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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24 00:20:29
Name Guvner
Subject [일반] 변기를 뜯고 싶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일주일 전

잘 내려가던 변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은 내려가지만, 대변은 통과시키지 못하던 것이었죠..

거기서부터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옷걸이를 펴서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소식이 없습니다

트래펑이란 용액을 사왔습니다
반을 붓고 30분, 나머지 반을 붓고 하룻밤을 보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뜷어뻥을 사왔습니다
앞으로 뜷어뻥을 살 땐 변기 입구 모양을 잘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데를 제거한후, 비닐 테이핑을 했습니다
자주 쓰던 방법으로, 어지간한건 모두 내려보낸 믿는 쓰는 최종병기입니다



...여전히 물은 잘 내려갔으나, 여전히 대변은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비닐 테이핑을 눌렀을 당시 들었던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누군가(부모님이실테죠) 변기에 뭘 빠뜨린겁니다

그래서 물은 내려가지만, 대변은 통과시키지 못하는겁니다. 분해가 되면 내려가는것도 이 때문이죠

인터넷으로 관통기를 주문했습니다. 철물점에서 사면 비쌀거 같아서 주문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금일 관통기가 도착했습니다

이름은 다낚아 2000으로 지었습니다

반도 들어가지 못하고 막혔을때 직감했습니다. 이놈이다

관통기를 돌리며 건져올리길 기대했지만.. 올라온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용쓰길 여러차례, 노인은 바다와의 싸움에서 지고 만 것입니다



가설을 수정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는 길쭉한 무스통 뚜껑이 빠진것이 틀림없다'

분명 관통기 스프링에 걸리지 않는 재질일것입니다. 그렇다면?




변기를 공격한다

직접 공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이런 이유로 변기를 뜯어낸 동지들이 많았고

저도 변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기쁨을 그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수도를 잠그고, 비데를 뜯고, 물통을 들어내고, 변기만이 오롯이 남았습니다

연결부위인 백시멘트만 뜯어내면 전투의 반은 끝난것입니다

분명 인터넷에는 일자 드라이버와 망치로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써 있었습니다




안 뜯깁니다

인터넷 사진에선 그 큰 덩어리로 떨어지던 백시멘트가

아주머니들도 톡톡 두들기면 떨어진다던 그 백시멘트가

마치 돌을 긁어내는것처럼 가루나 조그만 조각밖에 나오지 않는것입니다

제 얼굴 표정은 삶은 계란 껍질이 한 번에 벗겨지지 않고 조각조각 깨질때처럼 변했습니다

하루 종일 망치질을 하면 될 지도 모르지만, 그래선 구석진곳의 백시멘트를 제거할 수 없습니다. 좁아서 힘 쓰기가 힘드니까요




사람은 본전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전문가를 불렀다면 금방 해결했겠지만

이미 들인 예산도 있겠다, 변기만 뜯으면 해결될 공산이 크겠다.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건 자존심 싸움입니다

dc에서 그랬나요. 이겨도 x, 져도 x라면 승리한 x가 되라고

저 역시 변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무언가가 되고 싶습니다




조만간 드릴을 준비할것입니다

근처 화장실을 대신 쓰곤 있지만 변비에 걸린거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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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4 00:23
수정 아이콘
고생한만큼 변기 전문가가 되실 겁니다. 힘내세요!?
아야여오요우
11/09/24 00:27
수정 아이콘
요즘 응아 관련 얘기가 흥하네요
11/09/24 00:32
수정 아이콘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세요. 화이팅!
11/09/24 00:34
수정 아이콘
응원과 함께 후기 기대해봅니다!
11/09/24 00:39
수정 아이콘
확실히 시간을 쏟는만큼 전문가가 되더군요... 힘내시길 크...
TWINSEEDS
11/09/24 00:43
수정 아이콘
성공하시면 변기 끌어안고 쓰다듬어주세요. 이녀석.. 하시면서
면역결핍
11/09/24 00:50
수정 아이콘
저희 윗집이 그걸 어떻게 뚫었는데 처참했습니다.
저희 집 화장실 천장으로 그게 다 내려왔습니다.
관은 그대로 막혀있고 관 자체가 파열되어 버린겁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물질이 관을 타고 내려간게 아니라 관에 구멍이 뚫려
액체화된 똥폭탄을 맏은 것이죠. 천장부분에 뚜껑이 있어 밀면
하수관이 다니는 빈공간이 있는 구조 였는데
거기서 이상한 냄새의 물이 떨어지길래 열었다가...
아시죠?
뚫는것 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나아보입니다.
윗집이랑 엄청 싸운기억이라 좋지 않은 추억이...
11/09/24 02:55
수정 아이콘
음.. 백시멘트보다 먼저 지면과 변기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가 있습니다. 그걸 제거 안하셔서 변기가 안떨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설명하기 애매한데.. 암튼 그 나사(둥근 프라스틱으로 감싸져 있을것입니다)를 제거후에 변기 들면 쉽게 떨어집니다.

그리고 뒤집어서 그 관통기로 역으로 뚤어보세요. 생각보다 쉽게 뚫릴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생각엔... 볼펜이나 칫솔이 걸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볼펜이나 칫솔이라면.. 변기를 갈아야하는 불쌍사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변기아래 배관에서 걸린건 아닐것입니다.

4인치(약 100미리)관으로 연결되기때문이죠..

암튼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용호동갈매기
11/09/24 08:30
수정 아이콘
작년에 소주잔이 들어가 변기를 덜어냈었지요 윗님말씀대로 지면과 변기를 고정시키는 나사를 안푼거같아요
꼭 승리하세요 그쾌감과 성취감이 아주 쫄깃쫄깃합니다 [m]
이아슬
11/09/24 09:47
수정 아이콘
흠...저에겐 신선한 모습이네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요.
부모님이면 등짝한대 후려치고, 아저씨 불러 이럴실테고, 여친이면 오바 그만하고 아저씨 부르자 할듯 싶네요.

저같으면 용액,관통기까지는 쓰는데 안통하면 아저씨 불렀습니다.^^*

어쨌든 홧팅!
11/09/26 15:22
수정 아이콘
변기는 결국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월셋집이라 변기가 혹 깨질까 싶어 너무 조심조심해서 그랬나 봅니다
교체하시는 분이 펑펑 두들기니 뜯기네요............ 볼트 부분이 없던건 그곳 내부만 백시멘트를 씌운채 덮어버리셔서 그랬던겁니다

들어갔던건 예상대로 아버지 무스 뚜껑이었습니다. 조그만 플라스틱 뚜껑이지만 절대 나올리가 없지요
사실 변기를 갈 필요까진 없었겠지만.. 이제 앞으로 변기에 뭔 일이 생기든 해결할 수 있을거 같은 자신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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