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8/12 12:32:08
Name ohfree
Subject [일반] 가족의 시
가족의 시

1999년이 거즘다 넘어갈 무렵 형과 난 집에서 비디오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고 있었다.

형에게 물었다.

"형 그래도 1999년 12월 31일 인데 뭔가 있어야 하지 않아?"
"그런게 어딨어 X신아."


아아 우리형은 차가운 도시남자.




추석날 성묘가다 3년 연속 벌에 쏘인 기억이 있는 나.
이런 까닭에 벌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

어느 해 추석. 할머니 묘 앞에 친척 여러분들과 모여 성묘 준비를 하는데
벌이 날아 들어 내 옆에서 맴돌았다.
휘휘 손을 내저어 보지만 행여 쏘일까 싶은 나의 소심한 손사래로는
벌을 물리칠 수 없었다.
나를 가만 바라보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가만 놔둬라. 할머니가 벌이 되어서 이쁜 손주 보러 왔나 보다."


아아 우리 엄마는 윤동주 뺨치는 서정 시인






아버지가 들어 오신다.
별 대화가 없는 우리 부자지만 아버지께 말을 걸어 보았다.

"아버지. 어디 다녀 오셨어요?"
"응. 상가집에 갔다 왔다."
"어제도 가셨잖아요."
"응. 딴 친구야."
"아버지 요새 상가집 많이 가시네요."
"그러게. 나이가 드니 갈데가 거기 밖에 없나 보다."

라고 말씀하시며 껄껄 웃으시는 아버지.


아아 우리 아빠는 시니컬 왕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0/08/12 13:05
수정 아이콘
1999년 12월 31일 하니까. 밀레니엄 버그(Y2K)가 생각나네요.

당시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묘한 기대감(?)까지 있었는데, 막상 별 일 없어서 참 허무했던...
아이유랑나랑
10/08/12 13:06
수정 아이콘
이런글 너무 좋네요 흐흐
10/08/12 13:11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런게 어딨어 X시나' 는 인생의 진리...
브로콜리너마저..
10/08/12 13:11
수정 아이콘
흐흐, 저도 이런 글 참 좋네요 ^^
천마도사
10/08/12 13: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글이에요!
정 주지 마!
10/08/12 13:50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 추천 하나 누릅니다.
진리의햄촤^^
10/08/12 13:51
수정 아이콘
재미있군요^^
추천 하나 누릅니다^^
켈로그김
10/08/12 15:37
수정 아이콘
추게로 가세요.
이신애
10/08/12 16:35
수정 아이콘
추게로~~ 고고~~
이필현
10/08/13 05:45
수정 아이콘
전인류를 상대로 한 지상최대의 낚시 몇 개 꼽으라면,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드립이랑, Y2K 드립이 꼽히지 않을까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234 [일반] 오늘 쾌감을 경험했습니다(2) [17] 동네노는아이4828 10/08/12 4828 1
24233 [일반] [야구] 2010 이대호 [30] 소주는C14200 10/08/12 4200 0
24231 [일반] 가온차트 8월 첫째주 (10.08.01~10.08.07) 순위~! [2] CrazY_BoY3037 10/08/12 3037 0
24230 [일반] 내가 피지알에 쓴 글이 구글검색에 노출된다면 [26] Toby4524 10/08/12 4524 0
24227 [일반] [속보]디자이너 앙드레김 별세 [84] SKY926280 10/08/12 6280 0
24226 [일반] 이제야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13] 잔혹한여사3829 10/08/12 3829 0
24225 [일반] 프로야구 중계 불판 올립니다. [388] EZrock6979 10/08/12 6979 0
24223 [일반] 일본방송 출연한 kara [8] 산타4556 10/08/12 4556 0
24222 [일반] [뉴스]스폰서 검사 수사중인 특검보, 향응시비로 인해 사임 [15] 내려올3709 10/08/12 3709 0
24221 [일반] [뉴스]행정고시 명칭 전환, 민간 전문가 특채 제도 도입??[외무고시 폐지에 대한 뉴스 +1] [74] 스타리안5889 10/08/12 5889 0
24218 [일반] 일을 냈습니다.. [57] 잔혹한여사6924 10/08/12 6924 0
24216 [일반] 오늘 쾌감을 경험했습니다. [37] Crescent6547 10/08/12 6547 0
24215 [일반] 가족의 시 [10] ohfree3739 10/08/12 3739 8
24211 [일반] 인간이 동물에게 가져야 할 측은지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240] 삭제됨6259 10/08/12 6259 0
24210 [일반] 인권위, 군 장병 "종교행사 참석하지 않을 권리 보장하라" [45] 아지노스5332 10/08/12 5332 0
24209 [일반] 시크릿과 나인뮤지스와 레인보우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30] 세우실4646 10/08/12 4646 0
24208 [일반] 결국 못 갔습니다... [18] FK_14970 10/08/12 4970 0
24207 [일반] 샤이닝로어 [35] 박루미4836 10/08/12 4836 0
24205 [일반] [음악이야기] 댄스음악 작사가들을 위한 작은 변호 [43] 예수4659 10/08/12 4659 1
24204 [일반] [딸자랑 v2.0] 예원이가 돌이 되었습니다. [38] 태바리2980 10/08/12 2980 0
24202 [일반] [음악] 밤도 깊었는데 노래나 들어봐요 : 서울숲 별밤축제 에서 보았던 뮤지션들 [11] 코리아범2822 10/08/12 2822 0
24201 [일반] 한국의 기형적인 성(性) 문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57] AnDes12094 10/08/12 12094 0
24200 [일반] 경제이야기 : 물가, 금리, 환율, 부동산, 재정정책에 대하여(1) [11] 시즈트럭3938 10/08/11 393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