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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05 14:46:01
Name aSlLeR
Subject [일반]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 후아레즈스러운 영화(스포가득)

1. 함정이 있다. 케이트는 사건을 주도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녀는 상부의 지시로 카르텔 검거작전에 합류했을 뿐 그에 대한 지식이 없다. 작전은 진행되고 케이트는 팀장인 맷의 오더에 따라 움직이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 지, 작전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무리해서 작전에 참여한 그에게 미국 특수부대 요원은 대놓고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따라오라'라고 말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사건에 개입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저 흘러가는 작전에 발을 걸쳐둔 채 관조하는 존재일 뿐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처럼. 설득력 있는 스토리전개와 많은 정보를 통해 주인공에게 공감케하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시카리오>는 주인공인 케이트의 위치 를 관객과 일치시킴으로써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카리오>만의 서술방식은 아니지만, 끝까지 주인공을 관조자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상적이다.


2. 후아레즈로 들어가는 케이트에게 알레한드로는 말한다 "웰컴 투 후아레즈" 그 공간은 케이트가 알고있던 세계와 다르다. 고가 다리에 조각난 시체가 걸려있어도 사람들은 일상을 즐기고, 도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제 갈길을 간다. 무장군인이 떼지어 몰려다녀도, 그 옆에서는 테니스를 친다. '후아레즈'는 비정상과 정상이 혼재한 공간이다. 맷과 그 부하들은 그 흐름에 너무나 익숙하다. 조각난 사체를 보며 '영리하다'는 평가를 하고, 밤에 벌어지는 시가전을 즐기며 피로를 푼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 짐승의 도시다.(그래서 그럴까? 영화에 나오는 총격전은 교전이 아닌 학살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직 케이트만이 그 비정상적인 공간에 적응하지 못할 뿐이다. 그녀는 법을 말하고 정의를 논하지만, 짐승의 도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존재가 야생의 세계에 던져졌다. 목적도 모른 채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불안하다. 절정부에서는 나이트비전과 적외선 등으로 시야마저 제한을 걸어버리니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3.  영화라기보다는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건조한 편인데, 이 건조함 역시 극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지만, 배경음악은 극도로 절제되어 사용된다. 고요한 침묵은 긴장감을 높이고 우리는 보다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자주 사용되었던 배경음악은 일정한 리듬의 북(?) 소리였는데, 이마저 긴장감으로 터질 것같은 심장소리처럼 느껴질 정도다. 곁가지 하나 없는 스토리 전개는 관객들에게 쉴 공간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4. 영화는 카르텔을 제압하는 이야기지만, 그 과정에서 카르텔의 악행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가 결과물로, 말로 묘사될 뿐이다. 오히려 영화가 잡아내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삶이다. 부패한 경찰인 실비오는 집에서는 따뜻한 가장이고, 카르텔 보스인 마누엘 디아즈와 알라르콘 역시 가족과의 일상적인 삶이 화면에 그려진다.  반면에 '악을 퇴치하려는' 미국의 행동은 불법의 향연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선악의 위치는 행동의 선악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알레한드로가 카르텔에게 가족을 잃었듯, 그들도 알레한드로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 그들에게 알레한드로와 미국의 행동은 정의로운가? 우리가 믿는 정의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가?

5. 사건 종결 후, 발코니에 서있는 그녀에게 알레한드로가 찾아온다. 그가 처음 한 말은 "발코니에 서있지 말라"는 경고다. 집이 모든 것에서 보호되는 '정상'의 공간이라면, 발코니는 안과 밖에 공유된 경계다. 그녀는 작전 내내 후아레즈처럼 살아가는 요원들과 평범한 FBI 사이에 걸쳐있다. 알레한드로는 그녀가 후아레즈스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녀를 집 안으로 당겼다. '자살'을 당할수 있다며 알레한드로는 강압적으로 그녀의 서명을 받아낸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후아레즈'적인 존재다. 정의보다는 복수가, 법보다 폭력이 우선시되는 인간이다. 서명을 받아낸 후, 그는 돌아서며 케이트에게 '작은 지방으로 전근가라'라고 권한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정상의 세계로 돌아가라는 조언이다. 케이트는 경계인 발코니에서 권총으로 그를 조준한다. 그러나 쏘지 못한다. 비정상의 세계인 밖으로 알레한드로는 걸어가고 그녀는 집에 남는다. 그녀와 동일시되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카리오>가 끝나면 우리 역시 정상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6. 변하는 것은 없다. 후아레즈의 카르텔을 잡기위해 미국 공권력은 후아레즈화 되는 길을 택했고, 마약세력을 뿌리뽑는 것이 아닌 좀 더 온순한 세력의 집권을 도왔다. 많은 이들이 죽고 집권세력은 바뀌었지만, 후아레즈는 언제나 그렇듯 총탄이 오가고 시체가 내걸릴 것이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넓은 시점의 컷을 활용한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도로에서의 총격전은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도로 전체의 흐름으로 보면 약간의 차질에 불과하다. 수많은 무장 경찰의 이동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긴장김을 부여하지만 이 역시 후아레즈 시가지를 통틀어 보면 그저 몇몇 차량의 이동일 뿐이다. 영화는 버즈아이 뷰를 통해 개인이 아닌 '공간'을 담는다. 권력투쟁도, 살인도 '후아레즈'란 공간에서는 미약한 움직임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실비오의 아들은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실비오가 살아있을 땐 매번 같이 하자 졸랐던 행위다. 그는 죽었지만 아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 축구 도중 총격이 울린다. 사람들은 놀라지만, 축구 휘슬이 불리자 다시 관심은 공으로 돌아온다. 폭력과 살인이 일상과 버무려진 공간. 거기서 아이들은 '후아레즈화'되어 자란다.

변한 것은 비정상을 목도한 케이트와 그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이다. 정상의 세계로 돌아와도 그 곳에서 받은 충격은 남는다. 알레한드로 말대로 지방으로 간다한들, 그녀는 경찰의 위치에서 정의를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을까? 잘짜놓은 영화 속에서 2시간을 끌려다닌 관객들은 국가와 인간이 논하는 '정의'에 대해 무조건 지지를 보낼 수 있게 될까? 영화의 주장에는 논리적 근거는 없지만, 영화는 압도적인 서스펜스로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시카리오>는 영화마저 '후아레즈'스럽다.


p.s) 2015년 개봉 영화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입니다. 검색해보니 PGR에 시카리오 글이 별로 없어서 올려봅니다. 다른 곳서 썼던 글이라 반말인 것은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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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5 15:05
수정 아이콘
어제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이해 안되는게 좀 있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영화편 보니 후속편이 제작된다던데 잘될까요? 감독이 바뀐다는거 같은데..
16/06/05 15:07
수정 아이콘
감독은 그대로 유지가 되어야 영화의 스타일이 살아날 것 같은데... 불안하네요;
candymove
16/06/05 15:17
수정 아이콘
알레한드로만 그대로 나오고 감독, 촬영감독은 바뀐다더라구요..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관객은 케이트의 시각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데, 감독은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면서 마치 케이트가 부조리에 대응하는 것처럼 연출을 하죠.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역전되어, 케이트가 주장하는 허울뿐인 법과 정의가 부조리가 되어버리는..
초반 후아레즈로 진입하는 장면하고, 어둠 속에서 적외선 키고 총격전하는 장면은 정말 엄청난 연출...
생겼어요
16/06/05 15:51
수정 아이콘
작년에 가장 재밌게 본 영화인데 공감되는 바가 많아서 막힘 없이 줄줄 읽어 내려왔네요. 잘 읽었습니다.
16/06/05 21:13
수정 아이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6/06/05 16:00
수정 아이콘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
뭔가 재밌어 질려고하는데 끝나서 되게 짧은 느낌...
16/06/05 21:16
수정 아이콘
크크 그런가요
저는 막 집중해서 보니 어느새 2시간이 가버렸더라구요.
Rorschach
16/06/05 16:16
수정 아이콘
이 영화는 다른거 다 제쳐두고 후아레즈로 진입하는 장면 만으로도 최고의 영화로 뽑을 수 있을 정도라고 봅니다.
사실 속편이 필요없는 영화라고 보는데, 찍을 때 찍더라도 촬영감독이 유지되어야하는건데...
16/06/05 21:15
수정 아이콘
레버넌트만 아니었으면 촬영상은 로저 디킨스가 받았을겁니다... 진짜 좋았죠 장면 ㅜㅜ
HealingRain
16/06/05 17:16
수정 아이콘
전혀 기대없이 평론가 평만 보고 봤는데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특별히 잔혹하거나 인위적인 스릴러 요소없이 되게 건조한 영화였는데 영화 끝날때까지 긴장을 못 풀게 하더군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콜렉터로만 알던 베네치오 델 토로의 연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리뷰를 보고나니 곱십을거리가 많아지는게 한번 더 보고 싶어졌네요.
16/06/05 21:17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이 글 쓰고 평론을 더 찾아보고 다시 영화를 보니깐 느낌이 확 다르더라구요.
화면에 담긴 의미를 알면 알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죠.
16/06/05 17:39
수정 아이콘
작년에 본 영화 중에 손에 꼽게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영상도 영상인데, 그 쫄깃쫄깃한 음악이 정말 대박이더군요. 나와서 사운드트랙부터 질렀네요. 에밀리 블런트는 왤케 고생하는 역할만 하는건지ㅠㅠ
16/06/05 23:18
수정 아이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때는 이렇게 흥할지 몰랐는데 엄청 잘되었죠 덜덜
구밀복검
16/06/05 18:07
수정 아이콘
촬영과 정서 연출은 기가 막혔는데 서사 전개나 인물 설정은 아쉬웠네요. 특히 케이트가 너무 쪼렙이죠. 정의 바보 케이트가 거악巨惡 앞에서 무력해지는 전개야 괜찮은데, 역량과 열정을 두루 갖추었거나 혹은 초월적인 계시를 받아 히어로/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걸출한 인물(성서의 예수나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이나 <할복>의 한시로나 <세븐>의 밀스, <네트워크>의 하워드,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모스트 원티드 맨>의 귄터 같은 유형)이나. 혹은 평범하지만 처절할 정도의 악전고투를 겪는 인물(<심판>의 요제프 K나 <차이나타운>의 기키스나 <그을린 사랑>의 나왈이나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이나 <사울의 아들>의 사울이나 <더 헌트>의 루카스나 <황해>의 김구남, <왓치맨>의 로르샤흐, <윈터스 본>의 리 돌리 같은 유형)을 주인공으로 제시하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악이란 것은 세계/자연 그 자체이므로 그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이겨낼 수 없다'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형상화할 수 있죠. 다시 말해, 선역/주역이 힘이 있든 사연이 있든 하면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악의 막막함이 극대화됩니다. 그런데 <시카리오>의 주인공인 케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섭호구라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애가 베테랑들에게 교육 받는다는 인상만 줄 뿐, 거악의 압도성과 절대성을 드러내진 못하거든요. 즉, 이런 작품은 영웅적인/인간적인 선<< 숙명적인 악=자연=현실 그 자체의 구도가 되어야하는데, 실제로는 쥐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초보자의 어리광 << 산전수전 다 겪으신 지혜로운 어르신들의 참교육의 구도가 되어버리는지라..

게다가 알레한드로의 복수극은 화자의 동일성도 해치고 극적 일관성도 깨지는 부조화스러운 시퀀스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멕시코의 현실 앞에 무력한 케이트의 이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해서 알레한드로의 정념에 대해 다루는 것은 적절치가 않죠. [케이트의 시선에서 본 현실]은 휘발되어 버리고 [알레한드로의 사연]만 남습니다.
마나통이밴댕이
16/06/05 20:14
수정 아이콘
저는 선악 사이의 구도적인 대립보다는 그냥 이런 사실과 인물을 그려내는 다큐같은 느낌?? 으로 생각해서 케이트가 약간의 주관을 지닌 관조적 인물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밀복검
16/06/05 20:36
수정 아이콘
그런 방향도 적절하다고 봅니다만, 이를 위해서는 반대로 케이트의 개성을 더 죽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트의 시점에서 다큐멘터리를 그리고 싶었다면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자기 보신하며 관조만 하는 인물로 그리든지 (<시티 오브 갓>의 로켓처럼),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하지만 납득하지는 못하고 반발심은 있기에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인물로 그리든지(<다우트>의 제임스나 <무산일기>의 승철처럼) 하는 것이 적당했다고 봅니다. 괜히 항의하다 빈축 사고 성질 내다 쳐 맞고 존심 세우다 본전도 못 찾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쓸데없이 설치다 큰코 다치는 그런 인물로 그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영화 막판에 이르러서 제 심정은 '아니 저런 고문관은 왜 데리고 가는겨'였기에..
마나통이밴댕이
16/06/05 20:5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데로 사실 조금 애매하긴 했던 것 같아요 ..
연환전신각
16/06/06 10:21
수정 아이콘
케이트를 데려간 이유는 CIA가 직접 작전 수행을 하려면 FBI 수사관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법 때문인걸로 압니다
특수부대원들도 CIA 도 두명의 FBI가 도움 안되는 걸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저 형식을 맞추려고 영입한 것이기 때문에 고문관인데 왜 데려갔는냐는 것에 대한 답은 영화가 해준 셈이죠

오히려 작중의 다른 인물들은 케이트가 제임스 수녀나 로켓 같은 사람이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도 말이나 해준 거라고 생각함
주제랑 캐릭터 특성상 만약 케이트가 로켓이나 제임스 수녀 같은 인물이었다면 모든 작중 캐릭터들은 작전 끝날때까지 아무말도 안했을 겁니다
원래 그낭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고 알아봤자 좋을것도 없으며 사실은 알아서도 안되는 일에 가깝기 때문에 말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따지고 보면 케이트가 듣게 되는 사실들은 전부 국가 기밀급입니다

그나마 협조 안하겠다며 강하게 버틴다던가 다 까발리겠다고 대드는 인물이니까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말 하고 그러니까 이야기가 전개된거죠
만약 그런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으면 아예 이야기 연출 방법 자체를 바꿨어야 할겁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렇게 되면 케이트라는 캐릭터 자체가 필요가 없어지게 되겠죠
구밀복검
16/06/06 10:50
수정 아이콘
그 설명이 궁색하기에 납득이 어려운 거죠. 맷-알레한드로 커넥션으로 이루어진 카르텔은 영화 내내 그 어떤 행위도 거리끼지 않고 해치울 수 있는 권력집단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이 치들이 하루 이틀 이런 일 해먹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암시되어 있고요. 그러면 FBI 내에 이들과 빈번히 공모하는 이들이나 연이 닿는 이들이나 혹은 닳고 닳아서 운만 띄워도 알아서 일처리 해줄 이들이 널려 있어야 자연스럽죠. 굳이 능력도 없고 현지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사건건 태클만 걸고 진실을 추궁하려 드는 케이트를 카르텔이 데려가야만 하는 개연성이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화 막판에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의 목숨을 위협하면서까지 승인을 받아내는데, FBI 수사관의 살해를 은폐하면서까지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놓고 과시하는 이들이, 고작해야 케이트 같은 신참내기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죠. 밸런스가 안 맞습니다.

해서 이는 전형적인 가짜 알리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듯하게 둘러대지만 조금만 따져보아도 헛점 드러나고, 자연히 설명은 핑계에 불과하게 되고, 그 결과 작품 내부의 세계는 그 자체의 법칙과 논리에 의해 정교하게,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의식한 창작자의 외삽과 개입과 조작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이를 깨닫는 순간 관객은 이것이 그저 픽션일 뿐이지 리얼 월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구태여 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티 오브 갓>만 해도 등장인물들이 로켓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서 서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죠. 인물들은 말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로켓은 인물들의 표면적인 행위와 이면적인 진실을 두루 관찰하고,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즉, 굳이 케이트가 강하게 반발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쨌든 케이트를 대동할 표면 상의 명분은 제시될 수밖에 없고, 이후 케이트가 일처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의문을 품을 만한 건들을 몇 가지 던져주고, 카르텔 패거리들의 말이 아니라 케이트 본인의 관찰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밝혀내는 식으로 진행하면 되죠.
16/06/06 12:53
수정 아이콘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케이트의 포스가 더 쎘으면, 선악의 대결구도를 설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을거 같아서 지금의 관조적인 느낌이 덜했을거 같아요. 정의를 지키는 선인의 모습과 아무것도 못하는 방관자라는 두가지 모습 사이서 선을 잘 탔다고 봅니다.
쇼미더머니
16/06/05 18:37
수정 아이콘
죽이는 영화죠. 그러나 드니 빌뇌브가 연출하지 않는 2편은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16/06/06 12:54
수정 아이콘
로저 디킨스랑 드니 빌뇌브를 둘 다 바꾸면 시카리오 스럽지 않을텐데 하는 걱정이 드네요ㅜ
16/06/05 20:06
수정 아이콘
에밀리 블런트 누나가 다 쓸어버릴줄 알았는데....
16/06/06 12:55
수정 아이콘
초반에 FBI라길래 기대했는데 힘없는 관조자였죠..ㅜㅜ
마나통이밴댕이
16/06/05 20:11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2015 개인적 3대 영화 중 하나
새강이
16/06/05 21:06
수정 아이콘
저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이 글도 어디선가 전에 읽었는데 너무 잘 봤네요 좋은글은 추천!
16/06/06 12:56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Anthony Martial
16/06/05 21:54
수정 아이콘
영화도 잼나게 봤는데
리뷰가 더 재밌네요
16/06/06 12: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푸른음속
16/06/06 02:21
수정 아이콘
저는 정말 재밌다거 해서 봤는데 굉장히 실망한 영화라... 저같은 분은 없으신가봐요..
16/06/06 04:37
수정 아이콘
저도약간 실망했습니다..
재밌다고 해서...명작이라고해서 봣는데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기대에 비해선 ㅜㅜ
음 이거 좀 재밌네 할때쯤 끝나버려서 흑흑
16/06/06 12:57
수정 아이콘
영화 취향은 케바케니까요.. 이해합니다ㅜㅜ
빵pro점쟁이
16/06/06 06:39
수정 아이콘
pgr엔 단독글이 얼마 없었어도
작년 pgr 영화 추천 글에는 거의 3대장 급이었죠
킹스맨 매드맥스 시카리오는 추천글이나 댓글 질게 안 가리고
영화 관련 글만 떴다 하면 출석 도장 꼭 찍혔으니까요

저도 pgr에서 추천이 많아서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위에 곰이님 처럼 여주인공이 다 잡아 쳐넣는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시작부터 먼치킨 냄새 솔솔 풍기길래
이거 전장의 bitxx가 언제 각성하나 기다리는데
갈수록 힘이 빠지더니 정말 먼치킨(멀리있는치킨)이 되더라고요ㅠㅠ
구밀복검
16/06/06 11:30
수정 아이콘
<엣지 오브 투모로우> 세계관이었으면 에밀리 블런트 느님 앞에서 알레한드로고 맷이고 초살이죠. 근데 여기선 약골 ㅜㅠ
16/06/06 12:58
수정 아이콘
제가 꼽았던 2015 빅3가 저 3개였습니다. 크크

저도 처음에는 여주하드캐리 영화인줄 알았다는..
제이슨므라즈
16/06/06 11:57
수정 아이콘
다른이야기지만 작년에 대니시걸이 정말좋았는데 별로 인지도가없더군요
미쟝센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에디레드메인의 연기는 '솔직히 작년에 안받았음 올해도 에디껀데' 싶을정도였어요
16/06/06 13:00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전 에디 2관왕일줄 알았습니다.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도 여조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받았으니 다행이죠ㅜㅜ 알리시아 비칸데르 연기도 엄청났었으니...
제이슨므라즈
16/06/06 13:04
수정 아이콘
미술상은 매드맥스에 각본쪽은 래버넌트쪽에 남주상은 린다가...
알리시아비칸데르는 초면이였는데 너무이쁘고 연기잘해서 놀라웠습니다.
정말좋은영화였는데 아쉽게됐어요
16/06/06 13:07
수정 아이콘
뭐 그래도 여우조연상 하나는 탔으니까요 흐흐
시카리오는 아예 상복이 없었죠ㅜ 로저 디킨스는 13수를 하고..
임시닉네임
16/06/11 05:50
수정 아이콘
별로 사실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감독이 마약 카르텔의 생성과 몰락에 대한 상식이 없는거 같더군요
콜롬비아 카르텔은 멕시코랑 경쟁에서 밀려서 몰락한게 아닙니다
콜롬비아는 육로로 미국과 연결될 수 없으니 해상이나 항공을 이용해서 미국에 마약을 유통했는데 그 루트가 막혀서 망한겁니다.
콜롬비아 카르텔이 몰락하고 해상과 항공이 봉쇄된 상황에서 땅굴을 활용한 육로 루트를 개척해서 장악한게 멕시코 카르텔이고요
콜롬비아 카르텔과 멕시코 카르텔은 서로 경쟁관계도 뭐도 아닌 겁니다. 공생관계에 가깝죠.
멕시코 카르텔이 망해봐야 유통망 확보가 불가능한 콜롬비아는 다시 마약시장 장악을 할 수 없어요. 콜롬비아에서 아무리 마약 만들어봐야 미국에 내다팔려면 멕시코 카르텔과 협력해야 합니다.
이런거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런 설정을 한거죠
그냥 구스만이랑 에스코바르가 마약왕으로 젤 유명하니까 갖다붙인 수준밖에 안되는거죠.

디테일한게 조금 안맞는 정도면 모를까 이건 영화의 주된 설정 자체가 오류인거에요. 이런데 무슨 사실적이거나 현실적인 영화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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