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스포츠라던가 이런 이야기 하다가...
이거 한 몇달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건데 타이밍 못 잡고 있다가 비오는 날에 한번 써보게 됩니다.

혹시 정말 살아오시면서 뭐 반찬이 맛있거나 이런것도 있지만 정말 배고플때 먹은 음식이라서 맛있고 기억에 남는 식사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선조였나요? 임진왜란 때 피난 가다가 먹었던 생선이 너무 맛있는데 이름이 묵이라고 해서 '은어로 바꿔라.'했다가 전쟁이 끝난후 먹으니까 맛이 별로여서 '도루묵'이라고 하라고 했다고... 그런 이야기도 있듯이 음식의 정성과 맛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음식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화 식객에서도 주인공 상대편쪽 사람이 주인공 편 사람의 군대 후임인데 계속해서 그때 끌여준 라면을 잊지 못해서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하고 심지어 그 집 일까지 도와주면서 비결 알아내려고 하죠. 그리고 맨 마지막에 '배고플때 먹는게 제일 맛있다.'라는 말이 나오고요.

무한도전에서도 '여기 나가면 바나나 100개도 사먹을 수 있는데...', '그런데 나가서 먹으면 이 맛이 안나요.'라고 하면서 30-40대 멤버들이 바나나에 달려들고 라면 하나에 집착하죠.

너무 같은 이야기를 지속했나요? 그럼 제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저는 기억에 남고 정말 맛있었던 식사가 한번 기억납니다. 아버지와 먹은 식사인데요. 몇년전 이야기입니다.

가족끼리였는지 친척과 함께였는지 며칠 여행을 갔다온 다음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은 제 기억으로 목욕을 하러 가서 아직 오지 않고 저와 아버지가 먼저 목욕을 끝내고 집에 와서 쉬는 도중인데 너무 배가 고팠던 겁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래서 밥통을 봤는데 며칠 여행을 갔다왔던지라 밥은 하나도 없던 상황이었죠. 그렇다고 라면이나 이런 것을 먹어보려고 했는데 라면조차도 없고 과자도 다 먹었던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반찬, 그것도 김치밖에 없는 상황이죠. 감자나 계란을 삶으려고 했는데 그것들도 없던 상황이죠. 돈도 어머니와 동생이 목욕 끝나고 먹을 것을 사오겠다고 했던 상황이고... 그런데 마냥 기다리기에는 아버지와 저 둘 다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그 상황에서 눈에 띈게 중간에 사온 누룽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냥 누룽지를 먹으려고 하다가... 하늘이시여라는 드라마에서 보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누룽지를 해주면서 김치를 위에 올려서 먹은 장면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때 나온 비법이 기억이 나서 그대로 해봤죠.

그래서 일단 물을 끓이고 누룽지를 살살 넣은 뒤에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봤죠. 사실 얼마나 물을 해야하는지 이런거 잘 모르긴 하지만 대충 라면끓이던 감으로 해봤거든요.

그렇게 슬슬 하다보니까 진짜 누룽지죽처럼 되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더라고요. 그 뒤에 아버지와 함게 누룽지 위에 김치 손으로 잘라서 올린 다음에 한참을 먹다보니까 사온 누룽지의 반 이상을 그렇게 해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나니까 어머니와 동생이 돌아와서 먹을 것을 사오긴 했지만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서인지 아버지와 저 둘 다 먹지 않았거든요.


사실 정말 별거 아니었습니다. 누룽지 말린거 휴게소에서 사온걸 끓이고 김치 집에 있는거 잘라서 먹은것 뿐입니다. 그런데 부페나 레스토랑, 그 외에 맛있는 것보다 그게 더 생각이 나고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너무 배고파서인지 혹은 아버지와 함께 만들어 먹은 것때문인지 어떤게 더 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