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4/09 13:57:20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범인을 찾아라
  옛날 아주 멀지 않은 옛날 OO초등학교 어느 학급에 담임이라는 칭호의 한 왕이 있었습니다. 그 왕은 그 학급내에서 통용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할 권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왕의 훌륭한 통치 덕분인지 학급은 늘 평화로웠고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오늘 날씨처럼 고요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의 울먹임을 시작으로 그 고요함은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갑이 없어졌어.......  용돈 받은지 얼아 안됐는데......." 도난 사건인지 분실 사건인지 확실치 않지만 분명 평화로운 소국내에서는 거대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소식이 담임의 귀에 당도하였습니다.
  담임은 사건 해결을 위해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와 심도있는 면담을 행한 후 반 구성원을 모두 소집했습니다. 전 그때 담임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것인지, 담임이 지닌 솔로몬의 기지를 기대하였습니다. 어린 저에게 담임은 늘 현명하고 모르는일이 거의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담임이 사건 해결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습니다. "모두 눈감아, OO이 지갑 훔쳐간 사람 손들어” 범인이 나오지 않자 담임을 한 가지 강수를 더합니다. 학생들을 모두 책상위에 무릎꿇게 한 후 체벌을 가합니다. 그리고 한번 더 묻습니다.
“눈감아, 범인 나올때까지 계속 시킨다. 지갑 훔쳐간 사람 조용히 손들어” 그때 저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손들어야하나 망설였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곧 "AO이 내려와, 나머진 그대로 있어"라는 담임의 말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그가 손을 들었나봅니다. 그가 훔친건지 아니면 단순히 총대를 맨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 순간 벌을 면죄받고 나머지 학급 구성원은 조금 더 벌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총대 매는게 도덕적인 행동이고 난 비겁한 행동을 해서 벌받았구나,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죄지은게 무엇이며 왜 개인의 희생을 강요당해야하는지, 단순히 전체주의적 마인드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어린시절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 From m.oolzo.com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2/04/09 14:03
수정 아이콘
뭐같은 상황이군요.
앉은뱅이 늑대
12/04/09 14:05
수정 아이콘
헐... 좀 상식 밖의 행동이네요.
폭력으로 위협을 가한 것도 그렇지만 자백한 사람의 이름을 공공연히 부르다니 ㅡㅡ;
Tristana
12/04/09 14:09
수정 아이콘
이해가 안 되서 잘 못 읽었나 하고
다시 읽었는데

진짜 저런 담임이... ㅡㅡ; [m]
12/04/09 14:11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 담임교사 정도는 될 수 있을만한 나이가 돼서 생각해보니...
그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도 딱히 뾰족한 묘책은 안 떠오르네요.

초등학생때야 담임선생이 왕처럼, 신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그냥 한 사람이었구나 싶거든요.
친구들 중에 교사가 된 사람도 있지만, 사실 별로 대단한 인물까지는 아니거든요.
교대나 사대 나와서 임용고시 합격하는게 힘든 일이긴 하지만, 무슨 대한민국 0.01%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선생이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 돼" 라는 기대가, 어쩌면 너무 지나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사랑 복남
12/04/09 14:21
수정 아이콘
저건 잘못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겠는데 제일 현명한 대처는 과연 무엇일지 저도 궁금하네요.
매를 들었다는건 위의 본문이 아주 옛날일인거 같으니까 당시의 문화였니 합니다.
사케행열차
12/04/09 14:32
수정 아이콘
저 일이 오래전 일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분들은 그렇게 배웠고 또 그게 정당하다 생각하던 그런 사회고 시대였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지금 저런일이 일어난다면 그게 정말 문제죠.
오늘도데자뷰
12/04/09 14:41
수정 아이콘
그럼 경찰이라도 불러야 하나요?
교육적 차원에서 100점짜리 대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담임 교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네요.
12/04/09 14:43
수정 아이콘
근데 a가 훔쳐서 손든건가요 대신 뒤집어쓰려고 손든건가요.
훔쳐서 그런거면 이해를 못하겠지만 뒤집어쓴거면 이해할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근데 왜 때리지...
타츠야
12/04/09 14:45
수정 아이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거죠.

[곧 "AO이 내려와, 나머진 그대로 있어"라는 담임의 말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설사 AO라는 분이 범인이었다고 치더라도, 다들 눈감고 손 들으라고 하더니 저렇게 다른 아이들 다 들리게 이름 부르면서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저건 시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치리이순규
12/04/09 14:49
수정 아이콘
우선 범인을 찾기위해서 공동체의 다른 친구들에게 체벌을 가한것도 문제이겠지만 사실 학급 담임이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지요.
이 부분은 범인을 찾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손을 든 학생의 이름을 부른 것, 그리고 범인이 나왔음에도 나머지 학생에게 체벌을 계속 가하는 부분은 잘못한거죠.
손을 든 학생이 있으면 모두 그만 하라고 한 다음에 손을 든 학생만 따로 불러서 확인했어야죠.
멀면 벙커링
12/04/09 15:22
수정 아이콘
학교다니면서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죠.
일단 자백한 사람이 나왔는데 남은 학생들이 벌을 더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애초에 자백할 사람 찾는다고 학생 전체에게 체벌을 가하는 거 자체가 문제죠.

과연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 "아 내 잘못으로 친구들이 벌을 받는 구나.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안그래야지." 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놔 짜증나...어떤놈이야. 눈에 띄기만 해봐. 바로 선생님한테 일러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짜 도둑이 나왔을 때 욕을 한바가지 할 준비를 했을까요??
제가 보기엔 후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이는데요.

학교다니면서 저런식의 억울한 체벌을 당해본 저로선 저 선생님이 도둑보고 반성하라는 게 아니라 학생 전체한테 "체벌받기 싫으면 목격한 건 바로 신고하고 못봤어도 한놈 그냥 희생해라." 고 말한거라고밖에 생각이 안드네요.
12/04/09 17:39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선생님이라면...
도난에 대한 주의나 도둑질이 잘못된것이라고 알려주는것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고~
작은 상자에 학급아이들의 푼돈(?)을 조금씩 넣는게 어떠냐고 제안해서,
희망자에 한해서 조금씩 주머니에 있는 돈을 넣을것같구요 기간은 하루나 이틀정도..
이제 모인돈에다가 제 사비를 조금 보태서 도난당한 금액의 일정부분을(약80%) 주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들 모은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는 지갑을 도난당한 아이에게는 다음부턴 간수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학급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않았으면 좋겠고, 일어 난다고 해도같이 해결 해 나아 갔으면한다고 말해줄것 같네요.

너무 흔한 방법 인가요??^^;; [m]
12/04/09 18:17
수정 아이콘
담임이라고 딱히 뭘 할수 있을까 .. 라는 생각은 들지만

'XX내려와' 는 무슨 개그도 아니고 ..
저럴거면 애들 눈은 왜 감게하고 조용히 손들란 말은 왜 했답니까 -_-
범인 낚으려고 ?
아몬드봉봉
12/04/09 18:56
수정 아이콘
순전히 제 느낌을 말씀드리면

저 선생님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에게 자백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던 거죠.

학생들중 범인이 있으니 그에게 손들고서 자수를 하라!라고 지시를 했고
범인이 자수를 했다면 바로 선생님은 범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벌을 동시에 멈추었겠죠.

하지만 범인이 손을 든게 아니라, 전혀 무관한자가 대신하여 총대를 매니
선생님은 더 열이 받은거죠. 실망도 크고,
그래서 범인을 포함한 남은 이들에게 벌을 더 준 것입니다.
범인에게는 난 니가 한 짓을 알고 있으나, 다른학생들한테는 따로 말하지 않을테니..벌을 좀더 받고 뉘우쳐라 라는
일종의 표현입니다.
12/04/09 19:11
수정 아이콘
진짜 범죄자들은 자기때문에 다른사람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같은걸 느끼지 않는다는거.
승부조작으로 걸린 선수들 봐서 괜히 걸려서 밥벌이 못하는걸 안타까워할뿐 리그와 팬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미안해하진않죠
WhySoSeriuS
12/04/09 20:55
수정 아이콘
그런데 AO이 는 제가 아는 그 아오이양이 맞...
12/04/10 06:57
수정 아이콘
사실 중딩만 되더라도 저 방법은 안통하고, 괜히 다른 친구들만 피곤해지죠. 딱히 교사에게 방법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범인을 찾아 보상해줄 방법이 없죠. 위리플의 모금의 경우, 악질놈들이 자기돈 잃어 버렸다고하고 강제수금후 돈타가는걸 봐서ㅡㅡ.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학교라는곳이 사회와는 달리 Cctv등이 없으니 분실시 목격자가 없으면 돈을 찾아주지 못한다고 주지시키고 고액을 소지할경우 교사에게 맡기도록하며 1인 1역으로 교실 문단속 인원을 고정하는게 좋더군요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566 [일반] 여러분들이 예상하시는 총선 판세는? [96] 타테시4426 12/04/10 4426 0
36565 [일반] 김용민 후보의 성북역 집중유세(일명 '돼자후')와 모여든 군중 [39] 르웰린견습생6619 12/04/10 6619 0
36564 [일반] [4.11/투표합시다.]조선일보 사설 '정당대신 인물보고 투표하자' [16] 아우구스투스3921 12/04/10 3921 0
36563 [일반] 조용기목사의 위인전기(--__--,,,)가 출판됐군요 [61] empier6264 12/04/10 6264 0
36562 [일반] 석유가 갑자기 모두 사라진다면 [18] 김치찌개4701 12/04/10 4701 0
36561 [일반] 너무 예쁜 중3 소녀.jpg [29] 김치찌개8373 12/04/09 8373 1
36559 [일반] 소방관의 지혜 有 [30] 메롱약오르징까꿍6520 12/04/09 6520 0
36558 [일반] 안철수 “투표율 70% 넘으면 미니스커트 입고 율동” [57] 아즐5876 12/04/09 5876 0
36556 [일반] 오늘 최고의 개그 현장이 될 장면. [57] karlla13196 12/04/09 13196 2
36555 [일반] [스포츠] 한 주간 스포츠 뉴스 올립니다.. [34] k`6598 12/04/09 6598 2
36554 [일반] [K팝스타] 이미셸양의 탈락이 너무 안타까워 글 남깁니다. [30] 삭제됨5981 12/04/09 5981 0
36553 [일반] 범인을 찾아라 [17] 로렌스4927 12/04/09 4927 0
36552 [일반] 결국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퇴했네요. [34] 타테시7508 12/04/09 7508 0
36551 [일반] 나는 꼼수다 봉주11회 - 김용민 대 이명박//현재 나꼼수 서버 공격 中 ☞ 우회경로 안내 [68] 르웰린견습생7499 12/04/09 7499 0
36550 [일반] 신문의 날에 즈음한 신문,언론의 현주소.. [6] (Re)적울린네마리5026 12/04/09 5026 2
36549 [일반] [해축]이번 주말 벌어진 주요리그 결과 간단 정리 [37] KID A6331 12/04/09 6331 0
36548 [일반] 태평양 전쟁 - 9. 운명의 5분 [16] 삭제됨5976 12/04/09 5976 3
36547 [일반] 포미닛과 EXO와 프라이머리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3] 효연짱팬세우실4573 12/04/09 4573 0
36546 [일반]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 “일제겪은 노인 99%는 친일” [26] 마르키아르7349 12/04/09 7349 0
36545 [일반] 지역별 우세지역 및 경합지역 판세 [10] 信主5751 12/04/09 5751 0
36543 [일반] 현명한 투표를 위한 개인적 조언 [15] 아르바는버럭4051 12/04/09 4051 0
36542 [일반] 그의 눈빛을 보라. [4] 자이체프3555 12/04/09 3555 0
36541 [일반] Where the hell is Matt. 이유없이 마음이 즐거워지는 영상. [5] Bergy103752 12/04/09 375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