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H2에 대한 글을 보니 다시금 아다치만화가 생각 났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아다치 미쯔루의 만화가 H2부터 정식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아다치 미쯔루의 여러 만화들 중에서 H2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닙니다. 단연 터치죠. 일본에서 '터치'의 위상은, 어린시절 우리에게 까치와 엄지, 그리고 독고탁을 명절마다 보게했던 '공포의 외인구단'과 같은 파괴력을 지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점, 야구를 중심으로한 사랑이야기라는 점, 애니메이션, 드라마등 컨버전의 인기도 상당했다는 점등 내용상에선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만 그 영향력은 비슷합니다. 단지, '만화왕국 일본'에서 그정도의 파괴력을 보였으니, 당시의 한국에서 보여준 외인구단보다는 더 큰 영향력이랄까요? 메이저리그 에이스와 한국프로야구 에이스의 차이?

터치는 잃본 최초로 5000만권이 판매된 기록적인 만화입니다. 84년에 연재종료된 만화인데 그 후로도 꾸준히 판매되어 몇년전 1억부판매를 돌파했습니다. 최근 나루토가 1억부를 판매하면서 일본에서 1억부가 넘게 팔린 만화가 총 10개가 되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10개의 1억부 돌파만화중에서 연재권수는 가장 적습니다.) 아다치미쯔루는 다른 만화들을 포함하면 2억부를 판매했더군요.(제가 알기론 일본에서 아다치 미쯔루가 유일합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만화를 그린 아다치 미쯔루입니다만, 그 만화들의 판매량의 절반이 '터치'입니다. H2도 상당한 인기작이지만 터치에 비교되지는 않지요.

H2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터치를 먼저봐야합니다. H2에서는 H2연재 10년전에 종료되었던 '터치'를 상기시키는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H2는 우리로 이야기하자면 등장인물은 전혀 다르지만 뭔가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공포의 외인구단2같은 느낌이랄까요? H2를 먼저 보셨다면, 나중에라도 터치를 보신 후에 다시보시면 뭔가 다른 느낌이 날 겁니다.

판치라는 개라던가, 일부러 갑자원 개막식 장면을 터치의 장면과 똑같이 했다던가. 갑자원에서 4번타자의 에러로 패해 탈락한 거나, 에이스의 똑같은 뒷모습이 나오고,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뺨을 때리는장면, 남자주인공이 아픈척 안하는 여주인공의 체온을 재서 알아채는 장면, 남자주인공이 목욕중인 여자주인공을 보게되는 장면, 투수의 왼쪽 발목으로 타구가 날아가는 장면(터치에선 갑자원 진출권이 걸린 경기에서 카즈야의 도움으로 잡았다고 나오고, H2에서는 야구부를 만드는지를 결정짓는 메이와와의 연습시합에서 맞아서 부상을 입습니다. H2에서는 한번 더 나오는데, 이땐 잘 잡아내죠.)등등등등.



또 캐릭터들이 다 비슷하게 생긴게 아다치 만화의 '특징'인데, 그걸 토대로 보면 터치에서 바라던 것을 이루지 못했던 인물들이 H2에서는 이뤄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히로는 말할 것도 없이 타츠야죠.
그리고 히데오는 카즈야와 경쟁고등학교의 4번타자 닛타.
히까리는 미나미. 하루까는 역시 미나미의 일부와(아무래도 소꼽친구는 아니니.) 마지막쯤 등장했던 아이돌가수(외모는 이쪽이죠.)

터치에서 타츠야는 카즈야가 생각나서 미나미와 연인이 안되려고 하지요. 아이돌가수한테 흔들린다면 잊는다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아이돌가수를 만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미나미를 찾아가 사랑고백을 합니다. 그 아이돌은 꼭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만 좋아한다면서 큰일이라는 소리를하죠.
H2에서 히로는 히까리를 좋아하지만 친구의 여자친구죠. 그리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하루까를 만납니다. 그리고 히로는 선택의 순간에서 히까리를 포기할 수 있었던 거죠. I Love You. 발음틀렸어? 충분히 통했어. 했던 그 대화때에 히로는 마음을 정했던거죠. 그후로는 히까리가 흔들릴 뿐이고, 그래서 히데오가 불안했을 뿐.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들 외에도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메이와의 매니저는 닛타의 여동생을 닮았죠. '매니저'라는 자리도 그렇구요.

키네는 외모는 너에게로 또다시 쪽 인물이고 성격도 그렇지만. 터치에서는 유학갔다온 인물을 연상시키면 될 것 같아요. 주인공과 '에이스 결정전'을 한 점 같은. 그 인물은 닛타의 여동생에게 결국 거절당했는데, 키네는 성공...

야나기는 안경은 안썼지만 아다치만화에서 '야구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캐릭터죠. 러프에서 야구하는 친구나 터치에서 카즈야를 야구부로 데려오는 선배처럼. 정말 비슷한 건 터치이전에 아다치의 오리지널스토리 데뷔작이었던 '나인'이란 만화에 나오는 야구하는 애인데요. 부모님의 반대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야구를 그만뒀는데, 야구를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랑쪽은 쭉 여주인공을 좋아하지만 남주인공도 좋아하기 때문에 양보하는 캐릭터이니 성공은 아닙니다만, 계속해서 '갑자원'을 목표로하지만 이루지못했는데 H2에서 그 꿈은 이루는 것이 중요할까요?

노다는 그냥 포수입니다. 주인공과 친구인 포수. 단 이번 크로스게임에서는 3루수를 맡으면서 다이어트가 과제로 따라붙죠.

감독은 감독이죠. 좀 살이 쪘고, 부잣집 아들로 바뀌었지만. 선배들의 미움때문에 고교야구를 할 수 없었던 터치의 감독은, 감독의 미움때문에 고교야구를 할 수 없는 선수였던 감독이 되죠. 그리고 복수도 성공하구요.



이렇게 쓴 이유는 H2는 그때까지의 아다치 만화들의 '집대성' 같은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터치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것이 많지만, 사실 그 외의 만화들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스포츠 스타인 남자주인공과 소꼽친구인 여자주인공의 이야기? (순정지에서 연재된 너에게로 또다시와 미유키는 살포시 제외...)

그리고 H2종료이후에는 아다치는 '여자주인공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합니다. 진배나 미소라는 말할 것도 없고, 카츠와 크로스게임에서는 스스로 스포츠를 하고 싶지만(권투와 야구) 여자라는 한계를 남자주인공에게 투영시키는 구도가 되었죠. 개가 고양이로 바뀌기도 했고...

아다치 만화가 H2이후 H2의 아류라고 하지만, 사실 H2 이전작이 H2와 비슷한 점이 더 많았고, H2 이후에는 아다치가 좀 새로운걸 많이 하려고 했죠. 그래서 좀 망한 느낌도 있고... 이번 크로스게임은 다시 돌아온 느낌이긴한데 초등학생때의 이야기가 '주'이다보니 좀 아기자기한 맛이 크고 스케일이 작아서 아다치 팬이 아닌 사람들한테는 불만스러운 만화였을 듯합니다. 전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H2 이후 10년만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는데, 이게 정말 재밌더군요.



PS. 그나저나 아다치는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의 동생, 오빠, 엄마, 언니... 그나마 러프는 '크게 다치는' 선에서 끝났으니 다행이려나요.

또 너무 주인공들이 결손가정이에요. 이것도 러프만 예외죠. 미유키, 터치, 일곱빛깔무지개, H2, 진배, 미소라, 카츠, 크로스게임... 특히 엄마쪽이 대부분 병사. 아다치만화에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부모가 되면 안되요. 보통 하나나 둘은 죽거나 죽은채로 만화가 시작하기 때문에, 김전일과 외딴 곳에 갇히는 것과 같은 각오가 필요해요.

PS2. 첨부그림은 카츠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우에스기(터치)
와카마츠(미유키)
시치미(일곱빛깔무지개)
야마토(러프)
쿠니미(H2)

카츠도 애니메이션이 됐다면 재밌게 봤을텐데요. 권투는 그리기가 힘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