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대개는 사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호칭, 지칭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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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비해 많이 어렸던 초등학교 시절,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남녀 주인공들을 보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마냥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 속의 선남선녀가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는 것을 보며 누구나 '나도 저런 사랑 한 번 해봤으면'하는 생각들을 해봤을 거라 믿는다.
남녀 사이의 사랑이 무엇인지 단순히 지식적으로 알아갈 무렵 어머니에게 했던 질문이 생각난다.

'엄마, 엄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뭐라고 불러?'

'이름을 부르면 되지 않니?'

'아니 아니 엄마는 아빠더러 여보라 부르잖아. 나도 여보라 불러?'

'결혼하면 그래야겠지?'

'결혼 안하면?'

'그냥 애인이지 뭔 소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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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디가서 내 애인이라 소개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사랑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접어버렸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나이지만 친구가 아닌 남녀로서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이 종종 눈에 보였다. 그리고 신기했던
애인에 대한 호칭과 지칭.

'어? 아, 내 여자친구다.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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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는 거리가 꽤 먼 삶을 살았다. 아직도 어린 나이긴 하지만 요즘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인 반응을 보자면 내가 갈수록 딱하고 불쌍한
천연기념물로 여겨지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일이 잘 된다면 여전히 애인이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다.

대학교에 들어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이 닿은 경우 나에게 이렇게 소개시켜준다.

'어제부터 우리 사귀기로 했다. 이제 지수 내 여자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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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아닌가?'

'뭐가?'

'아니, 나는 좀 이해가 안 가는게 여자친구라 그러면 성이 다른, 이성의 친구를 얘기하는 거 아니가. 너랑 나랑 친구인데 다만 우리는 동성일 뿐이고 여자친구는 역시 친구인데 이성일뿐이고 그런거 아닌가?'

'뭔말하는데, 여자친구는 여자친구지. 헛소리하는 거 보니 여자친구 만들고 싶은가 보네? 소개팅 시켜줄까?'

'아, 됐다. 말은 못하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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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성과의 사랑에서 많이 벗어나 있던 내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자를 이성으로, 남녀 사이를 염두에 두고 대할 때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긴장되고 떨린다. 마치 큰 시험을 치르기 전 날의 기분과 비슷하다. 하지만 단지 성이 다른 똑같은 친구를 대할 때는 동성 친구와 별 다를 것이 없다. 같이 놀 때 그저 신나고 즐겁다. 의미 없는 농을 서로 주고 받는 것도 같다.

며칠 전 정말 친하게 지내는 '여자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신나게 노가리를 깠다. 멀리서 왔지만 굳이 내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준 게 고마워 밥과 커피를 사주고 돌려보내는 길에 과 후배를 만났다.

'어, 선배 안녕하세요~'

'어어, 안녕. 여긴 웬일이냐'

'저 책 살 거 때문에 학교에서 잠깐 내려왔어요. 옆에 계신 분 혹시 여자친구예요?'

(생각없이 뱉은 한 마디에 친한 친구로부터 욕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어, 여자친구다. 인사해라'

'야!! 니 뭔 헛소리하는데! 안녕하세요 저 XX 친구예요.'

'예? 아, 그냥 친구요?'

'네. 얘가 점심을 잘 못 먹고 속이 안좋아서 헛소리하는거니까 그냥 무시하세요'

'하하하하하하. 네. 선배 저 먼저 가볼게요. 책 바로 사고 올라가야할 것 같아서요.'

'어, 그래. 담에 보자.'


아, 실수했다. 생각만 하고 말걸. 평소에는 생각만 하고 마는데 오늘 왜 이랬을까.
그날 밤에 후배로부터 메신저로 그 사람 혼자 짝사랑하는거 아니냐는 추궁을 한시간 가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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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여자친구라는 표현이 많이 어색하다. 친한 이성 친구들이 많아서 더더욱 그렇다.
친구를 나누자면 성이 달라서 남자인 친구가 있고 여자인 친구가 있으니까 단순히 줄여서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는 친구고 친구라는 단어 앞에 성별이 붙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왜 사람들은 애인이라는 단어 대신 이성친구를 선호하는 것일까?

이성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비교적 가벼운 어감과 풋풋한 느낌 때문일까?

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교적 깊은 어감과 확실한 느낌으로 표현하기는 어색한 것일까?

남들과 대화할 때는 자연스레 남들 쓰듯이 단어를 쓰게 되지만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주는 혼자만의 이질감은 여전히 나에게 존재한다.

물론 쓸데없이 고집부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애인이라는 단어가 여자친구라는 단어보다 어색해지게 되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에게 여자친구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쓰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 일기 적듯이 가볍게 적어본 글이라 반말로 적은 것,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목이 이상한 것 같은데 더 자연스러운 제목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제가 남자다 보니 편의상 '여자친구'라는 단어만 언급이 되었습니다. 역시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