 경기를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임엔 틀림없죠.

그리고 임요환이 초대 본좌였기에 그러한 임팩트가 더욱 커진 것이고요.
(마찬가지의 예로 기욤이 있죠.)
김주인
06/12/03 23:44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가지 빌드나 전략이 괜찮다 싶으문 다덜 그 빌드나 전략으로 하는 유행이 있고, 또 아무래도 요즘은 선수들이 '모험'이나 창의적 발상보다는
'안전'을 우선순위로 여겨서겠죠.
22raptor
06/12/04 00:34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으론

왕년의 요환선수에게서 느꼈던 이미지는

테란국의 황제..라기보다는

이름높은 자객의 이미지였습니다.

임선수의 전성기 경기를 보면 정말 속도감 넘치고 날렵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시키거나,

상대방의 급소를 단숨에 파고들어 제압해버렸었죠..


맷집좋은 레슬러의 힘겨루기보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급소를 파고들 기회를 잡는 자객의 전투가

더 긴박감 넘치고 재밌지 않습니까? 적어도 저는 그랬었답니다.
06/12/04 00:45
수정 아이콘
임요환은 (비록 위태위태해보였지만) 드라마가 있고,
마재윤은 드라마가 없습니다.
다만, 2001년 절대 극강의 임요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전략이나 그런 것이 아닌 운영측면으로 극강인.
세츠나
06/12/04 06:20
수정 아이콘
어쩌면 임요환 선수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재미의 기준 자체가 거기에 맞춰져버린건 아닌지 싶기도 하네요.
임요환처럼 경기하면 '와~ 재밌다' 하고 생각하고, 임요환 같지 않게 경기하면 '에이 시시해' 해버리는...
사실 저 자신이 좀 그렇습니다 ^^; 시각 자체가 그렇게 맞춰져버려서...calvin님도 혹시? ^^;
항즐이
06/12/04 07:29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의
눈부신 전략 (vs. 미성숙 시기의 시대적 상황이다.)
엄청난 커리어 (vs. 시기적으로 비교하기엔 이르고, 이윤열의 경우도 있다.)
선점 효과 (vs. 너무 오래간다.. -_-;; 포기하란 소리냐..)

뭐 등등등 이유는 많겠습니다.


글쎄요. 지적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임요환이 새로운 전략으로 우릴 놀라게 했을 때는
우리는 아직 설익은 매니아 였고,

지금 새로운 게이머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1클릭에 트집 3번 잡는 말년병장 매니아 라는 것이죠.

너무 까다로워 진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합니다.

3해처리 운영,
3햇, 발업저글링, 뮤타, 럴커, 디파일러, 가디언, 히드라 순으로 이어지는 콤보.

그러나 때로는 방업 저글링 럴커
그러나 때로는 2햇 뮤타

요즘 저그 유저들의 경이로운 발전을 보는 우리는
경이로울 정도로 까다롭죠.
오크히어로(변
06/12/04 08:32
수정 아이콘
우리는 경이로울 정도로 까다롭다라.. 멋지네요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06/12/04 10:54
수정 아이콘
저한테 임요환 선수의 경기가 대단해 보이는건 임요환 선수가 재미있는 게임을 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임요환 선수가 특별히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한다고 느껴본적은 없습니다. 다른 선수들 평균치정도랄까.. 차라리 강민이나 기욤선수에게서 경기 참 재미있게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뭐랄까. 얍삽하다(?)는 말을 들어도 벙커링을 하는 근성, SCV 한기 남는 순간까지 버티는 그런 승부에 대한 근성입니다. 피나는 노력과 근성이 멋진거고 그렇게 끊임없이 노력 할 줄 아는 선수들의 경기는 재미를 넘은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happyend 님 글 참 좋네요 잘 봤습니다!!^^
원성미♡구양
06/12/04 11:07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댓글에 동감 100%
카이레스
06/12/04 11:21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댓글에 동감 200%
과거의 선수에겐 너무 관대하고
마재윤 선수를 필두로라는 신흥강자들에겐 너무 까다로워요.
나두미키
06/12/04 14:11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댓글에 공감..

눈이 너무 높아진 것이고 무엇보다도 기대치가 다른게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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