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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04 02:16:17 |
Name |
스타라이더 |
Subject |
2007년 3월 프로토스 신성의 탄생. |
[2006년. 어둠속의 희망]
2006년은 프로토스에게는 절망과 동시에 축복의 해였습니다. 스타리그 우승과 같은
실질적인 결과물도 없었을 뿐더러 본선 진출자의 수도 타 종족에 비해 초라하리만큼
적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을 축복의 해라 제가 표현한 이유는 미래를 책임질
신예 프로토스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비록 2006년의 프로토스는 암울했지만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프로토스의 미래는 암울하지 않을꺼란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승리를 거둔 물량의 상징 김택용 선수, 프로토스를 저그처럼 유연하게 운영하는
허영무 선수, 섬세한 컨트롤을 자랑하는 윤용태 선수, 그리고 강력한 초반찌르기를
자랑하는 박영민 선수(늦게 빛을 본 감이 있지만)등 각기 개성있는 프로토스의 새로운
주자들이 주목받았습니다.
[물량의 달인 김택용]
개인적으로 프로토스 신예주자중 가운데 김택용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았습니다.(오늘 이겨서가 아니고... ^^;) 그 이유는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물량
때문이었습니다. 생산에 집중할 틈을 주지 않는 프로들의 경기에서 약간의 생산력
차이는 절대적인 결과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그러한 물량(단순히 소강상태에서의
물량이 아닌 지속적인 난전속에서의 생산력을 의미합니다.)은 개인적으로는 타고난 능력
으로 보일정도로 쉽게 향상되기 어려운 것이죠. 타 게이머들을 깍아내리는 모습이 될거
같아서 예를 들진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상당수의 플토유저들의 생산력이 좀 아쉽기
도 합니다.
플토의 물량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기는 역시 동족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프로리그에서 오영종 선수와의 에이스 결정전 경기였나요? 초중반 상당히
불리하게 시작한 김택용선수가 순간적인 물량집중으로 경기를 잡아내는것을 보고서는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동족전에서 불리한 경기를 단순히 물량으로 뒤집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저그전의 경우 뮤탈리스크나 저글링처럼 기동력이 빠르고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유닛들 덕분에 테란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것이 일반적입니다.
수비에 손이 많이가는 덕분에 물량을 손해볼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난전상황에서
특정 유닛의 비중이 높아져버리는 경우는 A급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보이죠.
플토는 특히 저그를 상대로 생산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비슷비슷하게 진행해 나가더라도
밀물에 밀리듯이 은근슬쩍 밀려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프로토스가 앞마당과 제3멀티까지 돌리면서 저그와 대등하게 가다가 지속적 생산력의
부족으로 패배하는걸 수도없이 보았습니다. 심지어 최고의 플토로 불리는 강민까지도
말이죠.
저도 그점에 주목하면서 오늘 경기를 보았는데 김택용 선수의 물량은 저그전에서도
빛을 발하더군요. 의도했던 추가멀티가 1경기 2경기에서 모두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마당에서만 뽑아낸 병력의 질이 무척이나 위협적이더군요. 그것은 위에서
말씀드린것처럼 극도의 자원활용능력과 유닛조합 구성능력이 없다면 가능하지 못할
것입니다.
[상상만 하던 플레이를 실천에 옮기다.]
아래는 저그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무난한 전개도입니다.
1. 최대한 정찰 프로브를 지킨다.
2. 커세어로 저그체제를 파악한다
3. 적절한(?) 캐논 공사로 저그의 러쉬를 대비한다.
4. 적절한(?) 운영
여기서 거의 3번 단계에서 많은 프로토스가 무너집니다. 정찰 프로브가 일찍 잡힐 경우에
정보에 목마른 프로토스와 프로토스의 움직임을 뻔히 보는 저그의 가위바위 보 싸움은
대부분 저그가 승리합니다. 게다가 첫번째 저그의 러쉬에서 프로토스의 경우 피해를
입으면 그걸로 경기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저그는 피해를 주지
못하더라도 이후 경기운영에 여하에 따라 승패가 바뀔수 있습니다. (물론 일차 러쉬가
실패하면 저그에게 약간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첫번째 러쉬를 피해없이 막느냐
못막느냐는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죠.
오늘 김택용 선수의 프로브는 수훈갑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정보제공을 했고 김택용
선수는 그 정보를 통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타이밍을 만들어 냅니다.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첫번째 뮤탈러쉬와 거의 동시에 완성되는 캐논과 커세어 3기를 보며 수많은
플토에게 좌절로 다가온 저그의 타이밍 러쉬가 김택용에게는 어찌 이토록 쉬워보이는지 참 신기했습니다.
이후 적절한 운영이란 말은 말그대로 입으로만 가능한 입스타이지요. 누가 몰라서
못하겠습니까. 이후 커세어로 공략지점을 찾은 후 공략할 곳의 오버로드를 소떼몰듯
내몰고, 다크템플러를 난입시킨 후 전면전을 유도하여 상대의 집중을 분산시켜 본진을
타격하는 전법은 누구나 머릿속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운영이지만 그것을
이토록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선수는 김택용이 유일했습니다.
오늘 세 경기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이 유사하게 진행되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는
제각기 특색있는 경기가 펼쳐졌지만 세 게임의 빌드오더가 양 선수 모두 유사했습니다.
어찌보면 더블넥으로 쓰리해처리를 강제하고 정확한 타이밍으로 뮤탈리스크를 견제하고
그 이후부터 자신의 운영으로 요리해버리는 이 과정이 세 게임에서 전부 반복되었습니
다. 저에게 두번째 경기의 쓰리 해처리가 마재윤 선수의 오기로 느껴졌다면 세번째 경기
의 쓰리 해처리는 마재윤 선수의 절박함이 느껴지더군요.
플토와 저그가 둘다 운영을 완벽하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인 생산과 멀티태스킹
두가지가 받쳐줘야 구상했던 전략을 실현할수 있게 됩니다. 오늘 경기는 김택용이 이미
검증된 생산력 외에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대 최고의
저그와 상대할 때 동시다발적인 공격, 셔틀활용과 게릴라, 공격과 동시에 수비 이 모든것
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플토는 적어도 지금까지 찾을수 없었죠. 강민 선수도 분명히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한쪽만 취하는 전략을 썼고
그것은 강민이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택용은 대 강민전때
보여줬던 화려한 멀티태스킹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이번 대 마재윤전 에서도 보여
주었습니다.
[플토의 본좌??]
완벽한 타이밍 예측, 자원활용의 극대화, 하이테크유닛(템플러,리버)의 활용,
멀티태스킹이 받쳐준 전략의 힘은 이렇게 프로토스를 무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김택용은 보여주었습니다. 프로토스 전략의 최고봉 강민이 있었기에 김택용이 오늘
기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택용은 이미 강민을 뛰어넘었다고 볼수도 있고
어쩌면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다고 볼수도 있겠네요. 적어도 플토입장에서 김택용은
본좌입니다. 테란이나 저그 유저들 입장에서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계실테지만 적어도 프로토스 유저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실 것 같네요. 5판3선승제에
서 역사상 최고로 강하다는 저그를 3:0으로 꺽은 유일한 프로토스이니 말이죠. 어찌보면
정말 운좋은 게이머라 할 수 있겠네요. 테란 플레이어라면 한두번 우승한것 가지고는
꿈도 못꿀 일일테니까요. 그 한번의 기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잡음으로써 김택용은
남들이 수년동안 이룬 것을 단 하루만에 이뤘습니다. 물론 이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또다른 저그의 변신에 대응해야 할겁니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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