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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13:22
막판엔 그나마 주권국가연맹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소련이 8월 쿠데타로 최후의 기회마저 날아가 버렸으니 고르비한테는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죠.
그나마 옐친이 더 심하게 말아 먹어서 상대적으로 나아 보일 뿐
22/08/31 16:17
푸틴이 왜 인기가 많냐? 라고 물어봤을때
님이 러시아인이면 고르비vs옐친vs푸틴 누가 맘에 들겠습니까? 라고 물어볼 수 있죠 적한테만 인기 많은 분...
22/08/31 17:46
저는 그건 힘들거라고 봅니다. 푸틴 집권 후에 러시아 GDP가 고점 8배까지 뛰었었습니다.
최소 러시아인의 평가는 일정수준 이상 박해지기 힘들죠.
22/08/31 17:51
하긴 평가 안쳐박히려고 시골에 있는 소수민족들 데려다가 전쟁하고있긴 하네요.
수만명씩 죽었는데 성과없으면 평가가 쳐박힐것 같긴한데 (인종적으로) 러시아인이 아니니까 괜찮을수도 있겠네요
22/09/01 08:22
그것도 지금까지 얘기고 옛 소련땅(대러시아)를 영구상실 하는 쪽에 가까워져 가는데 그렇게 되면 그나마 러시아 연방이라도 건졌던 옐친보다도 평가가 안 좋아질 겁니다
22/09/01 11:42
글쎄요, 먹고사는 것이 자존심보다 수천 수만배 중요하죠.
옐친때는 자존심이 긁힌 게 문제가 아니라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게 훨씬 큰 문제였습니다.
22/09/01 11:48
대러시아 영구 상실은 러시아인들에게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수준 따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죠. 잠깐 먹고 사는 거 힘든 것 따위와 차원이 다릅니다
옐친 시대에 나라가 그렇게 쪽박을 차는 동안에도 러시아 연방 내의 분리독립 세력들을 있는 돈 없는 돈 들여가며 진압했는데 하물며 근대 이래로 (러시아인 입장에서)러시아의 고유 영토이자 되찾아야 할 실지인 대러시아를 영구상실한다? 옐친에 대한 평가가 양호해 보일 지경이 될 겁니다
22/09/01 12:10
이미 다른 나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러시아가 왜 저러고 있겠습니까.
러시아한테는 설령 일시적으로 상실했을지언정 수복해야할 실지인 거고 거길 영구적으로 포기/상실한다면 그 정치인은 만고의 역적입니다. 한국에서 이북 영토를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떠드는 정치인이 있으면 어떻게 평가받을지 생각해보세요. 그것보다 한 열배 정도 더 강하다 생각하면 이해 되실 겁니다
22/09/01 19:37
노어노문학 전공하고 러시아에도 체류했었던 제 친구말로는 지금 전쟁이 소수민족의 피를 흘려서 어떻게 땜빵하는 구도로 가고 있긴 한데 그 지역들이 워낙 깡촌이라 자생적 생존력이 없어서 분리독립은 러시아 망명자들의 망상에 가깝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중국 분열론도 결국 허구로 판명난걸 보면 저는 러시아 분열론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진지하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22/09/01 19:44
러시아 연방 내부의 분리독립은 체첸을 위시로 옐친 시절에 그냥 때려잡아서 막아냈지만 백러시아(벨라루스), 소러시아(우크라이나)의 이탈은 이미 돌이킬 수 없어졌죠. 여기까지 와서 그 나라들이 다시 돌아갈 이유도 없고 그건 러시아가 자초한 일이고요. 그렇다고 러시아가 그 나라들을 찍어 누를 만한 힘도 없다는 게 이번 전쟁으로 증명 됐죠
大러시아(Great Russia, 모스크바 공국이 점유하던 땅)이라고 해서 혼동이 있었던 거 같은데 위에서 쓴 대러시아라는 건 대러시아주의에서 이르는 제정 러시아 - 소련이 점유하던 땅을 이르는 대러시아(Greater Russia)를 말하는 겁니다
22/09/01 19:51
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쪽 말씀이시군요.
발트3국은 나토 가입한 순간부터 물건너간 것에 가까운데다가 그쪽 사람들은 소련 체제를 싫어했고 독립을 열망했기 때문에 푸틴이든 옐친이든 고르바초프든 누구든 소련의 붕괴시점에서 붙들어놓기 어려웠을거라 봅니다. 벨라루스는 아직 친러상태로 보이고 러시아에 붙을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크라이나는 꽤 오랫동안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긴 하겠네요. 그런데 뭐 이것도 푸틴 한명의 실책이라기보다 저는 그 전부터 이것저것 장작 쌓던게 터진거라고 봅니다. 돈바스로 대변되는 동남부 땅과 크림반도를 소련시절에 할양 안했으면 여기까지 올 일도 딱히 없었을겁니다.
22/09/01 20:13
발트야 1940년에 스탈린이 강제로 합병한 것이었고 이미 소련이 붕괴하기 이전에 독립을 선포하고 주권국가연맹에도 들 생각 없다고 딱 잘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건 사실입니다.
지금 러-우 관계가 푸틴만의 잘못은 아닐 수 있지만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할양 했든 안 했든 작금의 사태 자체는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단 훨씬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하지 않고 여전히 함께 하도록 붙들어 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https://www.reddit.com/r/AskHistorians/comments/txl15c/why_did_the_voters_of_ukraine_vote_82_to_stay/?utm_source=share&utm_medium=web2x&context=3 고르바초프가 신연방 조약을 구상하고 있었던 1991년 3월 17일에 있었던 설문조사의 내용에서 "우크라이나 주권 선언에 근거하여 우크라이나가 주권 국가 연맹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이 질문에 우크라이나의 71.48%가 "예"라고 대답 했었습니다. 하지만 8월 쿠데타로 주권 국가 연맹도 아작이 나버리고 각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함에 따라 완전히 물 건너 갔고 옐친이 이후 난리를 치니까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독립 안건을 국민 투표로 부쳐서 92%의 지지를 얻고 독립 해버렸습니다. 애당초 소련 말기에 연방 체제만 어떻게든 붙여 놨었다면 별 일 없었을 것을 러시아 깽판에 열받아서 나가 버리고, 그 이후로도 2000년대까지 러-우 간 관계는 양호 했었는데 러시아가 여전히 동등한 주권국가가 아닌 소련 시절처럼 주권 없는 속국처럼 다루니까 오늘의 사태를 불러 일으킨 거죠. 주권국가연맹을 잘 유지 하든지, 그도 아니면 소련이 완전히 붕괴 되고서도 한솥밥 먹던 나라들을 잘 대해줬으면 됐을 건데 아직도 소련 시절 버릇 못 버리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려고 한 결과라 그 장작도 본인들이 쌓은 겁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상실한다는 건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이란 분석은 이미 2014년에도 나왔었습니다. 그건 사실이기도 하고요. 만약 푸틴이 이 전쟁의 결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푸틴은 옐친마저 갱신하고 최악의 지도자로 남게 될 겁니다
22/08/31 19:08
사실 정말로 소련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서 마지막 기사회생의 기회마저 날려버린 8월 쿠데타 가담자들은 옐친이 말아먹는 동안 애국자로 포장해서 잘 먹고 살다 갔죠. 그 양반들이 쓸데 없는 짓 안 하고 고르비를 지지 했으면 발트 3국이 독립하고 주권국가연맹으로 바뀌었을지언정 소련 체제 자체는 존속했을 텐데 결국 다 날려먹은 셈.
고르비가 딱히 잘 한 건 아닌데 결국 고르비가 모든 어그로 다 끌어준 셈이 되어버렸죠
22/08/31 20:45
그런걸 보면 고르바쵸프도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말 최악은 8월쿠테타 가담자들과 옐친이죠. 이들이 소련의 숨통을 끊었습니다.
22/09/01 05:46
고르바쵸프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도자였습니다. 고르바쵸프가 젊을때 했던 말들을 들어보면, 아직 냉전이 끝나지도 않았던 당시 80년대에 소련과 공산주의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바라보던 현명한 지도자였죠. 단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너무 많은 걸 급하게 개혁하려 했던 게 문제였죠. 똑똑했지만 정치력이 부족한 사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발생한게 쿠데타나 그 외 여러 일들이었죠. 본인의 정치력 부족때문이니 억울하다고 말하긴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덧붙이면 푸틴도 젊을땐 (차갑긴 했지만)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반푸틴 러시아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죠. 하지만, 권력에 오래 있으며 점점 이상해졌고, 지금은 영 이상한 곳으로 가버리긴 했습니다.
22/09/01 08:44
80년대에 소련 공산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파악 못한 소련인은 없었어요. 다른 곳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열렬한 공산주의자마저도 이대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일단 고르바초프가 가진 문제점은 프롤레타리아로서 고생해본 적 없는 순수 인텔리였다는 건데 이 사람은 모스크바 법대를 나와서 쭉 공직 생활을 하다가 안드로포프에게 발탁 된 사람이었죠. 레닌이나 트로츠키는 물론이고 부하린이나 트로이카(카메네프, 지노비예프, 스탈린)는 혁명 원년멤버로 별 짓 다 해봤고 흐루쇼프는 우크라이나 광부, 브레주네프도 철공기사로 일 했었지만 고르바초프는 소련 지도자들 중 순수 인텔리라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문제는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라고 하는데 글라스노스트야 그저 그 때까지의 정보통제를 풀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글라스노스트는 석유파동 시절에 비해 80년대 저유가로 인해 기름값은 반토막이 나 있었고 글라스노스트로 인하여 터져나오는 정보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다스리고 페레스트로이카를 실행하여 사회체계를 개혁하는데는 강력한 정치적 권력이 필요했고 이걸 글라스노스트로 인해 소련 인민들의 강력한 지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상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회는 혼란 일변도였고 고르바초프 행정부는 끝까지 페레스트로이카의 가닥도 잡지 못한 채 상황에 끌려갈 뿐이었습니다. 이 원인은 프롤레타리아로서 밑바닥에서 고생해본 적 없이 인텔리로서만 살아와 현실과 괴리된 개혁개방만 외쳤던 고르바초프에게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당시 소련 체제가 그대로는 갈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소련인은 없었습니다. 물론 고르바초프도 86년에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가 딸랑 1년씩 해먹고 죽자 준비도 안 된 채 연방 서기장직을 수행했고 이미 79년도부터 이어진 아프간 전쟁, 체르노빌 사태, 제 때 개혁 되지 못한 사회적 경직으로 무너져 가는 소련을 이어받는 불운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6년의 소련은 미국, (버블 뻥튀기 된) 일본 다음을 잇는 제3의 경제대국이었으며 초강대국으로서의 기반은 건재했습니다. 모택동의 실정으로 개박살 난 78년의 중공을 이어받은 등소평이 마주한 상황에 비하면 천국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았는데 그걸 무리한 개혁 개방 끝에 사회가 혼란해지고 80년대 말로 이르러서는 통제력을 완전 상실해버리고 갈 데까지 가버리는 데에는 고르바초프의 무능함은 면책될 수 없습니다. 8월 쿠데타마저도 종국에는 공산당이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되돌리려는 발악에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고르비도 여기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단지 고르파초프에 대한 평가도 후임자인 옐친의 무능이 고르비의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재평가 받았을 뿐이지 옐친이 평타만 쳤어도 고르비는 혼란의 시대에 망국으로 이끈 무능한 지도자라고 평가가 고정 됐을 겁니다
22/09/01 10:45
러시아를 보면 초대대통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수 있는거 같습니다.
옐친을 보면볼수록, 워싱턴의 위엄이 느껴져요.. 민주주의 국가는 진짜 첫 대통령이 어떤사람인가가 국운을 가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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