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04 01:58:35
Name DeaDBirD
Subject [영화얘기]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1.

"애들은 가라! 30대 이상 공감 100% 리얼 멜로"

씨네21 황진미 씨의 한 줄 평입니다. 네이버 네티즌 리뷰를 보니, 10대와 30대를 양 축으로 하여 정말 극단적으로 갈리더군요.

30대가 거쳐온 시기와 달리, 요즘은 대개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연애를 시작하죠. 그러면서도 결혼 때는 오히려 더 늦춰져 거의 서른 정도가 평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10대들에겐 연애 기간만 거의 15-20 년을 보내는 셈입니다.

30대들에게 연애의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성교제는 거의 일탈로 받아들여졌고, 제대 후 연이어 터진 경제 위기 덕에 취업조차 헉헉거리는 판이라 연애는 참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복잡복잡한 집안 사정들.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코믹함을 미덕으로 삼는 TV 드라마들은, 선남선녀 사이 불륜이나 삼각-사각 관계와 같은 '선택과 질투의 줄타기'로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곤 합니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는 선남선녀도 없고 불륜도 없고 삼각-사각 관계나 질투 따위도 없습니다. 대신 답답~한 현실의 짐들이 한가득합니다. 가족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사랑하지만 울며 돌아설 수밖에 없는 연인을 뒤쫓아 끌어안으며 "다 괜찮아, 나와 함께 노력해가자"라 부르짖는 영웅도 없습니다.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갈등도 없습니다. 그러기엔 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도 너무 크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헤어져 놓고 며칠 지나 다시 돌아오고 또 그만큼 무덤덤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짐으로 인해 시달린 그 '며칠'이라는 시간들이 각자에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 귀환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로부터 부양 받아오기만 한 사람들에게는 청승맞은 타령일 수밖에 없고, 어느 순간 부모나 장애 형제 등을 부양할 사람이 나밖에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던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부담들로 인해 떠나보냈던 첫사랑의 상처를 꺼내보는 시간이 됩니다.


2.

"한석규의 귀환"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 닥터봉과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았던 한석규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쉬리 이후 각잡힌 그는 은근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역시 한석규의 매력은 바로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보통 사람에 있는 것 같습니다.


3.

"반드시 결혼으로 가야만 사랑일까?"

TV 드라마가 즐기는 신데렐라 신드롬은 가족의 부담을 잔뜩 짊어진 착하고 예쁜 여성에게 재벌 2세를 붙여줍니다. 괜한 연결이 아니라, 재벌 2세급의 여유가 아니라면 이 여성이 가진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해소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현실 속에 전혀 없기 때문에 모두가 꿈꾸는 욕망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현실 속에서는 서로 결혼할 수 없는 상대, 결혼하면 상대의 짐 속에 나의 짐까지 얹어야 하는 상대를 사랑하게 됩니다. 결혼을 피하면서도 서로간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되지만, 이마저도 상대방에 대한 죄책감과 타인들의 불편한 시선 탓에 포기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답답~함은 영화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답답~~~함으로 증폭되어 갔습니다. 재벌 2세만 있었어도, 아니 로또만 있었어도 웨딩드레스와 결혼행진곡을 배경으로 해피엔딩일 수 있었던 상황은, 전혀 변치 않은 현실의 두터운 벽으로 짓누릅니다. 결국 툭툭 털고 일어서게 됩니다. "그래 현실이란 건 참 ..."


4.

"좋다, 시팔!"

제가 꼽은 영화 속 베스트 대사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포르티
06/12/04 02:07
수정 아이콘
참 현실적인 영화다 싶었습니다. 같이 본 일행들은 결말이 확연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별로였다고 평했지만 그것 또한 영화의 맛 아니겠습니까.
사랑이 꼭 Eros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란 걸 절실히 보여준 영화. 내심 해피엔딩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곱씹을 수록 맛이 나는 엔딩이라 더더욱 좋았습니다.

근데 요즘 영화관 문턱이 참 낮네요. 왜 이게 15세지;;;
여자예비역
06/12/04 09:28
수정 아이콘
스포는 없네요.. ^^ 개인적으로 8월의크리스마스 를 최고의 멜로!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꼭보러 갈겁니다......

누구랑..ㅜ.ㅡ?
아름다운달
06/12/04 10:20
수정 아이콘
연애를 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결혼을 하기에는 아는게 많다. 이던가요??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 꼭 보고싶네요. ^^
DayWalker
06/12/04 10:59
수정 아이콘
지난 주말에 강변 cgv에서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한석규씨랑 김지수씨가 인사하러 나오셨습니다. 제 여친이 한석규씨의 광팬인지라 좀 질투가 났지만..;; 아무튼 영화가 끝난뒤 김지수씨와 한석규씨의 영화소개에 의하면 '그냥 가족 영화입니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네요. 허허'라고 하던게 기억납니다. 뭐 저한테는 그저 그렇더군요. 한석규씨의 연기는 목소리탓도 크겠지만 너무 정형화된 느낌도 들었고.. 영화에서 얘기하는 메시지는 알겠지만 너무 현실적이라 영화같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김지수씨는 참 예쁘더군요. 하하하하
blue4004
06/12/04 14:08
수정 아이콘
전 30대이고 8월의 크리스마스와 한석규의 광팬이지만..
이 영화는 왠지 보고나서 별로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딱 드는 생각은 내용이 진부하다. 34살인 김지수는 여전히 이쁘다.
감동을 주려고 노력한듯 하지만...별 느낌이...
위에분들 말씀처럼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런가봅니다.
어제 환상의 커플 마지막회가 차라리 더 슬프고 재미있는듯..^^
근데 요즘 정말 볼 영화가 없어요...ㅜ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721 프로리그 진행 방식 제안 "Home & Away 방식" (수정) [20] 수퍼소닉4072 06/12/04 4072 0
27720 왜 Pgr에서 대답을 요구할까? [32] Coolsoto4030 06/12/04 4030 0
27718 워크래프트 3 Korea vs China ShowMatch 아흐레째!!(3위 결정전) [21] 지포스24152 06/12/04 4152 0
27716 안녕하세요 pgr21 후로리그 입니다 [3] 쉰들러3940 06/12/04 3940 0
27715 한국 AG축구 국가대표의 문제점...(이관우의 필요성) [29] blackforyou4268 06/12/04 4268 0
27714 스카이 프로리그 한빛:이스트로 엔트리입니다. [429] 부들부들5210 06/12/04 5210 0
27713 MBC 해설진의 단점.. 그리고 바라는 점 [56] Aqua5561 06/12/04 5561 0
27712 요청합니다. 정식적인 대답을. [27] TicTacToe4381 06/12/04 4381 0
27710 4회 슈퍼파이트에 "강민"의 이름을 올려라. [68] Lunatic Love6144 06/12/04 6144 0
27705 [sylent의 B급칼럼] 스타리그 재미있게 보는 방법 [49] sylent5185 06/12/04 5185 0
27704 2007년 1월 13일은 T1 재도약의 날~~~ [11] 처음느낌3603 06/12/04 3603 0
27702 Your fxxking Step up !! [영화 스텝업 리뷰] [6] Lunatic Love4611 06/12/04 4611 0
27701 협회의 단체전 포인트. 문제가 확실히 있습니다. [24] namo4444 06/12/04 4444 0
27698 아래 모짜르트 님의 글을 읽고..든 생각 [34] 열씨미3764 06/12/04 3764 0
27695 지금 농구보고 계신분 안계십니까 [18] sliderxx3979 06/12/04 3979 0
27694 티원이 이기나 지나 선택과 집중과는 상관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10] rakorn3769 06/12/04 3769 0
27693 [영화얘기]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5] DeaDBirD4321 06/12/04 4321 0
27692 임요환 선수의 군 생활 뒷이야기들을 들으니 더할 나위없이 좋군요. [41] 김주인6401 06/12/03 6401 0
27691 내 멋대로 포토샵 월페이퍼 만들기!(3) [2] zephyrus4024 06/12/03 4024 0
27690 심심해서 해본 일 : 맵별 밸런스 표준편차 [7] 소현5003 06/12/03 5003 0
27689 내 멋대로 포토샵 월페이퍼 만들기!(2) [3] zephyrus4081 06/12/03 4081 0
27688 프로게이머를 포기하라 [40] 포로리7614 06/12/03 7614 0
27687 대세는 저그. [38] 파이어볼4791 06/12/03 479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