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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6 12:15:43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노자와 스타크 산책 名與身孰親,
오늘은 마흔 넷째 가름 이야기입니다. 길지 않으니 오늘은 원문을 먼저 보겠습니다.

마흔 넷째 가름

名與身孰親,
이름과 내 몸, 어느 것이 나에게 가까운 것이냐?

身與貨孰多,
내 몸과 재화, 어느 것이 더 귀중한 것이냐?

得與亡孰病,
얻음과 잃음, 결국 어느 것이 병이냐?

是故甚愛必大費,
이 까닭으로 심히 아끼다간
반드시 크게 쓰게되고,

多藏必厚亡.
많이 간직타간 반드시 크게 망하게 되리.

知足不欲,
족함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리.

知止不殆,
그리하면 머리가 되고

可以長久
또 오래 가리.

베틀넷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별꼴을 다 봅니다. 맵핵을 하면서도  자기가 불리하면 욕을

해대고 비웃고 하는 것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안되면 그냥 게임에서 나가버리고 마는  

등, 그러면 이기건 지건 게임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열도 나

고 한편으로는 그런 유치한 태도들에 불쌍한 맘도 생깁니다.

게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승리했다는 기쁨입니다. 그런데 지금 승

리했다고 해서 다음판도 승리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좀더  이기려는 마음에 온

갖 수단이 동원되는 거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도 이기고자 하는 것, 그것은 명(名)을 얻

고자 하는 겁니다. 전적이 표시되지 않는다면 그런 승수 하나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요.  자신(身)보다 타인에게 비친 나(名)에 집착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

게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름을 얻는다고 해서 스스로 기뻐한

다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이름 뿐 아니라 재산이나 지위 등도 마찬가지죠. 자신을

해쳐가면서 까지 열심히 모아놓은 재화가 산같이 쌓여도 자신을  편안케 하려는 원래 목적

은 간 곳이 없고, 재물을 늘리는 일에만 집착하게 되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得與亡孰病이라 하여 얻음과 잃음 중 무엇이 병이냐 라고 묻고 있습니다. 무엇을 얻고 잃

는다는 것일까요? 바로 욕심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욕심 없이 살수는 없습니다. 다만 만

족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인간의 끓임 없는 욕구를  채우고 살기에는 이 세상

을 통째로 주어도 부족합니다. 게임에서도 승패를  떠나 흡족한 미소를 지울 수  있는 것

은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 할 때뿐입니다. 상대의 실수로  이긴다면 기쁨은

잠시 뿐이지만 서로 최선을 다한 승부는 승패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본질적인 재미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명에 집착하지 않고

신을 잃지 않는 생활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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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샤오유
04/04/06 12:3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04/04/06 13:07
수정 아이콘
예전 슬램덩크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왜 농구를 하느냐. 즐겁기 때문이다. 농구를 함으로써 즐거워진다. 하지만 이긴다면 더 즐겁겠지...
04/04/06 15:0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서양 꼬맹이 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스코어를 체크 하지 않고 야구를 하더군요.
누가 이기는지 지는지 모르게... 또, 유럽 친구들이랑 야간 축구(밤에 하는 축구)를 해봤는데...
역시 스코어를 체크 하지 않더군요... 뭐 그쪽 나라 사람들이 다 그러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때 전 난생 처음
스코어를 무시한 경기를 해봤습니다. 색다른 경험 이었습니다. 솔찍히 재미는 없더군요....
04/04/06 15:08
수정 아이콘
論語 公冶長편에 이르길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알려고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학문을 함에 있어서 최고의 도에 이른 사람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ps. 근데 저는 위의 도덕경 구절을 보고 왜 자원을 아낌없이 다 써야 한다는, 즉 정전테란에 대한 비판이라는 뜻으로 이해를 했을까요?
총알이 모자라.
04/04/06 15:21
수정 아이콘
음, wook98님 말 처럼 자원만 모으고 잘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되는 군요. 제가 명과 신에 집착하다 보니 재미있는 부분은 쏙 빼놓고 말았군요.
soundofsilence
04/04/06 18:00
수정 아이콘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보고 싶네요. 名은 명분, 즉 ~다운 모습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죠. 공자는 名을 중시했죠. 그래서 정명사상을 이야기한 것이고... 반대로 노자는 명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죠.
스타크래프트 유닛들에는 다 名이 있죠. 마린에는 마린의 쓰임이 있고 레이쓰에는 레이쓰의 쓰임이 있죠. 그로 인해 유닛 상성이라는 것이 생기죠. 어떤 유닛에는 어떤 것만 쓴다. 마린에는 러커, 레이쓰에는 발키리... 즉 러커의 名은 마린 잡는 것이고 발키리의 名은 레이쓰를 잡는 것이죠. 반대로 마린은 러커를 피하는 것이 名이고 레이쓰는 발키리를 피하는 것이 名이겠죠.
하지만 그것을 고집하고 그런 경향을 계속 간직하려 하면 나중에는 크게 망하게 될 수도 있죠. 임요환 선수가 마린으로 러커를 잡고, 최연성 선수가 온리 레이쓰로 발키리를 잡는 모습을 보았을 때 名에 얽매이지 않음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볼 수 있었죠. 즉 그 유닛의 한계를 자기 마음대로 간직해서 지키는 것 보다 그것을 깨트리고, 기존 관념을 버렸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잃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버림으로써 더 많은 것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겠죠. 스타에서도 마찬가지네요. 혹시 임요환 선수와 최연성 선수는 노자를 많이 공부한게 아닐까????
04/04/06 18:11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요즘 폭주 집필 모드.... 요가를 하셔서 그런가.....
총알이 모자라.
04/04/06 18:15
수정 아이콘
하루에 30분씩만 글씁니다.
하는 일이 한가한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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